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35
40화 – 프린세스의 데뷔(完) >
방송 녹화가 진행되고 있는 무대 뒤편에서 강윤은 정광진 뮤직캠프 PD를 만났다. 그는 강윤과 마주하자 작게 투덜거렸다.
“뮤직캠프를 맡게 되고 이렇게 악기들을 풀세팅을 한 적은 처음입니다.”
“PD님 배려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어차피 기브앤테이크 아닙니까.”
“물론이죠.”
정광진 PD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앞으로 소속 가수가 잘 되면 절대 잊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요즘 대형 소속사 가수들의 고개가 빳빳해 골머리를 앓는 그로서는 당연한 말이었다.
“서령이!! 거기 박스 뭐야!!”
강윤을 지나치며, 정광진 PD는 날선 소리로 AD에게 외쳤다.
무대는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김지민의 데뷔무대가 10분 전으로 다가왔다.
강윤은 이상이 없는지 콘티를 다시 한 번 살폈다. 리허설을 끝낸 무대도 혹시 몰라 한번 더 올라갔다 왔다.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한 여자가 강윤에게 다가오며 아는 척을 했다.
“강윤 오빠.”
다이아틴의 메인보컬, 지현정이었다. 강윤은 의외의 만남에 손을 들었다.
“현정아.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응. 오늘 뮤캠 녹화 온 거니?”
지현정의 반가워하는 표정과는 다르게 강윤은 다이아틴의 메인보컬을 만나자 조금 당황했다. 그가 알기로 다이아틴은 이미 활동을 끝내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들었다. 추만지 사장이 혹시 이상한 수라도 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강윤의 생각과는 다르게 지현정은 뮤직캠프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오늘 라디오 녹음이 있어서 왔다가 들러봤어요.”
“아, 그래?”
강윤이 안도의 한숨을 쉬자 지현정은 킥킥대며 웃었다.
“오빠, 지금 안심했죠?”
“응. 오늘 다이아틴 나오면 머리 아프거든.”
“저번에도 느꼈지만 오빠는 진짜 솔직하네요. 걱정 마세요. 저희는 당분간 한국에서 활동 안할 것 같아요. 회사에서 국내보다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거든요.”
“우리한테는 반가운 말이네.”
“어? 에디오스 데리고 있다고 벌써부터 이러기에요?”
가벼운 장난에 지현정은 가볍게 눈을 들었다. 이미 강윤이나 다이아틴이나 앨범을 작업하며 친해졌다. 물론, 일과는 별개였지만.
– 나엘 씨. 준비해주세요.
지현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방송이 들려왔다.
“어? 쟤 GNB에서 데뷔한다는 애 아니에요?”
“맞아.”
“오늘 재밌겠다. 와 보길 잘 했네요.”
유나윤과 댄서들이 무대 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자 지현정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강윤 옆에 섰다. 마치 재미있는 물건을 발견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스케줄 늦는 거 아냐?”
“미래의 경쟁자를 보는 거잖아요. 사장님도 별 말 안할걸요?”
“너도 은근 대책 없구나?”
강윤이 혀를 찼지만, 지현정은 혀를 쏙 내밀며 강하게 나왔다.
두 사람은 무대로 눈을 돌렸다. 준비가 끝났는지 조명이 꺼지며 곳곳에서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소리 없이 – 박혀오는 너의 눈빛은 – 난 아니라 속삭여 –”
유나윤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뻗어 나왔다. 그와 함께 그녀는 댄서들과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복부가 언뜻언뜻 보이는 복장은 계속 눈길이 가게 만들었고 유려한 허리선은 그녀의 춤을 더더욱 돋보이게 했다.
강윤의 눈에도 하얀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똑 부러지는 퍼포먼스로 연신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춤 진짜 잘 추는데요?”
“그러게.”
지현정과 강윤은 의견을 같이 했다. 무대 위의 유나윤은 소위 날아다녔다.
그렇게 첫 곡이 끝났다. 두 번째 곡은 첫 번째 곡보다 좀 더 부드러운 곡이었다.
첫 곡이 팝핀 위주의 격렬함이 주를 이루었다면 두 번째는 여성스러운 섹시미가 가미되었다.
유나윤의 퍼포먼스가 갈수록 분위기를 뜨겁게 달궈놓았다. 그녀의 긴 다리와 허리선은 남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고, 댄서들과의 하나 된 군무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대단하네.’
강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퍼포먼스가 빛을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얀빛이 뿜어져 나와 무대를 장악해갔다. 옆의 지현정도 어느새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노래가 절정으로 향하자 홀로 무대 중앙에서 보이는 솔로 파트가 있었다. 유나윤은 몸을 꺾으며 팝핀을 선보였다. 조명들이 집중되고 뒤의 무대장치들도 그에 맞춰 변화했다.
“괜찮네요.”
지현정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지만 강한 경쟁심을 느끼고 있었다. 신인의 무대는 임펙트가 있었다. 신인가수 나엘의 타이틀곡 ‘트러블’은 그녀만의 색깔이 뚜렷했다. 적당한 노출로 눈길을 가게 했고, 귀에 감기는 노래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역시, 큰 기획사들이 다르긴 달라.’
강윤은 감탄했다. 재능 있는 가수에게 제대로 투자한 느낌이었다. 앞으로 회사가 자금을 투자할 테고, 큰 인기를 얻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감탄만 할 강윤이 아니었다.
‘우리 지민이도 만만치 않아.’
강윤은 확신했다. 김지민의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저 가수보다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앞서리라는 것을.
이윽고, 신인가수 나엘의 무대가 끝나고 김지민의 차례가 되었다.
김지민은 AD의 안내를 받으며 긴장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는 이미 세션들이 악기 세팅을 마치고 시작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하기 전, 김지민은 돌아서서 세션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드레스 리허설 때 한번 맞춰봤지만, 본 무대에 오르니 더더욱 긴장되었다.
세션들은 걱정 말라며 손을 흔들었다.
‘어린 친구가 예의도 바르네.’
‘잘해줍시다.’
세션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을 뿐이었다. 경험 많은 그들로서는 이런 무대는 일상이었다.
“들어갑니다!!”
PD의 신호와 함께, 김지민은 기타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스트링의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조명이 어두워지며 그녀의 귓가에서 관객들의 웅성이는 목소리가 사라지며, 지금까지 연습해왔던 순간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4. 3. 2. 1.
드럼의 가벼운 하이엣 소리와 함께, 김지민은 기타를 연주했다. 그와 함께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살며시 다가와 내게 건넨 말 – 이건 달콤한 꿈일까 –”
풍부한 김지민의 소리가 무대 위를 뒤덮었다. 그에 맞춰 음표들이 무대에서 하나의 빛을 만들기 시작했다.
‘좋은 스타트야.’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강한 빛은 아니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강렬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곡은 아니었기에 강윤은 괜찮다 여겼다.
“아직 수줍은 내 맘 – 감추고 싶어도 그댈 보면– 내 심장은 두근두근 –”
김지민은 당김음과 반 박자가 가미된 어려운 기타 연주를 해나가며, 노래도 무리 없이 소화해나갔다. 그에 맞춰 소리들이 하나둘씩 더해지기 시작했다. 드럼에서 림샷이 더해졌고, 베이스와 신디사이져의 스트링이 가미되었다.
그와 함께, 무대 위는 갖가지 색의 음표들이 하나의 강렬한 빛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오!!”
방금, 신인의 무대를 본 관객들은 전혀 다른 색의 무대에 점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남자 아이돌의 플래카드를 든 팬클럽도, 우연히 관람권을 얻어 놀러온 관객도 김지민의 노래에 하나둘씩 빠져들었다.
드럼이 스몰탐탐을 두 번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잠시 연주가 멈췄다.
그리고 베이스의 슬라이드와 함께 모든 악기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Happy Day– 우리 함께 꿈을 꿔요 — 바래요 –”
일렉트릭 기타도 작게 디스토션을 가미하며 분위기를 더하고, 김지민도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를 달궜다.
그와 함께 새하얀 빛이 강하게 뿜어졌다.
‘좋아.’
강윤은 엷게 미소 지었다. 갓 데뷔한 새끼 가수였지만, 이미 무대 위를 훌륭하게 덮어가고 있었다.
“우리 둘 만의 꿈을 꾸며– Happy Day –”
“우와아아아아아—–!!”
1절이 끝나고, 반주로 접어들 때, 관객들은 은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에디오스 때와 다르게 팬덤 형성에 대한 마케팅을 전혀 못한 강윤으로선 의외의 반응이었다. 분명 저들 중 김지민의 팬이 나올 것이다. 강윤은 생각했다.
지현정은 조금 전 유나윤의 무대를 본 것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강윤을 바라보았다.
“대박. 나엘은 애교네요. 저건 괴물이잖아요.”
“괴물이라니. 애한테.”
강윤이 가볍게 핀잔을 주었지만 지현정은 멍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네요. 저 정도면 같은 또래에서 따라갈 애가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노래도 좋고…. 저 가야겠어요. 무슨 신인들이 이렇게…. 연습하러 가야겠어요.”
지현정이 돌아서려하자 강윤은 웃었다.
“다 보고 가.”
“아니에요. 저런 괴물신인이 떴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죠.”
“괴물이라니. 아무튼 사장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네. 오빠도 나중에 봬요.”
지현정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녀는 가면서도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녀를 보내고, 강윤은 다시 김지민에게로 눈을 돌렸다.
어느새, 노래는 절정에 달해있었다.
“우린 아마 같은 마음이 아닐까—”
김지민의 목소리는 높이 올라가 있었다. 그녀의 올라가는 음에 환호성도 더더욱 짙어졌다.
“설레임– 가득한 우린 — 이미 사랑하는 사이인 걸까—–”
그리고.
마지막 음 높이가 최고조에 달했다. 드럼이 화려하게 돌아가며 든든한 저음을 비롯해 디스토션이 갖가지 효과를 더하며 절정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최고의 절정이었다. 관객들의 환호성도 최고조에 달했다. 누구의 팬이라는 구분은 없었다. 은하라는 신인에게 빠져든 사람들은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하얀 빛은 이미 은빛으로 변하려는지 찬란한 빛이 언뜻언뜻 비쳤다.
‘은빛?’
절정을 넘어 다시 후렴으로 돌아왔다. 강윤은 무대의 빛에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나 하얀빛이 은빛으로 변하기 전, 노래는 끝을 맺었다.
‘쩝. 아쉽네,’
강윤은 입맛을 다셨다. 멋진 데뷔무대였지만 더 멋진 무대를 만들지 못한 것에 따른 아쉬움이었다.
“감사합니다.”
“은하!! 은하!!”
“다음 곡은….”
그런 강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지민은 다음 곡을 준비했다. 곧 반주가 흐르고, 또 다른 데뷔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지민은 은하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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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정보]이름 : 은하 (김지민)
직업 : 가수
출생 1994년 5월 17일
신체 161.8cm, 44kg
소속사 : 월드 엔터테인먼트
학력 : XX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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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믿기질 않아요. 우리 지민이가 인물 정보에 나오다니….”
정혜진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김지민의 인물정보란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얼떨떨했다. 그러자 이현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익숙해져요. 앞으로 이런 거 자주 보게 될 테니까.”
“그런가요. 아, 지민이만해도 적응이 안돼요. 언제까지나 마냥 귀여운 동생일 것 같았는데….”
“아주 먼데로 가버린 것 같죠?”
“네.”
정혜진은 솔직했다. 그러자 이현지가 부드러운 어조로 답했다.
“그게 연습생과 가수와의 차이에요. 본인도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러겠죠?”
“지금 상황에선 더 할라나?”
이현지는 뉴스 카테고리에 뜬 기사를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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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세요, 오빠. 이게 다 제 이야기래요.”
아직은 어색한 밴 안에서, 김지민은 핸드폰으로 ‘은하’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그러자 각종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데뷔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기사들은 그녀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웠다.
이젠 김지민의 매니저로 매일을 함께 하고 있는 최혁진은 당연하다는 어조로 답했다.
“요즘 우리 은하가 핫하잖아.”
“오빠, 우리끼리 있을 땐 예명 쓰지 말아주세요. 오글거려요.”
“안 돼. 사장님이 네가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예명을 쓰라 하셨거든.”
“우으….”
강윤이 지시했다는 말에 김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최혁진 매니저는 김지민에게서 넘겨받은 핸드폰을 한번 훑어보더니 바로 건넸다. 그리고는 이상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래도 우리 사장님은 핸드폰을 압수하지는 않네.”
“다른 회사에서는 핸드폰도 뺏고 그래요?”
“아이돌이 특히 그러지. 나도 이전에 있던 회사 아이돌 애들은 핸드폰도 없었어. 핸드폰 있으면 열애설 터진다고.”
“무시무시하네요.”
“폰 없어도 사귈 애들은 다 사귄다는게 함정이긴 하지만… 젊은 애들이 서로 좋다는 걸 무슨 수로 막겠어.”
김지민은 핸드폰을 받아 보물 다루듯, 소중히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최혁진 매니저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래도 우리 사장님이 핸드폰 압수할 분 같진 않던데?”
“그러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요.”
“왜? 혹시 썸 타는 남자라도 있어?”
“아니요. 아직까지 눈에 차는 사람이 없네요.”
김지민은 단호했다. 최혁진 매니저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며칠 같이 있지 않았지만, 김지민 같은 애들은 똑 부러진 성격이었다.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니었다. 그런 애들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그들이 탄 밴은 다음 스케줄이 있는 춘천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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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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