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38
42화 – 제니? No, No. 삼순이!!(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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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42화 – 제니? No, No. 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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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윤의 방학은 작곡으로 시작해서 작곡으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지민의 데뷔곡 ‘Speak Happy day’ 작업을 비롯해 미니앨범 수록곡에 이어 이번에는 정민아의 디지털 싱글까지. 이어지는 작업에 함께 온 레이나가 혼자 놀기 심심하다며 툴툴댔지만, 희윤에겐 친구와 놀아줄 여유도 없었다.
스튜디오에서, 정민아는 희윤이 가져온 곡을 듣고 있었다. 편곡에 들어가지 않은 작곡만이 끝난 곡이었다. 희윤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정민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멜로디만으로는 느낌을 잘 모르겠어요.”
“흐음. 그래? 느낌만 알면 되는 거지?”
“네. 혹시 처음 전주를 브라스로 연주 가능할까요? 그럼 느낌을 알 것 같은데….”
희윤은 정민아의 말대로 소리를 바꿔 들려주었다.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느낌에 정민아는 머리를 움직이며 몸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초반부를 연주한 희윤은 곧 신디사이저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정민아가 말했다.
“오, 이 느낌이에요. 박자도 딱 맞는대요?”
“마음에 들어? 다행이다.”
정민아가 엄지손가락을 들자 희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수가 자신의 노래에 만족하는 그 순간, 희윤은 행복했다.
희윤은 이어 다음 전주를 들려주었다. 정민아는 이어지는 전주에 귀를 기울였다.
“전체적인 느낌이 이런 건가요?”
“일단은. 여기에 약간 효과음들을 넣어야지. 계속 브라스 효과 넣어줄까?”
정민아의 물음에 희윤은 반문했다. 그러자 정민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이 곡은 브라스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리듬 타기에도 좋고…. 계속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알았어. 오빠한테 말해둘게.”
“네. 그리고….”
정민아는 그 외, 곡에 대해 느낀 것들을 희윤에게 이야기했다. 희윤은 악보에 그녀의 요구사항들을 적으며 수정할 것들을 생각했다. 역시, 현역 가수라 김지민보다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악보의 여백이 빼곡해지자 정민아의 요구도 끝났다.
“수정할 게 많네. 요구 다 반영하려면 쉽지 않겠어. 다음에는 오빠랑 같이 보자.”
“네. 수고하셨어요.”
곡에 대한 회의가 끝나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민아가 인사하며 뒤돌아설 때, 희윤이 정민아에게 물었다.
“얘, 민아야.”
“네?”
“우리 친한 사이지. 그렇지?”
“네? 물론이죠.”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심상치 않았다. 희윤의 웃는 표정에 정민아는 바짝 긴장했다.
“그래그래. 그런데 말이야, 오빠한테만 초콜릿 주고. 칫. 나 조금 섭섭했어.”
“…..”
난데없이 날아온 초콜릿 이야기에 정민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희윤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현아와 정민아, 둘의 불꽃을 잠재우느라 강윤이 희윤을 이용한 것 때문에 이러는게 분명했다.
‘히익….’
정민아는 겁이 덜커덕 났다. 평소에 착한 사람이 화가 나면 그렇게 무섭다더니, 지금 희윤이 딱 그 짝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희윤은 미소를 지으며 정민아에게 팔짱을 끼었다.
“나도 초콜릿 참 좋아하는데. 민아야.”
“네?”
“나중에 말이야. 나도 부탁…. 좀 해도 될까?”
말이 부탁이지 이건 숫제 협박이었다. 희윤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주변은 뭔가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평소의 천사 같은 작곡가는 온 데 간대 사라지고, 눈앞에는 사악한 미소를 짓는 시누이가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하하…. 무…. 물론이죠.”
정민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천사 같던 작곡가는 이미 없었다. 그녀의 앞에는 사악한 미소를 짓는 시누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저씨이….’
정민아는 마음속으로 강윤을 간절히 찾았다. 그러나 그날따라 강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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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은 이삼순을 내려주고, 촬영장인 칠암리를 돌아봤다.
칠암리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다. 마을 뒤에는 산이 있었고, 앞에는 냇가가 흐르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다.
냇가에서, 강윤은 커다란 바위에 주저앉아 주위를 돌아보았다.
‘저기가 촬영장인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을회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레인 같은 커다란 검은 물체, 지미집이 보였고, 그것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삼순이가 잘해야 할 텐데.’
그녀가 자라왔던 고향과 방송환경이 비슷하겠지만, 방송이라는 게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방송에 나갈 분량을 만드는 일은 말 그대로 전쟁이니 말이다. 이삼순이 프로그램에 대해 분석하고, 철저히 준비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강윤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 계속 있다고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다른 출연진의 매니저들도 마을 밖에서 대기하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결국, 강윤은 매니저 정상호에게 뒷일을 부탁했다.
“이만 가봐야겠네요. 삼순이 잘 부탁합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윤은 터미널까지 모셔다드리겠다는 매니저의 배려를 사양하며, 버스에 올랐다.
“터미널 가나요?”
“네이, 갑니다.”
나이가 있는 버스 기사에게 확인한 강윤은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피곤하군.’
새벽에 일어난 후유증이 몰려오며 눈꺼풀이 감겨왔다.
거친 돌길에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강윤은 꾸벅꾸벅 졸다가 창가에 머리를 기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이보게, 이보게!!”
“…..”
“젊은이.”
“으음….”
몸이 흔들리는 느낌에 강윤은 힘겹게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웬 나이 든 할아버지의 얼굴이 눈앞에 확 들어왔다.
“흡!!”
“아니, 뭘 그렇게 놀라나. 허허. 피곤했구먼. 종점이야. 이제 내려야지 않겠나.”
“종점…. 아!!”
종점이라는 말에 강윤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창밖을 보니 본래 목적했던 터미널이 아닌, 웬 허름한 기차역에 도착해 있었다.
“허….”
강윤은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렸다. 근래에 보기 드문 실수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으면 서울까지 금방이건만.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다시 버스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윤은 서둘러 매표소로 달려갔다.
하지만 시간표를 보니 기차 시간도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하다 하다 이런 실수를….’
할 수 없이 강윤은 기차표를 끊었다. 가장 빠른 기차는 2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는 긴 한숨을 쉬며 털레털레 기차역을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역 근처에 자리한 작은 식당 몇 개를 제외하면 가게랄 것도 없었다. 전형적인 시골 역이었다.
“허허. 나 원….”
강윤은 기찬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점심을 먹어야 했다. 점심은 서울에서 먹으려 했건만…. 틀어진 계획에 쓴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강윤은 할 수 없이 근처 식당가로 향했다.
그때였다.
“아아—”
강윤의 귓가에 가느다란 미성이 들려왔다. 가늘지만 듣기 좋은. 맑은 목소리였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강윤은 정신이 확 들었다.
‘목소리 좋은데?’
강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광장 중앙 시계탑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곳에서, 하얀빛이 비치고 있었다.
‘빛?’
미세했지만 분명 음악의 빛이었다. 강윤은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분명 실력 있는 사람들이 노래하고 있는데 분명했다. 강윤의 마음이 급해졌다.
“네가 있던 그 자리엔 — 차가운 바람만 남아 — 내 가슴은 이리도 시려와 –”
강윤은 사람들을 해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곳에는 한 남자와 여자가 앉아 노래하고 있었다. 비니모자로 긴 머리를 가린 여자는 추운 날씨가 아무렇지도 않은지 피크도 없이 기타를 연주해 나갔고, 남자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재훈이 노래잖아?’
익숙한 노래에 강윤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김재훈이 월드 엔터테인먼트로 들어오기 전의 노래 ‘그곳에서’였다.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이자 여자들이 노래방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곡 중 하나라는 이 곡을, 남자는 미성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널 사랑한 – 내 가슴엔 넌 사라져 — 남은 그리움만 — 있기에– 아파서 — 너무 –”
미성에 힘이 실리니 색달랐다. 모인 사람들도 즐거워했다. 하지만 스피커가 영 좋지 않은 지 여자는 스피커의 볼륨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남자의 성량이 좋아서 계속 지지직하는 소리가 섞여났기 때문이었다. 기타를 잠시 손에서 놓아야 했지만, 사람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즐겼다. 반주가 끊겨도 남자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강하게 붙들고 있었다.
기타와 목소리에서 나오는 음표는 아름다운 하얀빛을 만들어냈다. 강한 빛은 아니었지만, 강윤은 감탄했다.
‘좋은 소리다. 외모도 괜찮고. 저 정도면 훌륭해.’
강윤은 눈을 감았다.
저들이 더 많은 사람 앞에 선다면 어떨까? 여자의 반주에 맞춰, 점점 높아져 가는 남자의 노래. 노래하는 이, 듣는 이 모두가 좋아할 것 같았다.
‘좋아.’
강윤은 주머니에서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조금만 더 듣고, 이걸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한 곡이 끝났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남자의 인사와 함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몇몇 사람들은 앞에 놓인 모자에 돈을 넣으며 멋진 공연에 답했다. 강윤도 돈을 넣으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때.
삑– 삐익!!
날 선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달려왔다. 경찰이었다.
“거기. 신고도 하지 않고 여기서 공연하시면 안 됩니다.”
두 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을 보고 남자와 여자는 빠르게 악기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야?”
“에이씨, 저것들이 잡쳐놓네.”
경찰들이 계속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통에, 사람들은 투덜거리며 뿔뿔이 흩어졌다.
‘어?’
공연이 갑자기 끝나버렸다. 강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상황에 당황했다.
경찰이 와서 빨리 악기들을 치우라며 지도했고, 그들은 투덜대며 악기를 정리했다.
‘나 원. 도무지 말할 분위기가 아니군.’
경찰이 호루라기 부는 이런 상황에서 스카우트 관련 이야기를 꺼내봐야 누가 듣겠는가? 아까부터 도무지 되는 일이 없었다. 강윤은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때, 강윤의 눈에 바닥에 돈을 담은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기에 넣으면 되겠군.’
강윤은 조용히 모자 안에 자신의 명함을 만원과 함께 넣었다. 천원과 동전의 향연 속에서 세종대왕은 홀로 빛났다. 좋은 음악을 들려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도 있었다.
‘나중에 인연이 되면 보겠지.’
삑삑대는 호루라기 소리를 뒤로하고, 강윤은 광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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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몸뻬,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모던파머 출연진들은 집 앞으로 집결했다. 몸뻬의 위용 앞에 빛나던 아이돌, 배우 등은 이미 없었다.
“큭큭. 미리 바지 봐. 완전.”
“언니도 만만치 않거든요.”
같은 걸드레스 멤버인 연지영과 미리는 서로가 더 안 어울린다며 티격댔다.
다른 출연진들은 패션테러를 일으킨 작업복에 어색한 걸음을 걷고 있었다. 물론, 입으로는 저마다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그들의 눈앞에 시골의 문명, 경운기가 있었다.
“우와아….”
가장 먼저 나온 걸드레스의 멤버, 미리는 경운기가 신기했는지 눈을 빛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뒤이어 같은 멤버 연지영부터 예리에 나엘까지 경운기가 생소한 여자 출연진들 모두 이곳저곳을 살폈다.
‘저게 신기한가?’
연신 호기심 어린 탄성을 내는 또래 출연진들을 보며 이삼순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그 모습에 여자 출연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강현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제니는 경운기를 완전 자가용같이 타.”
“완전완전.”
다른 사람들도 킥킥대며 웃어댔다. 그 말에 이삼순은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어떤 차도 내겐 다 차와 같이 편안하지요.”
“쟤 CF 노린다, CF.”
“지금 전화주세요. 010….”
강현미는 상황극을 만들며 방송분량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도 경운기에 몸을 실었다. 육중한 몸 탓에 이삼순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곧 유일한 남자 출연진이면서 가장 나이가 많은 송학태가 집에서 나왔다. 그는 모두가 탑승했는지를 확인하곤 경운기의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모는 거야?’
송학태는 운전석을 두리번거렸다. 시동을 걸어야 경운기든 뭐든 몰 것이 아닌가.
출연진에게 받은 열쇠도 없었다. 기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태프들을 돌아봤지만 모두 모르쇠였다. 송학태는 당황했다.
“어? 촌장님, 이거 가기는 가는 거예요?”
연지영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송학태는 괜찮다며 손을 들었다.
“괜찮아!! 기다려봐.”
송학태는 자신만만하게 답하며 계속 경운기와 씨름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그것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거 참. 이상하네. TV에서는 잘만 가드만. 여 PD. 우리한테 불량품 준거 아냐?”
괜히 PD에게 심술도 부려봤지만, 결국 경운기에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신이 났던 여자출연진들도 김샌 얼굴로 경운기에서 내려왔다.
“우리 걸어가요?”
“아, 자가용, 자가요옹.”
윤슬기와 미리가 오버를 섞어가며 함께 경운기를 살폈지만, 도무지 시동이 걸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가 마을 어르신 모셔 올게요.”
나엘은 마을 어른을 모셔 온다며 몸을 돌렸다.
모두가 경운기라는 신문명을 탐색하던 그때, 이삼순이 나섰다.
“촌장님. 제가 한번 해볼까요?”
이삼순의 말에 모두가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어색하게 쳐다보았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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