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4
3화 – 신인 기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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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3화 – 신인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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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야, 리스야!! 들었어?”
“…뭘?”
크리스티는 스트레칭을 하며 호들갑을 떨어오는 친구에게 시크하게 반응했다. 표정변화가 별로 없는 크리스티에게 이미 익숙했는지 친구는 수다에 열을 올렸다.
“주아 선배님 말야, 일본에서 대박쳤데. 완전 초대박!! 앨범 지금 50만장 팔리고 방송도…”
크리스티는 친구의 수다를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좋아하는 스타 이야기라 당연히 좋긴 했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같은 이야기 또 듣는건 별로였다. 하지만 눈치없는 친구는 계속 주아 이야기를 계속해댔다.
‘그만 좀 하지.’
그렇다고 크리스티는 쓸데없이 트러블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실력 만큼이나 이미지 메이킹도 중요한게 이 바닥이다. 연습생 때부터의 소문은 가수 때까지 이어지는 법. 크리스티는 그냥 그려려니 해버렸다.
“안녕.”
“안녕하세요?”
몸을 거의 풀자 트레이너 선생님이 왔다. 원래대로라면 간단한 이야기를 마치고 바로 연습에 들어가야 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오늘은 공지사항이 있다. 위에서 연습을 보러 오실거야.”
“손님이요? 아, 또 저번처럼 이사님 오시나요?”
머리를 돌돌 말아 묶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연습생 하나가 물었다. 요새 가수 후보생들 선발한다고 정장 입은 높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해서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기대감에 더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사님은 아니지만… 더 열심히 해야 할 거야.”
“회장님 오시나요?”
이번에는 머리를 풀어해친 다른 연습생이 물었다.
“직접봐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오늘은 모든걸 털어낼 각오로 연습해야 할거야. 알았지?”
“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오기에 그러는건지, 연습생들 모두가 갸우뚱했다. 서로 이야기가 회장이네 사장이네 다른회사 스카우터네 말들이 많았지만 답은 쉽게 나오질 않았다.
‘때가 되면 오겠지.’
크리스티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남들과는 동떨어지게 그녀는 조용히 한쪽 구석으로 가서 연습을 준비했다.
.
.
.
“어서오십시오. 이쪽입니다.”
강윤은 트레이너의 안내를 받아 연습실로 들어갔다. 혹여나 연습생들이 부담을 느낄까 평가서같이 보일 것들은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 딱 하나, 핸드폰 하나만 들고 왔다. 핸드폰 메모장을 이용해 아주 간략한 메모만 할 생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윤이 들어가자, 정렬해있던 연습생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외쳤다. 강윤은 그 기합에 놀라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그, 그래. 안녕.”
“하하하. 팀장님. 놀라셨습니까?”
“다들 기합이 대단하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군대식 일치를 본 강윤은 찔끔할 수 밖에 없었다. 군대에서나 보던 이런 인사에 정렬에 강윤은 찔끔했다.
‘MG 엔터테인먼트가 괜히 큰게 아니구나.’
얼마나 철저하게 가르쳐야 저런게 나올까. 기합이 단단히 든 연습생들의 모습에 강윤은 다시 감탄했다.
“오늘 오신 분은 이강윤 총괄기획팀장님이시다. 전에는 가수 주아의 앨범 ‘Girls on Top’를 기획하셨고 이번에는 신인 걸그룹 기획을 위해 너희 중 사람을 필요한 사람을 선발하러 직접 오셨다. 자, 팀장님. 말씀하시지요.”
트레이너의 말에 강윤은 잠시 주춤했다. 사전에 말을 해놓을 것을, 가볍게 보고만 갈 생각이었는데 살짝 틀어져버렸다.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거 강윤은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이강윤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할게. 편안하게 준비해 오던거 보여주었으면 좋겠어. 이상이야.”
연습생들은 박수를 쳤다. 아니, 강윤의 간단한 한마디가 모두의 눈빛을 바꾸어 놓았다. 가수가 된다는 것은 모든 연습생들의 꿈이다. 게다가 여자 연습생들의 워너비인 주아를 일본에서도 제대로 띄워놓은 총괄기획팀장의 손에서 가수가 된다니. 말 그대로 선발만 되면 스타가 된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모두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그럼 저는 저쪽에 있겠습니다.”
강윤은 맨 앞, 연습생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그럼 시작해보자. 어디까지 했지?”
트레이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연습이 시작되었다.
연습이 시작되자 수많은 연습생들에게서 빛이 발산되었다.
‘아, 눈이야…’
강윤은 각자에게서 나오는 빛을 보느라 순간 눈을 비볐다. 그러나 이내 적응했는지 한사람, 한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빛은 제각각이었다. 주아와 댄스팀이 연습할 때처럼 하나로 합쳐져 화려하고 강하게 빛나는 종류는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그런 빛이었다. 춤의 성격에 맞게 빛도 경쟁하고 있었다. 칙칙한 회색도 여기저기서 비쳤고 그나마 보이는 흰 빛은 세기가 너무 약했다.
‘기록 할 것도 없겠네.’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지금 저들이 보여주는게 전부는 아니라 생각해 며칠 더 지켜 볼 생각이었지만 기대를 하고 온 만큼 실망도 했다. 강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반에 가봐야겠다 생각하며 자리를 뜨려는데 희미한데 계속 눈에 들어오는 빛이 있었다. 순백의 빛이었다.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주변의 회색이 너무 짙어 잘 보질 못했는데 강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목했다.
‘리스?’
크리스티 안. 과거에 EDDIOS의 멤버였다. 혼혈로 아버지가 미국인이었다. 특이한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으며 시크하고 여성스러움으로 한주연과 남성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었다.
‘허… 여기 있었구나. 그런데 표정이 어둡네. 춤에도 그리 성의가 없고.’
평가 중인걸 알면서도 저리도 대충하다니. 저건 자신감일까, 반항일까. 빛은 희미했지만 강윤에게 크리스티 안은 계속 눈에 들어왔다. 이국적이지만 한국적인 미가 뒤섞인 얼굴하며 모두가 좋아할 마른 체형에 차가운 분위기, 표정 저건 안 끌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왜 스타성이 B밖에 안됐지?’
강윤은 보고서에서 봤던 크리스티 안의 스타성 평가를 기억해냈다. 사람을 계속 쳐다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 저건 엄청난 매력이다. 보면 볼수록 강윤은 평가서와 현실의 차이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윽고, 연습이 끝났다. 강윤은 트레이너에게 귀뜸을 하곤 연습실을 나갔다.
쉬는시간, 크리스티 안은 물을 마시기 위해 휴게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 뒤를 트레이너가 따라왔다.
“선생님..”
“크리스티.”
“무슨 일 있나요?”
트레이너가 급히 따라온 거지만 크리스티는 별 표정변화가 없었다. 다른 연습생들 몰래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동요가 없었다. 대범함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트레이너는 의아해하면서도 용건을 이야기했다.
“5층으로 가봐.”
“5층이면…”
“총괄기획팀장 사무실.”
5층부터는 연습생들에겐 거의 인연이 없는 곳이다. 팀장, 이사장, 사장 등 장들이 붙는 사람들의 개인실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5층 이후부터다. 그런데 5층으로의 호출이라니. 동요가 없던 크리스티 안이지만 표정이 흔들렸다.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저?”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가봐. 바로.”
크리스티 안은 두근거렸다. 좋게 뛰는 가슴은 아니었다. 아니, 좋은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보기에 방금 총괄기획팀장이라는 사람이 연습 장면을 좋게 보고 간 것 같진 않았다. 살며시 고개를 흔들고 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크리스티 안은 떨리는 가슴을 안고 5층 총괄기획팀장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강윤이 그녀를 맞아주었다.
“앉아. 커피 한잔 할래?”
“아니요. 괜찮습니다.”
무려 총괄기획팀장이다. 이제 겨우 연습생인 크리스티 안에겐 하늘과도 같은 존재다. 그녀는 정자세로 바짝 얼었다.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네. 리스가 내 앞에서 이러고 있다니.’
미래에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 되는 가수, 리스였다. 연습생이라지만 그런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얼어있었다. 강윤은 이 사실이 재미 있으면서 신기했다.
물론, 일과는 별개였다.
“크리스티 안. 춤 C 노래 B 스타성 B. 전체 평가 B-. 지난번 연습생 평가에서의 네 평가야.”
“…..”
크리스티 안은 고개를 떨궜다. 저 평가는 연습생에게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A는 되어야 가수를 꿈꿔 볼 수 있으며 A에서도 소수만이 데뷔를 할 수 있다. 그런데 B-라니. 게다가 그녀의 나이 17살. 이미 동년배 연습생들은 주위에 널리고 널렸다. 이런 생각들을 하니 저절로 고개가 푹 숙여졌다.
그런데.
찌이익–!!
갑자기 강윤이 평가서를 주욱 찢어버렸다.
“아…!!”
이게 무슨 의미일까.
크리스티 안은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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