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41
43화 – 내가 얘랑?! 말도 안…(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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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43화 – 내가 얘랑?! 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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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어둑해지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사무실에서 강윤은 이현지, 정혜진과 함께 팬카페에 대한 활용방안을 의논하고 있었다.
저녁시간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지?’
강윤은 흔들리는 핸드폰을 들었다. 방산혁의 전화였다. 지금쯤이면 연습이 끝났으리라 생각한 강윤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팀장님. 저, 방산혁입니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강윤도 밝게 답했다. 방산혁은 밝은 목소리로 연습 결과를 이야기했다.
– 민아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엘보우 같이 근력이 필요한 안무도 무리없이 소화했고, 스탭에 턴까지…. 팀장님이 주아라고 생각하라는 이유를 확실히 알았습니다. 멋진 친구네요.
정민아라면 당연히 그런 말을 들을 줄 알았다. 예상했던 결과에 강윤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다행입니다. 혹시 민아가 버릇없게 굴진 않았습니까?”
– 아주 예의도 바르고, 싹싹한 친구더군요. 옛날에 주아도 참 착했는데….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팀장님 밑에 있는 가수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예쁘네요. 비결이 뭔지 묻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하하.”
이후, 방산혁과 강윤은 앞으로의 일정과 안무 등 일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산혁이 ‘정민아가 생각보다 안무를 잘 따라와서 자신의 욕심을 더 반영하고 싶다’고 말하자 강윤은 대중성과 난이도를 모두 고려해 균형 있게 안무를 만들어 달라 부탁했다.
– 걱정 마십시오. 모두를 기절시킬 정도의 안무를 만들어 보일 테니까요.
“당연히 믿습니다.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입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강윤은 방산혁과의 통화를 마쳤다.
통화가 끝나고, 옆에 있던 이현지가 말을 걸어왔다.
“방 단장인가요?”
“네. 민아가 오늘 연습 너무 잘해서 만족했다는 군요.”
강윤은 안무에 더 욕심을 내기 시작한 방산혁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민아의 실력에 놀라 더 화려한 안무를 짜보겠다는 그의 말에 이현지도 눈을 빛냈다.
“좋은 일이네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너무 욕심내면 산으로 갈 수도 있는데….”
비보잉 위주로 쏠리다 보면 대중들의 바람과 동떨어진 안무가 나올 수도 있었다. 정민아가 보여야 할 안무는 비보잉 안무를 맛깔나게 섞여야 하는 게 요점이었다.
강윤도 이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님 말이 맞습니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춰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사님 말대로 의욕이 넘쳐서 산으로 가면 곤란하니까요.”
“역시 행동이 빠르네요. 하긴. 사장님은 그런 감각하난 누구보다도 나으니까 걱정할 것도 없었네요. 우린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죠.”
이현지는 다시 컴퓨터로 눈을 돌렸다. 모니터에는 에디오스의 팬카페, 아리에스의 메인화면이 펼쳐져 있었다.
정혜진은 그곳의 관리자 계정으로 로그인한 상태였다. 그녀는 관리자 계정으로 이곳저곳을 클릭하더니 한주연의 동영상으로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때 이준열과 함께 루나스에서 듀엣 공연을 했던 그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며 정혜진이 보고했다.
“아리에스에 올라온 영상만 조회수로 8백만에 육박합니다. 덕분에 팬카페에 방문자수도 엄청나게 늘었죠.
“….그때 듀엣이 대단하긴 대단했네.”
정혜진의 보고에 이현지는 혀를 내둘렀다. 크리스마스가 지났고,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봐도 엄청난 조회수였다. 지금도 간간이 문의가 올 만큼 한주연과 이준열의 듀엣은 대단했다.
세계 최대의 웹 동영상 전문 사이트 ‘튠’에서도 한주연의 듀엣 관련 동영상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모든 영상들의 조회수를 합치면 2천만은 가볍게 넘어갈 정도였다. 에디오스는 죽었어도 한주연은 살아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강윤은 정혜진의 보고를 모두 듣고는 차분히 답했다.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크리스마스 공연 이후, 주연이 사기도 많이 올랐고, 에디오스 전체 분위기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죠.”
“사장님. 이렇게 된 바에야 주연이 스케줄도 더 잡아보는 건 어떨까요? 탄력 받았을 때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현지의 제안에 강윤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랬으면 좋았겠죠. 하지만 그때의 성공은 이준열과 한주연이 함께 듀엣을 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솔로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아무리 가수 세디와 우리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지만, 듀엣으로 앨범을 낸다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잘못하면 에디오스의 주연은 사라지고 듀엣가수 한주연이 남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문제니까요.”
“하긴. 세디하고 콜라보가 쌔긴 쌨어요.”
“강렬했죠. 어차피 나중에 또 하게 될 겁니다. 두 사람이 통하는 맛을 알았으니 못 막습니다.”
강윤의 확신에 이현지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필 꽂힌 가수는 하늘이 무너져도 못 막는 법이니까요. 우리가 무슨 수로 막겠어요.”
“적절한 비유네요.”
“휴우. 결국 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거군요. 에디오스가 커져야 한주연도 다른 유닛으로 움직일 수 있을 테니….”
이현지가 작게 한숨을 짓자 강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맞는 말이라는 뜻이었다.
최근 강윤은 한주연에게 유명 트레이너들을 초빙해 붙여주었다. 한주연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했지만, 강윤은 스승에게 배우는 것이 낫다며 그녀를 설득했다.
가르침을 받은 이후, 한주연의 실력은 점점 늘어갔다.
한주연에 대해 이야기를 끝내자, 정민아 솔로앨범에 대한 홍보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오늘, 그들을 늦은 시간까지 남게 한 주범이기도 했다.
정혜진은 팬클럽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정민아에 대한 의견들을 보여주었다.
– 민아예비신랑 : 우리 민아 언제 나옴?
– 정민아바라기 : 한주연도 나오는데, 왜 민아는 안 나오는 겨? 부들부들
– 연참만만세 : Zzzzz….
– 오늘만사는남자 : 미나보구시푸….ㅠㅠ
팬클럽에 올라온 글에서는 정민아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바람이 가득했다.
한주연의 영상이 나오고, 이삼순의 예능 출연, 모던파머의 예고가 나간 이후라 정민아에 대한 바람은 더 했다.
이현지가 말했다.
“오늘부터 홍보 시작할게요.”
“알겠습니다. SNS에도 자연스럽게 소문이 나야 하니 잘 부탁드립니다.”
“네. 최대한 자연- 스럽게.”
강윤은 이현지의 답에 만족하며 홍보에 필요한 서류들을 넘겨주었다.
그렇게 그날 자정 12시.
에디오스의 리더, 민아의 디지털 싱글에 대한 정보가 팬클럽에 올라갔다. 그리고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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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데도 볼만한 건 하나도 없네.”
이효진은 채널을 돌리며 투덜거렸다. 불타는 금요일이 돌아왔지만 오늘따라 약속도 없었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TV와 노는 일이었다.
그러나 TV도 오늘따라 즐겁게 놀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TV가 즐거운 것을 보여줄 때 까지 리모컨으로 괴롭혀댔다.
‘어? 이건 뭐야?’
이효진의 채널을 돌리던 손놀림이 OTS 채널에서 멈췄다. 모던파머라는,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시작되며, 나오는 젊은 출연진들이 그녀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엄마, 이거나 볼까?”
이효진은 소파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알아서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광고가 끝나고, 방송이 시작했다.
“뭐야, 이건?”
출연진들은 대부분 여자였다. 그녀들은 내리자마자 핸드폰도 반납하곤, 폐가에 들어가 몸빼바지로 갈아입어야 했다. 그게 우스꽝스러운 자막과 함께 나가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그러나 까다로운 이효진에겐 그리 웃긴 장면이 아니었다. 농촌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돌들이 생고생하는 내용이었다. 사서 고생하는 모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녀로서는 거북한 방송이었다.
‘딴 데 봐야지.’
이효진은 이내 리모컨을 들었다. 하지만 특별히 생각나는 방송이 없었다.
그가 채널을 돌리기 위해 리모컨을 든 그때, TV에 경운기가 등장했다. 여자 출연진들은 몸빼 바지를 입고 춤을 추며 기쁨을 표했고, 가장 연장자인 송학태는 곧 낑낑대며 경운기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참을 실갱이 했지만, 경운기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제가 한번 해볼게요.”
제니가 나서더니, 뜨거운 물을 망설임없이 부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엔진에 그런 물을 부으면 어떻게 하나부터 이거 물어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제니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입했다.
그녀가 막대기를 세차게 돌린 이후였다.
경운기가 덜덜덜 굉음을 내며 힘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허허…!! 쟤 뭐야? 완전, 완전 대박!! 에디오스 제니 아냐?!”
에디오스라면 미국에서 완전히 실패했고, 재계약도 다른 곳이랑 했다는 이야기를 제외하곤 아무런 소식을 들은 적이 없는, 소위 ‘고인이 된 아이돌’, ‘고인돌’이었다.
제니는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도시 처자 같은 얼굴로, 경운기를 운전하는 포스까지 드러냈다. 너무도 익숙하게 운전을 하는 손길에 출연진들은 ‘언니, 달려!!’를 외쳐댔다. 연장자까지 인정하게 만드는 모습에 이효진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거 재밌는데?”
그때 부터였다. 이효진은 채널 옆의 소리버튼을 키우며 몰입감을 키워갔다.
어느새, 그녀 뒤에 있던 어머니마저 소파에서 일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곤 온 신경을 TV에 집중했다.
모던파머에 출연한 출연진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었다. 큰 덩치의 방송인 강현미부터 최고 연장자지만 시골에서는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송학태, 최근 잘나간다는 아이돌 그룹 걸드레스의 멤버들 미리와 지영 등….
신인과 인지도 있는 스타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었다.
그 중 백미는 제니였다.
“…저 애는 시골에서 살았었니? 무슨 손길이 저리 익숙하데?”
“…몰라.”
이효진과 그녀의 어머니는 제니의 외풍 대처와 아침 밥상 차리기에 눈을 껌뻑였다. 도무지 에디오스라는 세련된 가수의 이미지와는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다. 쇼크였다.
“제니는 무슨, 삼순이야 삼순이!!”
“푸하하하하!!“
완벽한 시골소녀가 되버린 이삼순의 매력에 이효진과 어머니는 내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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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파머 첫 방송이 끝난 이후, 자정.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제니 경운기
2. 제니 모던파머
3. 제니 삼순이
4. 제니 본명
5. 일연참
모던파머는 동 시간 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 중 최고의 캐릭터, 제니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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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은 희윤을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와 있었다.
지금쯤이면 희윤은 이미 미국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빠 일을 도와야 한다며 한국에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자신 때문에 개강 출석도 잊어버린 동생에게 강윤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생만 시키다 보내는구나.”
“에이.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희윤은 오빠의 손을 꼭 잡았다.
“한국 와서 회사 사람들도 만났고, 곡도 마음껏 써봤어. 아주 즐거웠어. 졸업하면, 제대로 작곡 활동을 해보고 싶어졌어. 오빠랑 뮤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
“1년 남았구나. 알았어. 열심히 공부하고 와.”
“알았어. 그럼 밥 굶지 말고.”
“오빠 걱정은 안 해도 괜찮아. 희윤이도 건강하고.”
강윤은 희윤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녀는 그 손길이 좋았는지 부드럽게 웃었다.
“오빠. 레이나가 할 말 있데.”
“레이나가?”
레이나가 강윤에게로 다가오자 희윤은 두 사람에게 조금 멀어졌다. 두 사람이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라는 배려였다.
레이나는 바쁜 시간 중에도 자신에게 시간을 내준 강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게다가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해준 이는 그가 처음이었다. 덕분에 자신감이 확실히 붙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정식으로 브로드웨이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희윤이하고 친하게 지내줘.]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봬요.] [조심해서 가.]강윤은 손을 흔들었다. 레이나도 짐을 들었다. 그때, 그녀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제가 정말 크게 성공하면 여기에 투자할게요.]강윤은 눈을 껌뻑였다.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무시하지 않고 답했다.
[미국에 좋은 회사들 많을 텐데, 왜 여기에 투자해.] [느낌이 좋아서요. 사람들도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최고랄까?] [어이고. 감사합니다.] [하하하하!!]레이나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곤 다시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투자하겠다는 말, 농담 아니에요. 진짜로 제가 능력이 생기면 여기에 투자를 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회사는 비싸질 거야. 만만치 않을걸?] [제 돈도 많아질 테니 상관없어요.] [하하하.]강윤도 그녀의 유쾌한 발언에 크게 웃었다.
대화가 끝나자, 희윤이 다시 다가왔다.
“오빠, 그럼 나 이제 갈게.”
“도착하면 꼭 전화하고.”
“응.”
희윤은 강윤을 가볍게 끌어안고는 안으로 사라졌다. 레이나도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을 배웅한 강윤은 이현지가 빌려준 차를 운전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강윤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 사무실로 복귀했다.
그런데, 이현지도, 정혜진도 없는 사무실을 다른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었다.
“여어, 이강윤 씨!! 오랜만?!”
“너… 연주아?”
“히힛. 안녀엉?”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비니모자를 눌러쓴 주아가 강윤에게 씨익 미소 짓고 있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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