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43
44화 – 단 한 번의 싱글(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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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44화 – 단 한 번의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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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컴백무대를 논의하기 위해 강윤은 SBB 방송국을 찾았다. 음악나라 양상철 PD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양상철 PD는 자리에 없었다. 집안에 일이 생겼다며 반가를 내고 자리를 비운 것이다.
“죄송합니다. PD님 오시면 말씀 전해드릴게요.”
강윤을 빈손으로 보내는 음악나라 작가는 연신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훈의 팬인 영향이 컸는지, 그를 다시 복귀시켜 준 강윤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강윤은 배려에 감사하다며 메시지 전달을 부탁했다.
‘자기가 있다고 해놓고선…’
웃고 있었지만, 강윤은 짜증이 났다. 집안일이라니 별 수 없었지만 결국 바람을 맞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화를 내봐야 별 수 없었다. 그는 털레털레 1층으로 내려와 로비를 나섰다.
“어이, 어이!!”
그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풍성한 덩치를 자랑하는 송태진 작가가 있었다. 그녀는 강윤을 보자마자 반갑다며 달려와 그의 등을 거세게 두드렸다.
“강윤이!! 여긴 웬 일이야? 누구 만나러왔어?”
“오랜만입니다, 누님. 양상철 PD 좀 만나러 왔었어요. 바람 맞았지만… 누님은 여전하시네요.”
그녀의 과격한 애정표현을 타박하며, 강윤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송태진 작가는 호탕하게 웃으며 가벼이 넘겼다. 그녀는 여전했다.
“강윤이가 바람을 맞아? 하하하!! 웃기는 일이네. 아무튼 오랜만이야, 강윤이. 요즘 사업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재미는요. 이제 걸음마 간신히 뗀 수준이죠.”
강윤의 겸손한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들은 게 있는데. 지난번은 에디오스하고 재계약했고, 이번에 데뷔한 신인은 1위 후보라며? 나 다 들었다? 매니저 시절에 찔찔대던 놈은 어디로 간거야? 이거 완전 난놈이라니까?”
송태진 작가는 기뻤는지 연신 강윤의 등을 두드려댔다. 그 따가운 손길에 정감이 느껴져 강윤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난 놈이라니요. 아직 멀었죠.”
“잘난 척이라도 해라. 재미없게. 아무튼, 밥은 먹었어?”
강윤이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이라는 말에 송태진 작가는 그를 잡아끌다시피 하며 자신의 차에 태웠다.
그녀가 강윤을 데리고 간 곳은 방송국이 있는 등촌동에서 유명한 칼국수집이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아한 분위기를 따지는 송태진 작가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두 사람은 창가로 자리를 잡고는 칼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송태진 작가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곤 말문을 열었다.
“요새 제니가 뜨더라. 예능 쪽 작가들 만나면 요즘 난리도 아냐.”
“어떻게 이야기하던가요?”
“당연히 같이 방송하고 싶다 난리지. 제니, 이삼순. 큭큭큭. 이름이 삼순이가 뭐냐. 하하하하!!”
삼순이라는 이름을 언급만 해도 웃겼는지, 송태진 작가는 계속 입을 가렸다. 그러다가, 그녀는 의자를 강윤쪽으로 끌어당기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윤아, 혹시, 제니같이 좋은 캐릭터 없을까?”
“저희 쪽에 배우는 없는데…”
“내가 필요한 건 아닌데… 아, 여, 역시 무리겠지?”
송태진은 그녀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강윤은 의아해하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생각을 굳혔는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이조아 케라’라는 3년 전에 만들어진 오후 3시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이야. 나랑 친한 작가애가 여기 대본을 쓰고 있거든. 그런데 메인 MC가 안구해진다고 하소연하지 뭐니.”
“…..”
강윤은 멍해졌다. 설마 어린이 프로그램의 섭외건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강윤은 더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어린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케릭터를 원하시는 거죠?”
“응? 할 만한 사람이 있어?”
“일단 들어는 봐야하지 않겠어요? 누님이 이상한 거 권할 리는 없을 테고.”
강윤의 말에 송태진의 눈이 기쁨의 기색이 돌았다.
“역시!! 우리 강윤이는 다르다니까!!”
송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걸, 말리며 강윤은 프로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기분을 가라앉히곤 프로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계약이 끝나면서 남자와 여자 MC 모두가 바뀌거든. 남자MC는 섭외가 끝났는데 여자 MC가 문제야.”
“남자 MC는 누구인가요?”
“타요.”
“네? 혹시 타요라면 그 김찬성?”
“맞아.”
강윤은 깜짝놀라 눈을 번쩍였다. 그가 알기에 타요는 여러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초로 활약하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인이었다. 그런 그가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온다니. 어린이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고려해볼 때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출연료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알았는지, 송태진은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타요가 이번에 곧 아빠가 된다면서 애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배워야 한데. 그래서 이건 봉사 개념으로 하겠다고 나섰지. 그쪽 섭외팀도 대단해. 어떻게 보면 낚시인데.”
“배우는게 없진 않겠죠. 그래도 대단하긴 하네요. 타요도, 제작진도.”
“뭐, 덕분에 그 후배도 이번에 제대로 뽑아내겠다고 벼르고 있어.”
개요를 모두 들은 강윤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을 해서 얻는 효과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인지도는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특이한 걸로 따지면 최고네.’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복잡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린이 관련 방송을 한다 해도, 어린이들의 인지도만 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에게서의 지지도 함께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맑은 이미지도 얻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타요와의 인맥은 엄청난 보물이다.’
방송인 타요의 또 다른 별명은 연예계 마당발이다. 그와 친해질 수 있다면 여러 각도로 인맥을 뻗어갈 수 있었다. 타산적으로 생각해도 남는 장사였다.
5일 분량을 하루에 찍어야 하니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출연료도 적다. 그러나 공중파, 게다가 어린이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부모님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다.
결론. 남는 장사다.
강윤은 눈을 빛냈다.
“누님, 좋은 사람이 있어요.”
“진짜? 어떤 애인데?”
“이제 22살 된 애인데…”
“그래? 나이 딱이네. 아이돌이야?”
강윤의 말에 송태진 작가는 진한 관심을 가지고 그에게로 관심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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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지원하는 호.. 홍대 공연장들의 예약율은 2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반면에 루나스의 예… 예약율은…”
여자 비서는 보고서를 읽어가다가 뒷부분에서 숨을 멈췄다. 문자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강시명 사장의 웃는 눈빛이 워낙 무시무시해서 글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요.”
“그… 그게…”
“계속해요.”
강시명 사장이 연신 재촉하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이어갔다.
“예… 예약율은 20% 이상 사.. 상승하였으며 지역 주민들의 이용률도 갈수록 즈… 증가하는…”
쾅!!
강시명 사장은 거세게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 소리에 여자 비서는 저도 모르게 꺅소리를 지르곤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러나 강시명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었다.
“…괜한 돈만 버리고 말았군요. 이 안건 낸 사람은 어떻게 했나요?”
“지.., 지시하신 대로 일반 사원으로 강등시켜 지방으로 발령을 보냈습니다.”
그녀의 말에 강시명 사장은 입가에 시린 미소를 머금었다.
“무능은 죄입니다. 모두에게 똑바로 전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여자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서둘러 사장실을 나섰다.
홀로 남은 사장실에서, 강시명 사장은 주먹을 꽉 쥐며 바르르 떨었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니 오기가 생기는군요. 어디 한번 해봅시다.”
그의 입꼬리가 한 쪽으로 거세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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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위 결정투표가 마감 되었습니다. 결과를 확인해봐야겠죠? 보여주세요!!”
SBB 방송국 음악나라의 MC 송태영은 한껏 들뜬 어조로 외쳤다.
TV에는 음원, 음반 판매점수의 합과 방송출연점수 등을 합해 결정된 1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생방송 문자투표 점수까지 합한 오늘의 1위는….!!”
무대 위의 사이키가 빛이 났다. 언급된 후보들 모두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결과를 기다렸다.
곧, 송태영의 입에서 그 결과가 터져 나왔다.
“3월 첫째 주 1위!! 축하드립니다!! 은하!!”
.
.
.
“모두 건배!!”
강윤은 월드 엔터테인먼트 식구들 모두에게 건배를 외쳤다. 김지민의 곡이 헤븐 차트에서 1위를 할 때 이상으로 기쁜 날이었다. 데뷔한지 한 달이 조금 넘은 뒤에 이룬 쾌거였다.
항상 엷게 웃고 다니는 강윤이었지만 오늘은 더더욱 크게 웃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기뻤는지, 입가가 찢어질 듯 했다.
“…아저씨, 입에 파리 들어갈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정민아가 장난을 쳤지만, 강윤은 다 괜찮다며 웃어 넘겼다.
“지민아. 축하해.”
“감사합니다, 재훈 오빠.”
김지민은 김재훈에게서 축하를 받으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시상식에서 모든 감정을 털어냈기에 이젠 안정된 모습이었다.
김재훈에 이어 이현아를 비롯한 소속 가수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모두의 축하를 받으니 김지민은 얼떨떨하면서도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평소의 돼지고기는 온 데 간데 없고 소가 테이블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블링을 뽐내며 모두의 혀끝에 녹아들며 환상적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정민아와 미성년자인 김지민을 제외하고 술도 한두 잔씩 돌았다.
“아저씨, 술 안 드세요?”
강윤의 빈 잔을 발견한 정민아의 물음에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왜요? 한잔 드시지…”
정민아의 물음에 강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사실, 정민아나 김지민이 술을 마시지 않아 첫잔을 빼곤 입에 대지 않았다. 사장이 술을 잘 마시지 않으니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무리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회식은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전화를 받기 위해 강윤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정민아가 혼자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녀에게 이현아가 술병을 들고 다가와 앉았다.
“어… 언니?”
“한잔 할래요?”
“아, 네. 술은 안 되지만…”
“받기만 해요.”
이현아는 정민아에게 잔을 채워주었다. 정민아도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채워주었다. 잔을 부딪치곤, 이현아는 단번에 시원하게 넘겼고, 정민아는 입에만 가져갔다.
“떨리겠어요.”
“그렇죠. 혼자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니까요.”
함께 잔을 기울였지만, 정민아나 이현아는 어색했다. 강윤을 놓고, 계속 부딪쳤던 두 사람이었다.
그래도 술의 힘은 무서웠다. 조금씩 두 사람의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먼저 언니인 이현아가 입을 열었다.
“혼자는 떨리죠. 내 편이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니까요.”
“그쵸? 댄서들도 같이 오르긴 하지만, 내 편이라기보다 협력자 같은 느낌?”
“어? 나 그 느낌 알 것 같아요. 다른 가수들하고 무대에 오르면 그런 느낌 드는데.”
무대 이야기부터 시작하니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었다. 가수들은 가수였다. 댄스가수와 보컬리스트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가수들이었다. 두 사람은 무대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며 조금씩 술잔을 기울였다.
그들의 모습에 이미 친해진 이차희와 서한유가 어이가 없다며 속삭였다.
“언제는 잡아먹을 것 같이 으르렁대더니.”
“제 말이요.”
하지만 그들의 말은 듣지 못했는지, 이현아와 정민아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하하하!! 언니도. 그때 그러면 진짜 살수차가 와서 물을 뿌렸다고요?!”
“말도 마, 말도. 설마 진짜 살수차까지 동원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니까? 수영장에서 공연하는 줄 알았어.”
“완전, 완전.”
술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미 두 사람은 의기투합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정민아와 이현아의 사이를 걱정하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런 모습에 ‘단순한 것들’이라며 혀를 찰 정도였다.
그렇게 그들이 쌈까지 넣어주며 애정을 과시할 때였다.
“…이 놈의 PD는 밤늦게 전화를 해가지고는.”
강윤은 작게 한숨을 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음악캠프 양상철 PD와의 늦은 통화는 피로를 쌓이게 만들었다.
자리로 돌아오니 마침 이현아 옆에 자리가 비어있었다. 강윤은 신발을 벗었다.
그때, 정민아가 상석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자리를 빈 자리로 만들었다.
“아저씨. 이쪽으로 오세요.”
“어?”
그녀의 행동에 이현아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아 씨, 이러기에요?”
“네? 제가 뭘요?”
정민아의 너무도 당연하다는 표정에 이현아가 발끈했다. 두 사람의 눈에 다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아이고, 머리야.’
강윤은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조용한 서한유 옆으로 가버렸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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