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45
44화 – 단 한 번의 싱글(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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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봄날, 애인분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 싶으신 여성분들, 모두 이쪽으로 오세요. 거기, 코트 입으신 아름다운 여성 분. 이쪽으로 한번 와 보시겠어요?”
주세나는 판촉 사원으로 화장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코트를 입은 여성은 주세나의 부드러운 미소에 넘어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주세나는 그녀에게 칭찬세례를 하며 곧 화장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주세나의 화려한 말솜씨는 주변 많은 여성들을 홀려 몰려들게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판촉 사원을 관리하는 남자 직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도 어린데 참… 싹싹하게 일도 잘해.’
주세나는 작은 키, 가녀린 체구라는 핸디캡에도 힘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직원들의 사랑을 받으니 여직원들의 질투가 심할 법도 했지만, 그녀는 특유의 사회성으로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말 그대로 분위기 메이커였다.
연신 주세나를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뚱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는 주세진에게로 향했다.
‘쟤는 쌍둥이라면서 저 따위로 일하지?’
주세나가 사람들을 끌어오면 주세진은 제품에 대해 설명하며, 파는 일을 했다. 주세나가 손님을 받아 주세진에게 넘기면 물건을 파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주세진은 의욕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손님이 물어봐도 대충대충 몇 마디 하다가 보내버리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결국, 수십 명째 손님을 그냥 보내버리는 모습에 남자 직원은 주세진에게 한 마디 했다.
“이봐, 세진 씨. 손님을 그냥 보내버리면 어떡해? 일단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
“손님이 안산다는데요?”
남자 직원은 기가 찼다. 안산다고 그냥 보낸다? 그게 영업사원이 할 소리인지!!
“…아니, 일단 몇 번 더 권해보기는 해야 하잖아.”
“생각 없다는데 꼭 말을 해야 하나요?”
“….뭐어?”
어이가 없었다. 남자직원은 도무지 저 주세나와 이 주세진이라는 녀석이 쌍둥이라는 게 믿기질 않았다. 그럴거면 돈 주고 아르바이트 생을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할 말이 더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지긋이 주세진을 쏘아보다가 덤덤한 얼굴에 시비를 걸었다.
“…일단, 거울부터 봐바. 세진 씨 보면 손님들이 물건을 사려 하겠어?”
“제 표정이 어떻다고 그러십니까?”
“아니, 웃어야 할 거 아냐? 웃어야?”
주세진도 점점 짜증이 쌓였다. 물건이 안팔리는게 자기 탓인가? 손님이 안산다는데 어쩌라는 건가? 그러더니 이젠 표정으로 시비라니.
이런 불합리, 참을 수 없었다.
“…에이.”
주세진은 작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 말이 들렸는지 남자 직원이 그를 붙잡았다.
“이봐, 세진 씨. 지금 뭐라고 했어?”
“거울 보러 가는데요? 이것도 잘못입니까?”
“뭐야?!”
드디어, 남자 직원의 뚜껑이 열려버렸다.
거리 한복판에서 남자 직원과 주세진의 거센 살풀이가 시작되었다. 남자 직원은 주세진의 멱살을 잡았고, 주세진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야? 싸워?”
“아, 시끄러.”
결국 물건을 사고자 했던 사람들조차 그 곳을 떠나버렸다. 남은 사람들은 싸움구경을 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주세진은 빠르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거리에 침을 떡하니 뱉곤 판촉장을 떠났다.
“주세진!!”
주세나가 그를 불러댔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결국 그녀는 주세진과 달리 일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거처인 옥탑방으로 향했다.
주세나는 힘겹게 좁은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그녀 귓가에 익숙한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이…”
평소, 그 어떤 소리보다 좋아하는 기타 소리였지만, 지금은 가장 기가 막힌 소리였다. 주세나는 지친 몸에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며 옥상으로 내달렸다.
“세나야, 왔….!!”
주세나는 주세진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등짝 스메싱을 먹여 버렸다.
“야!! 아파.”
“넌 아파도 싸. 오늘 그게 뭐하는 짓이야? 하루 종일 일하면서 얼마나 난감했는지 알아?”
“…그 자식이 먼저 지랄하는데 어쩌라고.”
“네가 먼저 일 제대로 안했잖아. 한 소리 들을 만 했지. 언제까지 그렇게 애처럼 살 건데?”
“..에이씨.”
주세진은 인상을 쓰며 거친 소리를 냈다. 그러나 주세나는 전혀 기죽지 않고 그의 등에 연신 스메싱을 먹이며 잔소리 어택을 했다.
“에이씨? 야. 니가 먼저 서울 가자며? 그래서 원하는 대로 서울에 왔잖아? 그런데 이게 뭐하는 거야? 싸워대질 않나, 알바는 잘리질 않나.”
그 말에 주세진이 눈을 부릅떴다.
“그래, 너 말 잘했다. 우리가 서울에 온 목적이 뭔데? 가수 되겠다고 와 놓고선 지금까지 일만 하고 있잖아. 노래는 언제 할 건데? 우리가 노래하러 왔지 일하러 왔냐?”
“노래도 돈이 있어야 하지, 이 인간아!!”
당장 생활비도 못 버는 형편에 노래라니. 주세나는 동생의 철없는 말에 기가 찰뿐이었다. 당연히 그녀도 오디션도 보고, 명함을 준 사람에게 연락도 해보고 싶었지만, 생활고라는 괴물은 그럴 여유를 빼앗아갔다.
저 철없는 동생은 누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 몰라. 난 오디션 볼 거야.”
“주세진!!”
그렇게 두 사람의 거친 다툼은 그렇게 밤늦도록 이어질…
“야, 이 새끼들아!! 너네만 사냐!!!!”
…뻔 했지만, 주변의 항의 탓에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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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강윤은 김재훈과 전국 투어 콘서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김재훈은 자신이 생각하는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했고, 강윤은 그것에 살을 덧댔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도, 시기도 나오지 않았지만, 콘서트라는 말은 김재훈의 활기를 돋게 했다.
대화가 한창일 때, 스튜디오 문이 벌커덕 열리며 정민아가 달려 들어왔다.
“민아야.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강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민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강윤을 올려다봤다. 체력좋은 그녀가 연습이 아닌, 일상에서 숨을 몰아쉬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헉, 헉… 아저씨!! 이번, 이번에…”
“쉬었다 말해.”
“아니, 아니에요. 후, 후… 이번 컴백 스테이지, 케이블 밖에 없다는 거… 사… 사실이에요?!”
정민아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그녀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에디오스의 리더로서 팀원들의 마음을 잡아야 했기에 약한 마음을 숨겨왔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재훈도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라 동공이 확장되었다.
강윤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덤덤히 말했다.
“맞아. 사실이야.”
“네에?!”
정민아는 기가 막혔다. 그녀의 상식에 아이돌 가수가 방송무대 없이 컴백을 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공중파 3개 방송에서 컴백 스테이지가 없다니!!
“그, 그럼 어떡해요?! 혹시 시기를 미루는 건가요?”
“민아야. 일단 진정하자. 저쪽에 앉을까?”
강윤은 흥분한 상태의 정민아를 진정시키며 소파에 앉혔다. 얼굴을 보니 분장도 제대로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뮤직 비디오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온 게 분명했다.
‘부리나케 달려왔나 보네. 그럴만 하지.’
강윤은 정민아에게 차가운 물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단숨에 벌컥벌컥 넘기며 숨을 골랐다. 찬 물이 들어가니 진정이 조금 되었는지 정민아의 거친 숨이 조금은 잦아들었다.
김재훈이 대화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조용히 자리를 비우자, 그제야 강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방금 말했지만, 컴백 스테이지를 위한 방송무대는 하나밖에 없어. 공중파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거든.”
“…으으. 혹시 지민이 데뷔 할 때와 같은 전략인가요?”
혹시나 희망이 있을까란 생각에 물었지만,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지민이는 좀 더 시간을 오래 할당받기 위해 우리가 일부러 방송사 한 곳에서만 독점으로 컴백 스테이지를 만든 거였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우리가 주도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긴 힘들 거야.”
“하아… 그럼 어떡하죠? 컴백 스테이지 효과가 작은 게 아닌데…”
첫 주의 임펙트는 무척 컸다.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지 못 한다면, 성공도 쉽지 않을 터. 그런데 컴백 스테이지가 하나 밖에 없다니…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 있다지만, 약한 소속사 힘이 약해서 무대를 가질 수 없다는데서 오는 압박은 무서웠다.
그녀의 표정을 본 강윤은 확신어린 얼굴로 말했다.
“민아야. 이 부분은 나한테 맡겨. 이건 내 일이지 네가 걱정해야 할 게 아냐.”
“하지만… 지금 상황이…”
차마 정민아는 ‘그렇게 태평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강윤을 믿었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해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강윤은 차분했다.
“방송 무대보다 훨씬 좋은 무대를 준비해놨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걱정 어린 정민아의 눈이 조금은 미묘해졌다. 방송 무대보다 효과적인 무대라니. 하지만 불안을 잠식하기엔 아직 무리였다.
“아저… 사장님. 제가 잘은 모르지만, 우리 아이돌 가수가 괜히 방송 무대에 목숨 거는 게 아니라는 건 아시잖아요. 음악방송 출연료는 2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도, 출연으로 얻는 홍보 효과는 엄청나니까 서로 나가려고 하는 거잖아요.”
리더로서, 정민아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연습생 때의 왈가닥했던 모습과 오버랩되며, 이렇게 성장한 그녀가 강윤은 대견했다. 그는 정민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맞아. 우리 민아, 멋있네. 그런 생각도 다하고.”
“지…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강윤의 이런 부드러움이 좋아 정민아는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강윤도 그걸 알았다.
“민아야. 네 일은 뭐지?”
“저야… 가수니까 무대에 서서 사람들에게 멋진 무대를 선보이는 거죠.”
“그럼 내가 할 일은 뭘까?”
“아저씨요? 음….?”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소속사 사장님이니까, 가수가 잘 노래할 수 있게 해주는 거?”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떻지?”
“노래하기 힘든 상황이죠.”
“그걸 푸는 게 내 일이야. 너는 네 일에만 집중하면 돼. 이미 다 방법을 마련해 뒀어.”
“어떻게요?”
강윤의 이어진 설명에 정민아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되는지 약간의 근심이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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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이현지는 강윤이 올린 예산안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예상치 못한 자금이 들어가네요.”
강윤이 급하게 올린 예산을 보며 이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써야 합니다.”
“맞아요. 하지만…”
이현지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사실상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정민아를 보이콧하는 바람에 들어가는 예산 아닌가? MG 엔터테인먼트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사님.”
“아, 미안해요. 그 PD 나부랭이들 생각하다 그만…”
강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간혹 화끈한 면을 보이는 이현지를 마주하면 몸이 부르르 떨려오곤 했다.
“삼성동 엑스티홀? 이거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닐까요?”
이현지는 그녀대로 강윤에게 겁을 냈다. 차분하다가도, 화끈할 때는 백두산 폭발 급이었다.
엑스티홀은 대관료부터가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수용 인원에 교통까지.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최상급 시설이었다. 다이아틴 같은 최상급 아이돌 가수나 블록버스터 급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열리는 장소였다.
“이렇게 된 바에야 제대로 해야 합니다. 동원할 수 있는 인원들 모두 불러서 제대로 불을 당겨버리는 겁니다.”
“취지는 좋은데, 그 넓은 공간을 다 채울 수나 있을까요? 언제적 에디오스라고…”
이현지는 회의적이었다. 이제 산소 호흡기 졸업하고 자력으로 조금씩 숨쉬기 시작했다. 만약 거하게 벌린 쇼케이스에 빈자리가 많다면, 기자 탈을 쓴 하이에나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에디오스 부활은 커녕 스스로 묘자리 알아보는 것과 같았다.
그녀의 걱정에, 강윤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돈이 좋다는 게 뭐겠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야죠. 재훈이부터 지민이, 에디오스, 하얀달빛에 주변 인맥들도 동원하고… 그게 부족하다면 돈이라도 뿌려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생각입니다. 당연히 주가 되는 민아 공연은 말할 것도 없죠.”
“…쇼케이스 한 번에 거지꼴을 못 면하겠군요.”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이현지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살림을 하는 안주인의 마음은 이랬다. 하지만 강윤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과감하게 내질렀다.
“지금은 유보금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시점입니다. 에디오스가 안될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정이 힘든 것 뿐 입니다. 조금만 절 믿고 견뎌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면 방법이 없군요. 사장님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맞겠죠.”
사장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현지는 진한 한숨을 내쉬며 사장결재란 옆의 이사결재란에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하는 그녀의 손이 가늘게 흔들렸다.
‘…내 그 PD들 다 요절을 내리라…’
서리와 관련 없는 계절이었지만 월드 엔터테인먼트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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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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