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46
44화 – 단 한 번의 싱글(4) >
팬들에게 알려진 주아의 취미는 여행이었다.
휴식기마다 주아는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한 도시들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찍은 사진들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며 반응을 지켜보는 것을 즐겼다. 간혹 고소를 부르는 글도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일은 즐거웠다.
그녀가 이번 여행지로 결정한 곳은 중국의 시안성이었다. 당나라의 수도이자 중국 최초의 통일왕국 진나라의 수도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 곳에, 매니저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랜 기간 촬영 중인 후배, 민진서를 만났다.
“우리 진서!! 간만이야.”
주아는 자신을 보자마자 달려와 가볍게 안기는 후배의 등을 다독였다. 키가 자신보다 한 뼘은 큰 후배였지만, 여전히 그녀에겐 귀여운 후배였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그래, 요 년아. 으이구. 어라? 썬텐 했니? 더 예뻐진 것 같다?”
“언니도 더 말랐어요. 다이어트 하셨어요?”
얼굴이 살짝 그을린 민진서의 모습에 주아는 웃었다. 칭찬으로 시작된 릴레이는 여느 여자들이나 똑같았다.
그녀가 아끼는 후배는 몇 되지 않았다. 회사에서 주아를 존경한다며 따르려는 연습생들이나 가수는 많았지만 눈에 차는 후배들은 거의 없었다. 실력이 되면 성격이 별로였고, 성격이 좋으면 독기가 없는 등 어딘가 부족한 후배들이 눈에 쉽게 찰 리가 없었다.
이 민진서는 드물게 모든 걸 갖춘 후배였다. 분야는 다르지만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후배 중 하나였다.
매니저가 자리를 비우고, 두 사람은 찻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로 활동하며 있었던 이야기들이 오갔다. 주아는 일본, 민진서는 중국이라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 활동하다보니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에피소드들과 함께 정보들이 오가며 웃음이 터지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진서야. 이번 영화 촬영 길다. 언제쯤 끝나?”
“모르겠어요. 배우가 또 바뀌어서…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
“에? 아직도?”
무슨 촬영이 이렇게 기냐며 주아가 한숨을 짓자 민진서는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죠. 영화라는 게 투자자 입장도 생각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가 바뀌거든요. 한국이나 여기나 그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너 같은 애를 이렇게 오래 한 곳에 너무 붙잡는 거 아냐? 계속 시안을 기반으로 움직이려면 피곤할 텐데. 상해로 가던가 해야지 원.”
주아의 말에 민진서는 옅은 웃음을 보낼 뿐이었다. 회사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을 만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한국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에디오스 이야기가 나왔다. 민진서도 에디오스가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에디오스 멤버들이 하나둘씩 활동을 재개했고, 결과가 매우 좋다는 이야기를 듣자 반가워했다.
“언니들 문제는 선생님이라면 어떻게든 해 줄 거라 생각했어요. 잘 되가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그 애들도 이제 제 자리 찾아가는 것 같아. 다들 편안해 보이더라고.”
“그래요? 조금… 부럽네요.”
민진서의 조금은 슬픈 표정에 주아가 조금은 안색을 굳혔다.
“왜? 너도 가고 싶어?”
“…언니. 저 촬영 있어서 가봐야겠어요.”
시계를 보더니, 민진서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 그런 말 없었잖아.”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꾸벅 인사하고는 카페를 나섰다.
“하여간. 쟤는 속을 알 수가 없어.”
홀로 남겨진 주아는 눈을 껌뻑였다. 민진서라는 후배의 속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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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자금을 투자해 엑스티홀 대여를 결정한 강윤은 홍보 전략 구상에 열을 올렸다. 세이스와 연계해 포털 사이트 메인에 제대로 쇼케이스에 대해 알리고, 각종 음원 사이트에도 광고를 올렸다. SNS와 연계하는 방식을 주로 썼던 기존의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홍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었다. 자금을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강윤과 정민아는 홍보 영상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갑자기 스케일이 확 커지는 기분이에요.”
조수석에 앉은 정민아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MG 엔터테인먼트 시절에도 엑스티홀이나 세이스와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그런 곳에서 쇼케이스를 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진출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강윤은 밀린 사거리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며 말했다.
“홍보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말했잖아. 맡기라고.”
“괜한 걱정 한 것 같아요. 방송무대, 까짓 꺼!!”
정민아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어려 있었다.
강윤이 믿고 맡기라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근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홍보를 준비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세이스라는 포털 사이트의 위력은 정민아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아저씨아저씨. 다음에는 트위서 같은 데랑 제휴해서 하면 어떨까요?”
“하하하. 그것도 괜찮겠다.”
이제 한국만 국한된 시대가 아니었다. 더 큰 무대를 노리자면 응당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이미 다수의 연예인들은 개인 계정, 공식 계정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밀린 거리는 쉽게 뚫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윤의 사이드 브레이크도 쉽게 풀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차가 많이 막히네.”
스케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도로에서 시간을 흘리는 건 사양이었다.
그때, 정민아가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는 여성 DJ가 편안한 음성으로 음악에 대해 소개하며 과거의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목소리 좋네.”
“그쵸? 저도 그 생각했어요.”
라디오 DJ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정민아가 말했다.
“리스가 라디오 DJ에 관심이 있어요.”
“리스가? 하긴, 그 애는 조근조근 말하는 걸 좋아하긴 했지. 한유도 그렇고.”
“맞아요. 가끔 둘이 저러고 노는데 디게 웃겨요. 한 번도 못 보셨죠?”
이른바, 디제이 놀이라 했다. 멘트 연습할 때도 좋고, 장난칠 때도 좋다며 둘은 그러고 논다 했다.
“건전하게 노네. 넌 뭐하고 노니?”
“저요? 레슬링?”
“…혹시 초크슬랩 같은 기술 거는 그거니?”
“당연하죠.”
너무도 태연히 들려오는 답에 강윤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사… 상상하면 안 돼!!’
프로 레슬링을 그냥 하겠나? 갑자기 비키니 같은 타이트한 레슬러 복장을 한 정민아를 상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정민아가 결정타를 날렸다.
“삼순이하고 같이 놀면 재미있어요. 그 애가 운동 신경이 좋거든요. 엎치락뒤치락 하다보면 하루 스트레스가 쫘악…”
“……”
“아저씨? 얼굴이 빨개요?”
너 때문이야.
강윤은 차마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
.
.
쇼케이스 날짜는 3월 3주차 목요일이었다.
KS TV에서의 컴백 스테이지와 겹치는 날이기도 했다.
덕분에 강윤이나 정민아, 심지어 회사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 이현지까지 모두 나섰다. 강윤은 정민아와 함께 움직였고 이현지는 엑스티홀에 먼저 가서 세이스 관계자들과 쇼케이스 준비를 위해 엑시티홀로 향했다.
강윤은 지금, KS TV 대기실에 있었다.
“후우, 후우.”
드레스 리허설을 마친 정민아는 컴백 스테이지 촬영을 기다리며 심호흡을 했다. 강심장을 가진 그녀였지만, 오랜만에 서는 무대는 긴장을 불러왔다.
강윤은 그녀와 적당히 떨어져서 홀로 마음을 다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정민아가 강윤을 불렀다.
“아저씨.”
평소라면 한 마디 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윤은 바로 다가갔다.
“…왜?”
“히히. 뭐라 안하시네요?”
“…무슨 일인데?”
“히히히히. 그냥요.”
강윤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 나름대로 긴장을 푸는 방식이라 생각하고 이해했다.
“저 잘할 수 있겠죠?”
“당연하지.”
“……”
정민아는 흔들림 없는 강윤의 눈을 마주했다. 그렇게 잠시, 두 사람은 눈을 마주했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아 씨!! 본 무대 준비 해주세요!!”
“네!!”
정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 볼까?”
“네.”
두 사람은 함께 무대로 향했다.
강윤을 뒤로 하고, 정민아는 조심스럽게 무대로 올랐다. 녹화 스테이지였지만, 이미 밑에는 팬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아…’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에 띈 것은 플래카드였다. 그녀는 한쪽에 팬클럽들이 들고 있는 메시지들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 민아야!! 기다렸다!!
– 나 군화 안 꺾었다
– 사랑한다 정민아♡
.
.
수많은 메시지가 있었다. 정민아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혹여나 아무도 몰라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의 귀로 PD의 말이 들려왔다.
– 민아 씨. 곧 무대 시작할게요.
정민아는 바로 무대에 섰다. 둘러보니 이미 댄서들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위치에 섰다.
그녀가 준비를 마치자 브라스 소리가 무대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 Ah ah ah ah ah Come on – Come on Ah ah ah ah ah Come on do it
정민아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볍게 리듬을 타며 몸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보잉의 콤비네이션을 연상케 하는 스텝을 밟아가며 가볍게 웨이브를 탔다. 그녀의 가는 허리가 웨이브를 타며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갔다.
남자의 힘, 그리고 여성의 선까지 두루 갖춘 퍼포먼스였다.
‘뭐지?’
‘있어 보이는데?’
타 가수의 팬들도 언니 포스를 뿜어내는 정민아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 서두르지 마 언제까지나 기다릴게 —
이제 초반 포인트였다. 정민아는 스태프를 밟아가다 팔꿈치를 바닥에 대며 몸을 거꾸로 일으키곤, 다리를 사선으로 뻗었다. 비보잉의 파워무브, 엘보우였다.
“꺄아아악!! 저거 뭐야?!”
“완전, 완전!! 대박!!”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그 한 번에 이미 여자들은 대부분 넘어갔고, 남자들은 정민아의 에너지와 은근히 내비치는 여성미에 입을 벌렸다.
정민아와 함께 하는 댄서들도 어려운 안무를 선보이며 정민아를 돋보이게 해 주었다.
점점 노래가 진행 될수록, 관객들은 들고 있던 풍선이며 핸드폰들을 들며 소리를 높였다.
“우와아아—”
소위, 쎈 언니 캐릭터는 특정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남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정민아는 그 쎈 언니 캐릭터와 남자들이 좋아하는 섹시미를 가진 캐릭터의 중간에 있었다. 그렇다고 어중간하지도 않았다. 스스로의 개성이 있었다. 무대 의상도 심한 노출보다 언뜻언뜻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 눈길이 더 가게 만들었다.
분위기는 계속 뜨겁게 타올랐다. 뜨거워지는 분위기 속에 관객들은 일어난 지 오래였고, 뒤의 스탭들 중에서도 춤을 따라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반응이 좋은데?’
강윤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컴백 스테이지라고 특별히 시간을 더 할당받은 것도 없었다. 말 대로 순수한 무대로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에디오스의 정민아가 보여준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오는 반전도 한 몫 했다.
절정을 넘어, 정민아가 허리에 손을 얹고 관객들을 돌아보며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그렇게 3분이 약간 넘는 컴백 스테이지는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정민아!! 정민아!!”
“한곡 더!! 한곡 더!!”
방송 무대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팬들도 다음 무대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정민아를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정민아는 난감해하다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 행동만으로도 관객들은 소리치며 환호했다. 뒤의 AD가 무슨 행동인지 몰라 달려 나왔다.
“더 보여드리고 싶지만… 다른 분들도 계시니까… 짧게 말할게요. 제 무대가 삼성동 엑스티홀에서도 있어요. 홍보는 원래 안 되지만, 방송무대에서 보여드리는 게 이게 마지막이라서… 혹시 관심 있으시면 그쪽으로 와 주시면 모든 걸 보여드릴게요. 끝나고 오시면 시간이 맞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정민아는 바로 AD에게 마이크를 넘기곤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러자…
“삼성동? 언제야?”
“7시다!! 쇼케이스야!!”
“방송무대는 왜 없데? 아, 너무 먼데!! 그래도 간다!!”
팬들이 보니 포털 사이트 ‘세이스’의 메인 화면에 ‘정민아 쇼케이스’ 배너광고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다음 무대가 있음에도, 팬들은 웅성거렸다. 그만큼 정민아가 보여준 임펙트는 컸다.
팬들에게 폭탄을 던져놓고, 정민아는 강윤에게로 왔다.
강윤은 그녀에게 수고했다는 말 대신, 거칠게 머리를 비볐다.
“아야야야!! 아저씨!! 왜 그래요?!”
“너, 진짜…”
생각 같아서는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여기서 홍보를 하다니. 정민아의 돌발행동에 강윤은 PD에게 사과했다. 다행히 방송무대가 더 없다는 걸 알고 PD는 이해해 주었다. 무대 반응이 워낙 좋아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강윤은 서둘러 방송국을 나섰다. 정민아는 엉망이 된 머리를 매만지며 투덜댔다.
“아아. 아저씨. 머리가 이게 뭐에요.”
“어차피 거기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다시 꾸밀 거야. 이 사고 덩어리야.”
“사고 덩어리라뇨!!”
정민아는 발끈했다. 덩어리라는 말에 민감한 그녀였다.
이미 무대 하나의 반응이 매우 좋아서 정민아는 마음이 즐거웠다.
그렇게 그들은 쇼케이스가 있는 엑스티홀로 향했다.
———————————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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