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48
45화 – 쉬어가는 라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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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45화 – 쉬어가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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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엑스티홀에서 열린 정민아의 쇼케이스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쇼케이스 이후 단 2주.
정민아의 활동기간은 무척 짧았다. 그 시간 안에 정민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스케줄도 꽉 들어찼다. 에디오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민아를 볼 수 있는 기간이 짧다며 팬들은 아쉬워했지만, 차후 에디오스 완전체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흥.”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이현지는 전화를 끊으며 코웃음을 쳤다. 그녀 옆에서 영수증을 처리하고 있던 정혜진 감정을 드러낸 이사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별 일 아닙니다. 사장님은요?”
“스튜디오 가셨어요. 아, 저기 오셨네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문이 열리며, 강윤이 들어섰다. 그는 스트링이 끊어진 기타를 들고 있었다.
“웬 기타인가요?”
“지민이 기타가 끊어져서요. 갈 시간도 없는 모양이라 갈아주려 합니다.”
“자상하시네요.”
강윤이 소파에 앉아 기타 스트링을 갈자, 이현지도 그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조금 전에 전화가 왔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SBB 방송국 김추연 CP에게 연락이 왔었어요.”
“음악나라 CP군요. 그렇게 찾아가도 보기 힘들던데. 무슨 일인가요?”
“이번 주에 출연을 민아가 음악나라에 출연을 해줬으면 하더군요.”
강윤은 기가 찼다. 필요할 때는 그렇게 찾아가도 얼굴도 보기 힘들던 사람들이었다. 그 때문에 거대 자금을 투자해서 다른 활로를 뚫어야 했다. 그런데 사람들 반응도 좋고, 보이콧이라는 역풍을 맞으니 이렇게 찾는 모습이라니.
“어떻게 할 건가요?”
“어차피 못합니다. 스케줄이 꽉 찼어요.”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방송이 중요하다 해도 한번 정해진 스케줄을 취소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큰 규모, 작은 규모를 따지기보다 먼저 잡힌 스케줄을 중시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철칙이었다.
“이제 방송사를 보이콧 하는 군요. 속이 시원하긴 한데, CP와 관계가 틀어져봐야 좋을 건 없죠.”
“모양새가 그렇게 되는 군요. 직접 통화하겠습니다. 실속은 확실히 챙길 테니까요.”
강윤은 바로 이현지가 건네준 번호로 전화를 했다. 많이 급했는지 몇 번 신호가 가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에서 전화를 받아들었다. 강윤은 상투적인 인사를 건넨 후, 용건을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민아 스케줄이 모두 잡혀서 이번 방송 출연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어떻게든 안 되겠습니까? 저희 사정도 고려를 해주시면…
김추연 CP는 조심스럽게 여론 이야기를 했다. 냄비 같은 여론이야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지만, 차후에 또 말이 나온다. 한번 말이 나왔을 때, 제대로 수습하고 싶었다.
그의 말에 강윤은 차분히 답했다.
“며칠만 일찍 연락을 주셨으면 가능했었는데… 죄송하지만 저희도 찾으시는 분들과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이번 일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그렇습니까… 이거 큰일이군요. 이거….
김추연 CP가 아쉬움을 말하기 전, 강윤이 답했다.
“대신, 저희 회사 이름으로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전략상 공중파 방송을 배제하고 인터넷 생중계를 했다고 말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을 강윤이 알아서 해주었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희야 감사하지요. 이번 일은 꼭 갚겠습니다.
“하루 이틀 일할 사이도 아니잖습니까.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합니다.”
– 걱정 마십시오. 추후에 식사자리 한번 마련하도록 하지요. 월드에 좋은 가수들이 많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나중에 뵙지요.”
월드 엔터테인먼트를 배려해주겠다는 말을 돌려 한 말이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통화가 끝났다.
강윤이 통화한 내용을 이야기하자 이현지는 조금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작자들은 더 당해도 싼데, 조금은 아쉽네요.”
이번 일로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현지는 눈썹을 가볍게 떨었다. 그 반응에 강윤이 웃었다.
“그것도 괜찮지만,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이 아니잖습니까. 미래를 봐야죠.”
“그건 그렇지만…. 아, 들어간 예산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는군요.”
이현지는 길게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다가 그녀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손바닥을 쳤다.
“맞다, 사장님. 1시간 전에 사장님에게 섭외가 들어왔어요.”
“저한테 말입니까?”
“네. 이세영이 진행하는 일상탈출, 2시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이에요.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내며 좋은 선곡으로 답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죠.”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아닙니까?”
“맞아요. 원래 아나운서들은 딱딱할 수 있는데, 이세영은 그런 틀을 많이 깼죠. 덕분에 청취율이 좋아요. 거기서 뮤즈를 원했어요. 원래는 둘 다 원했는데, 희윤 씨가 미국에 있으니 사장님 한 분이라도 괜찮다고 하네요.”
강윤은 이현지에게 날짜를 듣고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날짜도 좋네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연락하지요. 생방송이니까 준비는 어느 정도 해서 가셔야 할 거에요.”
강윤은 승낙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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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위치한 DLE 방송국, BCM 센터.
17층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아이조아 케라의 첫 녹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아, 너무 더워!! 쪼아 언니!! 여름 너무 더워요!!”
나비넥타이를 맨 타요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그와 마주하던 에일리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요. 아오, 더워.”
“아, 쪼아 언니. 우리 가위바위보해서 부채질 놀이 할래요?”
“그럴까요?”
“그럼, 가위바위보!!”
에일리는 가위, 타요는 보자기를 냈다. 타요는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시무룩해졌고, 에일리는 기쁜 얼굴을 했다.
“우와, 이겼다.”
“이이…”
타요가 시무룩하게 부채질을 시작했고, 에일리는 기뻐하며 부채질을 받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는 그녀의 얼굴은 환해졌다.
“한번 더해요!!”
“네, 다시. 가위바위보!!”
타요의 제안에 다시 승부가 이어졌다. 그가 승부욕을 불태웠지만, 이번에도 에일리가 승리했다. 그러자 타요는 잠시 눈알을 굴리더니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무릎을 쳤다.
“어? 아, 우리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가 봐요!! 친구들!! 기다려요!!”
타요는 그렇게 외치더니 한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에일리가 당황하며 외쳤다.
“어어? 같이 가요.”
에일리도 뒤를 따르며 카메라 안에서 사라졌다.
“컷!! 좋아요.”
김덕웅 PD는 잠시 녹화된 화면을 돌려보았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콤비가 걱정이 되었는지, 그는 화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하지만, 그림이 생각보다 잘 나오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음 씬 갑시다.”
스튜디오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세팅이 이루어질 동안, 에일리는 준비 된 자리에 앉아 다시 분장을 서둘렀다.
그런 그의 옆에 타요가 다가왔다.
“선배님.”
“앉아있어.”
에일리가 일어나려 하자, 타요는 괜찮다며 그녀를 제지했다.
“대본 맞춰 보려고 왔어.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출연료가 적은 어린이 프로그램이었지만, 타요의 의욕은 대단했다. 에일리는 대본을 꺼내들었다.
첫 대사는 타요였다.
“모두모두!! 준비됐나요?”
“준비됐어요!!”
타요의 외침에 에일리도 리얼하게 따라갔다. 에일리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건 일이었다.
“엄마랑 나랑 호흡을 맞춰서 신나게, 신나게!! 흔들어 주세요!!”
“준비 됐으면, 음악 나와랏!! 얍얍얍!!”
에일리가 달리기 모션까지 취하며 실제 하듯 리딩을 하니, 타요도 손뼉을 치며 실제 촬영에서 하듯 리딩을 했다. 타요는 열심히 하는 그녀에게 감탄하며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잘했어. 조금만 톤을 낮춰보는 게 어떨까?”
“알겠습니다.”
타요의 충고를 듣고, 에일리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리딩에 들어갔다.
“엄마랑 나랑 호흡을 맞춰서 신나게, 신나게!! 흔들어 주세요!!”
“준비 됐으면, 음악 나와랏!! 얍얍얍!!”
에일리의 톤이 낮아지자, 목소리가 듣기 좋게 조근조근해졌다. 마치 선생님 같은 어조였다. 그러자 타요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주 잘했어. 이 톤을 기억해둬.”
“네, 선배님.”
그때, AD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세팅 끝났습니다. 곧 촬영 들어갈게요.”
타요와 에일리는 알았다 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두 사람은 첫 촬영부터 대단한 호흡을 보이며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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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의 라디오 출연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오후 2시. 게다가 생방송이라 강윤은 점심도 대충 빵으로 배를 채우고 빠르게 방송이 있는 HMC 방송국으로 향했다.
강윤이 녹음이 있는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다른 라디오 방송이 녹음 중이었다. 스튜디오 앞에서는 그가 녹음할 프로그램의 PD 민희경과 메인 진행자 이세영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 안녕하세요.”
민희경 PD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윤을 맞아주었다. 이세영도 읽고 있는 대본을 내려놓고 강윤에게 인사했다.
“빨리 오셨네요.”
“제가 라디오는 처음이라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일찍 왔습니다.”
게스트에게서 보기 힘든 자세였다. 게다가 기업 CEO라 콧대가 높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태도라니. 민희경 PD는 속으로 매우 놀랐다.
“아, 여기 앉으세요. 그러면…”
그녀는 대본을 보여주며 오늘의 코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게스트인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연을 재미있게 읽는 능력과 상황에 맞는 선곡이었다. 강윤은 그가 읽을 사연들을 읽고 선곡을 생각했다.
이세영 아나운서와도 이야기하며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했다. 그녀는 강윤에게 뮤즈에 대해 묻고, 작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주로 물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정민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했다. 강윤은 그가 생각한 이야기를 하며 말을 맞춰나갔다.
그러다보니 금방 시간이 흘러갔다.
이세영 아나운서와 강윤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고, 곧 다른 게스트 배우 황윤혜도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녀는 촬영을 막 마치고 왔는지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2시가 되고, 스튜디오에 녹화중이라는 빨간불이 켜졌다.
“시작합니다.”
민희경 PD의 신호와 함께 준비를 마친 이세영 아나운서가 편안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 뉴욕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독특한 이름을 가진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에게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면 아이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겨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흔해 보이는 이름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 특별하고 좋은 뜻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존재라는 거죠. 여러분은 이름 뜻대로 잘 살고 계십니까? 일상탈출, 2시의 이야기. 이세영입니다.”
선곡한 곡이 흐르고, 그녀의 마이크에서 볼륨이 내려갔다. 생방송이 시작된 것이다.
스튜디오 안에서 본격적으로 멘트가 흐르자 강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목소리만 등장한다 해도 생방송은 등에 땀이 흐르게 만들었다.
노래와 광고가 끝나고, 이세영은 간단한 이야기와 함께 강윤을 소개했다.
“오늘은 특별한 초대 손님을 모셨습니다. 최근 히트곡 제조기로 떠오르는 분이죠. 뮤즈의 이강윤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강윤입니다.”
강윤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이세영 아나운서는 조근한 어조로 여러 가지를 물었다. 작곡을 어떻게 하는지부터 스타에 대한 것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된 정민아에 대한 것까지. 간단하게 물었지만 핵심이 되는 질문들이었다.
강윤은 편안한 어조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이미 질문을 맞춰놓아서 별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사연을 소개할 차례네요. 강윤 씨, 하나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익명으로 온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세영 씨. 저는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남자입니다. 연애 오년, 결혼 6년, 뱃속에 8개월 된 아이를 가진 유부남이죠. 이야, 부럽네요.”
“저도 그러네요. 강윤 씨는 애인 있으신가요?”
“아니오, 없습니다. 옆구리가 시리네요.”
“저런.”
황윤혜가 구인광고라도 내는 게 어떻겠냐며 가볍게 끼어들자 스튜디오에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강윤과 황윤혜는 좋은 궁합을 선보였다. 황윤혜는 연기자라 좋은 목소리로 연기를 했고, 강윤은 사전에 대본을 봤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푸웁!! 오해가 풀리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강윤 씨, 선곡 부탁드릴게요.”
“…아,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아내분이 다가오셨길 바라면서 곡 띄워드립니다. 한스가 부릅니다. 거짓말.”
이세영 아나운서의 매끄러운 진행과 함께 강윤도 부드럽게 라디오를 진행해나갔다.
그렇게 그날, 라디오 생방송은 잘 마무리 되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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