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5
3화 – 신인 기획(2)
“이런 평가들이야 나중에 충분히 만회 할 수 있어.”
평가서를 단번에 찢어버린 강윤 때문에 크리스티 안의 포커페이스는 단번에 깨져버렸다.
“춤 C. 춤은 아직이긴 하지. 노래 B. 이것도 아직은 크게 눈에 띄진 않아. 하지만 스타성 B. 이건 인정하기 힘드네.”
“스타… 성이요?”
크리스티 안은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아 갸웃거렸다. 연습생들이 자주 듣는 말이지만 말로 설명하기 모호한게 스타성이다. 외모를 비롯해 각종 복합적인 요소들을 합한 종합적인 요소들의 총체다. 덕분에 주관적인 요소가 무척 강해 말이 많은 요소이기도 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연습생도 스타성 부족을 이유로 데뷔를 못하거나, 데뷔를 했어도 뜨지 못할 때 스타성이 없다며 질타가 끊이질 않는다. 가장 평가하기 어렵고 언급도 쉽지 않은 요소였다. 누구도 쉽게 말을 하지 않는게 스타성이었다.
그런데, 강윤은 스타성을 언급했다. 자신이 그게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안은 의아했다.
“제가 스타성이 있다구요?”
“있어.”
“어떤 면에서 스타성이 있다 말씀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크리스티 안은 냉정했다. 강윤이 자신을 이렇게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누구도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가장 핫한 기획 프로듀서가 스타성이 있다 말했다. 두근거렸지만 마냥 기뻐 할 수도 없었다. 이유가 있을게 분명했다.
“일단 흔치 않은 요소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게 할 수 있지.”
“제가 혼혈이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한 몫하지. 이국적이면서 한국적인 얼굴, 그리고 묘하게 차가운 것 같으면서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 외모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고.”
“분위기요? 제가요?”
“아직은 부족하지.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지.”
강윤이 보기에 지금의 크리스티 안은 차갑기만 했다. 냉기를 풀풀 풍기며 사람들을 쳐내기만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줄 듯 말듯 밀당을 하며 조금씩 자신을 보여준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 과거에 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과거보다 조금은 더 주면서 더 아쉽게 만들면 더더욱 사람들을 안달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강윤은 더 큰 것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절 여기로 부르신 이유가…”
“아아. 내 팀에 넣으려고 부른거야. 그 이전에 가계약을 하려는 거지.”
크리스티 안은 눈을 감았다. 가계약…
가수가 되기 전, 그러니까 데뷔를 위한 팀에 들어가는 연습생들이 맺는 계약을 위해 부른 것이었다니. 혹시나 안좋은 일들이 있을까 가슴을 졸였건만 일이 좋게 풀리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어렸다.
“우니?”
“아, 아니에요. 그냥…”
“이제 겨우 시작인데.”
강윤은 티슈를 빼서 내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기쁨에 감정이 터진 크리스티 안은 민망했는지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았다. 그제야 살짝 웃으며 그녀는 편안하게 앉을 수 있었다.
강윤은 가계약 서류를 내밀었다.
“아직 미성년자라 부모님 서명이 같이 들어가야해. 집에 가서 꼼꼼히 체크해보고 부모님 도장과 함께 받아가지고 와. 법적인 부분에 대해선 부모님 조언도 함께 받아오도록 해.”
“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부모님 사인을 받을 수가 없는데…”
“왜? 무슨 일 있어?”
“부모님이 미국에 계셔서..”
“아, 맞다. 숙소에서 혼자 살지?”
크리스티 안은 미국에서 홀로 한국에 와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모두 미국에 있었고. 강윤은 그런 그녀를 위해 미국으로 서류를 보내겠다 이야기했다. 가계약은 부모님과 이야기 한 후 사인을 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맺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냐. 당분간은 원래 하던 대로 연습을 해. 조만간 팀을 차출해서 부를 거니까.”
“저 말고 다른 애들도 있나요?”
“더 뽑아야지. 지금은 네가 처음이야.”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크리스티 안은 90도로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얼굴로 들어와선 상기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아무리 미래의 대형 가수라해도 지금은 10대 소녀구만. 다음은 누구 차례지?”
설레는 얼굴로 나가는 크리스티 안을 보니 강윤은 신기했다. 미래의 가수들을 과거의 모습으로 만나는 즐거움은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것과 별개로 강윤이 만나봐야 할 사람은 많았다. 그는 바로 서류를 들고 연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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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원진문 회장의 집무실은 아무나 들락거리지 못하는 금지다. 취향에 맞게 너무 크지 않으면서도 검은 사무가구들이 멋들어지게 들어선 집무실은 원진문 회장의 일터이자 회사의 중요한 결제들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중요한 장소인 만큼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게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 그 곳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삼촌!!!!!!!”
전혀 나오지 않을 법한 귀가 째지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주아야. 삼촌이 설명 했잖니.”
“아, 난 이해 못해요, 못해!! 다 필요 없어, 없다고!! 강윤 오빠 내놔요, 내놔!!”
원진문 회장은 그답지 않게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물론 회장의 권위가 회사 최고이긴 하다. 권위로 누르면 눌러진다지만 지금 상대는 주아였다. 최고 잘나가는 가수. 괜히 마음 상하게하면 마케팅에 지장이 온다. 그리고 찔리는 구석도 있었다.
“강윤강윤강윤!! 내 강윤!! 강윤이 내놔요!!”
“주아야.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 회사에서 나만큼 중요한 일이 있어요?”
회장실이 떠나가라 주아는 난리를 쳤다. 이미 이성이 날아갔는지 주아는 눈에 불이 확 켜져있었다. 그녀 입장에선 그럴만했다. 앞으로의 일정을 강윤과 나누며 마음 편하게 일을 하려고 했건만 2일 동안 스케줄 다녀왔더니 강윤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강윤의 잠수에 분노한 주아는 매니저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 그 길로 바로 한국으로 날아왔다.
“그렇긴 해도 주아야. 강윤 팀장도 일본에만 있을 순 없는…”
“몰라요, 몰라. 삼촌, 나 주아에요. 연주아.”
현재 MG 엔터테인먼트 최고의 가수. 이름값으로 밀어붙이니 원진문 회장도 머리가 아팠다. 물론 회장권위로 그냥 ‘내말들어!!’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봐야 좋을게 없었다.
‘일을 너무 잘해도 머리가 아프구만..’
주아가 이렇게까지 우겨댄 적은 처음이었다. 원진문 회장은 주아가 이렇게 회장실까지 와서 강짜를 부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주아는 지금 캐시카우라 말에 더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제 막 신인기획에 들어간 강윤을 보내 줄 수도 없는 노릇. 주아가 캐시카우라면 강윤은 캐시카우를 창조하는 마법사였다.
결국 원진문 회장을 주아를 달래고 달래며 시간을 보내다 주아가 스캐줄 시간이 되어 나가고 나서야 기나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후우… 무슨 해바라기도 아니고…”
그런데 닫혔던 문이 덜커덕 열리며 주아가 고개를 쑤욱 내밀었다.
“다음에 또 올 거에요.”
나 또 오기 전에 강윤을 데려다놔라. 그 의미였다. 결국 원진문 회장은 머리를 잡고 쇼파에 들이눕고 말았다.
‘미국으로 출장이나 갈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원진문 회장을 지금 이 스무 살도 안된 가수가 너무도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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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녁시간,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희윤은 방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문을 여니 강윤이었다. 일을 일찍 마치고 귀가한 그는 추운지 온몸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
“왜 나왔어. 추운데.”
“오빠가 왔는데 나와야지.”
“춥다. 들어가자.”
모처럼 이른시간에 귀가한 강윤은 손에 먹을 것들을 잔뜩 싸들고 왔다. 희윤은 신이 나서 먹거리들로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다. 상에 이거저거 놓는 손길에 강윤이 대신 하겠다 했지만 희윤이 그를 막아섰다.
“직장인은 씻고 기다리셔.”
희윤의 고집에 밀려 강윤은 곧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씻었다. 집에 온수 시설이 없어 물을 직접 덥혀야 했다. 덕분에 씻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강윤이 씻고 나오니 희윤이 저녁을 거하게 차려 놓았다.
“오빠, 밥먹자.”
강윤이 수건을 두르고 가니 상에는 치킨에 강윤이 마실 맥주, 그리고 희윤이 좋아하는 잡채에 각종 밑반찬들에 찌개 등등 푸짐하게 놓여 있었다. 강윤이 젓가락을 들자 희윤도 수저를 들었다.
“희윤이 오늘 뭐했어?”
“공부하고, 병원가고 그랬지.”
“친구들하고는 잘 놀았고?”
“알잖아. 나 친구 없는 거.”
식사를 하며 강윤은 희윤의 학교생활을 물었다. 그러나 희윤은 그리 할 말이 없는지 답을 피했다. 어릴 때부터 희윤은 몸이 약해 어울릴 친구가 없었다. 희윤의 말을 듣는 강윤은 마음 한 켠이 쓰려왔다.
오빠의 표정이 어두워지는게 싫어 희윤은 밝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좋은 오빠가 있잖아.”
“자식.”
강윤은 치킨다리를 희윤의 밥에 올려 주었다. 희윤은 다리를 야무지게 잡아 입에 넣었다. 두툼한 살들이 입안에 살살 녹았다.
“오빠하고 저녁 먹으니까 참 좋다.”
그동안 강윤이 너무 바빠 밥도 함께 먹기 힘들었다. 강윤의 출근과 퇴근 때 얼굴보고 인사하는게 대화의 전부였다. 이 점이 마음에 걸렸던 강윤에게 이런 식사시간은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나도.”
“그래도 오빠가 일이 잘되고 있다니까 더 좋아. 주아 언니도 엄청 잘됐다며.”
“잘됐지. 사인 받아다 줄까?”
“사인보다 같이 사진 찍어보고 싶어.”
“그게 어렵겠어? 오빠가 누군데.”
“오올. 우리 오빠 능력있는데?”
강윤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희윤에게는 뭐라도 다 해주고 싶었다. 주아와 사진찍기? 동생을 회사로 초대하면 될 일이다. 주아를 위해 그렇게 뛰었는데 사진하나 안 찍어 주겠나. 더한 것도 해줄 자신이 있었다.
“오빠 이거 먹어.”
“이거 날개잖아. 오빠 날개 안 좋아해.”
“먹고 힘내서 애인도 데리고 와야지. 결혼도 하고.”
“…희윤아.”
강윤은 우물거리던걸 뿜을 뻔했다. 간혹 이런 동생의 촌철살인은 어디서도 떨지 않던 강윤을 부들부들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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