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60
50화 – R U Ready?!(2) >
주씨 남매에게 모처럼 휴일이 찾아왔다. 매일매일 노동하고, 옥탑방에서 새우잠을 자던 중에 찾아온 휴일은 남매에게 단비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 달콤한 휴일에 난데없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주세진, 너 진짜!!”
주세나는 동생을 향해 고레고레 소리쳤다. 그녀로서는 드물게 눈을 부라리며 인상까지 썼다. 심하게 화가 난 듯, 그녀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그러게 가려면 빨리 갔어야지.”
누나의 기세에 움츠러든 듯 했지만, 주세진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마치 난 잘못이 없으라고 말하는 듯 한 동생의 행동에 주세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걸 말이라고 하니? 네가 먼저 잘 보관하겠다 했잖아. 그러면 책임을 져야지!! 그런데 그걸 잃어버렸으니, 이제 어떡할 건데? 어떡할 거냐고?!”
주세나는 그녀답지 않게 악을 썼다.
원인은 간단했다. 시골 역전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받은 명함을 주세진이 보관하고 있겠다해서 맡겼더니, 분실한 것이다.
주세진은 살짝 목소리를 떨었다.
“…채, 책임지면 될 거 아냐?”
“어떻게 책임 질 건데? 오디션이라도 보려고?”
“까짓 꺼, 오디션 보면 되지. 이런 명함 주는 사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더 큰 소속사에 들어가면 되는 거 아냐? 그래. 기왕 들어갈 거 MG도 있고, 예랑에 윤슬도 있네. 그깟 명함, 없어도 갈 곳은 많다고!!”
막나가는 주세진에게 주세나는 옆구리를 세차게 꼬집는 응징을 가했다.
“야!! 아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런 거대 기획사 들어가기가 쉬운 줄 아니?”
“안될 이유도 없지!! 흥!! 맨날 거리에서 악사 노릇 하고 있는 것 보다 오디션 보러 다니는 게 훠얼씬 낫겠다. 이대로 우리 일하고 거리 쏘다니다 늙어죽을까?”
“……”
주세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서울로 올라와서 일만 하고 있던 자신의 잘못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 인상이 좋긴 했는데.’
주세나는 부드럽지만 강인했던 명함을 준 남자가 아직도 선하게 남아있었다. 생활에 쫓겨서 가지 못했을 뿐…
아니, 그건 핑계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주세진의 오디션 보러 가자는 말에 답을 망설이는 걸지도…
“아무튼 말 나온 김에 이번 주부터 오디션 보러 다니자. 큰 기획사들은 정기 오디션도 있잖아.”
“…그래. 알았어.”
들어보면, 동생의 말이 맞았다. 이대로 일하면서 거리를 전전하느니 어디라도 들어가는 게 백배 나았다. 주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가볼걸.’
주세나의 눈앞에 계속 명함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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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한바탕 큰 전쟁을 치르고 밖으로 나온 주세진은 땅이 꺼져라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일단 큰 소속사들부터 도전하는 게 낫지.”
그의 손엔 누나가 맡겨두었던 그때 그 명함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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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오스, 7월 5일, KS TV로 COME BACK.
에디오스가 올 여름 새 앨범을 발매, 가요계에 컴백한다. 소속사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에디오스가 다음 달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오랜 기간 기다려주신 팬 분들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디오스는 리더 정민아, 메인보컬 한주연, 크리스티 안과 서브보컬 서한유, 에일리, 이삼순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지난 2011년 12월 월드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으며 한국으로 돌아와 활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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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윤슬 엔터테인먼트의 추만지 사장은 포털 사이트를 화려하게 도배한 에디오스 관련 기사들을 보며 흥미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강윤 사람 이거이거. 기어이 일을 내는군. 하하하!! MG가 뿔이 단단히 났겠는데?”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사람마냥, 그는 흥미로웠다. MG 엔터테인먼트가 폐기하다시피 한 연예인을 받아들이고 컴백까지. 업계 1위 기업에 시원하게 한방을 날린 그의 행보에 추만지 사장은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기사는 그의 웃음소리를 더 크게 만들었다.
– 헬로틴트, 7월 5일 KS TV로 2개월 만에 여름소녀로 돌아와…
“이거이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가? 하하하하하!! 아니지, 선배와 후배의 대리전? 이건 뭐지? 크큭. 아이고, 배야. 이강윤 그 사람도 이번에 실패하면 그동안 투자한 것들에 손실이 상당할 테니 사활을 걸겠지. 재미있겠어.”
이젠 배를 잡고 꺽꺽 소리까지 냈다.
에디오스와 헬로틴트의 같은 날에 이루어지는 컴백 스테이지. 두 가수의 컴백은 월드 엔터테인먼트와 MG 엔터테인먼트의 대리전이 될 거라는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어이쿠, 우린 가을까지는 웅크리고 있어야지. 불똥 튈라.”
저런 싸움에 끼어봐야 손해만 볼 뿐이다. 이럴 때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게 최고였다. 그는 과연 강윤이 에디오스를 성공적으로 복귀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몰락할지 흥미 있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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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오후.
강윤은 에디오스의 홍보 전략 협의를 위해 포털 사이트 세이스의 본사에 나와 있었다.
회의실에서 강윤이 건넨 보고서를 천천히 읽은 기승환 상무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차분히 이야기했다.
“쇼케이스와 함께 에디오스 전용 카테고리 개설이라, 조회수를 올릴 수 있겠군요. 지난번 버전의 업그레이드판이군요.”
기승환 상무가 기획서를 보며 감탄하자 강윤은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맞습니다. 쇼케이스 영상과 각종 관련 영상들로 사람들을 잡아놓을 생각입니다. 퀼리티 높은 영상들을 정렬해 사람들이 찾아보기 쉽도록 하면 더 좋을 것 같군요. 세이스의 동영상 캐스트는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니 영상의 질은 걱정이 없습니다.”
“사후 관리까지 되는 셈이군요. 말하자면 인터넷에 전용 채널을 개설하는 셈이니…”
“맞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에디오스 채널이랄까요?”
최근 에디오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걸 기승환 상무가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가수 민아의 솔로 앨범 쇼케이스 방송을 주관한 이후, 연예기획사에서 관련 제휴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솔로가수 민아보다 더더욱 강한 영향력을 가진 에디오스라면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기대감이 컸다.
기승환 상무는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께 결재를 받고, 바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타 방송 등에 대한 협의는 결재 이후 추후에 하도록 하지요.”
강윤과 기승환 상무는 악수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승환 상무의 배웅을 받으며, 강윤은 차를 타고 세이스 본사를 나섰다.
운전을 하며, 강윤은 에디오스에 대해 정리해나갔다.
‘이번에는 방송, 온라인까지 모두 공격적으로 홍보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겠어. 그동안 애들이 포석도 잘 깔아뒀어. 이제 미국에서의 공백은 사라졌다. 문제는 이번 앨범이 사람들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 시키느냐야.’
대중의 관심은 에디오스가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느냐는 것이었다. 멤버들이 한 명 한명, 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모두가 함께 활동하는 모습은 언제 볼 수 있냐며 은연중에 관심을 드러냈었다. 정민아의 싱글앨범이 잘 된 원인 중 하나는 팬들의 그런 기대를 조금이나마 충족시켰기 때문이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의 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세이스의 기승환 상무에게서 온 전화였다.
“네, 이강윤입니다.”
기승환 상무와 헤어진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결재를 받았는가 싶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들려온 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께 서류를 올렸는데, 이번에는 함께 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강윤은 당황스러웠다. 정민아 건을 생각하면 더 큰 건이라 할 수 있는 에디오스 건을 거절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다시 물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 에디오스 기획서는 긍정적으로 보셨습니다만, 공교롭게도 같은 주에 쇼케이스를 열자 제안한 가수가 있습니다. 저희가 두 곳 다 동시에 역량을 기울일 수 있는 상황이 안돼서…
기승환 상무는 말끝을 흐렸다. 그의 미안함이 전화기 건너까지 전해져왔다.
강윤은 뭔가 일이 틀어진 것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 뜻이 워낙 완고하시니…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게 우선이었다. 동시에 두 곳이라는 말이 강윤은 유난히 신경쓰였다.
월드 엔터테인먼트 덕에 음악에 인터넷 생방송 콘텐츠가 유용하다는 것이 처음으로 알려졌고, 세이스 측에서도 적극 마케팅에 활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세이스 측에서 뒤통수를 친 꼴이 되니, 강윤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 강윤은 화를 내는 등의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지요. 더 좋은 일로 찾아뵈었으면 하네요.”
강윤은 민망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기승환 상무와의 통화를 마쳤다.
‘동시에 역량을 기울인다? 누굴까? MG인가?’
강윤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지며 회사로 돌아갔다.
사무실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고 세이스에 접속하니 포털 사이트 메인에 하나의 배너가 떠올랐다.
메인에 떠있는 배너를 보며 강윤은 기가 찼다. 설마가 사람잡은 격이었다.
자신과 이야기가 있기 전에 이미 MG 측과도 협의가 진행중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배너 제작시간과 인터넷에 올릴 시간을 고려하면 강윤과 업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미 협의 중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강윤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이현지도 이를 부드득 갈았다.
“MG에게 한방 제대로 먹었네요.”
세이스 입장에서 보면 규모가 큰 M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는 게 이익일지 몰랐다. 하지만 이현지는 이를 부르륵 갈며 노기를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강윤은 냉정했다.
“세이스와의 제휴는 이번엔 힘들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MG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
이현지는 침묵했다. 무언의 동의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방송 쪽은 에디오스 애들이 유닛 활동을 하면서 꽉 잡고 있다는 겁니다. 그 쪽에 더 집중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은 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면 쇼케이스의 홍보를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뮤비가 잘 뽑혔고 거기에 공연영상, 방송 영상 등을 퀄리티있게 올리면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그 카메라 회사들이 필요할 것 같군요.”
“아. 다 처리해놨어요. 결과는 사장님 책상위에 있어요.”
“감사합니다. 에디오스는 아예 전속으로 영상 전문가가 따라붙는 걸로 갔으면 합니다.”
“…힘들군요. 알겠어요.”
이현지는 밴의 빈자리를 걱정하며 한숨을 쉬었다. 자칫 버스까지 구입해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강윤의 구상을 실체화하느라 그녀의 머리는 복잡하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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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인가보네.’
신계성 기자는 간판에 쓰인 ‘LUNAS’라는 글씨를 보고 건물 앞에 섰다. 회사 전용 공연장이라 해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허름한 건물 외관에 조금은 실망한 모습이었다.
그는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외관과는 달리 깔끔한 내부 모습에 매우 놀랐다. 소공연장과 클럽을 섞어놓은 듯 한 디자인에 그는 놀랐다.
‘이현지 사장님이 계신 곳이라더니,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신계성 기자는 작게 감탄하며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위층에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관리인이 문을 열자 안에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에디오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에디오스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 30분 전이었다. 신계성 기자는 얼떨떨했다. 하지만 에디오스가 과거에도 시간개념이 철저했던 그룹이라는 걸 기억해내곤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장인 강윤과 이사 이현지도 있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어? 이 사장님!!”
이현지는 신계성 기자와 구면이었는지 손을 잡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특히 신계성 기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우리 애들 잘 부탁드려요.”
“하하하.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아, 이 분이…”
“안녕하십니까. 이강윤입니다.”
신계성 기자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강윤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며 인사를 건넸다.
강윤은 그의 손을 잡고 좋은 기사를 부탁한다며 극진한 예우를 표했다. 이미 안에는 커피와 다과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대접을 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한 신계성 기자는 민망함에 볼을 긁적였다.
“이거, 너무 편애해주셔서 공정성에 어긋나는 거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신계성 기자의 농담에 강윤도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그러면 저희야 좋지요.”
“아이고.”
인터뷰에 들어가기도 전에 분위기는 밝아졌다. 이름값을 잃은 에디오스라고 하지만, 지금 회복세에 있었다. 충분히 힘이 있는 가수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강윤과 이현지는 편안하게 인터뷰를 하라며 자리를 비워주었다. 에디오스 멤버들도 신계성 기자가 편안하게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해주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허…’
스타에게 이런 대접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한껏 유해졌다.
그렇게 밝은 분위기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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