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64
51화 – 검은 노래는 사람을 안가려(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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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있는 시흥으로 가기 전, 서한유는 강윤과의 면담을 위해 회사에 들렀다.
그녀는 스튜디오에서 강윤과의 면담을 마치고 계단을 오르던 중 하얀달빛의 연습실을 나서는 박소영과 마주쳤다.
“어? 언니. 안녕하세요?”
“한유야.”
서한유가 반갑게 인사하자 박소영도 손을 흔들었다. 아직 어색한 월드 엔터테인먼트 생활 중에 서한유는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한유야. 스케줄 가는 거야?”
“네. 언니는요?”
“내 사정 잘 알잖아. 연습중이야.”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옥상으로 향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직 따로 휴게실이 마련되지 않아 옥상의 그늘은 모두에게 휴게실로 활용되고 있었다.
옥상 그늘에 마련된 벤치에 나란히 앉아 그녀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언니, 곡 작업은 잘 되고 있어요?”
“쉽지 않아. 희윤이나 사장님이나 다들 엄청나니까… 나도 빨리 그 정도가 돼야 하는데…”
박소영은 짧은 한숨지었다. 그러자 서한유가 그녀 옆으로 바짝 다가오며 부드럽게 말했다.
“전 하얀달빛 앨범 중 전 언니가 만든 노래가 제일 좋았어요. 마지막 트렉 ‘전하고 싶어.’ 그 곡… 특히 ‘다 흘리지 못한 눈물 손 안에 고여도 꿈은 사라지지 않아’ 이 가사에서 눈물까지 났다고요.”
“한유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박소영은 자신의 노래를 인정해주는 서한유가 고마웠다.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전속작곡가가 최근 히트곡만 뽑아내는 뮤즈였다. 거기에 김재훈과 이현아는 싱어송라이터였다.
막 풋내기를 벗어난 자신을 인정해준 이는 강윤과 이현아를 제외하면 서한유가 처음이었다.
“나중에 저도 음악 가르쳐주세요. 기회가 되면 꼭 제대로 배워보고 싶거든요.”
“그래? 알았어. 이번 활동 끝나면 말해. 그럼 나도 춤 가르쳐 주는 거야?”
“그럴까요? 바꿔서 가르쳐주면 재밌겠어요.”
마음이 맞는지, 서한유와 박소영의 대화는 화기애애했다. 그녀들의 옥상토크는 점점 활기를 더해갔다.
“어제 대천에서는 어땠어? 요새 바닷가에 복근남들 엄청 많다며? 그치?”
“몸 좋은 사람들이 많긴 했어요. 어제 행사가 지연 되서 대기하는데…”
박소영의 조금은 흥분한 말과는 다르게 서한유는 차분했다. 그녀는 조근조근 에일리가 남자들의 복근에 사인을 해준 이야기를 하며 바닷가 행사의 에피소드들을 풀어갔다.
그러자 박소영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완전 부럽다. 난 올해 바다 한 번 못 가봤는데…”
“에이. 바닷가 가도 물 한번 못 들어갔어요. 그런 곳에서 아무것도 못하면 얼마나 약 오르는데요. 올해는 비키니 꼭 입어보고 싶은데… 지금까지 한 번도 못 입어 봤거든요.”
“진짜?”
박소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한유 같이 길고 늘씬한 라인을 가진 여인이 비키니한번 입어보지 못했다니… 연예인이나 돼서 그랬다니 더한 충격이었다.
“다른 언니들은 해외 여행가서 입어보긴 했다는데, 민아 언니랑 저는 못 입어 봤어요.”
“아깝다. 한유도, 민아도… 다들 몸매도 예쁘잖아.”
“할 수 없죠. 일이 바쁘니까요. 언젠가는 꼭… 어? 사장님.”
서한유가 아쉬움을 드러낼 때, 옥상 문이 열리며 강윤이 들어섰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가 급히 구겨 넣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한유야. 아직 안 갔어?”
“네. 시간이 남아서 소영이 언니랑 이야기 중이었어요. 매니저 오빠도 기다릴 겸 해서요.”
“민아 스케줄 갔다가 대현 씨가 넘어오고 있겠네. 다들 고생이네. 민아한테는 이사님이 갔나?”
“그럴 거예요. 민아 언니 행사 담당자들하고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들이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곧 옥상 문이 열리며 헉헉대는 한 남자가 들어섰다. 서한유를 데리러 온 김대현 매니저였다.
“헉, 헉. 한유야. 가자.”
“네. 고생하셨어요. 사장님, 언니.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서한유는 김대현 매니저에게 휴지를 내밀곤 남은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박소영이 손을 흔들며 그녀를 배웅해주었다.
그렇게 옥상에는 박소영과 강윤, 둘 만 남았다. 강윤은 시계를 보더니 박소영에게 말했다.
“갈 준비는 됐니?”
“네. 지금 바로 가나요?”
“10분 있다 가자. 입구에서 볼까?”
“네.”
오후에 최찬양 교수와의 약속이 있었다. 강윤은 박소영과 함께 가도 되냐고 물었고 괜찮다는 승낙을 받았다. 혹여 두 사람의 대화에서 박소영이 얻는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강윤은 옥상에서 멍하니 서있는 박소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소영아. 내려가서 준비해야지?”
“네? 아, 전 몸만 가면 되요.”
“그, 그래?”
강윤은 잠시 우물댔다. 주머니에 잡히는 담배를 만지작대면서.
그 모습을 봤는지 박소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희윤이가 오빠 금연시켜야 한다고 잘 봐 달라 했어요.”
“……”
그 말에 강윤은 담배를 와그작 구긴 채 옥상을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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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한려예술대학은 무척 한산했다.
평소라면 캠퍼스 커플로 북적여야 할 잔디 언덕은 텅텅 비어있었고, 건물 내부도 몇몇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만 간간히 눈에 띌 뿐, 매우 한적했다.
최찬양 교수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런 교내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찬양이.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미소를 띠며 창밖을 바라보는 최찬양 교수의 뒤에서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같은 작곡과 교수이자 유명 발라드 작곡가 박태성이었다.
최찬양 교수는 그제야 돌아서며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을 보고 있었어요. 저쪽 잔디에서 풋풋하게 연애하는 아이들이 귀엽네요.”
“그래? 난 남자가 여자 비위맞추느라 고생하는 걸로 보이는데.”
“하하하…”
뚱한 박태성 작곡가의 말에 최찬양 교수의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어색함에도 아랑곳 않고, 박태성 작곡가는 다리를 꼬며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짧으면서 두꺼운 다리가 쉽게 꼬아지진 않았지만, 기어이 한쪽 무릎에 다른 포개고 말았다.
최찬양 교수는 박태성 작곡가가 가져 온 악보들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C 다음에 G가 더 나을 것 같은데. F로 가는 건 좋았는데, B♭은 왜 넣은 거지?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야.’
최찬양 교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어색함으로 연결되는 경우라 할 수 있었다.
최찬양 교수가 잠시 말을 멈추자, 박태성 작곡가는 궁금했는지 그를 재촉했다.
“어때? 네가 듣기에도 이상한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신 것 같네요.”
“오, 역시. 아는구나. 맞아. 자꾸 타성에 젖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봤어. 괜찮지 않아?”
박태성 작곡가는 고집이 있었다. 세디에게 곡이 반려된 게 자존심이 꽤나 상한 듯,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가득했다.
‘이거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본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간 자존심을 건드릴 것 같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하고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될 것 같고… 그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문이 열리며 남녀 두 사람이 들어왔다. 강윤과 박소영이었다.
“강윤 씨. 어서 와요. 소영아. 오랜만이야.”
“안녕하세요, 교수님. 어? 박 교수님!!”
박소영은 박태성 작곡가와도 친했는지 진하게 반가움을 표했다. 박태성 작곡가의 얼굴에도 반가운 표정이 떠올랐다.
“이런. 소영아. 오랜만이다. 잘 지냈니?”
“네!! 교수님은 여전히 미남이시네요.”
“하하하.”
학교에서의 박소영은 활기찼다. 그녀는 박태성 교수와 친했는지 매우 활기찼다.
그녀가 박태성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최찬양 교수는 강윤을 박태성 교수에게 소개해주었다.
“오, 월드라면 현아가 있는 그곳이군요!! 요즘 소식 듣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박태성입니다.”
“이강윤이라 합니다. 유명한 작곡가님을 봬서 정말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학교 출신으로 하얀달빛의 이현아가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있었다. 게다가 김재훈과 에디오스 같은 굵직한 가수들이 함께하는 소속사였다. 거기에 떠오르는 신인 김지민까지.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한려예술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에게도 한창 화제였다.
강윤도 오자마자 의외의 인물을 보자 눈을 반짝였다.
‘박태성 작곡가가 한려 예술대학인 줄을 알았지만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군. 준열이 곡은 어떻게 됐을라나?’
곡을 직접 가져가야 한다고 화를 냈던 이준열 이야기가 떠올랐다.
네 사람은 월드 엔터테인먼트를 소재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태성 작곡가는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흥미가 많았는지 강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최근 학생들이 월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년에 혜성같이 등장해 제대로 띄운 가수들만 넷입니다. 기존 가수에 신인까지… 작은 소속사에서 어떻게 에디오스나 김재훈 같은 가수들을 다시 복귀시켰는지 다들 궁금해 합니다. 언제고 한번 꼭 뵙고 싶었습니다.”
박태성 작곡가의 말에, 강윤은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아닙니다. 운이 많이 따랐죠. 재훈이나 에디오스나 많이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걸 거들었을 뿐입니다.”
“겸손하시기까지 하기군요. 간혹 여기 최 교수에게 이야기 들었지만… 말 그대로의 분인 것 같네요.”
“과찬이십니다.”
그의 거듭된 칭찬에 강윤은 적당히 경계를 섞었다. 사회에서 칭찬일색은 다른 속셈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그는 별 생각이 없는지 다른 말은 없었다.
그렇게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 나고, 강윤은 탁자 위의 악보로 눈을 돌렸다. 강윤이 이준열에게서 받았던 그 악보였다.
“이건 작곡가님 악보입니까?”
강윤은 박태성 작곡가에게 묻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사장님도 작곡을 하시지 않으십니까?”
“변변찮은 재주입니다.”
“이런. 작곡팀 뮤즈가 그런 말을 하면 어울리지 않아요. 이거 괜찮다면 제곡 한번 봐주지 않겠습니까?”
다른 상황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승낙했겠지만, 강윤은 순간 망설여졌다. 검은색의 음악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알고도 독을 들이마시는 격이었다.
하지만 박태성 작곡가가 간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탓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제가 실력은 부족하지만… 소영아. 같이 한번 볼까?”
“네.”
조용히 앉아있던 박소영도 강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신디사이저로 향했다.
‘휴우…’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악보는 이준열이 보여주었던 그대로였다.
‘이걸 쳐야 해, 말아야 해?’
신디사이저에 손을 올리기가 싫어질 정도였다. 검은색의 음악은 강윤에게 그만큼 부담을 주었다. 감정과 컨디션에 큰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때, 박소영이 신디사이저에 올라간 강윤의 손이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사장님. 제가 칠까요?’
‘응?’
‘그냥 제가 치고, 사장님이 봐주세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강윤은 그녀의 배려가 고마웠다.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죠.’
강윤은 박소영에게 연주를 맡기고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았다. 빛을 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박태성 작곡가는 강윤 특유의 버릇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곧 박소영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후우…’
음표들이 합쳐지며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준열이 들려주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눈을 감은 탓에 검은빛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기분이 다운되거나 컨디션이 저하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몸에 뭔가가 닿는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3분이 넘어가는 음악은 금방 끝이 났다.
“어떻습니까?”
연주가 끝나자 박태성 작곡가는 눈을 빛내며 물어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강윤은 악보를 보며 짧게 한숨지었다.
초반부의 C에서 F로 갔다가 B♭로 진행되는 부분은 어색한 부분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초반이 어색해지니 나머지 모두가 틀어졌다. 결국 강윤은 작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강윤의 반응에 박태성 작곡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하아… 새로 뭔가를 해보려고 그런 건데… 역시 별로군요. 최 교수도 그렇고 이 사장님도…”
박태성 작곡가는 고개를 깊이 떨어뜨렸다.
가수, 같은 작곡가에 이어 강윤 같은 제작자마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니 아무리 고집 있는 그라도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것도 문제였지만 곡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였다.
힘들어하는 박태성 작곡가를 보며 강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작곡가님보다 음악에 대해 많은 건 모릅니다만… 한 말씀 드려도 될는지요?”
“…말씀하십시오.”
박태성 작곡가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힘없는 미소가 모두에게 비쳤다.
강윤은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제 생각에는 작곡가님께서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시다가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합니다.”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했다? 무난한 코드 진행으로 가도 되는데 왜 굳이 이상한 코드와 멜로디를 시도했냐 이 말씀인가요?”
“비슷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복잡하고 화려한 코드보다 심플한 코드와 멜로디로 가수의 역량을 살려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플하게?”
박태성 작곡가가 반문하자, 강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저라면 초반부를 C에서 G로 가서 Am – G – F – Em – Dm – G로 했을 것 같습니다. 안정감과 고조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잖습니까. 뒷부분의 변조를 고려해 봐도 이 진행이 낫지 않을까 싶군요.”
“……”
박태성 작곡가는 침묵했다. 아무리 그가 조언을 구했다지만, 최고 위치에 있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 남에게 음악적인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대인배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욕심쟁이였군요.”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식은 커피를 비웠다.
“심플하게… 사장님 말이 맞네요. 근 1년간 슬럼프를 겪으면서 그걸 넘어서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러다 이런 얼토당토 한 시도까지 하게 됐습니다. 하하, 그런데 오히려 심플함에 답이 있다니…
“……”
“심플, 단순함, 기본이라…”
박태성 작곡가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뇄다. 절대 잊지 않겠다는 듯이.
강윤은 그가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작곡가가 원래 그렇지. 가수에게도, 대중에게도 평가받는 존재들이야.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니 스트레스는 말도 못하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그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하려 노력하지. 이런 슬럼프도 그런 일환일 테지.’
강윤은 박태성 작곡가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이윽고, 그는 시원해졌는지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이제 좀 시원하네요. 옛날 생각도 납니다. 결국 단순하게, 기본적으로. 하하, 한 대 맞은 기분입니다. 모처럼 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주신 것들, 잊지 않겠습니다.”
박태성 작곡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윤은 그의 돌발행동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러지 마십시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말했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저한테는 정말 필요한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 교수가 간혹 이 사장님 이야기를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이유를 알겠네요.”
그 말에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최찬양 교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박태성 작곡가는 마음속에 있던 짐이 풀어졌는지 밝은 얼굴로 웃어보였다. 그는 악보를 챙기며 박태성 작곡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네요. 바로 수정해서 세디에게 가져가봐야겠습니다. 이번에는 느낌이 좋아요. 마음에 들 만한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잘 될 겁니다. 좋은 곡이 나오길 빌겠습니다.”
강윤과 박태성 작곡가는 진하게 손을 맞잡았다.
‘우와…’
어느덧, 권위 높은 자신의 교수와도 동등한 위치에 선 강윤의 모습을 보며 박소영은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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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찬양 교수와의 저녁식사가 끝나고, 강윤과 박소영은 천천히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소영아. 오늘 즐거웠어?”
가로등 밑을 걸으며 강윤이 묻자 박소영은 상기된 얼굴로 답했다.
“네. 아주 즐거웠어요. 작곡은 시나리오, 편곡은 연출. 메인 주인공인 가수의 배경을 깔아준다. 배경에 관악기 스트링도, 현악기 스트링도 되고 다른 소리가 배경이 될 수도 있다니… 그리고…”
그녀는 강윤과 최찬양 교수가 나눈 편곡의 관한 대화들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하나하나가 잊어버려선 안 되는 중요한 이야기라는 걸 그녀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았다.
강윤은 그녀의 답을 듣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답했다.
“좋아. 회사에서 일 할 때도 오늘 들은 거 꼭 기억하고. 잘 해보자.”
“네.”
“그리고…”
강윤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박소영도 강윤에게서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려는 걸 알았는지 잠시 멈춰 섰다.
“네가 희윤이보다 작곡 실력이 없는 게 아냐.”
“아…”
“이론을 아는 실력은 부족할 수 있지. 하지만 작곡은 실력으로 따질 수 없다 생각해. 너와 희윤이는 성향이 완전히 달라. 난 네가 희윤이가 만들지 못하는 곡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
“……”
박소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윤이 그녀를 데리고 나온 진짜 이유는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앞으로 잘 해보자.”
강윤이 자신을 이렇게 믿는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약간의 재능이 있고 하얀달빛의 노래를 조금 아는 작곡가 지망생이라 생각해서 임시로 채용한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강윤은 자신을 많이 믿고 있었다. 강윤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 다는 걸, 박소영도 알고 있었다.
“네!!”
이렇게까지 자신을 믿어주는 그에게 꼭 화답하겠다고 그녀는 강하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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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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