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70
53화 – 명곡의 재해석(2) >
“우리도 신인 아이돌을 하나 키워보는 게 어떨까요? 에디오스와 다이아틴 이래로 걸그룹 열풍이 가라앉질 않는데, 못해도 중간은 같은데…”
최근 트렌드이기도 한 걸그룹을 이야기하는 이현지의 말에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작년에 100개가 넘는 걸그룹이 데뷔를 했습니다. 레드오션에 굳이 뛰어들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우리 정도되는 기획력이라면 다른 소속사와 확실히 구별되는 걸그룹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음악성에 힘을 기울인다던가, 퍼포먼스의 끝을 보여준다던가…. 에디오스만 봐도 남성 팬들의 소비가 엄청난데, 그런 그룹 하나 더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강윤은 이현지의 말에 일정부분 동감했다. 시선을 사로잡는 걸그룹이 노래나 퍼포먼스까지 잘한다. 이건 분명히 통할 법도 했다.
하지만, 강윤은 걸그룹이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 절절히 알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걸그룹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화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인식 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실수인 척 속옷 노출 등의 무리한 마케팅을 하는 가수까지 있었다. 게다가 그가 살았던 과거에도 이런 걸그룹들 태반이 지는 걸 봐왔기에 무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재능 있는 여자 연습생들이라도 걸그룹으로 묶어버리면 대중들은 그들을 실력이 없다며 폄하하지. 편견은 무서운 거야. 레드 오션도 벅찬데 이런 편견까지 상대하기에는…’
지금 걸그룹을 위한 연습생을 선발해 데뷔시킨다 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윤은 차분히 말했다.
“일단 연습생을 만나보고 결정하는 게 어떨까요? 걸그룹이든 솔로든 어떤 연습생인지에 따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하긴. 생각해보면 은하나 하얀달빛이나 에디오스나 모두가 섞이기 힘든 조합이긴 하네요. 우리 월드는 모두가 개성이 강해요. 개인의 개성을 중시한다. 이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오디션을 보죠. 방식은 공개보다 비공개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네? 비공개로요?”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은 이현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흔히 말하는 MG, 예랑, 윤슬이나 최근 떠오르는 GNB 같은 소속사의 경우 공개 오디션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가수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니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자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강윤이 이런 장점을 버리자고 하는 것 같아 그녀는 질문을 던졌다.
“연습생이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만큼 여력이 있는 건 아니에요. 지난번에도 거리 공연하는 남녀? 아무튼 그 애들한테 명함 줬다가 연락 못 받았다면서요. 비공개라면 철저히 인맥이나 다른 무언가를 기반으로 오디션을 본다는 거잖아요. 여력이 될까요?”
이현지는 부정적이었다. 그녀는 찾아오는 지망생들을 심사하는 게 오히려 낫다 생각했다.
그녀가 확신을 갖지 못하자 강윤은 설득에 나섰다.
“지민이는 월드에 어떻게 들어왔지요?”
“사장님이 데려오셨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거기에 따른 강점이 무엇이라 여기십니까?”
“음…”
이현지는 턱에 손을 올리고는 뭔가를 떠올렸다.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떨어져 힘들었던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가수로 만들어줬으며 스타의 반열로 올려주었다.
– 선생님.
김지민이 강윤을 부르는 호칭에 모든 게 축약되어 있었다.
“은인이죠. 가족 같고,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영어로 Family? 아.”
이현지는 바로 감을 잡았다. 강윤이 말하고 싶은 의도가 무심결에 말한 그 단어에 있었다.
“가족은 배타적입니다. 쉽게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가 없죠. 하지만 가족 구성원은 서로에게 일어나는 일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그리고 끈끈하죠. 간단하게 예를 들면 전 아버지, 이사님은…”
“저 처녀예요.”
이현지는 새침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강윤은 그녀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저도 아직 총각입니다.”
“시집은 간 다음에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건데…”
“한명 소개해 드릴까요?”
“사장님부터 챙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누구 애가 끓는 게 느껴지는데…”
“네?”
“그렇다고요.”
이현지는 어깨를 으쓱였다. 더 말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다시 이야기는 연습생에 대한 것으로 돌아왔다.
“지금 홈페이지를 제대로 활성화시킬 생각입니다. 지금 에디오스와 하얀달빛 덕에 활성화가 어느 정도 되었지만 팬들만 왔다 갔다 할 뿐이죠. 여기에 음악적인 자료들, 가수에 대한 자료들을 올려놓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동영상 사이트 튠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괜찮은 인재들도 찾아 나서야죠.”
“정리하면 홈페이지로 UCC 투고를 받거나 튠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을 찾아 오디션 요청을 보낸다?”
“맞습니다. 오디션은 저와 이사님이 주로 보고 가수들도 참석시키는 걸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던 이현지도 강윤의 설명을 듣더니 납득했는지 손바닥을 쳤다.
“확실히 특색이 있네요. 신비롭고… 나중에 이걸로 마케팅을 해도 되겠어요. 남들은 알 수 없지만 구성원끼리는 서로를 잘 알고 똘똘 뭉쳐 있는… 월드 패밀리?”
“월드 패밀리. 어감 괜찮네요.”
연습생 선발에 대한 윤곽을 잡고 나자 강윤은 기지개를 폈다.
“이제 소영이랑 일하러 가봐야겠네요.”
“힘내세요. 소영이가 이번에 잘 했으면 좋겠네요.”
이현지는 강윤의 넓은 등을 몇 번 두드리고는 옥상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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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박소영은 스튜디오가 떠나가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지…”
편곡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머릿속에 악상을 떠올려봤지만 크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아니, 머리가 새하얗게 샜다는 표현이 맞았다.
박소영이 받은 곡은 87년도에 유행한 ‘가로수’라는 곡이었다. 어쿠스틱 멜로디와 어우러진 담담한 느낌의 히트곡이었다.
‘지민이는 원곡의 느낌을 살리길 원한다 했어.’
김지민의 요구를 생각해 기계들을 조작했지만, 박소영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느낌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드럼 소리부터가 난항이었다. 수 십 가지 드럼소리들을 모두 조합해봤지만 만족스러운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원곡이 훨씬 나았다. 드럼 소리부터 난항이니 베이스와 그 위를 덮어가는 멜로디 라인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몇 시간을 홀로 씨름하던 박소영은 머리를 쥐어뜯고 말았다.
“아, 못해, 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왔다갔다 해보기도 하고, 뛰기도, 앉아도 보며 어떻게든 좋은 생각을 떠올리려 했지만, 좋은 생각이 마음대로 나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뜯기는 머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었다.
그때, 스튜디오에 손님이 들어섰다. 김지민과 강윤이었다.
“언니?”
“아, 지민아.”
박소영은 얼른 머리를 매만졌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행태가 두 사람에게 다 보이고 난 이후였다.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이 잘 안나?”
“그게요…”
박소영은 우물쭈물했다. 지금까지 한 소절도 작업하지 못했다 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강윤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등을 다독일 뿐이었다.
“지민아.”
“네?”
“어떤 무대를 원해?”
“웅…”
뜬금없는 질문에 김지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홀로 자신을 비추며, 하우스밴드가 일사분란하게 반주를 해나간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댄서가 춤을 추고, 거기에 관객들이 일어나 손을 흔든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지만 분위기를 달궈놓을 수 있는 무대. 김지민이 원하는 무대였다.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차분히 의견을 말했다. 그러자 강윤은 박소영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감이 좀 잡혀?”
“아, 네.”
김지민의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필기하던 박소영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강윤은 말을 덧붙였다.
“생각이 나지 않을 땐 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제일이야. 결국 무대에 서는 건 가수니까.”
“그렇군요. 아, 난 왜 그 생각을 못한 거지…”
박소영은 뭔가 감이 잡힌 듯, 손바닥을 쳤다. 그러자 김지민이 말을 보탰다.
“아무 때나 전화하셔도 괜찮아요. 문자나 톡도 좋고요.”
“알았어.”
전전긍긍한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박소영은 멋쩍음에 혀를 내밀었다.
박소영이 헤드셋을 쓰고 편곡에 들어가자 강윤과 김지민은 조용히 문을 열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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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어. 이게 누구야? 진서야!!”
회사 휴게실.
후배들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온 주아는 보기 힘든 귀인을 보며 양 손을 흔들었다.
“언니. 안녕하세요?”
“뭐야, 딱딱하게?”
오늘따라 덤덤한 민진서에게 주아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민진서는 씨익 웃으며 주아의 손을 꼬옥 잡았다.
“에이, 언니도. 잘 지내셨어요?”
“후후. 나야 언제나 잘 지내지. 너는?”
회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스타가 자리를 잡자 연습생으로 가득했던 휴게실은 삽시간에 텅텅 비어버렸다. 두 기 쎈 선배들을 감당하기에 연습생들의 파워는 미약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크게 관심 없었지만…
“푸웃. 뭐어? 월드 사람들하고 휴가아? 그런 재미있는 걸 너 혼자 갔단 말이야?”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람들과의 제주도 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자 주아는 눈에 힘을 주었다.
“언니 그때 일본에서 공연 중 이었잖아요.”
“그, 그래도. 말은 해봤어야지. 진서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주아는 눈가를 씰룩댔다.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내는 그녀에게 민진서는 미안함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는 꼭 연락할게요.”
“쳇쳇. 올 여름도 정신없이 일만 했는데… 요 몇 년 간 스케줄만 늘어가는 것 같네. 넌 좋겠다? 비키니 입으니 좋디?”
“전 못 입었어요. 그냥 핫팬츠만 입었는데…”
“아무튼 바다에는 들어갔지? 그렇지?”
민진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누군 일하는데, 누구는 휴가라니…
“아오, 나도 놀고 싶은데… 이놈의 계약에 묶인 몸. 에이씨.”
“언니도 참. 이제는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자 주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얘는얘는. 이 바닥에서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데. 돈만 보고 소속사를 옮겼다가 쟤는 뜨고 나니까 소속사 옮겼다고 의리 없는 애라며 소문나봐. 내가 잘 나갈 때는 괜찮지만 바닥을 치면 어떡해? 그때 날 보호해 줄 곳은 소속사잖아? 내가 잘 나가고 있다고 키워준 소속사를 버리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겠어?”
“그건… 그러네요. 하지만 소속사가 계속 이상한 짓을 한다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민진서가 이사들과 강한 트러블이 있다는 건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누구는 민진서가 언제 나갈지 타이밍을 재는 이도 있었다. 당연히 주아도 그녀의 사정을 잘 알았다.
“나도 저 꼰데들은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날 뽑아주고 키워준 분은 원 회장님이야. 그분에 대한 의리는 지켜야지. 그치?”
“……”
“넌 조금 다를 수 있겠다. 넌 강윤 오빠가 뽑아서 만든 작품이나 다름없으니까. 에이, 나도 차라리 그랬으면 마음 편하게 휙… 에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땍땍거리는 태도를 가졌지만 주아는 MG 엔터테인먼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을 뽑아주고, 가수로 만들어준 회사.
비록 그 사람은 없어졌어도 타이틀은 지켜주고 싶은 게 주아의 마음이었다.
민진서는 저도 모르게 주아에게 안겼다. 주아는 당황하면서도 그녀의 등을 보듬어주었다.
“언니…”
“어머? 얘가 왜 이래? 에이. 넌 좋겠다. 강윤 오빠 따라가도 누구도 뭐라 안할 거 아냐.”
“……”
민진서는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그녀가 강윤을 깊이 따른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규모가 더더욱 커지면 바로 옮겨갈 거라고 모두가 예측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민진서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어갔다.
“언니도… 같이 가는 게 어때요?”
주아는 잠시 멈칫했다. 민진서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쓰디쓴 표정으로 답했다.
“…에이, 난 MG 사람인걸. 너하고는 달라.”
“언니, 여기는…”
“그만그만. 다 알아. 하지만 이건 내 신념하고도 관련 있어. 강윤 오빠가 MG를 인수한다면 모를까. 내 발로 옮기는 건 힘들 것 같아.”
“언니…”
“후후. 나 복잡하지? 하지만 이해해줘. 우린 같은 여자잖아? 복잡한 존재들이 별 수 있겠니?”
주아의 입가에서는 쓰디쓴 표정이 가시질 않았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원진문 회장이 물러난 이후, 회사가 엉망이 되간다는 걸.
하지만 자신을 키워 준 회사를 쉽게 져버리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적어도 원진문 회장이 키워준 걸 생각하면 자신만은 그래선 안 된다 생각했다.
“아, 차라리 강윤 오빠가 여기 먹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래?”
주아의 농담 섞인 말이 민진서의 마음을 쓰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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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가 리뉴얼되었다.
가수관련 자료들은 물론이요, 음악에 대한 유용한 자료들도 많이 업로드 되었다. 간단한 음악적 지식은 물론, 악기 연주, 보컬 트레이닝에 기초 화성까지 각종 음악관련 자료들을 많이 업로드해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라기보다 음악 홈페이지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 정도였다.
리뉴얼되자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전에는 팬들 위주였다면 음악에 관심을 갖거나 전공하는 사람들도 섞였다. 이런 상황 속에 홈페이지에 공고가 올라갔다.
– 월드 엔터테인먼트 비공개 오디션 UCC 모집
방식은 간단했다. 자유곡을 선정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 영상을 찍어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비공개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하루에 10개 정도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을 보는 일로, 강윤과 이현지는 눈이 벌게지고 있었다.
“흠…”
헤드스핀을 하는 남자의 영상을 계속 돌려 본 강윤은 고개를 저으며 헤드셋을 벗었다.
영상에서는 음표가 보이지 않는 탓에 강윤은 더욱더 세심하게 영상을 봐야했기에 피로감이 상당했다.
“에이, 안되겠네.”
이현지도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영상에 만족을 못했는지 짙은 한숨을 쉬었다. 혹여나 잘못된 판단을 할까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니 몸이 지쳐갔다.
벌써 며칠 째. 모두가 틈날 때마다 올라오는 영상과 씨름 중이었다.
“오늘도 없군요.”
“그러게요.”
강윤과 이현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공개 오디션에서도 100명이 오면 1명을 뽑을까 말까 한다더니, UC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체에서도 음표를 볼 수 있었으면… 아니, 듣는 힘을 더 키워야해. 음표를 너무 의지하는 것도 안 좋아.’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기본 소양은 있지만, 차별성이 있다고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다. 음표 없이 노래를 듣고 판단에 어려움을 느끼니 강윤은 괜히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정혜진의 컴퓨터를 빌려 영상을 보고 있던 김재훈이 두 사람을 불렀다.
“형, 이사님.”
“응?”
김재훈의 부름에 두 사람이 다가갔다. 그들이 다가오자 김재훈은 헤드셋을 꽂은 라인을 뽑고 스피커로 소리를 전환했다.
“이 사람, 트로트 부르는데 목소리 엄청 좋네요.”
“트로트?”
전혀 예상치 못한 장르에 이현지가 눈을 크게 떴다.
“트로트라니, 상업성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 그래도 한번 들어는 보는 게…”
김재훈은 이현지의 부정에 조금 당황했다.
젊은 팬 확보가 힘들어 점점 쇠락해 가는 게 트로트라는 장르였다. 그런데 트로트를 부르는 아가씨라니. 이현지는 그리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강윤은 달랐다.
“일단 들어 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윤의 말이 맞았다. 이현지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재훈이 영상을 재생하자 식당 안에서 수저를 넣은 소주병을 잡은 20대 여인의 모습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회식 자리 아닌가요?”
이현지는 어이없는 UCC 영상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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