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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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54화 – 자타공인 댄싱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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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엘이 칼 제대로 갈았다며?”
“진짜? 그래도 은하가 더 낫지 않을까? 노래도 더 좋은데.”
“에이. 그래도 소속사 규모가 있는데. 이번에는 나엘이 투자 좀 하지 않았을까? 좀 더 나을 것 같은데.”
사회자의 간단한 멘트가 이어지는 중, 맨 앞에 앉은 연인들은 오늘 있을 무대에 대한 기대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명곡의 탄생’은 KS TV의 음악 프로그램인 뮤직 카운트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나엘의 소속사 GNB 엔터테인먼트가 인터넷에 사전에 홍보를 많이 했고 라이벌이라 칭해지는 은하까지 같은 무대에 선다니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그들의 경연에 쏠려있었다.
“어? 오빠. 시작하려나 봐.”
사회자가 대본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자, 여자는 옆에 앉은 연인의 팔뚝을 가볍게 쳤다. 두 연인은 서로를 붙잡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80년대 후반을 빛낸 노래로 꾸미는 ‘명곡의 탄생’ 첫 번째 무대를 빛낼 가수를 소개해드려야겠네요. 기타소녀로 유명한 가수죠.”
“오오오오!!”
기타하면 은하, 은하하면 기타다.
첫 순서부터 기대하고 있던 무대가 호명되자 사람들의 입에서 환소성이 쏟아졌다.
“오늘 리허설을 봤는데, 말이 필요 없는 무대였습니다. 오늘 은하 씨 지켜 본 가수분들. 긴장 많이 하셨습니다.”
“하하하하.”
“오늘만 모신 특별한 손님과도 함께 하는 무대이니 더욱 멋진 무대가 될 겁니다. 더 끌지 않겠습니다!! 첫 번째 무대, 가수 은하입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관객들의 환호 속에 관객석을 옅게 비치던 조명이 사그라졌다.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왼쪽을 비치며 스크린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와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을 감고 있던 여인은 조용히 피아노에 손을 올리더니 부드럽게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에 비친 여인의 모습에 일부 관객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 사람, 계… 계효민이야!!”
“헉!! 그 피아니스트!?”
“허허억!!”
사회자가 이야기한 특별한 손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계효민이었다.
‘명곡의 탄생’에 함께 나온 초대 손님들은 배우, 동료 가수 등 다양했지만 계효민같이 세계적인 무대에 섰던 이는 단연코 없었다.
경악하는 관객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계효민의 손은 부드럽게 피아노 위를 노닐었다. 왼손이 저음을 강하게 울리더니, 왼손이 고음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대… 대…”
“이게 뭐야…”
처음을 장식하는 2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하지만 누구하나 그녀의 연주에 빠지지 않은 이가 없었다.
계효민은 강하게 저음과 고음을 동시에 울리며 김지민의 노래가 나올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내 잊을 수 없는 기억- 그 길을 걸으면- 햇살 가득한 그날 만난 그대가 떠올라-”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며 김지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계효민이 만든 분위기를 부드럽게 받아들여 다시 사람들에게 내보냈다. 계효민의 피아노와 어우러진 김지민의 노래는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피아노와 김지민, 두 사람만의 파트가 끝나자 더블베이스와 첼로, 바이올린 연주가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강윤은 무대 뒤편에 위치한 방송실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김지민과 계효민의 음표는 빛나는 무언가가 섞인 하얀빛을 만들어냈고, 거기에 오케스트라가 조금씩 힘을 더하니 하얀빛안의 반짝이는 무언가가 더더욱 강렬함을 더해갔다.
이제 후렴으로 치고 올라가는 상황. 은빛의 전조를 보며 강윤은 욕심이 났다.
“낙엽 흩날리는 가을–”
노래가 후렴부에 접어들었다.
그와 함께 웅장한 팀파니 소리가 울려 퍼지며 조명이 일제히 빛을 발했다. 그와 함께, 5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아아!!”
아무도 그랜드 피아노 뒤편, 지휘자와 함께 50인의 오케스트라까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몇몇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뭔가 의심하기는 했지만, 저런 많은 인원들이 숨어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찬바람에 흐릿해지는 기억 — 하지만 난 기억하리 — 그대와의 추억 –”
대기실에 설치된 모니터로 김지민의 공연을 지켜보던 유나윤은 당혹감과 놀라움 등 다양한 감정이 섞인 눈을 하며 넋을 놓았다.
“…진짜 대박…”
사장님이 분명 GNB 엔터테인먼트 정도의 지원은 못할 거라며 걱정 말라고 했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오케스트라에, 계… 어린애 싸움에 어른 불러온 격이었다.
“…우와, 월드 대단하네.”
유나윤 옆에 있던 매니저조차 진심으로 감탄했다.
“……”
하지만 그는 바로 유나윤을 돌아보며 웃었다.
“그래도 우리 나엘이보다 안 나올 거야. 그렇지?”
“오빠.”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건 못 이겨요. 오케스트라야 어떻게 해도 계효민은 사기 아니에요?”
“……”
매니저는 침묵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계효민을 초대한 것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 무대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는지,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GNB 엔터테인먼트도 댄서들을 동원하고, 연습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였는데 저긴 뭐…
어느 새, 김지민의 무대는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이올린들의 합주와 첼로의 조화는 아름다운 합을 이루었고 계효민의 연주는 그 위에서 멋스럽게 춤을 추었다.
“진한 그대의 향기 — 추억하는 가로수 — 난 — 기억하리 –”
뒤에서 오케스트라와 계효민의 피아노가 김지민을 든든하게 받혀주었다. 마치 흔들리지 않는 반석위에 선 기분이었다.
김지민은 모르게 깊은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웠고, 피아노가 목소리를 강하게 휘감았다.
“기억하리—”
절정을 넘어, 김지민의 목소리가 천천히 잦아들며 오케스트라도 사그라졌다.
홀로 남은 피아노 소리가 저음과 고음을 동시에 강하게 울리더니 그 후, 천천히…
잦아들었다.
그렇게, 김지민의 노래가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
“……”
무대의 불이 꺼지고 옅은 스포트라이트만이 남아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관객들은 멍한 시선으로 침묵했다. 이대로 끝내기에 아쉬움이 짙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은하!! 지민이!! 아 몰라!! 아무튼 최고!!”
“은하!! 은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관객들에게서 무대를 뒤덮는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김지민은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인사하고 지휘자와 계효민에게 달려가 안기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
.
.
김지민의 무대가 끝이 났지만, 강윤은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서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금 그건 뭐였지?’
조금 전, 김지민의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노래가 1절을 넘자 찬란한 은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은빛이 모두에게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악기들과 가수가 만드는 음표들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김지민이나 악기들이 발하는 음표가 전구같이 빛을 발하며 은빛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빛의 외부가 천천히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가수, 사무엘의 콘서트에서 봤던 금빛에 대한 기대감에 강윤은 심장이 뛰었다.
‘조금만 더 노래 할 시간이 있었어도…’
황금빛이 은빛을 물들인 부분은 아주 조금, 약간이었다. 하지만 그 약간의 빛으로도 관객들은 김지민이 퇴장한지 한참이 지나도 환호를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엄청난 여운을 남긴 것이다.
그의 상념 속에 무대에서는 무대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 마의 450!! 가뿐하게 넘어갔습니다. 460, 70!! 어디까지 갈까요?!
김지민의 무대가 좋았다며 표를 던진 사람들의 숫자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지만, 강윤은 숫자에 눈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회자의 흥분어린 목소리도 상념에 빠진 강윤을 꺼내주진 못했다.
– 오배애애애액!! 오백마저 넘깁니다!! 신기록을 달성하는 은하!! 501, 502… 510!!
스크린의 숫자는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생긴 이래, 신기록을 달성했지만, 금빛이라는 숙제가 던져진 강윤에겐 큰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완전한 금빛의 무대를 펼칠 수 있지?’
– 520!! 이야!! 우와, 이게 말이 돼?! 아, 죄송합니다. 이건 편집 좀…
“하하하.”
사람들의 유쾌한 소리와 함께 카운트가 차차 잦아들었다. 그리고 숫자는 530을 넘어 40, 50을 넘어갔다.
그리고 1, 2, 3…. 4에서 멈췄다.
최종 카운트는 총 인원 555명에서 1을 뺀 554였다.
– 554!! 명곡의 탄생 무대 사상 최고 기록이 나왔습니다!! 554!! 가수 은하 양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 오오오오오오오!!!!!!
큰 박수소리와 함께 은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들이 퍼져나갔지만, 강윤은 금빛에 대한 아쉬움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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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레볼루션? 파일럿은 아니군요. 이벤트성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라 봐야겠군요.”
이현지는 김대현 매니저의 보고를 받으며 아미를 좁혔다. 월드 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가수 4팀 중 댄스에 일가견이 있는 가수는 에디오스가 유일했다.
가뜩이나 무서운 그녀 앞인데, 얼굴까지 가볍게 일그러지니 김대현 매니저는 바짝 긴장했다.
“촬영이 언제죠?”
“9월 10일입니다.”
“10일이라. 그때 스케줄이…”
이현지가 컴퓨터로 문서파일을 열려 할 때, 조용히 듣고 있던 유정민이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
“제니가 홍천에서 촬영이 있고, 리스와 주연이 DLE 방송국에서 촬영이 있습니다. 서유는 여성지 인터뷰 겸 사진촬영이 있습니다. 그리고…”
“민아 스케줄은 있나요?”
“민아 씨는 음… 이 날은 없습니다. 비어있습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이현지는 시선을 얼굴을 붉히는 유정민에게서 김대현 매니저에게로 돌렸다.
“사장님과 말을 해 보고 결정해야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민아 단독으로 내보내는 게 어떨까 싶군요. 대현 매니저 생각은 어떤가요?”
“저도 그게 좋다 생각합니다. 에디오스 전원이 나가기엔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케줄 내기도 빡빡하고…”
“오케이. 일단 한태영 PD한테 민아 단독으로 내보내도 괜찮은지 의사를 넌지시 물어보세요. 거부하진 않을 겁니다. 민아의 인기하며 춤까지. 무엇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으니까요.”
민아는 에디오스의 컴백 앨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기에 댄스라면 주아의 자리까지 위협한다고 정평이 나있다. PD가 바보가 아닌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거절하면 다른 스케줄을 잡으면 될 테고.
“알겠습니다.”
“다음은요?”
“지난 번 말씀하신 프로듀서 건 말입니다. 오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김대현 매니저는 긴장어린 목소리로 보고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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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화 같은 표는 처음입니다. 판정단 555명 중 554표!! 1분은 누구신지 몰라도 대단하신 분입니다. 저희 프로그램의 위엄을 살려주신 분이예요.”
“하하하하.”
“이 은하 양의 기록을 누가 쉽게 깰 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이번 무대라면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함께 데뷔한 가수 동기이며, 친구 라이벌이죠? 전 개인적으로 이 무대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죠? 소개하겠습니다. 가수, 나엘입니다!!”
사회자의 힘찬 소개와 함께 조명이 무대가 아닌, 관객석 중앙을 비쳤다. 맨 앞의 나엘이, 그녀 뒤로 30명의 댄서들이 서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유나윤은 하얀 짧은 원피스, 댄서들은 검은 군복을 입고 대비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들은 웅장한 음악과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무대에 올랐다.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열렬히 환호했다.
“어쩜 우리인——-!!”
무대 중앙에 선 유나윤은 강렬한 톤으로 외쳤다. 그와 함께 무대의 조명들이 화려하게 빛나며 30명의 댄서들이 한 동작으로 일제히 팔을 올려 경계자세를 취하더니, 절도 있는 댄스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난 날지 못하고 울었지만 — 넌 —”
원곡과는 판이하게 다른 ‘밤하늘을 날아’였다. 유나윤은 그녀만의 맑은 음색을 뻗어내며 사람들의 귀를 울렸다. 라이브 밴드의 임펙트있는 연주가 댄스에 힘을 더하며, 퍼포먼스와 음악까지 갖춰진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 뒤에서, 그녀의 무대를 지켜보던 김지민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와. 선생님. 나윤이 엄청나요. 노래도 잘 하고, 춤도…”
“그러게. 준비 많이 했네.”
유나윤의 무대에 강윤도 적잖이 놀랐다.
리허설부터 그녀의 무대를 봤지만, 본무대에서 보이는 위용은 리허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가볍게 동작만 맞춰봤던 리허설과는 다르게 30명의 댄서들이 절도 있게 하나의 퍼포먼스를 만들어갔고, 무대 끝까지 뻗어가는 유나윤의 목소리는 관객들 모두를 깊이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거대한 퍼포먼스를 지켜보면서도 강윤은 여유가 있었다.
‘내가 은빛을 보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니…’
상대방의 은빛을 여유롭게 지켜볼 수 있다니. 이 상황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댄서들의 춤과 음악, 유나윤의 목소리는 강렬한 은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지민과 같이 음표 자체에서 빛을 발한다던가, 은빛 주변이 금빛으로 물들지는 않았다.
반면 김지민의 표정은 걱정으로 물들었다.
“선생님. 저… 지는 거 아닐까요? 555표 나오면 지는데. 헤헤.”
김지민이 멋쩍게 이야기하자 강윤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런 거야 아무렴 어때?”
“지기는 싫은데…”
“하하하.”
554표를 받아놓고도 가슴을 졸이는 김지민의 말에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랑은 아름다운 꿈– 내 손을 잡아– 그대 안으로—”
어느새, 무대는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유나윤은 그동안 쌓여있던 걸 마음껏 터뜨리며 소리를 내질렀고 그만큼 음악은 힘을 더해갔다. 드럼이 세차게 돌아가고, 베이스가 둥둥 울리며 분위기가 더더욱 올라갔다.
그리고…
“아름다운 꿈 — 그대와 나만의 그 꿈—”
유나윤의 높은 목소리와 함께, 사이키와 함께 무빙라이트가 화려하게 반짝였다. 그리고 나엘이 무대 중앙에서 웨이브를 타며 방점을 찍었다.
“와아아아—!!”
댄서들이 든든히 그녀를 보조해주니, 약간은 부족한 그녀의 춤이 화려함을 더했다.
“그대와의 — 꿈—-”
사이키 조명이 번뜩이며 두 사람의 댄서가 유나윤을 번쩍 끌어올렸다.
그와 함께 가수 나엘의 무대도 끝이 났다.
“와아아아아아—-!!”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해준 그녀의 무대가 끝이 나고, 그녀는 판정단의 평가를 받기 위해 무대 중앙에 섰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554표로 1위를 지켜 온 김지민이 섰다.
그들 사이로 사회자가 나섰다.
“14주 동안 명곡의 탄생을 진행해왔지만, 오늘 같이 손에 땀을 쥔 무대는 처음이었습니다. 두 어린 가수 분들이 이런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왔다니… 결과를 떠나서 노력한 두 가수 분들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관객들의 힘찬 박수가 이어지고, 사회자는 두 소녀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어떻게 준비를 했냐부터 무엇이 힘들었냐 등등 준비과정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간단한 대화가 이어지고, 드디어 결과가 발표되었다.
“가수 나엘의 득표입니다. 100은 가볍게 넘네요. 200, 300…”
400을 넘어 마의 숫자라는 450도 가볍게 넘어갔다. 그러자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60, 70을 넘어…
“500!! 오늘은 막내들의 날인가요? 명곡의 탄생 기준이 앞으로 매우 높아지겠습니다!!”
사회자의 흥분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숫자는 10을 넘어섰다. 그리고…
“513!! 아, 513입니다!! 오늘의 우승은 은하 양입니다!!”
팡파르와 함께 무대에 꽃가루가 터져 나왔다.
기쁨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김지민을 나엘은 가볍게 안아주었다.
“축하해.”
“고마워. 수고했어.”
“쳇, 이번에는 이기고 싶었는데.”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유나윤의 아쉬워하는 말에 김지민은 그녀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말과는 다르게, 유나윤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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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과 나엘이 출연한 ‘명곡의 탄생’은 평가단으로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입소문을 탔다. 피아니스트 계효민의 출연이나 30명이 동원된 퍼포먼스가 사전에 알려지며, ‘명곡의 탄생’은 방송 전부터 숫한 화제를 만들어냈다.
– 최고의 라이벌전.
– 은하, 나엘. 여가수의 미래를 보다!!
– 하앍하앍. 닭치고 본방사수.
– 피아니스트 계효민 지원 사격 VS 30 용사 승부는?!
결과에 상관없이 마지막에 두 소녀 가수가 안아주며 훈훈한 모습까지 연출했다는 말까지 알려지며, 사람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혹자는 나엘이 분해서 울었다 뭐했다며 연출이라는 소문을 내기도 했지만 매도하지 말라는 비난을 받으며 단번에 묻혀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강윤과 이현지는 ‘?’를 붙여 흥미를 유발시키는 기사들을 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방송 전부터 이렇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다니… 결과가 좋네요.”
이현지는 만족했다.
김지민의 이번 앨범 마지막 활동인 ‘명곡의 탄생’ 무대가 멋들어지게 마무리되었으니 더 바랄 것도 없었다. 계효민은 몸값보다 후에 독주회에서의 도움을 원했다. 여건이 된 이후, 강윤은 반드시 돕겠다며 흔쾌히 승낙했다.
강윤도 일이 잘 마무리되자 기분이 좋았다.
“이로서 다음 앨범 활동을 기약하기도 쉬워졌습니다. 이번 방송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 겁니다.”
“입소문만으로 저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야… 직캠이야 방송사에서 관리하니 상관 없을 테고, 문제는 GNB네요. 거기서도 우리하고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이번에 투자를 많이 했더군요. 이번에 손해를 보진 않았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걱정하는 이현지의 말에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GNB나 우리나 서로 길게 봐야 할 사이입니다. 이번 일은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서로 노리고 나타난 것도 아닐 테고 이런 일로 피곤하게 굴진 않겠지요. 사장이 밴댕이 소갈딱지가 아닌 이상 말이죠.”
“한영숙 사장이 속이 넓지는 않은데…”
“그런가요? 아십니까?”
“알죠. 이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요. 자꾸 잊는데, 나 MG 사장이었답니다.”
강윤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합니다, 몰라 봬서.”
“알았으면 나 일 좀 줄여줘요. 요즘이 힘이 많이 드네요.”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되겠군요.”
“하아, 이번에 해방 좀 되나 했더니.”
이현지의 장난을 강윤은 가볍게 넘기며 화제를 돌렸다.
“댄스 레볼루션이라. 민아는 별 말 없었습니까?”
“네. 춤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애니까요. 그 애야 타고난 춤꾼이잖아요.”
“그러네요. 지금 연습실에 있다 하셨지요?”
“네. 아까 왔다가 루나스로 간다 하더군요. 오전에는 연습하고 있겠다고 하더군요.”
강윤은 유정민이 뽑아놓은 댄스 레볼루션 관련 서류들을 들고 루나스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에는 정민아가 홀로 격렬한 춤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잠시 실례해도 될까?”
강윤이 문을 열며 인기척을 내자 정민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저씨?”
“안녕. 오랜만이네.”
정민아는 강윤이 들고 온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시며 음악을 껐다.
그동안 서로 스케줄을 수행하느라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며칠 만에 마주하니 반가움에 웃음꽃이 피었다.
강윤은 간단하게 근황을 묻고는 바로 ‘댄스 레볼루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팀씩 나와서 겨룬다고요?
“응. 청팀과 백팀으로 나누고, 7라운드. 재미있는 게 투표는 거기 있는 가수들이 직접 할 거야.”
“그럼 자기 팀에 투표할 수도 있잖아요?”
“예능이야, 예능. 목표는 시청률이고 재미지. 누가 이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야. 너도 가볍게 생각했으면 해.”
“아, 그래요? 난 또 산혁 오빠한테 부탁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자 강윤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퍼포먼스는 솔로 앨범 낼 때나 중요할 때만 하는 걸로. 몸 버린다?”
“…쳇.”
정민아가 입술을 삐죽대자 강윤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런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서 몸 버릴 필요는 없잖아. 적당히 보여줘도 충분할 거야.”
정민아는 알았다며 강윤의 손을 부드럽게 치웠다.
“알았어요. 그런데 머리에 손은 좀…”
“아, 미안. 기분 나빴어?”
“그건 아닌데, 너무 어린애 취급 받는 것 같아서요. 나도 어린 건 아닌데…”
“뭐? 요 꼬마자식이.”
강윤은 어이가 없어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마구 비볐다. 그러자 정민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 하지마세요.”
“하하하하.”
정민아와 함께 장난을 치며 강윤은 유쾌하게 웃었다.
‘아씨, 나 애 아닌데. 언제까지 이러면 안 돼!!’
반면, 그녀는 그와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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