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75
54화 – 자타공인 댄싱퀸(2) >
이후, 강윤은 정민아와 ‘댄스 레볼루션’ 프로그램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윤이 댄서나 기타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겠다 나섰지만, 정민아는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혼자서 괜찮겠어?”
“에이, 얼마 전에도 지민이 때문에 힘 많이 썼다는 거 알아요. 전 안심하세요. 혼자서도 잘 하니까.”
회사를 생각하는 기특한 발언에 강윤은 피식 웃었다.
“예쁜 말도 할 줄 아네. 많이 컸어.”
“…원래 컸거든요. 하아, 차라리 다른 애들이 나와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전문 댄서들보다 호흡도 잘 맞고.”
“그건 힘들 것 같아. 다 빼기 힘든 스케줄이라. 아니면 에일리라도 붙여줄까? 거긴 어떻게든 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혼자 나갈게요. 에일리한테 시달리는 건 연습만으로 충분해요.”
에디오스 지르박으로 통하는 에일리다. 듀엣으로 댄스 프로그램에 나가라니. 본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암에 걸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걸 잘 아는 강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머릿속에서 정민아의 급한 성격과 에일리의 느긋함이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하여간 성질은 급해 가지고. 에일리 잘 봐주라고.”
“그러고 있다고요. 이젠 뭐라 하지도 않아요. 저 나쁜애 아니에요.”
“안다, 알아.”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윤과 떨어지기 싫었는지 정민아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벌써 가세요? 더 계셔도 되는데.”
“우리 소중한 가수의 시간을 오래 뺏으면 안 되지. 이만 가볼게.”
“…괜찮은데.”
정민아가 사방이 다 들리도록 중얼거렸지만, 강윤은 웃으며 문을 나섰다.
그때. 정민아가 강윤의 손을 꽉 붙잡았다.
“할 말 있니?”
“저… 아저씨.”
활달한 정민아답지 않은 쭈뼛한 모습에 강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세차게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순간 그의 큰 몸이 당겨졌고, 그녀와 몸이 밀착했다.
“민아야. 지금 이…!!”
쪽.
강윤은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볼에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한 감촉이 느껴져지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식간에 강윤을 끌어안고 볼에 입술까지 댄 정민아는 그를 세차게 밀어냈다.
“어? 민아야. 갑자기 왜…”
“어린애라고 한 복수? 후후후후. 안녕히 가세요!!”
정민아는 문을 쾅하며 닫고는 문고리를 걸어 잠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뭐, 뭐야?!”
강윤은 멍해졌다.
놀라움, 당황 등 갖가지 감정들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민아야, 민아야!!”
강윤은 문고리를 흔들고, 문을 두드렸지만 단단히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갑작스레 닥쳐 온 폭풍은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정신 차려!! 쟤 민아야, 정민아라고!!’
한참이나 제자리에서 서서, 강윤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상념을 날리려 애를 썼다.
오랜 기간, 일만을 위해 달려온 강윤에게 갑작스레 다가온 여인의 향기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
.
.
덜그럭, 덜그럭!!
– 민아야!! 민아야!!
문고리가 세차게 흔들리며, 밖에선 그의 세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헉…”
그녀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가슴은 마구 요동쳤고, 손은 자기도 모르게 마구 떨려왔다.
‘아씨, 나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미친…!! 앞으로 아저씨 얼굴을 어떻게 봐…’
찰나의 순간에 벌인 사고가 그녀의 머리를 마비시켰다. 겨우 볼에 입술 좀 댄 걸로 가슴은 왜 이리 말을 안 들어 먹는지…
하지만, 저 옛날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할지. 막상 사고를 쳐놓으니 걱정이 앞섰다.
덜그럭거리던 문소리가 멈추며 인기척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녀는 긴장이 풀어져 문 앞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난 몰라… 앞으로 어떡하지…”
사과처럼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 채, 정민아는 한참을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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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교사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비워가는 교무실.
인문희는 자신의 뒤에 선 교감의 말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인 선생, 이번 학폭위일 다 끝냈나요?”
“죄, 죄송합니다. 아직.”
“이런. 학기 초부터 학폭위 열린 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처리까지도 늦습니까? 오늘 안으로 빨리 끝내도록 하세요.”
“교감 선생님. 하지만 검토해야 할 것도 많고…”
“오늘 안 끝내면, 내일 경찰에 학부모한테 뭘 보여주려 하죠?”
“…네.”
처리 기한을 늘려 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 이전에 돌아온 건 타박이었다.
“인 선생. 힘들겠네. 수고하고.”
“네. 윤 선생님 내일 봬요.”
퇴근 시간이 되자 교무실에 빈자리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하지만 인문희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심지어 결제를 해줘야 하는 교감마저 퇴근한다며 자리를 비웠지만 그녀는 야근을 위해 야식을 시켜야 했다.
“학기 초부터 애들이 왜 주먹질을 해선…”
보고를 위한 문서를 작성하며, 인문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개학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반 여자 아이들이 주먹질을 했다. 문제는 싸움이 커져 6명이 얽히는 사태가 벌어졌고, 한 아이가 싸움이 커지자 경찰서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고, 학교 전체가 뒤집어졌다.
덕분에 인문희는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이런 서류까지 작성해야 했다.
야식을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짬뽕이 도착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한참 일에 집중하다 늦게 서야 짬뽕을 개봉했고, 그녀는 우동같이 불어터진 면을 대면해야 했다.
“…눈물 젖은 짬뽕을 먹어보지 못하곤 야근을 논하지 말라. 하하하.”
힘든 상황이었지만, 인문희는 활짝 웃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니까.
하지만…
“…맛없어.”
우동 같은 짬뽕은 정말 맛이 없었다.
인문희는 짬뽕을 옆에 던져놓고,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퇴근은 요원하고, 야식은 맛없고, 사람도 없고.
최악의 밤이었다.
“그때 그냥 교사 하지 말고 노래나 했으면… 에이. 무슨 생각이래. 그랬다간 굶어 죽었을 거야. 에이!! 정신 차리자, 정신!!”
인문희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녀는 심기일전해서 퇴근을 위해 질주했다.
그때.
딩동.
컴퓨터에서 메일이 왔다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뭐지?’
평소 메일을 그리 확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부할 때면 다른 곳에 신경이 더 쓰인다 했던가. 그녀의 손이 메일로 옮아갔다.
– 안녕하세요? 월드 엔터테인먼트 이강윤이라 합니다.
그런데 전혀 상상도 못한 메일에 인문희는 눈을 비볐다.
“월드 엔터테인먼트? 하얀달빛 소속사 아냐?”
이런 소속사가 자기에게 무슨 일로? 궁금증에 그녀는 바로 메일을 열었다.
“!!!!!!!”
메일을 보는 그녀의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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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만지 사장은 얼굴은 최근 웃음꽃이 피었다.
소속가수 다이아틴이 동남아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고, 남자 아이돌 그룹 헤로이가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덕분에 윤슬 엔터테인먼트의 자금과 위상이 동시에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한편, 고민도 되었다. 해외에서만 활동을 한다면 지난 번, 에디오스와 같이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국내시장을 놓쳐버리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그걸 지금 말합니까? 정민아라니요?”
사장실.
전화를 받는 추만지 사장의 음성은 곱지 않았다.
“뻔하지 않습니까. 아, 됐고. 기다리라니 뭘 기다리라는 겁니까. 안됩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여갈 때, 사장실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언급된 주인공 강세경이었다. 그녀는 말을 걸려다 전화 통화에 자신이 언급되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추만지 사장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정민아와 우리 세경이 붙여봐야 뭐가 남겠어요? 기껏해야 라이벌 전 한다는 노이즈 마케팅? 지금 상황에선 그리 필요 없습니다. PD한테 양해 구하고 취소하세요. 다시 말하는데, 이번 건 절대 안 됩니다. 다른 스케줄을 구하세요. 차라리 방송국에서 이미지 조금 깎이는 게 나아요. 그럼…”
추만지 사장은 용건을 이야기하곤 통화를 마쳤다. 그는 길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세경이가 알면 난리가…”
“제가 뭘 알아요?”
“헉!!”
추만지 사장은 순간 놀라 기겁했다. 그제야 강세경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한 비서님이 문을 열어 주셔서 들어왔어요.”
“그, 그래. 휴우. 일단 앉자.”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곧 비서가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강세경은 커피엔 손도 대지 않고 바로 용건을 이야기했다.
“사장님. 저 댄스 레볼루션 나가고 싶어요.”
“하아…”
추만지 사장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강세경이 데뷔 이래 정민아와 줄곧 비교 당해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보잉까지 선보이는 정민아를 강세경이 춤으로 압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강세경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추만지 사장은 부드럽게 타일렀다.
“세경아. 나야 당연히 우리 세경이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런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서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어. PD좋은 일만 시켜줄 필요는 없잖아?”
정민아와 강세경.
에디오스와 다이아틴의 리더이자 댄싱머신들의 대전.
PD에게 이보다 멋진 그림이 어디 있을까?
누구보다 추만지 사장의 말을 잘 따르는 강세경이었지만, 이번에는 쉽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사장님. 전 데뷔 할 때부터 정민아와 비교당해왔어요. 그 정민아는 솔로 앨범까지 내면서 사람들에게 실력을 증명하는데 전…”
“세경아.”
“사장님. 앨범 내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예능 프로그램이에요. 그냥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한 번만 내보내주시면 안될까요? 저 정말 민아 이겨보고 싶어요. 더 이상 정민아와 비교당하고 싶지 않아요!!”
강세경은 강하게 나섰다. 평소 온순한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지금까지 추만지 사장은 가수가 주장해도 아니다 싶으면 그들의 고집을 꺾으며 안전한 길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추만지 사장은 눈을 감았다.
‘…차라리 이번에 들어주는 게 낫겠어. 지더라도 어차피 해외에서 활동하면 잊힐 일이야. 이번에는 한번 다독이는 게 낫겠어.’
다이아틴의 성과가 계속 올라가는 지금, 한번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마냥 채찍만 휘두를 순 없는 노릇이다.
추만지 사장은 눈을 떴다.
“알았어. 나가자”
“사장님, 감사합니다.”
“대신, 앞으로는 이런 주장하기 없기다?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강세경의 확답을 받자 추만지 사장은 시원하게 웃었다.
“좋아. 기왕 나가는 거. 꼭 이겨보자. 팍팍 밀어줄게. 우리 세경이가 최고지. 안 그래?”
“맞아요. 사장님 최고!!”
추만지 사장과 강세경은 강하게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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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명곡의 탄생이 방영 되진 않았지만, 방송사의 양해를 구해 강윤은 김지민의 공연 영상을 따로 녹화할 수 있었다. 빠른 모니터를 위한 조치였다.
박소영과 김지민은 지하 스튜디오에서 강윤과 함께 모니터 중이었다.
– 진한 그대의 향기 — 추억하는 가로수 — 난 — 기억하리 —
영상에서 김지민과 오케스트라, 계효민의 피아노 소리가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고 있었다. 절정에 접어든 김지민의 목소리는 커다란 파도처럼 무대를 장악했고, 웅장한 팀파니가 극적인 효과를 더해갔다.
‘저기가 가장 빛이 강한 부분이었어.’
모니터를 하면서도 강윤은 금빛을 생각하고 있었다. 완연한 금빛을 보지 못한 아쉬움, 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무대 중 가장 강렬한 빛에 대한 즐거움 등 여러 가지 상념이 교차했다.
첫 무대를 거하게 만든 박소영은 그녀대로 얼떨떨했다.
영상이 끝나자 강윤은 차분히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모두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김지민과 박소영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간단한 인사치레가 오가고, 강윤은 본격적으로 모니터를 시작했다.
“두 가지를 같이 말하고 싶어. 무대 모니터와 음악적인 모니터. 원래 따로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어차피 지민이도 화성학을 배우고 있으니까 같이 해도 상관없겠지?”
“네.”
“좋아. 그럼 처음부터 보자. 인트로는 효민 씨가 많이 봐줬지? 지민이가 들어오는 부분과 인트로가 부드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매우 좋았던 것 같아.”
박소영은 악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거기서 놀랐어요. 원래 제가 만든 부분은 G로 시작하는데, 효민 언니가 반키를 내리고 멜로디를 조금 바꿔주셨어요. 그리고 여기는 연음으로 이었고…”
박소영은 수정 전과 이후의 악보를 강윤에게 보여주었다. 계효민과 함께 고민하며 편곡한 악보였다. 말이 편곡이지, 인트로와 끝내는 부분인 아웃트로는 작곡까지 함께 한 것과 다름없었다.
김지민은 신기함에 눈을 빛냈다.
“어쩐지, 노래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경황이 없어서 말은 못했는데, 최고였어요.”
“고마워. 효민 언니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 그리고 여긴…”
박소영은 이어 편곡한 여러 부분을 보여주었다. 강윤은 다시 영상을 재생해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악보를 번갈아보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바이올린 음이 미묘하게 틀어지게 들려왔다.
강윤은 영상을 잠시 멈추고 김지민에게 물었다.
“들리니?”
“네?”
“다시.”
김지민이 고개를 갸웃대자 강윤은 바이올린의 음이 틀어진 부분을 재생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문어린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박소영이 눈치 채고는 운을 땠다.
“알았다. 오케…”
“쉿.”
하지만, 강윤은 대답하려는 박소영을 제지하며 김지민에게로 눈을 돌렸다. 김지민은 한참을 고민하다 힘들여 답했다.
“첼로 음이 약간 이상한 것 같은데…”
“첼로는 정상이야. 다시.”
강윤은 김지민이 맞출 때까지 영상을 재생했다. 김지민은 눈에 잔뜩 힘을 주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어? 알았다!! 바이올린이죠?”
10번을 더 듣고서야 강윤이 의도한대로 바이올린의 음이 틀어진 부분을 찾아냈다. 강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민은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50여개에 이르는 오케스트라에서 틀린 음을 찾는 건 정말 어려웠다.
“소리가 너무 많아서 정말 힘들어요.”
“오케스트라에서 틀어진 소리를 찾는 건 최고난이도지. 이런 청음은 앞으로 콘서트나 그룹사운드와 소리를 맞출 때 키워두면 좋은 능력이야. 종종 훈련하자.”
“네.”
강윤은 박소영에게로 눈을 돌렸다.
“소영이는 이제 편곡가로선 확실히 데뷔했어. 첫 스타트가 좋았어.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이 정도 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 할 정도면… 좋아. 앞으로 잘 해보자.”
“아니에요. 전 아직 멀…”
박소영이 손을 내저었지만 강윤은 무시하곤 말을 이었다.
“예명은 뭐로 할래?”
“네? 예명이라니요?”
뜬금없는 물음에 박소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연예인도 아니고 예명이라니.
하지만 곧 이어진 강윤의 말에 그녀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요즘은 작곡가들도 예명을 짓잖아. 앞으로 작곡가로서 쓸 이름말이야. 그냥 박소영이라는 이름도 괜찮고.”
“아!! 그, 그…”
자신의 노래.
그것을 위한 이름.
강윤은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박소영의 눈이 감격으로 물들어갔다.
“음원도 내는 거 알고 있지? 정산하면 통장에 바로 넣어줄게. 음악으론 처음으로 돈을 벌겠네. 기분 묘하지?”
“하하하… 얼떨떨 해요. 이런 순간이 오다니…”
김지민이 박소영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박소영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갔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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