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76
54화 – 자타공인 댄싱퀸(3) >
“사실, 처음엔 언니 곡을 안 좋게 생각했었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축하해요.”
“…고마워, 지민아.”
박소영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처음, 김지민이 자신을 미심쩍어 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걸 넘어 인정까지 받았다. 이건 어떤 기분과도 비교하기 힘들었다.
강윤도 서로를 끌어안은 두 여인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산을 하나 넘었네.’
이제 하나를 끝냈다는 생각에 강윤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이후 강윤은 회식을 제안했다. 당연히 두 여인은 만세를 부르며 찬성했고, 이틀 뒤에 회식이 잡혔다.
모든 용건을 끝낸 강윤은 스튜디오를 나서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가니 이현지가 기쁜 얼굴로 그를 맞아주었다.
“좋은 일 있습니까?”
“후후. 메일 답변이 왔어요. 보겠어요?”
“그 회식 동영상 말이군요. 뭐라 하던가요?”
개인 메일이 아닌, 회사 공식 메일 계정으로 보냈기에 이현지도 열람할 수 있었다.
강윤은 입고 있던 조끼를 벗고는 바로 이현지의 옆에 섰다.
이현지는 직접 보는 게 낫다며 바로 메일을 열어주었다. 강윤은 낭랑한 목소리로 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진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인문희라고 합니다. 아, 교사였군요.”
강윤은 조금 놀랐다. 영상에서 선생님, 선생님 부르는 모습에 교육관련 업종이라 예상하긴 했었다. 그런데 진짜 교사일 줄이야…
“일단 계속 보세요.”
강윤은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계속 메일을 읽어나갔다.
“제 동료 교사가 귀사의 오디션 응모에 회식 영상을 올렸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성의를 보이지 못한 점을 먼저 사과드립니다. 그런데도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오디션을 제안해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귀사의 오디션에 응모를 해보고 싶습니다. 가능 할 런지요?”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자 강윤은 눈에 이채를 띠며 메일을 계속 읽어갔다.
“과거에 ‘채아’라는 이름으로 제 30 회 대학가요제에 입상했고, 이후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디지털 싱글 ‘사랑해 오빠’라는 노래로 활동했으나, 성과는 미미했었죠. 자세한 건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생각보다 적극적인 답이 오자 강윤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30회 대학가요제면… 잠깐.”
강윤은 뭔가가 떠올랐는지 인터넷에 ‘30회 대학가요제 역대 수상자’를 검색했다.
.
[제 30 회 대학가요제]
• 동상
– 리커버리 – 시간 있나요
• 은상
– 채아 – Time
• 금상
– NiGulNiGul – 나 오늘 한가해요
.
‘진짜네.’
강윤의 눈이 호기심을 띄었다.
30회 대학가요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가수는 이현아의 리커버리였다. 하지만 리커버리 멤버들은 가수보다 다른 길을 선택했고, 이현아도 선배들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덕에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 ‘강적들’, 지금의 하얀달빛을 결성했다.
결과적으로 은상이나 금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대학가요제였다. 그런데, 그들과 인연이 닿다니, 인연이란 묘했다.
“왜 그러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쪽에서 적극적이니 시간을 잡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채아라. 자료는 제가 수집해놓죠. 그럼 언제가 좋을까요?”
시간을 더 끌 필요도 없었다. 인문희가 직장인임을 고려해 강윤은 토요일에 오디션을 제안해 달라 요청했다. 이현지도 동의했다.
곧 이현지는 토요일에 오디션을 보자는 메일을 보냈다.
“끝. 보냈어요. 대학가요제 입상자였다니. 놀랍네요. 노래를 잘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당시에 포커스가 현아가 있던 리커버리에 집중되어 있었죠. 왜 동상밖에 안되냐는 말도 돌았으니까요.”
“현아도 대학가요제 출신이었죠? 어쩌면 잘 알지 모르겠네요. 한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어요.”
강윤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오디션 업무를 처리하고 강윤은 사무실을 나서 연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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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B 엔터테인먼트의 12층 사옥은 세련된 건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건물 전체가 반사유리로 반짝였고, 배를 연상케 하는 외양은 전 엔터테인먼트 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빛나는 사옥의 사장실에선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아…”
3시간 째.
한영숙 사장은 짙은 한숨을 쉬며 이마의 골을 깊게 패고 있었다.
‘어떻게 준비한 기회인데, 그걸 날려먹다니!! 으으으으…’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엘이 출연한 14회 ‘명곡의 탄생’이 방영되었다.
– 최고의 기대주, 은하.
– 함께 작업하고 싶은 후배가수, 은하
– 록의 아버지 윤택수, 은하 같은 가수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방송 이후, 인터넷을 도배한 기사들을 보며 한영숙 사장은 분한 마음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시명 사장의 도움까지 받아 댄서도 불러들였고, 방송사의 협조도 받아 더 많은 시간도 할애 받았으며, 언론플레이까지 펼쳤건만…
인터넷은 온통 은하 이야기 투성이였다.
1. 은하
2. 계효민
3. 은하 계효민
4. 은하 명곡의 탄생
5. 은하 가로수 오케스트라
6. 나엘 밤하늘을 날아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5위도 모조리 은하가 점령해 버렸다.
나엘은 6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대체, 우리 나엘이 어디가 부족해서, 어?!’
보면 볼수록 속이 쓰려왔다.
–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작지만 저력 있는 기획사죠. 이번에도 분명 뭔가를 준비해왔을 겁니다. 그 곳 사장이 안목이 있거든요.
강시명 사장이 했던 이야기가 한영숙 사장의 머리를 맴돌았다.
‘이강윤, 월드!! 확실히 경계해야겠어.’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검색어 순위를 바라보며, 그녀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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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커피를 사랑한다.
그들이 몰려있는 곳은 카페가 성황을 이루기 마련이다. 파인스톡이 있는 디지털 단지에도 많은 카페가 있었다. 카페들은 출근, 점심, 퇴근시간마다 몰려드는 직장인들로 홍역을 치른다.
하지만, 붐비는 카페에도 브레이크 타임은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시간이었다.
“이 시간은 역시 한가해서 좋네요.”
파인스톡의 하세연 사장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분위기 있는 음악을 즐겼다.
그녀와 마주 앉은 강윤이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런. 직원들은 한창 일할 시간 아닙니까?”
“사장이 없어야 직원들이 눈치 안보고 일할 수 있어요.”
“…그냥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들켰나요? 후후.”
이미 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졌다.
강윤은 달달한 라떼를 빨대로 저으며 본격적인 용건을 이야기했다.
“여기 지난번 투자 기획안에 대한 답변입니다.”
“빠르시네요. 좀 더 여유 있게 주셔도 되는데.”
하세연 사장은 차분히 강윤이 준 서류들을 읽어나갔다. 월드 엔터테인먼트가 파인스톡의 음악사업 부문에 분기별로 투자를 하겠다는 기획안이었다.
모든 서류들을 검토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아메리카노가 담긴 잔이 빈 잔이 되자, 그녀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사업의 시작은 2년 뒤군요. 2014년 오픈이라. 월드에서 장기 투자를 해주시네요. 저희가 플랫폼을 확실히 마련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시는 건가요?”
통신사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충돌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파인스톡이 통신사와의 힘 싸움에서 질 것이라는 분석도 매우 많았다.
그런데, 강윤이 이렇게 과감히 투자를 하니 그녀로서도 의문이었다.
“모두가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플랫폼이 형성되면 통신사들도 별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은 과도기라 생각하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객관적으로 비교해 봐도 문자 서비스보단 파인스톡이 훨씬 편안하니까요. 음성까지 전달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
“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데요?”
무심코 나온 강윤의 말에 하세연 사장이 손뼉을 쳤다.
“데이터 통신으로 목소리를 전달한다. 조금만 연구하면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역시, 사장님은 우리에게 구세주네요.”
“도움이 된 건가요?”
“되다마다요. 그렇잖아도 다른 서비스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성… 하하하!!”
하세연 사장은 시원하게 웃었다. 마음속에 걱정하고 있던 무언가를 놓은 듯한 모습에 강윤도 기분이 좋았다.
‘파인스톡이 망하고, 나중에 세이스에서 서비스하던 것이지만… 상관은 없겠지?’
강윤은 괜히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세이스에서는 지금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자신대신 MG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것에 대한 서운함도 은연중에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카페에서의 여유를 좀 더 즐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는 제가 월드로 갈게요. 제가 김재훈 팬이거든요.”
“재훈이요? 그러면 오실 때 말해주세요. 시간을 맞춰놓지요.”
“와우. 그럼 기대할게요.”
하세연 사장은 강윤과 손을 맞잡고는 발랄한 발걸음으로 회사로 돌아갔다.
강윤도 차를 끌고 HMC 방송국으로 향했다. 정민아가 출연하는 ‘댄스 레볼루션’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A5NS 스케줄 때문에 촬영이 저녁부터 시작된다 했지? 다들 잘 하고 있으려나.’
운전을 하며, 강윤은 방송국에 있을 정민아 팀을 생각했다.
정민아는 맹연습을 했고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매니저도 김대현 팀장이 따라붙어 빈틈없이 케어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민아 이 녀석은 진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얘 날 좋아하는 건가?’
얼마 전에 있었던 연습실 일만 생각하면 강윤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정민아 정도면 손에 꼽을 만한 미인이다. 그런 미인이 자신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까지 했다. 아무리 10대부터 봐왔다지만, 이런 스킨십은 목석같은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핸들을 꺾으며, 강윤은 한숨을 쉬었다.
‘매니저와 연예인의 연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에이!! 이건 아냐. 정신 차려, 정신. 민아다, 민아. 정민아라고!!’
HMC 방송국에 도착할 때까지, 강윤은 상념을 떨쳐내려 애썼다.
도착한 강윤은 바로 녹화가 있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는 막바지 세트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출연하는 스타들은 모두 대기실에 있었다.
“어? 사… 장님.”
강윤이 대기실에 들어가니, 정민아가 그를 반갑… 아무튼 맞아주었다. 평소의 활기차던 정민아는 온데간데없고 조금은 사그라진 모습이었다.
“아, 그래. 대현 씨는?”
“대현 오빠는 화, 화장실 갔어요.”
강윤과 대화를 하면서도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강윤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는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민아야.”
“…네?!”
강윤의 평범한 부름에도 정민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씨!! 나 왜 이래?! 티를 팍팍 내고 있잖아?!’
마음으로 이불을 뻥뻥 차고 있었지만, 정민아는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강윤을 대하려 애썼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대기실 문이 열리며 남녀가 들어선 것이다.
“여어, 이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마른 체격에 커다란 코가 도드라지는 추만지 사장이었다. 그는 강윤을 보자 반가움을 드러내며 손을 내밀었다.
강윤도 반가움을 드러내며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추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얼굴이 환하십니다. 하긴, 은하에 에디오스까지. 밝을 만 하죠? 하하하.”
추만지 사장은 화통하게 웃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비록 다이아틴과 에디오스가 라이벌 관계라 하지만, 강윤은 곡을 주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그것도 명곡을 주었다. 당연히 호감이 갔다.
“사장님 말씀대로 요즘 즐겁습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으니까요. 아, 다이아틴도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들었습니다.”
“저희야 멀었지요. 이 사장님이 기획한 주아가 만든 성과에 비하면 말이죠.”
“하하하. 그렇게 말씀 안하셔도 됩니다. 오리콘 차트 5위안에 드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1위 한 번은 해보고 명함을 내밀어야죠. 아직은 멀었습니다. 하하하.”
강윤과 추만지 사장 사이에서 좋은 덕담이 오갔다.
두 사람이 회사와 가수를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정민아에게 한 여인이 다가왔다.
“민아 선배. 안녕하세요.”
“세경 씨? 오랜만이에요.”
강세경이었다. 그녀는 눈매에 힘을 주며 미소를 지었다.
인사가 오갔지만, 강윤과 추만지처럼 친밀감이 오가지는 않았다. 마치 물과 기름 같았다.
강세경이 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라며 꼬박꼬박 존칭을 했고 정민아도 나이에 맞게 대우를 해주었다. 다른 멤버들은 가끔 연락도 하며 장난도 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정민아는 덤덤히 물었다.
“준비 많이 하셨어요?”
강세경 역시 차분히 답했다.
“많이는 못했어요. 스케줄이 워낙 많아서요.”
“그래요? 아, 걱정이네요. 세경 씨 한 댄스 하잖아요. 으…”
정민아가 엄살을 부리자 강세경 역시 씨익 웃었다.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민아 선배만 하겠어요.”
고저 없는 대화 속에, 두 여인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그때, 대기실 문을 열고 일단의 무리가 들어섰다. 모두 8명에 이르는 남자들이었다.
“오, 왔니?”
추만지 사장이 그들을 보며 아는 척을 했다. 그러자 강윤이 의문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분들인가요?”
“아.”
그는 8명에 이르는 대인원을 옆에 세우고는 강윤과 정민아에게 소개해주었다.
“얘들아. 인사드려. 사장님, 저희 연습생들입니다. 오늘 우리 세경이와 함께 녹화에 참가할 아이들이죠.”
“안녕하십니까!!”
힘찬 목소리가 대기실에 울려 퍼졌다.
강세경과 함께 녹화에 참여한다는 연습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정민아는 얼떨떨해졌다.
‘뭐? 준비 별로 안했다고?’
정민아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9:1
말과 다르게, 강세경은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좋아. 한번 붙어보자고!!’
정민아의 가슴이 승부욕으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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