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77
54화 – 자타공인 댄싱퀸(完) >
강윤은 승부욕으로 눈빛을 태우는 정민아와 다르게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 하나같이 뛰어난 연습생인 것 같습니다. 이거, 오늘 긴장해야겠는데요?”
강윤의 말에 정민아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그는 그녀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진정해.’
그의 뜻을 알아차린 정민아는 그제야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강윤의 말에 추만지 사장도 웃으며 답했다.
“이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분이 좋군요. 부족한 아이들입니다. 세경이 옆에서 덕 좀 보여고 염치 불구하고 데리고 나왔습니다. 조만간 방송에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추만지 사장의 말과는 다르게, 강세경의 눈에는 서슬 퍼런 기운이 어려 있었다.
‘단단히 준비해서 나왔군.’
데뷔 전 방송 무대에 적응을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강세경을 지원하려는 목적이 더 강한 것 같았다.
강윤이 보니 8명의 남자 연습생들은 온 몸에 기합이 들어 보였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의 남자들은 굳게 입을 다물고 추만지 사장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연습생들이 많은 건 부럽네. 연습생 숫자는 소속사의 힘이나 마찬가지인데.’
연습생 1인당 1년에 들어가는 돈은 대략 3천만 원.
많은 연습생들을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건 소속사가 힘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 시기에 맞는 가수를 기획할 수 있는 인재가 확보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말이다.
“……”
“……”
화기애애한 사장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정민아와 강세경의 눈빛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승부욕에 강윤은 정민아를 돌려 세웠다.
“이런. 민아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사장님, 오늘 살살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탁드려야 할 말 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이따 뵙지요.”
추만지 사장과 강세경 일행이 대기실을 나서자 정민아가 불퉁한 어조로 말했다.
“저 깍쟁이. 뭐? 준비를 많이 못해? 허. 웃기는 짜장이네.”
모범생이 전날 밤새놓고 공부 하나도 안했다며 거짓말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행태에 정민아는 기가 막혔다.
강윤은 부드러운 어조로 정민아를 달랬다.
“준비 많이 했을 거라고 예상했잖아. 사실은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자리라 보는데…. 난 강세경이 여기에 나온 이유를 모르겠어. 내가 사장이면 절대 안 내보냈을 거야.”
“왜요?”
“손해거든. 다이아틴도 이미 최고 위치에 있는 가수인데, 굳이 이런데 나와서 춤 실력을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어. 내 생각엔… 민아 너 때문에 나온 게 아닐까 싶어.”
“아.”
정민아는 이해했는지 박수를 쳤다. 줄곧 비교당해 온 그녀라면 그럴 만 했다.
“지금까지 춤으로 너와 비교당해 왔으니까… 추만지 사장이나 강세경이나 이번에 콤플렉스를 떨쳐 버리려는 생각이라면 가능성은 있지. 거기에 연습생들 얼굴도 비쳐주면 나쁜 생각은 아냐.”
“뭐, 아무래도 좋아요.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까.”
정민아의 자신만만한 답에 강윤은 그녀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래, 그래야 민아답지.”
“흐흐.”
정민아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강윤과 있었던 해프닝이 다시 떠올랐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망설였었는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자연스러워졌다.
‘…아직은 그것대로 좋을까?’
정민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여자로도 보지 않는 걸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감정이 있는데 숨기는 걸까? 뭘까? 묻고 싶었게 산더미였지만…
관뒀다.
지금은 이대로 그의 응원을 받는 게 더 좋았으니까.
“준비 잘하고. 이따 보자.”
“네.”
강윤이 대기실을 나서고, 정민아는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에 들어갔다.
“…저 등신.”
“에?”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속해주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정민아의 투덜거림에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정민아는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메이크업을 재촉했다.
…이대로가 좋다 해도, 서운함은 남아있는 법이었다.
.
.
.
HMC 방송국의 스튜디오.
댄스 레볼루션 녹화는 뜨거움을 더하며 절정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레스타임의 승리로 스코어는 3:3!!
MC 강덕중의 흥분한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가득 메우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코믹 댄스와 제대로 된 댄스의 적절한 조화로 양 팀이 고루 점수를 가져가 스코어는 팽팽했다. 덕분에 방송 분량을 확보해야 하는 한태영 PD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이제 승부를 결정지을 마지막 대결입니다. 진정한 댄싱퀸을 가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청팀 에디오스의 민아, 백팀 다이아틴의 강세경!!”
“오오오오오!!”
출연진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정민아와 강세경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앞으로 나섰다.
“에이스전으로 오늘 승부가 결정되는데요. 세경 양, 우승하면 상품으로 뭘 가져가고 싶은가요?”
MC 강덕중은 가라앉은 눈빛을 하고 있는 강세경에게 물었다. 강세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근한 어조로 답했다.
“한우?”
“오, 한우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고기 먹어본 지가 좀 돼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척 보기에도 강세경은 길었지만 마른 체형이었다.
MC 강덕중은 장난스러운 눈으로 스태프들이 분주히 얽혀있는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런. 사장님. 다이어트도 좋지만 고기부터 먹여야 할 것 같네요. 우리 세경 양 녹화 끝나고 고기 좀 사 주세요.”
강윤과 함께 서있던 추만지 사장은 손을 들며 알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사장다운 유연한 대처였다.
MC 강덕중의 마이크가 이번에는 정민아에게로 향했다.
“민아 양. 민아 양은 우승하면 어떤 선물을 가져가고 싶으신가요?”
“저도 한우요.”
“흠, 민아 양은 잘 드시는 것 같은데… 우승해도 고기는 세경 양에게 양보하는 걸로?”
정민아는 강세경보다 확실히 볼륨감이 있었다. 강세경과 키는 비슷했지만, 건강미가 느껴졌다.
MC 김덕중의 말에 가볍게 웃음이 터졌다. 정민아는 그렇지 않다며 웃어넘겼고, 한우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
대결을 펼칠 두 여인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MC 강덕중은 인터뷰를 더 끌지 않고 바로 강세경을 중앙으로 올렸다.
“더 끌지 않겠습니다. 바로 모십니다. 강세경입니다!!”
“오오오!!”
출연진들과 스태프들의 박수가 이어지고, 스튜디오의 조명이 은은해졌다. 그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7명의 남자들이 강세경을 둘러쌌고, 한 남자는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오, 뭔가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군요.”
무대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는 강윤의 말에 추만지 사장도 웃으며 답했다.
“부족하지만, 한번 보시죠.”
일렉트로닉 효과음에 리드미컬한 반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남자의 손이 남자의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강세경과 남자의 허리가 한 동작으로 돌아갔다. 그녀 주변을 둘러쌌던 남자들도 박자를 맞추며 스텝을 밟아 대열을 맞춰 앞으로 나왔다.
– 이 목소리 사랑인 걸 알고 있는데 — 부드럽게 네 달콤함을 들려줘–
중견 여가수, 지현의 ‘사랑인걸’이라는 노래에 맞춰, 강세경은 파트너 남자와 함께 화려한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춤에 맞춰, 남자들은 대열을 맞추며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
‘잘하네.’
표정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정민아는 놀랐다.
섹시함을 극도로 어필하는 춤으로, 강세경은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사로잡았다.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지만 몸매 라인을 부각시키는 의상은 그녀의 댄스를 한층 부각시켰다.
‘보통 연습한 게 아니군.’
스튜디오 아래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강윤도 적잖이 감탄했다.
7명의 남자들이 빈틈없이 강세경을 보조했고, 1명의 파트너는 그녀의 여성미를 한층 부각시켰다. 특히 파트너 역할을 하는 남자의 두터운 팔뚝에 난 힘줄이 불끈댈 때마다 몇몇 여성 출연진들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하하하, 어떤가요? 많이 부족하지요?”
추만지 사장의 조금은 가식어린 말에 강윤은 차분히 답했다.
“아닙니다. 확실히 대단하네요. 세경이가 한 댄스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잘하는 군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쁩니다. 그래도 민아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저야말로 걱정입니다. 민아가 세경이를 따라갈 수 있을지.”
강윤도 겸손히 답했다. 물론, 두 사람의 마음은 전혀 달랐지만.
파트너와 거리를 벌리며, 강세경은 화려한 춤사위를 마음껏 뽐냈다. 그녀는 리드미컬한 각기춤을 선보이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더니 이내 다시 섹시댄스로 돌아와 남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10초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이 짧은 반전이 남녀 모두에게 환호성이 나오게 만들었다.
다시 파트너와 다시 몸을 밀착시킨 그녀는 부드럽게 웨이브를 타며 손짓으로 파트너의 턱선을 농락했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은 그녀를 둘러싸곤 부각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대단…’
‘장난 아니다…’
함께 출연한 가수들은 강세경의 춤에 혀를 내둘렀다. 모두가 한 노래, 한 춤을 해서 가수가 된 이들이었지만 강세경의 춤은 모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감탄사를 넘어, 강세경의 춤은 절정에 이르렀다.
강세경은 파트너의 턱을 손으로 잡고 어깨로 가볍게 웨이브를 탄 후, 그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와 함께 파트너가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고 격정적인 동작을 연출했다.
“오!!”
출연진들에게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강세경의 젖혀진 머리가 들리며 파트너의 머리를 잡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닿을락 말락.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며 강세경의 댄스는 마무리 되었다.
“오오오!!”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팀 구별 없이, 모두가 그녀의 춤에 넘어간 것이다. 숨죽이며 촬영에 임하던 스태프들도 박수를 치며 강세경의 춤에 환호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가운데 MC 강덕중은 흥분한 어조로 거친 숨을 내뱉는 강세경에게 다가갔다.
“멋진 무대, 잘 봤습니다. 세경 양, 이렇게 춤을 추려면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나요?”
강세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새침한 어조로 답했다.
“후우, 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스케줄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한… 이틀?”
“이야. 이틀 연습하고 이 정도 춤을 춘단 말인가요? 대단하네요!!”
MC 강덕중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정민아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틀은 무슨… 못해도 일주일 이상은 꼬박 연습 한 것 같은데.’
겸손과 가식을 넘나드는 인터뷰를 하며, 강세경은 간간이 정민아에게 날선 눈빛을 쏘아 보냈다.
‘이 정도, 할 수 있어?’
‘흥. 어디 보자고.’
두 사람 사이에 튀는 불꽃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과열되는 두 여인의 시선에 강윤은 난색을 표했다.
“이거, 너무 과열되는군요.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
추만지 사장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볼을 긁적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요. 괜히 어른이 끼어서 망신살 뻗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결과에 따른 실력 평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 굳이 코푸는데 손을 더럽힐 이유가 없었다.
‘확실히 준비는 많이 해왔어.’
강윤은 조금은 잠잠해진 두 여인을 보며 팔짱을 끼었다.
말과는 다르게, 강세경은 정민아와 댄스로 맞붙는 걸 알고 많은 걸 준비해온 것이 분명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거지.’
무대에 나서기 전, 인터뷰를 하는 정민아를 보며 강윤은 씨익 웃었다.
“더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민아 양, 그럼 가실까요?”
“네.”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정민아는 주머니에 넣어 온 비니모자를 썼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살짝 가려지며,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뭐지?’
‘뭘 준비한 거야?’
스타일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진 정민아의 모습에 출연진들도 숨을 죽였다. 놀라운 춤을 보여준 강세경이 정민아의 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았다.
조명이 은은해지며, 정민아가 손을 올렸다.
– 스르륵 감기는 눈 — 내 꿈속 — 사랑스러운 오빠 —
정민아가 턴을 하며 돌아섰다.
그런데 출연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두의 귀에 척 감겨오는 반주 때문이었다.
“이거, My Sweety Daring? 아냐?”
“맞아맞아.”
“이거 다이아틴 타이틀곡 아냐?”
모두의 놀라움 사이로 정민아는 자신의 가는 다리를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My Sweety Daring’의 시작이었다. 양 손을 휘로 흔들며, 다리를 찼다. 치어리더를 연상케 하는 ‘My Sweety Daring’의 안무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My Sweety Daring’은 도입부가 EDM으로 시작하지만, 정민아의 ‘My Sweety Daring’은 EDM이 사라지고, 그 부분을 휘파람 소리와 함께 다른 어쿠스틱 음들이 대체했다. 다른 편곡으로 완전히 다른 곡이 되어버린 것이다.
– 남들 눈엔 Ugly 내 눈엔 Cute 사랑스러운 오빤 영원한 나의 사랑 — 정민아는 가볍게 허리를 흔들며 귀여움을 어필했다. 다이아틴의 안무와 비슷하면서도 또 달랐다. 그녀의 팔랑거리는 하얀 치마가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와우!!”
남자 출연진들은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정민아의 모습에 홀라당 넘어가버렸다. 정민아는 출연진들을 향해 가볍게 윙크를 했고, 한 남자 출연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는지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로 넘어갔다.
“쳇.”
…여자들은 정민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불편해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귀여움을 강조하는 춤은 잠깐이었다.
– 넓고 넓은 세상 — 내 눈엔 오직 — 그대만 보여요 —
분위기가 바뀌었다.
진한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지며 빠른 재즈풍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번 곡 역시 모두에게 익숙한 노래였다. 다이아틴의 노래, ‘Story’였다.
“재즈풍으로 들으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군요. 원곡하고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거기에 연결도 자연스럽고… 직접 편곡하셨나요?”
“네. 원곡의 색깔이 강해 애를 먹긴 했습니다.”
“놀랍군요. 이 곡, 나중에 저희가 사용해도 될까요?”
추만지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민아가 다이아틴의 곡을 사용하겠다며 허락을 구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무리 정민아라 해도 원곡자를 능가하기는 힘들다 판단해 사용을 허락했는데… 이런 반전 있는 편곡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강윤은 칭찬을 듣고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얼마든지요. 저야 감사하죠.”
“‘My Sweety Daring’을 주실 때부터 알아 봤습니다. 메들리라니. 한방 먹었군요.”
추만지 사장은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치어리더를 연상하는 춤을 추며 귀여움과 여성미를 강조하던 정민아는 한 출연진을 콕 찝어 그를 데리고 중앙으로 나왔다.
“어어어?”
끌려나온 남자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중앙에 섰다. 정민아는 그의 몸을 손으로 가볍게 훑었다.
“오오오!!”
주변의 환호를 받으며, 정민아는 가볍게 남자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그를 부러워 한 다른 출연진들은 난리가 났다.
“나도, 나도!!”
“여기도 있어!!”
하지만 그들에게 행운이 돌아오진 않았다.
정민아는 잠시 행운을 누린 남자를 가볍게 밀어냈고 그는 황홀한 표정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어 정민아는 카메라를 향해 농염한 표정을 지으며 농익은 춤을 이어갔다.
강세경과 달리 파트너 하나 없었지만, 정민아는 몸짓과 동작 하나하나로 주변을 모두 빨아들였다. 게다가 원곡과 완전히 달라진 편곡은 그녀의 춤사위에 힘을 더했다.
긴 색소폰 소리가 빠른 비트의 드럼소리로 가려지며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가속이 붙으며, 정민아의 스태프가 속도를 더해갔다. 그녀는 박수를 유도했고, 모두에게서 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짜르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노래가 흘러나왔다.
– 오늘은 그대와 나 ― 함께하는 —
마지막도 역시 다이아틴의 노래였다. ‘사랑해’라는 연인의 사랑을 담은 노래로 그들의 대표곡이었다. 교복을 연상하게 하는 의상에 귀여움을 강조하는 춤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었다.
그러나 정민아의 춤은 완전히 달랐다. 빠른 비트의 영향을 받아 팝핀댄스를 추며 온 몸으로 각을 만들어냈다.
“와아아아–!!”
출연진들이 환호했다. 귀여운 안무로 남자들의 시선을 빼앗아갔다며 시샘하던 그녀들은 이미 없었다. 남자들도 따라 하기 힘든 춤에 모두가 넋이 나간 지 오래였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분위기를 저렇게 잘 타?!’
강세경은 기가 막혔다.
너무도 다른 3개의 노래 속에서 정민아는 제 무대인양 자유롭게 뛰어놀았다. 단순 비보잉 댄스를 선보일 줄 알았건만…
귀여움, 여성미, 강인함.
정민아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었다.
‘…졌어.’
비보잉 탑락, 인디언 스탭을 밟아나가는 정민아를 보며, 강세경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민아의 춤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녀는 스탭을 밟으며 몸에 회전을 더하더니, 몸을 거꾸로 세우고는 머리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와아아아!!”
비보잉 스킬 중 고난도 스킬 중 하나인 헤드스핀이 터져 나오자 모두에게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침묵해야 할 스태프들도 목청껏 탄성을 내질렀다.
머리로 한 바퀴를 돈 정민아는 가볍게 앉으며 손으로 브이를 그렸다.
“휴우.”
“와아아아아아!!!”
정민아의 진한 숨소리와 함께, 모두에게서 엄청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댄싱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대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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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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