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87
57화 – 소년(4) >
[연화넷 – 연극영화과 입시정보 전문채널]Part 5 – 가수 모집
– [MG] 2012 상시 오디션 – 10월 일정
– 예랑 ENT 공채 제11기 오디션 공고
– 시오 엔터테인먼트 원스텝 연습생 모집
– 나엘, 트위스텔 GNB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모집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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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본격적으로 물들어가는 10월이 왔다.
전국의 연극영화과 대표 커뮤니티 겸 취업사이트라 손꼽히는 ‘연화넷’은 연일 공고들로 가득차고 있었다. 여름에는 한 달에 한 두 개도 찾아보기 힘든 공고들이 9월에 본격적으로 올라오더니 추석이 지난 이후 한 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많은 공고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한려예술대학 본관에 있는 컴퓨터 앞에서, 두 여학생은 연화넷에 올라있는 공고들을 보며 앞으로의 진로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이번엔 꼭 MG에 들어가야지.”
“난 윤슬. 아, 이번엔 꼭 돼야 하는데…”
당연히 그들의 관심사는 MG와 예랑, 윤슬과 GNB등 큰 기획사들에 있었다.
학교로 치면 이른바 SKY에 비유되는 이런 명문 소속사에 들어가야, 추후 데뷔했을 때 좀 더 편안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긴 여학생이 스크롤을 내리더니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칫, 이번에도 없네.”
“어디?”
“거기 있잖아. 요즘 애들이 알짜라면서 가고 싶다고 하는데. 은하있는 곳이 어디였지?”
“아아. 월드? 하긴, 거기가 진짜 알짜지. 퍽하면 1위에, 히트에. 그런데 그래봐야 뭐하니. 공고 안 뜨는데.”
키 작은 여학생이 아쉬움을 잔뜩 드러내며 눈꼬리를 내렸다.
한국의 모든 기획사들이 모집 공고를 올린다는 연화넷에서조차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모집 공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형 기획사들은 언제나 단연 선망의 대상 1위였지만, 음반을 냈다하면 차트 윗자리는 예약하고 보는 월드 엔터테인먼트 같은 알짜 기획사에게도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대체 소영 선배는 거기 어떻게 들어간 거야? 인맥발인가?”
“몰라. 혹시… 스폰?”
“야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거기 사장이 고X라는 소리도 있어.”
“에엑?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
“나도 들은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문을 양산하며, 여학생들은 수다를 이어갔다.
“에이, 난 월드에 UCC도 올렸는데 연락이 없어.”
“어? 너도 낸 거야? 나도나도. 그런데 지금까지 연락도 없고… 에이, 모르겠다.”
영상을 먹어버린 건지.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가까운 듯 했지만 멀고도 먼 당신 같은 존재였다.
여학생들이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푸념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강미, 선아. 둘이 여기서 뭐 하니?”
돌아보니 최찬양 교수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반색하며 그를 반기고는 바로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교수님,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곳인가요?”
“응. 왜? 월드에 관심 있니?”
그러자 머리 긴 여학생이 눈을 빛냈다.
“네. 요즘 월드, 선망의 대상이잖아요.”
“하긴, 그럴 만 하겠네. 요새 내는 앨범마다 다 잘 됐으니까.”
최찬양 교수도 바로 수긍했다.
방송에 나오기만 하면 히트다. 앨범, OST, 심지어 예능까지.
거기 소속사는 무슨 신이라도 내렸는지 했다하면 뻥뻥 터지는데 학생들이라고 모를까? 게다가 이 학생들은 취업이라면 불을 키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이었다.
그때, 최찬양 교수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손바닥을 쳤다.
“아, 이번에 물어보면 되겠네. 이번 주 금요일에 선배와의 대화가 있으니까.”
“선배와의 대화요? 아.”
여학생들은 바로 기억해냈다.
한려예술대학의 전통으로 소위 취업에 성공해 잘 나가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와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현아가 와, 그때 물어보면 될 거야.”
“진짜요?!”
이현아.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아이콘이었다.
기대감으로 여학생들의 눈에 진한 빛이 돌았다.
——————————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한 동네 술집.
창가 뒤로 비치는 야산과 어스름한 조명이 비치는 인적 없는 술집은 정적이 감돌았다.
“……”
“……”
강윤과 이현지는 키오드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강기준과 함께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
이미 그들의 테이블 밑에는 빈 소주병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술이 매우 셌는지 강기준 사장은 태연히 강윤의 빈 잔을 채워주고 있었다.
“…은하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거절을 하고.”
기회가 오니 얼른 VVIP로 옮겨버린 이민혜를 김지민과 빗대며, 강기준 사장은 씁쓸한 얼굴로 소주를 넘겼다. 그의 덥수룩한 수염에 술방울이 묻자 그는 가볍게 털어냈다.
강윤은 빈 잔을 내려놓고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동고동락한 세월이 있었으니까요. 함께 구르고, 고생하고. 그 무게가 유혹보다 강했다 생각합니다.”
“그럼…”
강기준 사장은 슬픈 눈으로 강윤을 바라보았다.
“전 뭡니까? 하하… 민혜는 왜 날 버리고 거기로 가버린 걸까요. 나와 했던 고생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이었을까요.”
“……”
강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빈 잔에 술잔을 채워 줄 따름이었다.
이현지가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연예인이 스타가 되고, 작은 소속사에서 큰 소속사로 가는 일은 흔한 일이죠. 사람은 더 안정된 환경을 찾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지만… 하아.”
이현지는 냉정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VVIP 엔터테인먼트는 중견소속사로서 여러 스타들을 보유했고, 나름 노하우도 갖추고 있었다. 반면 1인 소속사인 키오드 엔터테인먼트에서 노하우를 찾는 건 잔혹한 일이었다.
강윤이 말했다.
“6년이면 짧은 세월은 아니죠. 하지만, 그보다 더 한 세월을 빛도 못 보며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다못해 데뷔도 못하는 연습생들이나 단역은 수도 없이 많죠. 1000명 데뷔하면 1명이 뜰까말까 한 이 시장에서 띄운 건 대단한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키지 못했죠. 결국 전 혼자가 됐습니다.”
강기준 사장은 강윤과 잔을 부딪치며 말을 이어갔다.
“이사님의 제안, 처음에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폐가 될 것 같았습니다. 전 제 별 하나 지키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 이후, 전화는 물론이요 스토커처럼 집까지 찾아가봤지만 문전박대만 당했습니다. 새로 붙은 매니저라는 사람에게 내동댕이쳐지는 수모까지 당했습니다. 이미 위약금은 다 물었다며, 우리 사이에 남은 인연은 이제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기분은… 이런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죄송하지만, 폐만 될 것 같습니다.”
강기준 사장은 자괴감에 빠졌는지 고개를 깊숙이 떨어뜨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현지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을 때 강윤이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실망입니다.”
“……”
조근 조근한 어조로 강한 말을 하는 강윤에게 이현지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장…”
강윤은 이현지의 손을 가볍게 잡더니 말을 이어갔다.
“자기 연민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입니다.”
“자, 자기 연민이라고요?”
강기준 사장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강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기획을 하는 사람은 연예인의 배신에 따른 리스크를 지고 갑니다. 그걸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람 보는 눈을 제대로 갖추려 노력하는 거지요. 연예인은 애초에 뜨기 전에는 모래알만도 못한 존재지만, 한번 뜨면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됩니다. 그때, 연예인의 인성이 드러납니다. 자기 마음대로 주변을 마구 휘둘러대기도,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반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더 오래가기 마련입니다.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인격적인 측면을 보고, 함께 갈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
“지금 강 사장님은 그걸 보는 눈도, 견뎌낼 마음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걸 지금…”
돌직구가 날아들자 자괴감에 빠져있던 강기준 사장의 눈에 불이 켜졌다.
그러나 강윤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거울을 보십시오. 우린 손님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다른 회사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지요. 그런데 덥수룩한 수염하며, 자기연민에 빠진 태도까지.”
“……”
강기준 사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잠시 말을 멈춘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고 말을 이어갔다.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6년이 허사가 됐습니다. 첫 연예인을 6년 간 키워오며 스타로 만든 끈기와 능력, 대단합니다. 인정 할 만 하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젠 결과를 인정하고 견뎌야 하는데, 지금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
강기준 사장은 몸을 부르르 떨다 외쳤다.
“하하, 사… 사장님은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말에 이번에는 강윤이 멈칫했다.
사실, 회귀하기 전, 수도 없이 스타들을 빼앗긴 적이 있던 강윤이었지만, 그런 경험담들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강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 애초에 겪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함께 고생하고, 함께 열매를 누릴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았으니까요.”
“그런…”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설득을 하러 온 건지, 도발을 하러 온 건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강기준 사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 강윤이 담담히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키운 자식에게 뒤통수 맞는 일은 없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네?”
그 말에 강기준 사장이 조금은 얼빠진 표정으로 강윤을 바라보았다.
“강 사장님은 기획력, 스타를 향한 애정, 영업 등 많은 능력이 있습니다. 6년간 현장에서 구르고, 성공하며 축적된 노하우겠지요.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 내 자식이 어떤 애인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 바닥이 그렇습니다. 사람으로 흥하고 망하는 곳이죠.”
“…하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강윤이 도발이 기분이 상했는지 그의 눈은 서늘했다.
그러나 강윤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앞으로 절대 뒤통수 맞을 걱정 없이, 스타메이커가 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월드와 키오드 엔터테인먼트의 합병 조건입니다.”
“하…!!”
강기준 사장은 기찬 소리를 내뱉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가 지금 잘나간다는 것은 잘 알았다.
김지민이 VVIP의 스카우트를 거절한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월드가 잘 나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가수란, 앨범 하나만 실패해도 회사를 휘청이게 할 수도 있는 존재였고 그런 가수를 넷이나 보유한 게 월드 엔터테인먼트다.
거기에 월드라고 배신이 없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겠나?
“…말이 합병이지, 결국은 저를 원한다는 이야기군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거기에 붕뜬 매니저와 코디네이터까지. 6년 동안 한 사람을 꾸준히 돌봐온 스태프들은 쉽게 찾기 힘들죠. 기꺼이 수용할 생각입니다.”
“…그건 나쁘지 않군요. 그런데 월드에서도 다른 곳으로 가는 이가 나오면 어찌하실 겁니까?”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
월드 엔터테인먼트보다 더 큰 기획사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이 사람은 무슨 수로…
“연예인이 하고 싶은 걸 해주게 하면 됩니다.”
“네?”
“연예인이 원하는 것과 회사가 원하는 것을 일치시켜, 수익을 창출한다. 이게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방향입니다. 이건 대형기획사들에서도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자유와 바꿔가며 나가 스타가 많겠습니까?”
강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허… 허허…”
멍하니 눈을 껌뻑거리는 그의 앞에서, 강윤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은 자식 불알을 계속 만져봐야 자식은 살아 돌아오지 않습니다.”
“……”
“생각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진짜 계획은 오시면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오래 기다리진 않겠습니다.”
멍하니 앉아있는 그를 놔두고, 술집을 나선 강윤과 이현지는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차 뒷좌석에서, 이현지는 창문을 살짝 열며 강윤에게 물었다.
“반신반의하더니 그래도 강 사장이 마음에는 들었나보네요.”
그러자 강윤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정이 깊은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식구들은 끔찍하게 챙기더군요. 연예인이 떠버리면서 매니저나 코디네이터도 졸지에 실업자가 될 판이었는데, 그들을 아직도 데리고 있고. 저런 사람은 먼저 스타를 저버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호오.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어하지 않았나요?”
“아직은 반신반의입니다.”
이현지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오라고 했을 테지.’
두 사람이 탄 차는 그렇게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
김재훈의 녹음작업이 끝나고, 강윤은 바로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보통 집에서 홀로 작업을 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지금 하는 걸 레벨링이라 하는 거예요?”
스튜디오에서, 모니터에 펼쳐진 음향표시들을 신기하게 보는 여인이 있었다. 170에 이르는 큰 키의 여인, 서한유였다.
그녀의 손에는 펜과 수첩이 들려있었다.
“맞아. 녹음한 소리들의 볼륨을 조절하며 맞추는 작업이지. 이걸 하면 믹싱의 60%는 끝났다고 보면 돼. 보통 드럼소리부터 볼륨을 조절하며 밸런스를 맞추는데, 이번 재훈이 곡은 드럼이 없으니까 다른 리듬악기부터 밸런스를 잡아주는 거야.”
“아아. 어? 조금 큰 것 같은데요? 이 소리는 어떤 소리에요? 웅장한 느낌이네요.”
처음에는 작은 동동대는 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며 둥둥대는 거대함으로 변해가는 음에 서한유는 감탄했다.
“팀파니. 볼륨 한번 조절 해 볼래?”
“어? 제가 해도 괜찮아요? 망칠 것 같은데.”
“어차피 파일 따로 저장할 거니까. 해봐.”
서한유는 강윤의 말을 들으며 팀파니 볼륨들을 조금씩 조절해갔다.
조절한 소리들을 재생할 때마다 팀파니에서 나오는 음표의 빛이 옅어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며 빛에도 영향을 주었다.
“어? 이정도면 좋겠어요.”
평소에 들어왔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상기하며, 서한유는 볼륨 조절을 멈췄다.
그러자 강윤이 다음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번엔 첼로.”
“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레벨링 작업을 해나가는데,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정혜진이 들어섰다.
“사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손님? 누구인가요?”
“강기준 씨라고, 사장님 명함을 보여주셨어요. 일단 사무실에 모시기는 했는데…”
강윤은 서한유에게 레벨링을 해보라며 트랙 순서를 정해주고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사무실에서, 강기준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윤과 손을 맞잡았다. 술집에서 봤던 때와는 다르게 매우 깔끔한 인상이었다. 이중턱은 여전했지만, 수염이 없으니 한결 보기 좋았다.
“어서 오십시오. 앉지요.”
곧 정혜진이 차를 내오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민혜 일이 마음을 쿡쿡 쑤시지만, 이대로 있을 수도 없지요.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죽은 자식 불알을 만져봐야 자식이 살아 돌아오진 않지요.”
강윤은 차를 한 모금 넘기고 말했다.
“아픈 일을 겪은 분에게 무례한 말을 한 것 같아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사과드립니다.”
그러자 강기준 사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사실 사장님 말씀이 다 맞는걸요. 후, 사실… 욕심이 나서 왔습니다.”
“욕심이라.”
“하하, 잊으셨습니까? 스타메이커로 만들어주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에 강윤은 씨익 웃었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네. 오기 전에 이 이사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배우 전담 부서를 만드실 생각이시라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거기에 강 사장님이 필요합니다. 강 사장님같이 배신의 아픔을 아는 분이라면, 절대 상대에게 칼을 꽂지는 않으시겠죠.”
“하하하.”
강기준 사장은 한번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연예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그게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죠. 기획자 입장에서 이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저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으며 계약이 성사되었다.
키오드 엔터테인먼트가 월드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배우전담팀이 되는 순간이었다.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강기준 사장이 물었다.
“그런데 월드에 소속 배우가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설마 연습생을 뽑는 것부터 시작인가요?”
“아닙니다. 지금은 합병절차를 진행하면서 월드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곳인지 알아 가시면 됩니다. 머잖아 담당할 연예인이 올 테니까요.”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강윤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민진서.”
“…네에에에?!”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민진서라면 이민혜하고는 비교하기도 미안한 대스타가 아닌가?!
강기준 사장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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