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9
4화 – 의심을 날리다(完)
– 이상해- 숨겨지지 않는 이 맘- 어떡해–
영상에는 이삼순이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나왔다. 신나게 뛰며 관객들 사이에 들어가 장난도 치며 노래하는 이삼순의 모습은 모두가 생각하던 촌티나는 이삼순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이시한 매력이 사람들의 시선을 계속 끌어당기고 있었다.
영상이 나오는 가운데 강윤이 말했다.
“이삼순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거리에서 저 정도 사람을 끌어당길 정도라면 스타성은 말할 것도 없다 생각합니다. 저는 이 가능성을 보고 이 삼순을 선발했습니다. 순박한 시골소녀, 하지만 마이크만 잡으면 180도 변신. 까면 깔수록 계속 새로운 모습이 나오는 양파 같은 소녀. 마케팅 소지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런 가능성을 버리는 건 회사에도 손해라 생각합니다.”
강윤의 열변이 끝남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영상도 끝이 났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사들은 저마다 생각이 있는 듯 서로 귓속말을 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화를 참고 있던 정현태 이사가 마음을 가라앉혔는지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먼저 이삼순이라는 연습생의 재능을 저렇게까지 발굴해낸 이 팀장에게 경의를 표하겠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묻혀왔던 연습생을 저렇게 발굴해낼 정도라니, 이 팀장의 눈이 대단하다는걸 느끼네. 그래도 시간, 비용을 생각하면 숨어있는 재능 발굴보다 이미 개화된 재능을 활용하는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어떨까해. 준비기간, 예산에 기획의도까지 잡을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강윤은 정현태 이사의 의도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저번에 이사실에서 했던 말을 둘러치기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순화만 들어갔을 뿐, 바꿔보는게 어떻겠냐. 그런 의도였다. 강윤은 속에서 올라오는 불을 참고 침착하게 말했다.
“지금 시기는 절약이 아닌 투자를 해야 할 시기입니다. 어떤 가수든 초기에는 아끼지 말고 투자하는게 MG엔터테인먼트 아니었습니까?”
“그… 그래도 아끼며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고려를 해봐. 이보게들, 내가 좋은 연습생을 하나 알고 있네.”
이번에 정현태 이사는 주변의 호응을 유도했지만 주변은 혀를 찰 뿐이었다. 강윤은 여기에 쐐기를 박기로 마음 먹었다. 분명 앞으로도 이런 월권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강윤은 들고 있던 레이저포인터를 내려놓았다.
“이사님. 저는 이삼순이라는 연습생이 이 정도 실력이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될 가능성을 근거로 들어 제시했습니다. 거기에 따른 명확한 근거를 주시면 제대로 고려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이삼순은 안된다는 말씀만 하신다는건 제 이야기를 듣지 않으시는거 아닙니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뭐야?!”
정현태 이사의 목소리가 확 올라갔다. 그러나 강윤은 차분했다.
“이사님께서 그 연습생을 추천하는 근거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도 이삼순 연습생과 비교하여 더 우수한 연습생 선발을 고려하겠습니다. 이게 제 일입니다. 이사님들이 결재권이 있다면 선발권은 제 권한입니다. 조언은 감사하지만 월권은 사양하겠습니다.”
“뭐, 뭐?! 이 자식이?!”
정현태 이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윤은 차분하게 이야기했지만 지금 ‘네가 하는 말은 근거가 하나도 없어.’라고 퇴짜를 놔버린 것이다. 이건 굴욕이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회의는 작은 회사에서나 통하는 법. 이런 자리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앉지, 정 이사.”
“죄…. 죄송합니다.”
“이따 나 좀 보지.”
결국 흥분해 소리를 높였던 정현태 이사는 원진문 회장의 낮은 음성에 눈을 질끈 감았다. 흥분해서 도를 지나쳐버렸다. 팀장이라 해도 결국은 직원이다. 이사가 말을 하면 기죽는 그런 모습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강윤은 오히려 따박따박 말만 잘했다. 속에서 불이 올라와 한번 내지른 결과는 암담했다. 이후에 어떤 불호령과 대가가 따를지 그의 어깨가 추욱 쳐졌다.
원진문 회장은 강윤에게 눈을 돌렸다.
“이미 난 결제를 했네. 모두 합당한 근거가 있어. 특히 거리공연을 근거로 보이며 이런 가능성을 시각적 자료로 보여주다니. 재미있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제 자네 차례네, 이 사장.”
원진문 회장은 바턴을 이현지 사장에게로 넘겼다.
“어제 기획안을 받고 이게 뭔가 싶어 사인을 하면서도 의아했죠. 나도 이삼순이 불안요소라 판단했어요. 원래 이 불안을 사라질 때까지 서류를 반려할 생각이었어요. 사인은 했지만 찝찝했었는데 불안요소를 이렇게 해소시켜 주는군요.”
이현지 사장은 만족했다. 강윤은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만족스러웠는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다들 어떠신가요? 다시 이사회의를 열어야 할까요? 여기서 결정하죠.”
이현지 사장의 말에 다른 이사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같은 안건으로 이사회의를 또 하는건 사양이었다. 이사들에게도 회의는 사실 회의스러웠다. 그들도 직장인이었다. 모두에게 동의를 얻은 이현지 사장은 강윤에게로 눈을 돌렸다.
“오늘부로 차기 걸그룹 프로젝트를 승인합니다. 이강윤 팀장. 앞으로 잘 부탁해요.”
이현지 사장의 선언과 함께 이사들의 박수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어쩌면 첫 번째 위기가 될 수 있었던 회의를 강윤은 멋지게 신뢰로 역전시키며 기획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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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강윤은 바로 희윤에게 전화해 유명한 백화점으로 불러내었다.
“오빠 손잡고 걸으니까 참 좋다.”
백화점의 밝은 조명아래에 있으니 희윤의 하얀 얼굴이 더더욱 하얗게 빛났다. 화장기 하나 없어도 티 없이 하얀 얼굴에 마른 몸은 지켜주고 싶은 소녀의 표상이었다.
“혹시 필요한 거 없어?”
“괜찮아, 괜찮아. 오빠 양복부터 사자.”
“오빠 옷 많아.”
“거짓말. 오빠 옷장 텅텅 빈 거 다 봤거든.”
희윤의 옷을 사주려 나왔건만, 희윤은 오빠 옷부터 사자고 생떼였다. 결국 강윤은 여성복 코너에서 희윤에게 이끌려 여성복 위층에 있는 남성복 코너로 갔다.
“오빠가 미남이시네요. 동생은 좋겠다.”
“당연히 좋죠.”
옷을 고르며 직원에게 자신을 당당히 자랑하는 희윤 때문에 강윤은 마음이 푸근해졌다. 덕분에 불편한 정장을 수도없이 입는 곤욕을 치러야 했지만…
강윤은 돈이 없다며 다음에 오자 했지만 희윤은 끝까지 우겨 와이셔츠 하나를 건졌다. 물론 강윤 것이었다. 졸지에 자신의 옷을 산 강윤은 다시 여성복 코너로 향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의 옷을 마련해 줄 생각이었다.
“어? 이희윤?”
“김세진.”
그런데 옷가게 앞에서 강윤과 희윤은 교복을 입은 4명의 여학생들을 만났다. 희윤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머리에 핀도 꼽고 스웨터도 입은 발랄한 여고생들이었다.
“희윤이 친구들이니?”
“누구세요?”
강윤은 희윤의 오빠라 이야기하려 했는데 희윤이 갑자기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오빠, 가자.”
“어? 어?”
강윤은 갑자기 자신을 강하게 잡아끄는 희윤에 이끌려 멀리 끌려가버렸다. 평소에 보이지 않는 모습에 강윤은 의아했다.
“희윤아? 왜 그래? 친구들 아냐?”
“…..”
“희윤아?”
“그냥 같은 반 애들이야.”
희윤의 딱딱한 말에 강윤에게 이상한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물었다.
“희윤아. 혹시 저 애들이 괴롭히는 거야?”
“그런거 아냐.”
“그러면?”
“…나쁜 애들은 아냐.”
희윤은 더 이상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희윤은 강윤에겐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를 썼고 강윤도 그걸 잘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침울해지다니, 강윤은 가슴이 쓰렸다.
분위기도 전환할 겸 두 사람은 잠시 카페에 앉았다. 커피와 달달한 스무디를 시키고 수다를 떨다 강윤은 화장실이 가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화장실로 향하는 강윤에게로 이상한 말이 들렸다.
“야야, 이희윤이 여긴 왠일이래.”
“모르지. 밥 먹으러 왔나?”
“야야, 다른건 모르겠고 걘 누가 옷 좀 사줘라. 옷이 그렇게 낡아서야 쓰겠냐.”
“놔둬. 걔네 집 가난해서 투석비도 간신히 마련한데. 옷 가지고 놀리지 말자.”
“오올. 선비님. 멋있는데?”
아까 희윤의 친구들이었다. 지나가던 소녀들은 수다에 정신없었는지 강윤을 알아보진 못했다.
‘희윤이 교복, 물려받은 거였지.’
교복 맞출 돈도 없어 선배들이 버리고 간 교복을 뒤져 얻어낸 교복이었다. 그걸 3년이나 수선하고 기워 입고 했으니 낡을 대로 낡아 있었다. 강윤은 동생의 헤진 옷자락을 생각하니 가슴이 쓰렸다. 이런 세세한 곳에 신경 쓰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강윤은 볼 일도 보지 않고 바로 돌아왔다.
“오빠, 왜 그래?”
“희윤아. 가자.”
“어어?”
커피도 다 마시지 못하고 희윤은 강윤의 손에 이끌려 5층으로 향했다. 백화점에 있는 교복점이었다. 강윤은 바로 카드를 꺼내들곤 희윤의 교복을 구입했다.
“오빠. 교복을 왜 사.”
“너무 낡았더라.”
“난 괜찮아 오빠.”
“…..”
하지만 강윤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오빠, 이거 너무 비싸.”
“오빠, 이걸 어떻게 사?”
“오빠, 무리야.”
“오빠…”
강윤은 희윤의 손을 잡고 전 옷가게를 돌기 시작했다. 가격표를 보면 희윤은 옷이 이뻐도 그대로 내려놓았지만 강윤은 달랐다.
“이거 주세요.”
그는 희윤이 마음에 조금이라도 든 것 같으면 모조리 집어들었다. 집의 낡은 옷장이 미어터져라 사들였다. 희윤이 놀라 계속 말렸지만 강윤은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2시간쯤 지나니 강윤의 손은 희윤의 옷으로 빵빵해져 있었다.
“오빠, 내일 환불하러오자.”
백화점을 나오며 희윤이 걱정스레 말했다. 그러나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이거, 다 네 옷이야.”
아직도 희윤은 강윤의 손에 들린 옷들이 믿기지 않는지 멍한 얼굴이었다. 투석비에 치료비로 이런 건 꿈도 못 꾼다는 걸 뻔히 아는데, 무리도 이런 무리가 없었다. 게다가 옷들도 하나같이 비싼 옷들이었다. 평소라면 생각도 못한 메이커들만 줄줄이 샀다.
희윤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계속 보자 강윤은 당차게 이야기했다.
“희윤아. 오빠 이번에 돈 좀 벌었어. 걱정 말고 입어도 돼. 저번에 주아랑 일했던거 있지? 그걸로 특별 보너스 받았거든.”
“그랬으면 저축부터 해야지. 오늘 돈 너무 많이 쓴거 아냐?”
“괜찮아. 어차피 희윤이 옷도 없어서 사야했어. 그리고…”
희윤이 타박을 했지만 강윤은 여전히 미소였다. 오빠 걱정을 해주는 사람은 동생밖에 없었다. 그 따스함이 좋아 강윤은 잡은 희윤의 손을 더 꼬옥 잡았다.
“우리, 곧 이사 갈거야.”
“이사? 어떻게?”
“이번에 일한게 너무 잘 됐잖아. 지금 구하고 있어. 학교하고 직장에 가까운 곳으로 옮길거야. 금방이니까 조금 힘들어도 참자. 알았지?”
“오빠…”
희윤은 눈물이 글썽였다. 단순히 옷, 집 때문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을 사기위해 오빠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희윤은 말없이 강윤을 끌어안았다.
“오빠, 고생했어.”
“우리 행복해지자. 오빠가 희윤이 대학도 보내줄게.”
“오빠…”
“희윤이는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하고 살아. 병도 꼭 낫게 해줄거야. 알았지?”
희윤은 눈물이 났다.
이런 오빠,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그녀의 눈물이 강윤의 등을 적셨다.
“…고마워.”
“새삼스럽게. 가자.”
희윤이 강윤의 짐을 나눠들려 했지만 강윤은 짐을 나눠주지 않았다. 희윤이 가는 팔로 짐을 드는거, 보고 싶지 않았다. 희윤은 가는 길 내내 강윤에게 짐을 달라 했지만 강윤은 끝까지 거절했다.
그렇게 천천히, 남매는 집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훈훈했다.
“저기 오빠.”
“응? 왜?”
“나 갖고 싶은거 있어.”
“뭔데?”
“주아 언니 사인CD.”
강윤은 이미 사인은 받아다 주었다. 그런데 사인CD라니. 강윤이 주아와 일을 한 영향인지 희윤도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과 다르게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모습에 대한 동경도 한 몫을 했다.
“알았어. 희윤이가 요즘 주아 많이 좋아하네.”
“주아 언니 짱이야. 멋있어. 특히 일본노래 완전 짱짱. 오빠가 만들어서 그런가?”
“아부도 할 줄 아네?”
“오빠, 아퍼.”
강윤은 희윤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장난을 쳤다. 희윤은 맞대응한다고 가는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강윤이 질색하자 희윤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 주아 말야. 언니 아니다. 너랑 동갑이야.”
“그냥 언니 할래. 멋있잖아.”
“뭐?”
“하하하.”
강윤과 희윤은 장난을 치며 즐겁게 집으로 향했다.
.
.
.
다음날.
이른 아침, 강윤을 배웅하고 희윤은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집과 학교가 멀리 있어 교실에 들어가니 반 아이들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드르륵.
희윤은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따라 희윤을 보는 시선이 이상했다.
‘이희윤 옷 좀 봐. 왠 일 이래’
‘저 가방 봐. 저거 라쿤이잖아? 100만원짜리?!’
‘이희윤 핏 좀 사는데?’
희윤은 평소에는 접근도 안하던 반 친구들이 이상하게 자신을 계속 쳐다보자 의문이 들었다. 평소에는 없는 사람 취급도 많이 당했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자리에 앉으니 짝이 다가왔다.
“희윤아.”
“왜? 무슨 일 있어?”
평소에는 말도 잘 걸지 않던 짝이었다. 그런데 말을 걸어오다니. 희윤은 고개를 돌렸다.
“오늘 완전 예쁘다. 진작 이렇게 다니지.”
“고마워.”
“어제…”
그게 시작이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평소에는 잘 접근도 하지 않던 반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깔끔하고 고급진 교복에 희윤의 긴 검은머리는 병약해 보이지만 지켜주고 싶은 소녀로 모두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호기심이 있었지만 헤진 교복, 불쌍한 이미지 등이 그녀에게로의 접근을 막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희윤은 평소에 아프다며 약한 척을 하지도 않았다. 그게 주효했다. 거리감은 있었지만 그녀를 싫어하지 않던 반 학생들이 다가와 희윤과 대화를 하더니 이내 친구들로 동화되기 시작했다. 옷 이야기로 시작해서 인기 연예인 이야기 등등 화재가 터지니 친구가 되는건 금방이었다.
‘오빠, 고마워.’
학교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희윤은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오빠가 생각났다. 자신에게 이런 행복을 안겨다주는 오빠, 강윤. 희윤은 이런 오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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