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98
61화 – 모든 것은 이용할 가치가 있다(2) >
“좋아!!”
악보에 마지막 8분음표를 그려 넣으며 희윤은 개운한 듯 기지개를 폈다.
마침표를 찍는 기분은 언제나 개운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모두가 함께 불렀으면 하는 곡이 며칠 동안 씨름을 한 끝에 드디어 완성되었다.
“1달 뒤면 크리스마스니까 캐럴 느낌을 살리면 딱 이겠지? 오빠가 좋아할까?”
오빠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희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번 튠에서 본 노래에서 느껴진 기분을 이 노래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녀는 바로 강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가 가기도 전에 전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래, 희윤아. 무슨 일 있어?
“아니, 아. 별일 있을까?”
– 뭐라고?
오해를 했는지 강윤의 목소리가 대번에 커지자 희윤은 조금 당황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난번 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잼 영상을 보며 악상이 떠올라 곡을 만들었다고.
곡 이야기가 나오자 전화기에서 조금은 높아진 소리가 들려왔다.
– …난 또. 안 좋은 일 있는 줄 알고 놀랬잖아. 좋은 일이구나. 보내줘. 들어보고 연락 줄게.
희윤은 바로 강윤에게 파일을 전송했다.
잠시 후.
강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좋은 곡이네. 캐럴 같고.
“그치그치?”
오빠에게 인정을 받으니 희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번에 튠에 올라온 영상 보고 만들었어. 우리도 MG나 예랑처럼 단체 앨범 같은 거 하나 내면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야.”
– 그래? 좋은 생각이네. 우린 가수들 성격도 다 다르니까 하나의 앨범에 담으면 차별성도 있고 좋을 것 같네.
“그치그치?”
희윤은 쉽게 이야기가 풀려가는 듯하자 신이 났다.
하지만, 전화기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희윤아. 저 미안한데, 이번 곡은 다른 곳에 쓰면 안 될까?
“다른 곳? 어디에?”
– 에디오스 크리스마스 앨범에 사용했으면 해. 마침 연락 하려고 했는데 이런 좋은 곡이 있을 줄은 몰랐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희윤은 당황했다.
에디오스 활동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활동을 재개한단 말인가.
“에디오스 활동 끝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 맞아. 그런데 이쪽에 사정이 생겨서… 반짝 활동을 하고 이후에 좀 더 쉬는 걸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아.
“그래? 아쉽네. 내가 생각했던 것하고 달라지니까…”
작곡가의 의도와 사용되는 곳이 다르니 희윤은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자 강윤이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달랬다.
– 다른 곳에 사용해도 될 정도로 곡이 좋아. 원래는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말이야. 먼저 준비해 준 덕분에 여기서 준비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 고마워. 미안하고.
“…괜찮아.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야. 곡이야 또 만들면 되니까.”
오빠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되었다.
희윤은 강윤에게 미국에는 언제 올 거냐며 일정을 묻고는 통화를 마쳤다.
“악상이 쉽게 떠오르는 아닌데… 어쩐다.”
희윤은 머리도 식힐 겸 TV의 전원을 켰다.
——————————
한주연과 헤로이의 리더 테이의 열애설이 터진 이후.
에디오스의 숙소에는 한주연을 촬영하기 위해 취재진들과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야, 사람 진짜 많네, 많아.”
에일리 정은 창밖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기찬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에 거실에 누워 TV를 보던 크리스티 안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저 사람들이 저건데 당연한 거지. 주연인 뭐해?”
“방에 엎드려 있어.”
“…괜찮다니까 애도 참.”
크리스티 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한주연은 식사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었다.
“남자 한번 만나는 게 무슨 죄라고.”
“죄지.”
“…가끔 에일리 너하고 말하다보면 섬뜩한 거 아니?”
“헷, 그래?”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벨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티 안이 무겁게 몸을 일으켜 인터폰을 보니 김대현 매니저와 강윤이 서있었다.
1시간 전에 이미 강윤이 방문한다는 말을 전달받았기에 모두가 화장도 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거실에 강윤과 에디오스 멤버 전원이 모여 앉았다.
“회사로 오라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직접 왔어.”
강윤은 밖에 모인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주연의 고개를 깊이 떨어뜨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그녀의 눈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정민아가 한주연을 끌어안으며 강윤에게 물었다.
“사장님, 저 사람들 때문에 불편해서 죽겠어요. 앞뒷문 다 막혀서 연습가려면 담 넘어야해요. 으…”
“어제 새로 뽑은 차가 왔어. 선팅도 다 했고. 그거 타고 연습하러 가면 될 거야. 당분간은 대현 팀장님이 관리해 주실 거야. 일주일 정도는 불편할 테니까 참도록 하자.”
“네. 아, 저 할 일 없는 인간들…”
정민아는 투덜거렸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직설적이었다. 그녀의 말에 몇몇 멤버들은 킥킥거렸다.
강윤도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조금씩 수습 되가고 있어. 주연이가 팬 카페에 글도 잘 올렸잖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논란을 만들었으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당분간은 조심하자.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네.”
모두가 힘차게 대답하니 강윤은 본격적으로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그는 거실에 있는 오디오에 희윤에게서 받은 곡을 재생했다.
화려한 피아노의 다양한 소리들이 거실을 울리자 에디오스 멤버들은 진지하게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캐럴?’
종소리만 넣으면 바로 캐럴이라고 인식할 법한 피아노곡이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며 곡에 집중하다보니 순식간에 곡은 흘러갔다.
“어때?”
곡이 끝나고, 강윤이 묻자 크리스티 안이 답했다.
“크리스마스 곡인가요?”
“맞아. 느낌은 어때?”
“괜찮은데요. 좀 더 강약이 가미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강윤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내 생각하고 같네. 일단 이 곡으로 편곡을 시작할 거야. 12월부터 25일까지 엄청나게 바쁜 활동을 하게 될 거니까 너희도 준비를 많이 해놔야 해. 알았지?”
“네.”
회의는 그리 길지 않았다.
강윤은 정민아에게 한주연을 잘 챙기라 당부하고는 서한유에게로 눈을 돌렸다.
“한유는 잠깐 나 좀 볼까?”
“네.”
강윤은 그녀와 함께 따로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번 믹싱 기계들을 설치한 그 방이었다.
그는 기계들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번 곡 마스터링은 직접 해봤으면 좋겠어.”
“제가요? 아직 제 실력이 안 될 텐데…”
서한유는 힘들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스터링은 듣는 귀와 경험이 필수다. 그런데 경험이 일천한 자신이 그게 되겠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강윤이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같이 해야지. 전적으로 혼자 하라는 게 아니니까 걱정 마.”
“아, 그래요?”
“이번 앨범에 네가 마스터링에 참여했다고 홍보를 할 거야. 그게 필요한 거야.”
“그런 게 효과가 있어요?”
강윤은 당연하다며 서한유의 어깨를 두드렸다.
“물론이지. 항상 노력하고 발전한다. 사람들이 에디오스의 ‘서유’를 좋아하는 이유지. 한번 팬이 되면 이탈이 가장 적은 사람이 한유 너잖아.”
“그건… 그렇죠.”
서한유도 그게 자랑스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혔다.
“계속 준비하고 있어. 나중에는 프로듀싱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혹시 알아? 프로듀서가 될 수도 있을지?”
“에이, 말도 안 돼요.”
“어? 할 수 있다니까.”
서한유가 쉽지 않을 거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강윤은 가능성을 믿으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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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스 숙소에서 나온 강윤은 바로 다음 약속장소로 향했다.
시간은 초저녁이었지만 약속장소인 고급 술집은 이미 손님을 맞은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직원은 강윤을 정중히 맞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에게로 데려다 주었다.
“이 사장님.”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이, 광대가 도드라지는 추만지 사장이었다.
스캔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는지 오늘따라 그의 광대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악수를 하고, 간단하게 술잔이 나눈 후, 바로 용건이 오가기 시작했다.
“…제가 단속을 잘 했어야 하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추만지 사장은 강윤의 빈 잔에 술을 따르며 착잡한 어조로 말했다.
강윤도 그에게 잔을 채워주며 씁쓸한 어조로 답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서로에게 마음이 쏠리는 문제를 쉽게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결국 책임은 관리자에게 있는 거니까요.”
“…한 대 태우시겠습니까?”
강윤은 추만지 사장이 건넨 담배를 받았다. 불을 붙여주며 강윤이 말했다.
“일은 벌어졌고, 수습을 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일본에서 앨범도 내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게 문제입니다. 헤로이가 10대, 20대 팬 층이 많아서 이번 스캔들이 꽤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기사도 막지 못했습니다. 첫 기사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후속 기사들은 최소한으로 줄여볼 생각이었는데 어디서 손이라도 쓴 건지 방법이 없더군요.”
연기를 옆으로 내뿜으며, 추만지 사장은 시름에 잠겼다.
“…이번 앨범은 반타작을 각오해야 할 듯싶습니다. 에디오스는 그나마 휴식기라 낫겠습니다. 아, 꼬리표가 붙을게 문제가 되겠군요. 저희 쪽도 계속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만 요즘 기자라는 것들은 쓰레기잖습니까. 자극적인 말만 써대고. 누구의 여자, 남자. 이런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강윤은 담배를 비벼 끄며 술잔을 기울이고는 차분히 답했다.
“쉽진 않겠지만, 저희는 정면 돌파를 할 생각입니다.”
“정면 돌파라면…?”
“원래 내년 봄에나 앨범을 낼 생각이었지만, 크리스마스에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
그러자 추만지 사장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허, 허허. 이거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노리시는 겁니까?”
“그런 것도 있지요.”
“하하하.”
추만지 사장은 뭔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듯, 유쾌하게 웃었다.
“크크, 이런. 진짜 정면 돌파군요. 이 사장님 답습니다. 하하하, 저희도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하는 게 좋겠군요. 사실이 아니니까!!”
“이렇게 하려면 팬들에 대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팬들의 환상을 깬건 잘못이니까요. 이런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진실 된 태도로 다가가야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이거 한 수 배웁니다. 그런데 이런 걸 저한테 말해줘도 되는 건가요?”
추만지 사장이 의문어린 표정을 짓자 강윤은 웃으며 답했다.
“사장님이 설마 먹튀를 하시겠습니까?”
“크하하하하!! 먹튀라니!!”
저렴한 용어에 추만지 사장이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제가 그런 의리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예랑의 강… 아. 요즘 그 소문 아십니까?”
“어떤 소문 말입니까?”
추만지 사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예랑의 강시명이가 MG 이사진들과 몰래 만났다더군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시 무슨 일을 벌였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예랑과 MG 엔터테인먼트.
강윤도 그리 좋은 감정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추만지 사장도 마찬가지였는지 안색을 굳히며 말을 이어갔다.
“내 생각엔 이번 스캔들도 묘한 시점에 터지고… 예랑 애들 중 일본에 나와 있는 애들도 있고, 이번에 에디오스와 비슷한 컨셉의 애들이 나온다는 말도 있더군요. 거기에 MG는 오래전부터 월드와 앙숙이었고… 에이. 너무 앞서갔나?”
“복잡하군요.”
강윤의 말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얽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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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가 조금 넘은 오후.
이현지는 사무실에 새롭게 마련된 빈 책상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네요.”
“올 시간이 되었군요.”
강윤도 시계를 보며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직원들도 사전에 내용을 들었는지 차분히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열리며 통통한 체격의 남자가 들어왔다.
“어서 와요, 기준 씨.”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운 감정을 드러내며 그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작은 키에 통통한 체격의 정장을 입은 남자.
그는 키오드 엔터테인먼트의 강기준 사장이었다. 회사 정리를 마치고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정식으로 입사한 것이다.
이현지도 그와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강 사장님. 아니, 이젠 팀장이군요. 어색하겠지만 잘 해봐요.”
“아닙니다, 이사님. 이젠 저도 익숙해져야죠.”
강기준이 자신의 자리가 어디냐며 묻자 정혜진이 얼른 다가와 그에게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그는 책상과 의자가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고 곧 짐을 풀어놓았다.
짐을 푼 이후, 강윤은 그와 함께 옥상으로 향했다.
“담배 태워요?”
“아니요, 담배는 안합니다.”
“그래요.”
강윤은 담배를 꺼내려다 다시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고는 말을 이어갔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겁니다. 키오드에서 했던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배우 육성 매뉴얼을 짜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윤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내년에는 민진서가 저희 소속사로 올 겁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니 MG엔터테인먼트에 밀리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준비해주세요.”
다시 들어도 믿기지 않는 말에 강기준은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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