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99
61화 – 모든 것은 이용할 가치가 있다(3) >
“어떤 방식으로 배우 연습생들을 선발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합병기간동안 강윤은 배우 팀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생각해보라고 주문을 했었다.
간단한 질문이어지만 연습생은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지침이었다.
중요한 질문에 강기준은 자세를 바로 하고는 차분히 답했다.
“원래 연화넷에 공고를 올려 오디션을 본 후 선발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월드의 운영 방식을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직접 학교나 거리에 나가서 제가 맡을 사람들을 뽑아 볼 생각입니다.”
“과거에 많이 했던 방식이군요.”
어찌 보면 기분 나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강기준은 웃으며 답했다.
“맞습니다. 지금은 지망생들도 많은데 직접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성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든 미래든 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강윤은 잠시 그와 눈을 마주했다.
술에 취해서 감정적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통통하고 순후한 외모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강윤은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배우에 관해서는 저보다 기준 씨, 아니 이제는 강 팀장님이라 부르겠습니다. 강 팀장님이 전문가입니다. 모든 걸 위임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앞으로 저는 큰 방향만 제시하겠습니다. 내 사업이다 생각하고 목표를 달성해주시면 됩니다. 추후에 사업부를 분리하면 기존 키오드보다 더 큰 사업체의 사장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하나뿐인 배우를 잃고 방황하던 자신을 받아준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인데 이렇게까지 믿어주니 강기준으로선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는 강윤의 손을 굳게 잡고 자리로 돌아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강윤에게 이현지가 다가왔다.
“사장님. 잠깐만요.”
“무슨 일 있습니까?”
그녀는 강윤에게 한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열어보니 ‘고소장’의 복사본이었다.
“매니저들이 우리 애들을 촬영하는 그쪽 기자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있더군요. 워낙 극성이라서 촬영해놨다고 하더군요. 대현 매니저가 여러 장 보관하고 있었어요.”
“이 정도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겠군요.”
“보니까 자료 양이 많더군요. 금전적 손해 산출이 쉽지 않아서 얼마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겠지만요.”
그 말에 강윤은 만족했는지 웃으며 답했다.
“손해액 산출은 에디오스의 다음 앨범이 엎어졌고 차후 계획했던 해외 진출을 미룬 것에 대한 손해액를 근거로 제시하면 될 것 같습니다. 추측성 기사가 나간 이후로 막대한 손해를 봤고 주연이는 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걸 근거로 제시하도록 하지요. 아, 추만지 사장에게도 이야기해주세요.”
“추 사장에게도요?”
“네.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현지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알겠어요. 자료들은 어디 있나요?”
“메일로 보내놓겠습니다.”
이현지는 신을 내며 자리로 돌아갔다.
응당의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잔뜩 상기되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마친 강윤은 편곡을 위해 스튜디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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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컴퓨터에 앉은 박소영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에 빠져 있었다.
“진짜 어렵네…”
강윤에게서 에디오스의 이번 크리스마스 앨범 곡 후반부를 넘겨받았다.
사실 말이 후반부지 인트로와 초반부 작업만 했지 나머지는 박소영의 몫이었다.
“강윤 오빠가 편곡한 곳은 피아노도 EDM도 소리가 좋은데 내가 한 부분은 왜 이래?”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위기는 점점 올라가는데 똑같이 할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고민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스튜디오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섰다.
“소영아.”
“현아 언니.”
이현아는 연습을 하다 내려왔는지 트레이닝 복에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었다.
하도 안 풀리다보니 박소영이 그녀를 부른 것이다.
“어디 안되는 부분 있어?”
“이 부분이요.”
박소영은 모니터에 떠오른 악보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난 디지털은 잘 모르는데… 일단 들어봐야겠다.”
박소영이 음악을 재생하자 피아노 소리와 함께 EDM이 비트를 타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약이 조절되니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듯했다.
이현아는 같은 부분을 몇 번이나 들어보고는 차분히 말했다.
“점점 올라가는 부분이네?”
“네.”
“이거 네가 만든거야? 초반은 진짜 좋은데? 잔잔한 것 같은데 묘하게 끌려.”
“아니요. 오빠가…”
“…그래? 하여간 감각은 좋아가지고.”
강윤이 햇다는 말에 이현아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곧 활기를 띄며 말을 이어갔다.
“어쩐지. 이 부분부터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 분리되는 느낌이야.”
“그래요?”
“응. 여기서 저음이 너무 내려가고 강약이 너무 약한 것 같아. 베이스음을 조금 올리고 강약을 좀 더 세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알았어요. 한 번 해볼게요.”
박소영은 컴퓨터를 만져 음을 조작했다. 그리고 곧 음악을 재생했다.
“조금 나아졌다. 그런데 여긴 보컬 라인이 조금 약하지 않아?”
“그렇네요.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
박소영이 머리를 감싸 쥐자 이현아는 피식 웃었다.
“다시 해봐. 그 인간이 너한테 괜히 맡겼겠어?”
“언니도 참. 그렇게 말하면 안돼요.”
“나는 돼.”
“에이, 언니도.”
이현아는 바로 올라가지 않고 박소영의 편곡을 도왔다.
그러자 박소영은 편곡의 방향을 바로 잡았고 후렴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왔다.
1절이 순식간에 마무리되자 박소영이 개운한 듯 기지개를 폈다.
“고마워요, 언니. 2절부터는 저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뭘. 그것보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부탁이요?”
“잠깐만 기다려 봐.”
이현아는 생각난 것이 있는지 스튜디오를 나섰다.
잠시 후,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공책하나가 들려있었다.
“이 곡 좀 봐줄래?”
악보였다.
박소영은 아무 생각 없이 받은 악보를 신디사이저로 연주했다.
‘어? 이거 뭐야?’
가벼운 생각으로 연주한 음악이 그녀의 마음을 진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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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캐치는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를 정확히 촬영하기로 악명이 높다.
자극적이고 공격적이며 무엇보다도 정확하다. 덕분에 이들의 기사는 신뢰도가 높아 ‘단독’이라는 말이 나오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클릭하고는 했다.
성공비결은 바로 초 근접 촬영.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촬영이야말로 이들의 성공 비결이었다.
사생활 침해 요소가 매우 다분했지만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과 ‘알 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지금까지 소비자를 등에 업고 위험을 잘 피해왔다.
하지만…
쾅!!
“…배 편집장, 내 앞에 있는 이건 뭐야?!”
히든캐치의 사장, 유명후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의 앞에는 회사 앞으로 날아든 한 장의 통지서가 있었다.
배오민 편집장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책상위의 종이를 집어 들었다.
“영업방해 및 사생활 침해에… 이거 저쪽에서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네요.”
“그걸 내가 몰라? 이 새끼 뭐야 대체?!”
유명후 사장은 단단히 분노했는지 눈가에 불꽃이 튀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사를 냈고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회사는 단 한건도 없었다.
“…이강윤이라.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장이군요.”
“이강윤? 에디오스 소속사 사장말야? 그 스캔들 건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것 같습니다.”
“허, 참. 그 새끼가 미쳤나. 국민들의 알 권리를 뭘로보고.”
유명후 사장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배오민 편집장은 이대로 있으면 안된다며 그를 타일렀다.
“상대방이 이런 조치를 취했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변호사는 무슨 변호사. 그럴 돈이 어딨어.”
“사장님.”
배오민 편집장이 토끼눈을 떴지만 유명후 사장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지들한테 손해를 보게 했어, 뭘 했어? 사실에 입각해서 쓴 것이 무슨 죄가 되나? 괜찮아. 가서 몇 마디 상대만 해주면 돼.”
“하지만…”
“그깟 중소 소속사 겁내서야 이 바닥에서 못 살아남아. 나만 믿어.”
유명후 사장은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폈다.
‘사장님이 예랑이나 MG를 믿고 그러시나? 월드가 만만한 곳이 아닌데.’
반면 배오민 편집장은 불길한 느낌을 숨길 수 없었다.
유명후 사장이 요정에 다녀온 이후에 뭔가 이상해졌다고 느꼈지만 함부로 말을 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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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일 목요일
최대의 음원사이트 헤븐을 비롯해 MD뮤직, 넷츠닷컴 등에 에디오스의 크리스마스 앨범이 일제히 발매되었다.
‘White’라는 이름의 디지털 싱글이었다.
앨범이 출시되자 한주연의 스캔들의 여파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에디오스라는 이름을 검색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 테이의 여인 주연? 에디오스 크리스마스 싱글 ‘White’ 발매
이런 식의 기사들이 인터넷을 가득 메워나갔다.
“기사들이 하나같이 이 모양… 과연 기레기라 할 만 하군요.”
인터넷을 켠 지 5분도 되지 않아 컴퓨터를 끄며 이현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강윤도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널리즘 따위 실종된 지 오래지 않습니까.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말입니다.”
“아무나 기자를 하는 시대니까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이현지가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스케줄에 나선 한주연을 걱정했다.
“주연이가 걱정이네요. 에디오스 스케줄이 무척 빡빡하게 잡혀있던데…”
강윤은 휴일 없이 꽉 들어찬 에디오스의 스케줄 표를 보며 답했다.
“복잡할 땐 차라리 일에 집중하는 게 낫습니다. 몸이 고단하면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까요. 그 애들이 일에 집중할 때 우리는 앞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워주면 되는 겁니다. 내일 일은 잘 준비되고 있습니까?”
“네. 순조로워요. 하세연 사장도 그쪽으로 직접 오겠다더군요.”
“일이 꽤 커지는군요. 알겠습니다.”
사무실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일어나, 이 잠탱이들아.”
“……”
숙소에서 정민아는 일어날 줄을 모르는 크리스티 안을 쿡쿡 찌르며 깨웠다.
그러나 그녀는 심드렁하게 정민아를 올려다보더니 이불을 덮어쓰는 패기를 드러냈다.
“…이 년이…”
정민아의 이마에 삼거리 마크가 찍혔다.
그녀는 이불을 걷어 올리고는 크리스티 안을 덮쳤다.
“일어나, 이 잡것아!! 오늘 원주 가야 한단 말이야.”
“야야!! 야아아!! 거기 만지지마!!”
“그래, 이 요망한 것. 그 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보자꾸나!!”
최강 변녀(?) 결정전이 펼쳐지는 에디오스 숙소에서.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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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오스 크리스마스 싱글 ‘White’ 쇼케이스 관련 공지
안녕하세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에디오스 크리스마스 싱글 ‘White’ 쇼케이스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공지하오니,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일시: 2015년 12월 1일 (목) 오후 7시 10분 ~
장소: 강원도 원주 천사의 집
(중략)
※ 이번 앨범은 10000장 한정 판매합니다. 쇼케이스에 오신 분들께는 선 판매 합니다.
※ 이번 앨범의 수익은 전액 기부합니다.
※ 그 밖의 문의는 이메일 [email protected]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에디오스의 팬 카페 아리에스와 월드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파인스톡 등에 에디오스 쇼케이스 관련 공지가 올라왔다.
쇼케이스에 관련된 공지인지라 반응이 뜨거웠…
– 민아러블리 : 천사의 집? 너무 먼 거 아님?
– 서유는사랑입니다 : 원주라네요. 전 부산인데…ㅠㅠ
– 난리스거얌 : 봉사활동 겸 인가요? 크리스마스라서 그런가
– 작가는각성하라 : 부들부들
– 삼촌팬 : 카풀하실 분 모집합니다.
– 포에버에디오스 : 저염~
먼 거리였지만, 팬들은 자발적인 카풀에 나서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스캔들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팬도 있었다.
– 프리테인 : 한주연 진짜 테이랑 사귀는 거 아님?
– 주연바라기 : 그거 아니라고 인터뷰까지 하지 않았잖음요?
– 프리테인 : 소속사는 당연히 아니라고 하죠.
– 노래는한주연에게 : 의심병도지심? 월드는 거짓말 안하잖아요.
언론은 한주연의 스캔들을 터뜨리며 자극적인 기사들을 퍼뜨리고 있었지만 팬들은 굳건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의 반응을 직원들을 체크해나갔고, 강윤과 이현지는 원주에 위치한 천사의 집에서 쇼케이스를 준비해 나갔다.
“처음에 왔을 때는 애들도 다 연습생이었는데… 시간이 참 빠르네요.”
새벽부터 와서 쇼케이스를 준비하다 이현지는 잠시 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언덕에서 강당이 있는 건물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먼저 와서 쉬고 있던 강윤도 웃으며 답했다.
“그때는 우리 둘 다 MG에 있었죠.”
“이젠 진서만 거기에 있네요. 우린 다 따로 나왔고.”
“시간이 빠릅니다. 거기에 계속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네요.”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현지의 옆에 섰다.
이현지는 한껏 기지개를 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회장님이 건재하고 이사들이 헛짓거리만 안했으면… 아마 우리가 연예계는 접수하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너무 앞서나간 거 아닌가요?”
그러자 이현지가 당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우리 능력을 너무 작게 보내요. MG에 갖춰진 플랫폼 자금, 거기에 사장님의 기획에 내 지원. 거기에 회장님의… 더 길게 말할 필요도 없겠네요. 미국에서 에디오스는 참패를 맛봤지만 사장님이라면 달랐을 거라 봐요.”
강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연 그랬을까. 최소한 참패는 하지 않았겠지.
“뭐, 과거는 과거니까. 슬슬 MG 시절의 플랫폼이 갖춰지고 있잖아요. 내년은 정말 기대가 되요.”
이현지의 말에 강윤은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이 훈훈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언덕 아래에 한 대의 벤이 눈에 들어왔다.
“애들이 도착했나 보군요.”
강윤이 손가락으로 에디오스가 탄 차량을 가리키자 이현지가 먼저 돌아섰다.
“주인공들이 도착했네요. 그럼 우리도 가볼까요?”
“그러지요.”
쇼케이스에 대한 기대를 안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언덕을 내려왔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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