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00
61화 – 모든 것은 이용할 가치가 있다(完) >
에디오스 멤버들은 도착하자마자 대기실로 마련된 방으로 향했다.
천사의 집에서 강당을 제외하면 가장 넓은 방이었다. 여러 개의 거울, 옷, 카메라 등이 비치되어 있어 실제 방송국의 대기실을 방불케 했다.
“리스, 눈 화장 번졌다?”
“어디어디? 아니잖아?!”
평소보다 눈 화장을 짙게 한 크리스티 안에게 정민아는 깔깔대며 웃어댔다.
긴장이 흐르는 대기실이었지만 베테랑이 된 그녀들에겐 여유가 함께했다.
물론 표정은 여유가 있었지만, 대기실 모두의 손과 발은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다.
한 손이라도 거들기 위해 이현지마저도 파우더를 들어 서한유의 얼굴에 발라 주었고, 강윤도 컨실러를 들어 한주연의 얼굴에 난 뾰루지를 가려나갔다.
“이번에 주연이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
“……”
강윤의 부드러운 말에 한주연은 침묵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봄까지 차분히 앨범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나온 멤버들에게도, 강윤에게도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컨실러 화장을 끝내고, 강윤은 그녀에게 립스틱을 내밀었다.
“이게 레드 무슨 색이더라? 아무튼 이 색깔 좋아하지?”
“…레드밸색이요. 이런 건 어떻게 아셨어요?”
립스틱을 받아 들고 한주연이 놀랐는지 눈을 껌뻑이자 강윤은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내 새끼들인데 이 정도 아는 건 기본이지. 자, 다 됐나보네. 옷 갈아입고 준비해.”
“네.”
한주연이 멍한 눈빛으로 강윤의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매니저도 강윤처럼 섬세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는 사장이었다.
그때, 그녀 옆에 정민아가 다가왔다.
“…좋냐?”
“어? 어어…”
정민아가 심통이 잔뜩 난 얼굴로 입술을 삐죽거리자 한주연이 고개를 흔들며 피식 웃었다.
“…하여간 사장님 귀신이라니까.”
리더가 강윤 바라기인건 에디오스 멤버 중 모르는 이가 없다. 질투도 심하고.
그만 얽히면 애같이 되어버리는 리더의 모습에 한주연은 한숨을 쉬었다.
“귀신? 뭐가?”
“아니다, 아냐. 이해는 간다. 저런 사람이면 뭐…”
“아씨, 무슨 말이야!!”
정민아가 발끈하자 한주연은 웃어대기 시작했다.
친구 덕에 주눅 들었던 마음도 조금 풀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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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위치한 MG 엔터테인먼트 중국 지사.
딱 봐도 화려하게 지어진 건물의 회의실에서 지사장은 PD와 작가가 들고 온 대본을 내려놓으며 어렵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90Kg이 넘는 평범한 여인이 살을 빼고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한다는 내용의 ‘그녀, 인형 같은 여인’이라는 제목의 로맨틱 코미디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왔는지 PD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설득에 나섰다.
종태서나 양정은 중국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남자 배우들이었다. 외모면 외모, 연기면 연기 모두가 출중했다.
하지만 지사장은 단호했다.
지사장이 완고하게 나오자 이번에는 함께 온 여자 작가가 나섰다.
[시나리오에는 자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도 이런 종류의 시나리오들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최근 저희 중화인 사이에서도 이런 내용의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어요. 진서 양이 보고 결정하게 해주셨으면 해요.] [……]작가마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지사장은 쉽게 승낙을 하지 않았다.
‘진서 성격에 어떤 결정을 할지 몰라. 하지만 회사 방침에는 맞지 않아. 차라리 액션이 낫지.’
예쁜 모습, 공주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회사 모토였다.
이렇게까지 겉모습이 망가져야 하는 시나리오라면 차라리 안보는 게 나았다. 액션이라면 멋있기라도 하지 뚱뚱한 모습이라니…
지사장은 잠시 생각하곤 말했다.
PD와 작가를 배웅하고, 지사장은 회의실로 돌아왔다.
그때, 회의실을 정리하던 여 직원이 대본을 집어 챙기려 했다.
“윤 대리. 그거 그냥 버리게.”
“네? 지사장님. 대본은 진서 양에게 줘야 하지 않나요?
“…됐어.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게 뻔한데.”
“지사장님?”
여직원이 경악했지만 지사장은 지시를 거두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더 완고하게 나왔다.
“그냥 분쇄해버려. 흔적도 없이.”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 사람들 왔던 건 어디에도 세어 나가지 않게 하고. 특히 진서에겐. 알겠나?”
여직원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곤 지사장은 자리로 돌아갔다.
‘진서가 알면 가만히 안 있을 텐데…’
큰일이 나도 단단히 나지 않을까.
이건 선택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아닌가? 뭔가 잘못 돼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시대로나 하자.’
하지만 그녀는 현실적인 답을 내놓으며 대본을 파쇄기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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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외딴 산골짜기에서 쇼케이스가 열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에디오스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이미 천사의 집 운동장은 팬들을 위한 임시 주차장이 되었고, 버스를 대절해 온 팬들도 한 가득이었다.
쇼케이스 관객 수는 500명.
관객 숫자와 무대 규모로만 따지면 팬 미팅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강당에는 각종 조명과 음향, 특수 장비 등이 설치되었고 여러 대의 카메라들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파인스톡에까지 생중계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The lights are shining–”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인 강당 안.
6명이 대열을 맞춰 가볍게 스태프를 맞춰가며, 한주연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에게서 힘 있는 소리가 터져 나오며 음향은 점점 제 소리를 갖춰나갔다.
“이런 게 현장감이군요.”
가슴을 울리는 생생한 스피커 소리에 감탄했는지 하세연 사장은 눈에 이채를 띄었다.
강윤은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반응에 웃으며 답했다.
“사람들이 라이브 공연장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죠. 공연장엔 처음 와보시나요?”
“대학 축제에서 본 것 빼고는… 기억이 없네요.”
“공부만 하셨나보네요.”
“이래봬도 강철공대 출신이거든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남자들도 다 시시했고… 휴우. 어머, 난 무슨 소리래.”
“하하하. 공대 나오면 공연을 안 보나요? 처음 알았네요.”
황당한 논리의 말을 흘렸다는 걸 깨달았는지 하세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강윤은 웃으며 에디오스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빛에 집중했다.
‘하얗군. 은빛의 노래는 어떻게 하면 나오는 걸까?’
이번 앨범을 녹음을 할 때도 새하얀 빛이 흘러 나왔다.
하얀빛도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었지만 강윤은 욕심이 생기고 있었다.
단순히 하얀빛의 음악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은빛, 은빛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
“to your heart — I’m -”
에일리 정이 한쪽 눈을 찡끗하며 손가락을 안쪽으로 휘감았다.
그 모습에 몇몇 스테프가 손을 들며 무음으로 환호했다. 귀여운 안무에 대한 답이었다.
그때였다.
하얀빛이 일렁이며 빛이 좀 더 강해졌다.
‘포인트 안무에 힘을 받는 군. 저걸 좀 더 돋보이게 해야겠어.’
에디오스의 드라이 리허설을 보며 강윤은 무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리허설이 끝나자 강윤은 조명 감독에게로 향했다.
“감독님. ‘White’ 공연 콘티 좀 볼 수 있을까요?”
“여기 있습니다.”
강윤은 초 단위로 어떤 조명을 켤지에 대해 나온 콘티를 주의 깊게 보았다.
‘색이 있는 조명들은 다 빼는 게 낫겠어. 사이키도 빼고. 무빙 라이트를 좀 더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정리를 마친 강윤은 조명 감독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색 있는 톤은 전부 제거해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너무 무난할 텐데요. 괜찮을까요?”
“명암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거기에 무빙으로 화려함을 살려주면 어떨까요?”
“알겠습니다. 대신 리허설 한번만 더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강윤은 바로 매니저에게 무전을 했다.
– 바로 드레스 리허설을 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냥 나와 주세요.”
– 네.
곧 무전을 받은 매니저가 에디오스 멤버들을 데리고 무대로 나왔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네.”
리허설이 다시 시작되었다.
중간의 붉은 톤과 푸른 톤의 조명이 사라지며 무빙 라이트가 화려함을 담당했고, 무대가 한결 심플해졌다.
“Oh you’re gleaming–”
에일리 정이 앞으로 나설 때, 중앙에 설치한 스포트라이트 3대가 일제히 그녀를 비쳤다. 넓게 퍼진 빛이 한 대 모이며 한층 화려함을 살렸다.
남은 에디오스 멤버들은 주변에서 손가락을 흔들며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 손에 낀 장갑이 움직임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리허설이 마무리되고, 관객들이 하나둘씩 강당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마련된 500개의 의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생중계를 알렸다.
공연을 위한 강당을 가리는 막이 처지고, 그 안에서는 에디오스 멤버들과 강윤, 이현지와 하세연이 모였다.
공연 전의 에디오스에게선 항상 긴장이 흐른다. 그걸 아는 강윤은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말들이 있었지. 그래도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보다 좋은 상황이야.”
“……”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성공에 대한 확신마저 희미했으니 말이다. 강윤이 아니었다면 앨범을 내자고 하는 사람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뒷일은 맡기고 잘 하고 오라는 거죠?”
정민아가 당연하다는 듯 끼어들자 강윤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잘 아네.”
“훗, 같은 멘트를 몇 년 째 들었는데요.”
“하하하하하.”
모두가 함께 웃었다.
강윤도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잘하고 와. 우리는~”
“에디오스!! 꿈 많은~ 에디오스!! 쇼 타임!! 에디오스!!”
9개의 손이 겹쳐져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모두의 눈에서 강한 불꽃이 피어나며 에디오스 멤버들은 대열을 맞춰 섰다.
한주연도 자신의 자리인 오른쪽 맨 끝에 섰다.
그때, 강윤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기합이 너무 들어갔어. 그러다가 다친다.’
‘아… 네.’
강윤은 언제나처럼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나도 스캔들 한번 거하게 내봐?’
정민아가 투덜댈 때, 모니터 스피커에서 음향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시작하겠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천막이 아래로 내려가며 에디오스 멤버들이 관객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에디오스 크리스마스 싱글, ‘White’의 쇼케이스의 막은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시작되었다.
“지친 널 감싸고 함께 있어줄게– 우리 모두가 원해 네가 일어나길–”
한주연의 목소리를 필두로 에디오스의 무대가 펼쳐지자 일제히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캔들의 주인공이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한주연은 강한 눈으로 관객들과 눈을 마주했다.
“힘을 내– 지금 여기까지 왔어– 조금만 더 —”
한주연의 목소리가 관객들을 더더욱 강하게 울렸다.
“와아아아—!!”
관객들은 오늘따라 더더욱 힘이 넘치는 듯 한 한주연의 목소리에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보냈다. 스캔들? 아니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주연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반응에 한주연은 더더욱 힘을 받았는지 잘 하지도 않는 기교까지 부리며 노래의 절정을 보였다.
“난 잘 모르지만– 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건 알아- 네가!! 그 주인공-”
한주연에서 서한유로 파트가 바뀌었다.
앞에서 한주연이 힘을 워낙 줘서인지 서한유도 목소리를 진하게 높였다.
‘언니…’
에디오스에서 목소리의 힘하면 한주연을 당할 멤버가 없었다.
서한유는 가볍게 한주연을 째려보고는 자신의 파트를 이어갔다.
강윤은 리허설 때보다 더더욱 강렬한 빛을 보며 눈을 빛냈다.
‘주연이가 엄청나네. 1시간동안 에너지 다 쓸 생각인가.’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건만, 하여간…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주연이 목소리가 물이 올랐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현지도 중얼거렸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니깐.’
가수들은 사람 말은 오지게 안 듣는다며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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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연의 분발덕분인지 쇼케이스는 사람들의 좋은 반응 속에 마무리되었다.
에디오스의 크리스마스 신곡 ‘White’는 모든 차트를 휩쓸며 순항하기 시작했고 그녀들은 정신없는 행사 일정을 소화해나갔다.
스캔들 건은 간간이 인터넷 기사로 나왔지만 강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 월드 엔터테인먼트, 히든캐치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 히든캐치, 에디오스 주연에게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고소당해
–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 히든캐치 소송가나
크리스마스가 2주 정도 남은 주의 월요일.
각종 포털 사이트에 히든캐치와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전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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