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03
62화 – 누군가에겐 아주 무서운 크리스마스(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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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얀 눈을 맞으며 —
“와아아아아—!!”
월드컵기념 체육관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김지민이 부르는 캐럴에 관객들은 모두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그녀도 흥이 올라 더더욱 소리를 높여나갔다.
절정을 장식하는 김지민의 모습을 보며 행사를 주관하는 STN의 부장, 정경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고가 때문에 오늘 행사를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은하도 에디오스 못지않네요. 이사님. 감사합니다.”
부장 옆에서 함께 행사를 보고 있던 이현지는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걱정을 끼쳐 죄송할 따름이죠.”
행사가 절정을 지나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정경택 부장은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에디오스의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하늘이 노랗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곧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는 행사를 위해 소속 연예인을 둘이나 보내주었고 행사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보통 사고가 터지면 행사는 나몰라라가 되기 십상인데… 월드는 확실히 다르네요.”
“다르다. 듣기 좋은 말이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오늘을 편히 넘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사가 끝나고, 정경택 부장은 STN에서 생산하는 커피머신과 커피를 선물로 주었다. 이현지는 괜찮다며 사양하려 했지만, 강하게 권하는 바람에 묵직한 짐을 받아들었다.
큰 짐을 든 이현지는 연예인들과 함께 밴에 올랐다.
“이사님, 저희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차가 출발하자마자 김지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도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김재훈도 에디오스가 걱정이 되었는지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현지는 잠시 기다려보라고 이야기하고는 강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서 입원실 수속까지 마쳤고, 지금은 모두 입원실에서 휴식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VIP실에 입원중이라네. 그래, 가보자. 출입구도 따로 있는 모양이니까 조용히 갈 수 있을 거야.”
“네.”
병원 VIP 병실에 도착하니 에디오스 멤버들이 1명씩 6개의 룸을 사용하고 있었다.
에디오스는 2인실도 상관없다 했지만 보안 때문에 부득이하게 비싼 VIP 병실을 선택했다. 병상이 하나였기에 졸지에 모두가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했다.
이현지 일행은 가장 먼저 리더인 정민아에게로 향했다.
“괜찮니?”
“네. 조금 놀랐지만 괜찮아요.”
정민아는 다행히 큰 이상은 없어보였다.
다른 멤버들의 상태를 물으니 찰과상을 입은 멤버들이 몇 있다는 것 빼고는 크게 문제는 없다 했다. 연예인에겐 생명과도 같은 얼굴을 다치지 않은 것도 컸다.
“사장님은 어디 가셨어?”
“담배 태운다고 잠깐 나갔어요. 하여간, 담배 좀 끊으라니까.”
강윤이 담배를 태우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정민아는 투덜거렸다.
곧 이현지는 모든 병실을 돌며 에디오스 멤버들을 만났다.
이후 정민아에게로 다시 돌아왔지만, 강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안 오셨어?”
“네. 전화 해볼까요?”
정민아가 핸드폰을 꺼내자 이현지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뭔가 하고 계실거야. 방해하지 말고 기다리자.”
“네.”
강윤이 지금 같은 사태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를 잘 알았기에, 이현지는 모두를 안심시키기는 일에 집중했다.
이현지 일행이 정민아의 병실에 있으니 얼마 있지 않아 에디오스 멤버 전원이 모여들었다.
모두 의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마음에 불안한 기색이 남아있는지 떠는 멤버들도 상당수였다.
“우리 애들, 많이 상했네. 이거 어째.”
이현지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두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밤을 지새웠다.
한편, 강윤은 병원 정문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흡연실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저야말로 빠르게 합의를 해주시니 감사하죠.
전화 상대방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와의 통화였다.
100% 과실에 의한 사고라 합의가 원만하지 않으면 큰 벌금을 맞게 되는데, 상대방에서 나서서 원만히 합의하자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연예인 차량이었기에 강윤이 대리인으로 나설 수 있었다.
“다음에는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운전 조심하시고요.”
– 알겠습니다. 그런데 모자이크는…
“신경 써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보도용으로 활용될 뿐입니다. 개인 신상에 절대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강윤은 바로 영상편집을 의뢰한 ‘미블리쉬’에 전화를 걸었다.
한밤중이었지만, 미리 이야기가 되어서인지 바로 연결이 되었다.
–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편집에 들어가겠습니다.
“렌더링 작업까지 늦어도 새벽이면 끝난다고 하셨죠?”
– 물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자이크도 꼼꼼히 해주시고요.”
통화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 에디오스 교통사고, 스케줄은 은하와 김재훈이 대신 수행해.
– 에디오스 교통사고, 연예인 차량은 무법차량?
아는 기자들에게도 연락을 해서 설명을 하며 최대한 온건한 기사를 실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을 뿐이었다.
지금으로선 상황이 쉽사리 반전되지 않았다.
‘담배만 땡기는군.’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 강윤은 더디 가는 시간을 마음을 담배로 달랬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열어보니 에디오스 팬 카페, 아리에스에 들어가니 과속이다 아니다로 댓글 전쟁을 하는 이도 있었고, 월드를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다라는 글, 쾌유를 빈다는 글 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새벽까지만 참자.’
반전될 상황을 기대하며, 강윤은 쓰린 속을 달랬다.
.
.
.
다음날.
새벽에 영상을 받은 강윤은 월드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블랙박스를 공개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한 차량 한 대가 에디오스가 탄 차량을 덮치는 영상에 아침부터 인터넷은 파란이 일었다.
– 에디오스 사고, 신호위반 차량에 충돌한 것.
– 에디오스, 신호위반 차량이 덮쳐 병원 행. 큰 이상은 없어…
– 교통사고 에디오스, 하지만 행사는 그대로 진행… 사내 팀워크 빛나…
블랙박스가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반전되었다.
사고가 나자마자 성급한 내용에 뭇매를 맞았던 상황과 완전히 달라졌다.
거기에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STN 행사를 위해 가수 은하와 김재훈을 보낸 것이 알려지고 에디오스의 안정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하는 사실도 알려졌다.
사고를 낸 이와도 원만히 합의해주는 등 좋은 씀씀이까지 보이니, 대부분의 화살이 잦아들었다.
대신, 방향 잃은 화살은 급히 기사를 내서 여론몰이를 하던 히든캐치에게로 향했다.
– 또 구라였어? 히든캐치 즐. 이젠 사고까지 이용해먹네?
– 여러분, 이게 기레기의 클라스입니다.
– 믿고 거르는 히든캐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에디오스 사고 관련 기사를 시작으로, 히든캐치가 올린 각종 기사들에 악플들이 쌓여나가기 시작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와의 일을 기점으로 점차 쌓여가든 불신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 도를 넘은 연예인 파파라치, 이대로 괜찮은가?
– 무분별한 기사가 연예인을 죽인다. 기획특집…
거기에 다른 기자들이 히든캐치와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싸움을 대서특필 하는 등, 사태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사장님, 광고가 계속 떨어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만…”
“…알았으니까 서류 놓고 나가.”
유명후 사장은 광고담당 과장이 조심스럽게 꺼내는 말에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과장은 걱정되는 마음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지난달 대비 50%가까이 광고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신뢰를 잃은 신문에 광고를 내면 제품의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 있…”
“알았으니까 나가!!”
유명후 사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모든 것이 귀찮았는지, 그의 눈에는 짜증이 한 가득이었다.
과장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서류를 놓고 밖으로 나갔다.
“월드, 월드…!!”
이대로 가면 신문사가 흔들린다.
월드와 얽히면서 단단히 꼬여버린 작태에 그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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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인해 에디오스는 연말 시상식에 불참했다. 팬들이 많이 아쉬워했지만, 빠른 쾌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김지민은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고, 김재훈은 가수들 중 앨범판매량이 가장 높은 3인 중 한사람으로 꼽혀 골든 디스크를 수상했다.
정신없이 바쁘던 2012년이 가고, 2013년이 밝아왔다.
1월 중순.
히든캐치의 추측성 기사에 따른 에디오스의 명예 훼손과 앨범 손해가 인정되는 판결이 나왔다.
3000만원의 손해배상.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거짓, 추측성 기사로 그동안 피해를 준 것이 인정되고, 악의적이라는 해석과 함께 법원은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말 일련의 사태들과 종합되어 기사가 나가면 메인 신문사로서 기능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피해보상액은 많이 인정받지 못했군요.”
배상액이 적어 아쉬웠는지,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이현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시간을 더 주면 이보다 많은 금액을 받아주겠다 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녀의 말에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만하면 됐습니다. 어차피 히든캐치는 신문사로서 신뢰성도 잃었습니다. 우리가 더 물고 늘어져봐야 손해죠.”
“하긴. 그나마 저 돈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들어보니까 광고도 20% 밖에 안 남았다는데…”
이현지는 조소를 머금었다.
히든캐치는 불과 한 달 사이에 광고의 80%가 이탈했다.
남은 20%도 성인광고, 대출광고 등이 대다수였다. 그나마도 기사에 대한 조회 수가 줄고 있어 빠져나가려는데 피해배상까지.
사실상 사형선고였다.
“이번 일은 여기서 마무리하죠. 더 이상 우리 애들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기사에 오르내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현지도 강윤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버린 신문사 하나를 더 돌아봐야 월드가 얻을 것은 없었다.
그녀는 강윤에게 줄 김지민의 앨범에 대한 서류를 찾다가 뭔가가 떠올랐는지 강윤을 바라보았다.
“아, 맞다. 사장님, 다음 주에 미국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큰일들도 일단락되었으니 일주일정도 자리를 비워도 될 것 같네요. 아무리 바빠도 동생 졸업식은 봐야죠.”
정혜진이 내온 커피를 받으며 이현지가 강윤에게 서류를 주었다.
“희윤 씨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건가요?”
“네. 미국에서 더 공부해도 된다고 했는데, 본격적으로 작곡활동을 하고 싶다는 군요.”
희윤의 한국행.
이현지로서도 전속 작곡가가 가까이 온다니, 매우 반가웠다.
“다들 좋아하겠네요. 곡 이야기도 보다 더 많이 나눌 수 있을 테고.”
강윤은 이현지에게 회사를 부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옥상으로 향하는데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주아야.”
– 오빠!! 잘 지냈나?
높은 톤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찌르르 울렸다.
강윤은 기쁜 듯한 그녀의 음성에 웃으며 답했다.
“나야 항상 그렇지. 너는? 뭐하고 있어?”
– 아우, 나 이제 한국 왔어. 지금 거기로 가는 중.
“월드에?”
언제나 갑작스럽게 들이치는 모습은 똑같았다. 강윤은 실소를 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간… 그래, 와라.”
– 반응이 미지근한데? 오지 말라고 해도 갈 거야. 할 말도 있고.
“…말이나 못하면. 알았어.”
통화를 마치고, 강윤은 옥상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옥상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희윤이가 오면 당분간 문희한테 매달리도록 해야겠어. 그리고…’
강윤이 차분히 계획을 정리하고 있는데, 옥상 문이 벌커덕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오빠, 내 왔데이!!”
인기척에 돌아보니 주아였다.
강윤도 반가워서 손을 들려 하는데, 그녀의 헬쑥해진 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아야. 너 왜 이렇게 말랐어?”
강윤은 주아의 빼빼 마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별 거 아냐. 요즘 스케줄이 많았거든. 아아, 이제 좀 살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병원은 가봤어?”
“무슨 병원까지. 괜찮다니까.”
주아가 연신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강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 동안 너무 무리한 거 아냐?”
“뭐… 약간? 에이, 됐어. 나 오늘 용건 있어서 온 거야.”
“용건?”
강윤이 의아해하자 주아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이번에 희윤이 졸업식이잖아. 오빠도 가지?”
“나야 당연히… 너도?”
“당연하지. 내 친구 졸업식인데. 기왕 가는 거 같이 가자고.”
그녀는 언제 예약했는지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항상 이용하는 1등석 티켓 2장이었다.
강윤은 눈이 동그래졌다.
“티켓까지 받으라고? 이건…”
“에이, 우리 사이에.”
주아는 강윤에게 티켓을 쥐어주었다.
그가 이 비싼 티켓을 받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어 거절하려 하자 웃으며 말했다.
“이거 공짜 아냐. 가서 내 일 조금만 도와… 달라고.”
“일?”
그런 의도라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일인지 물었지만 주아는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았다.
“개인적인 일이야. 가서 말해줄게. 아, 나 회사 가 봐야 해서 가볼게.”
“벌써?”
온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간다니.
강윤은 주아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걱정 말라는 듯,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
주아는 활기찬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MG는 애를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하지만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너무 말라버린 그녀의 뒷모습에 강윤은 씁쓸함을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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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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