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07
63화 – 졸업식, 마음을 새롭게…(完) >
주아는 양 팔을 한 바퀴 돌려 위로 올리고는 한쪽 다리를 굽히며 앉았다. 그리고 가는 허리를 한 바퀴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동시에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이어 양 팔로 원을 그리며 스텝을 밟아갔다.
그때, 캐리 크라우디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아를 제지했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주아는 긴장하며 춤을 멈췄다.
흑발을 가볍게 넘기며 캐리 크라우디아는 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날이 선 눈으로 이유를 묻는 캐리 크라우디아의 모습에 주아는 심호흡을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 대답에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걸 느끼며 주아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주아의 설명에 캐리 크라우디아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그녀는 앞으로 나가 주아 옆에 섰다.
그 모습에 당황한 건 스미스였다.
오디션 내내 자리에서 한 번 일어난 적 없던 그녀이기에 스미스는 크게 놀랐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시선을 주아에게 돌린 그녀는 함께 하자며 손짓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지만, 주아는 곧 그녀 옆에 대열을 맞춰 섰다.
음악이 흐르고, 주아는 그녀와 함께 안무를 맞춰나갔다.
후렴 전까지는 칼같이 함께 안무를 맞추는 것이 핵심이었다. 모든 지원자들도 이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여기가 핵심이야.’
포인트가 달라지는 후렴에 접어들자 주아는 눈을 빛냈다.
처음 하는 안무지만 캐리 크라우디아는 주아의 안무를 곧잘 따라왔다. 허리로 웨이브를 타는 안무까지 무리 없이 따라왔다.
주아는 캐리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함께 다리를 굽혀 가볍게 앉으며 온 몸으로 웨이브를 타며 함께 바닥으로 눈을 내렸다.
캐리 크라우디아는 놀라움에 환호성을 질렀다. 거울을 통해 보니 주아가 캐리 크라우디아 주위를 돌며 그녀를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작은 체구가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주아의 작은 체구 때문에 캐리 자신이 오히려 더 돋보이고 있었다.
‘얘 물건인데? 이런 여자 댄서는 쉽게 찾기 힘든데.’
팔짱을 끼며 지켜보던 스미스도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1절만 하고 마무리하려던 캐리 크라우디아는 결국 2절 끝까지 안무를 추고 말았다.
스미스도 팔짱을 풀며 흐뭇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같은 생각이야. 주아. 함께 해줄 수 있겠어요?]가볍게 땀을 흘리는 캐리 크라우디아는 웃음꽃을 피우며 주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아는 강하게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주아는 흔쾌히 캐리 크라우디아의 뒤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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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크라우디아의 차 안.
주아와 그녀는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이미 두 사람은 단순한 댄서와 가수의 사이를 넘은 듯, 매우 친밀해보였다.
캐리 크라우디아는 주아가 지원서에 가수라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춤만으로 승부를 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아시아에서도 최고 위치에 있다는 가수가 말이다.
거기에 스타의 위치에서 오는 공감대도 많으니 친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주아가 머무르는 희윤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화기애애했다.
운전을 하는 매니저는 길을 우회하며 대화시간을 늘리는 센스를 발휘했다.
미국 진출을 위해 자신을 이용하려는 수단일 수도 있기에, 캐리 크라우디아는 적당한 선에서 그녀의 말을 받았다.
차는 어느새 희윤의 집 앞에 도착했다.
파파라치 등의 위험 때문에 캐리 크라우디아는 내리지 않고 바로 돌아갔다.
주아가 집안으로 들어가니 강윤 남매가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축하해.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주아야. 축하해!!”
강윤은 주아의 어깨를 두드렸고, 희윤은 손을 잡으며 오디션 합격을 축하해주었다.
주아는 남매를 끌어안으며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마워.”
강윤과 희윤은 말끝을 흐리는 주아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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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우리 한유가 오타쿠가 돼가고 있어!!”
에일리 정은 떡진 머리를 한 채 음향시설로 가득 채워진 방에서 나오는 서한유에게 질렸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언니, 오타쿠라니요.”
“오타쿠, 오타쿠우. 우리 막내 머리 좀 봐. 그게 뭐니?”
“머리요?”
서한유는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머릿결을 쓸어내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막내가 이상해졌어.”
굳게 닫힌 문을 보며 에일리 정이 연신 투덜거리자 부엌에서 과일을 갈아마시던 정민아가 끼어들었다.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건전한 취미잖아.”
“며칠 동안 머리도 안 감고… 저게 건전해?”
언니들이 동생의 취미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지만, 본인은 전혀 알지 못했다.
방 안에서, 서한유는 박소영과 편곡과 프로듀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언니, 이 부분에서는 잼배 1번보다 3번을 쓰는 게 낫지 않아요?”
“그래? 시원하기는 1번이 더 나은데.”
“그렇긴 한데, 분위기가 있잖아요.”
“일단 둘 다 해보자. 아, 숙제 어렵다…”
강윤이 준 숙제 때문에 두 사람은 몇날 며칠 동안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두 여인의 눈에는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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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주아가 오디션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강윤과 희윤에게 1등석 티켓을 끊어주어 두 사람은 편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어둑한 하늘에서, 희윤이 담요를 덮고 잠을 자고 있을 때, 강윤은 이어폰을 끼고 한 손에는 악보를 들고 있었다.
‘이 곡은 많이 다듬지 않으면 쓰기 어렵겠어. 특징이 없어.’
희윤이 모두가 함께 부르면 좋겠다며 만든 곡을 들으며,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곡의 고저도 애매하고, 색깔도 뚜렷하지 않았다. 모두를 생각하다보니 오히려 개성이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강윤은 악보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체크하고는 이어폰을 뺐다.
자세를 고쳐 앉고, 창가를 바라보니 맑은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였다.
‘멋있네.’
편안하게 의자를 세팅하고 잠을 자는 희윤과 다르게, 강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앞에 있던 스튜어디스를 불러 신문을 요청했다.
“감사합니다.”
강윤은 스튜어디스가 가져다 준 신문을 펼쳤다.
정치, 사회 등 차분히 기사를 읽어나가다 연예 및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 트로트계, 계속되는 불황에 신규발매 앨범 계속 줄어…
트로트계가 울상이다.
2007년부터 계속된 불황에 새로 발매되는 트로트 가수의 앨범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2년 한해에도 계속된 여자 아이돌 가수의 강세 속에 트로트 앨범은…(중략)
가수 남훈은 2030까지 아우를 수 있는 트로트 앨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에도 아이돌 앨범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로트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의 내용에 강윤도 깊이 공감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트로트. 그런 곡을 만들어야 해. 쉽진 않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이 상황은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거야.’
생각을 정리하고는, 강윤은 기사를 넘겼다.
공항에 도착하니 이현지가 두 사람을 마중 나왔다.
“사장님, 고생했어요. 희윤아. 졸업 축하해.”
그녀는 강윤의 빈자리를 대신하느라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세 사람은 회사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희윤을 집에 내려다주고 올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우기는 바람에 바로 회사로 향하게 되었다.
차 안에서, 강윤은 이현지에게 콘서트 진행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사장님이 선정한 업체들을 다 만나봤어요. 그런데 만나보니까 애매하더군요.”
“애매하다?”
이현지가 보낸 업체 리스트 중, 강윤은 두 곳을 선정해 협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두 곳과 사전에 이야기를 해두었지만, 엘인조명에 비해 모두 모자란 구석들이 있었다.
“두 업체 다 5천명에서 최대 1만 명 규모의 무대까지는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단위가 배가 되니까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정도면 엘인 정도 규모의 업체가 아니면 힘들다고…”
“다른 업체들도 그때는 다 일정이 있으니… 쉽지 않군요.”
엘인과 비슷한 규모의 업체들은 공교롭게도 다 일정이 있었다.
강윤의 이마에 주름이 깊이 파였다.
회사에 도착한 후, 희윤은 스튜디오로 향했고 강윤은 바로 사무실로 올라갔다.
강윤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한빛조명과 비엔조명의 사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아주었다.
“반갑습니다, 이강윤이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네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시차적응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강윤은 개의치 않고 진하게 탄 커피를 마시며 몸을 달랬다.
“오면서 들으니 두 업체 모두 만 명까지 소화할 수 있다 들었습니다.”
강윤의 물음에 한빛조명의 대표 …영이 먼저 말했다.
“맞습니다. 저희 한빛의 장점은 최근 새로운 장비를 구입했습니다. 구형 장비로 톤이 안 나오는 일은 없습니다.”
이에 질세라 비엔조명의 문기현 사장도 끼어들었다.
“저흰 15년 이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에서 쌓인 경험이 저희의 큰 장점이지요.”
어차피 자리는 하나다.
사활이 걸린 자리이기에 두 사장 모두 강윤에게 강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러나 강윤은 생각이 다른 듯 했다.
“중서 올림픽 종합운동장 규모가 2만 명입니다. 일단, 티켓은 모두 팔았습니다. 3일, 모두 매진입니다.”
“……”
두 사장 놀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계약이 되기만 한다면 돈이 안 들어올 걱정은 절대 없을 터였다.
“두 업체 모두 1만 명 정도의 무대가 가능하시다니… 그렇다면 이번에 두 분 다 저희와 계약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네?!”
“두 업체와 계약한다고 지불할 돈을 깎지는 않겠습니다. 모두 공연에만 집중해주시면 됩니다. 어떤가요?”
두 사장 모두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되면 월드 입장에서 가져가는 파이가 줄어든다.
이렇게까지 해서 월드에서 얻을게 뭐가 있을지, 문기명 사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렇다면 월드에서 오히려 손해가 아닙니까?”
하지만 강윤은 걱정 없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당장 파이는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무대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겠죠. 대신 디자인을 더 보강하겠습니다. 지금 엘인이 준 디자인에서 더 살을 덧붙일 생각인데,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가능합니다.”
주태영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윤은 말을 이어갔다.
“거기에 갖가지 특수효과들이 들어갈 겁니다. 국내 팀이 아닌, 해외에서 오는 팀과 맞춰야 하니까 조명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질 겁니다. 두 회사에서 정말 잘 해주셔야 합니다.”
이유 없는 투자는 없는 법이다.
해외에서 만났던 특수효과 팀과의 제대로 된 연대를 위해 강윤은 조명에 힘을 제대로 준 것이다.
계약을 더 끌 이유는 없었다.
두 사장은 이현지가 내민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강윤과 악수를 하고는 월드 엔터테인먼트를 나섰다.
오자마자 한 가지 일을 해결한 강윤은 힘이 빠졌는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힘드네요.”
“수고하셨어요.”
이현지는 강윤에게 직접 탄 꿀물을 내왔다.
강윤은 달달함을 느끼며 힘없이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저, 잠시만 눈 좀 붙이겠습니다.”
“네. 언제 깨워드릴까요?”
“1시간 후에요.”
꿀물을 모두 비운 강윤은 곧 편안한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강윤의 보기 드문 모습에 이현지가 피식 웃었다.
“대단한 열정이야. 재훈 씨는 정말 든든하겠어.”
그녀는 강윤이 책상에 놓은 영어로 된 서류들을 집어들며 일을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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