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1
5화 – 뜻하지 않은 학교정벌(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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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강윤은 원진문 회장은 이현지 사장과 함께 회사 근처 중국 레스토랑에 갔다. 찹쌀 탕수육이 일품이라 원진문 회장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이 집은 특히 탕수육이 맛있네. 들지.”
식감을 자극하는 찹쌀 탕수육과 짜장면이 나오고 모두가 젓가락을 땄다. 원진문 회장이 짜장면을 맛깔나게 비비며 강윤에게 물었다.
“강윤 자네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자네 닮았으면 아주 미인이겠어. 데리고 와보지 그러나. 혹시 아나, 잘될지. 하하하.”
원진문 회장은 웃었다. 물론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악의가 없다는 걸 알기에 강윤도 웃어넘겼다.
“안타깝지만 동생은 연예계엔 관심 없습니다.”
“이런, 안타깝군. 현지 양. 그렇지?”
“맞습니다.”
“하여간 딱딱하긴.”
이현지 사장의 각 잡힌 모습에 원진문 회장은 피식 웃었다. 식사시간까지 딱딱한 걸 원진문 회장은 원치 않았지만, 이현지 사장은 여전히 각이 있었다.
세 사람이 식사하는데 원진문 회장의 휴대전화가 마구 춤을 췄다. 회장비서실의 연락이었다.
“무슨 일인가? 뭐? 주아가?”
주아라는 말에 강윤과 이현지 사장 모두가 젓가락을 멈췄다.
“별일이군. 알았네.”
통화가 끝나고, 원진문 회장은 강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보게 강윤이.”
“네, 회장님.”
“주아가 말이야. 허 참. 황당하군.”
“주아가 무슨 문제 일으켰습니까?”
강윤은 의아했다. 주아는 무슨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 아니었다. 도박을 하는 것도 연예하는 것도 이상한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니건만…. 그런데 원진문 회장은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잡고 있었다.
“내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 강윤이 자네 동생한테 CD 갖다 주러 갔다는군. 세현고등학교, 맞나?”
“네?”
강윤의 목소리가 확 높아졌다. 이 무슨 맑은 하늘에 벼락 맞고 비행기 떨어지는 소리인지.
“신입 매니저한테 보르쉐 운전하게 하고 연예인 티 팍팍 다 내고 갔다는군. 덕분에 그 학교 지금 수업도 못 하고 대혼란이 일어났다네.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경찰까지 출동했다니…. 이봐, 강윤이, 강윤이!!”
찹쌀 탕수육의 식감이 가시기도 전에 강윤은 식당을 뛰쳐나왔다.
.
.
.
“감사합니다, 예, 고마워요.”
사진 찍고 사인하고, 사진 찍고 사인하고.
희윤의 학교에서는 이미 주아의 사인회가 열리고 있었다.
“으흑!! 사랑해요!!”
“저도요.”
주아는 익숙하게 남자 팬을 안아주기까지 하며 팬서비스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매니저 한 명, 보호자도 별로 없었지만 그녀는 매우 대범했다.
“주아 언니….”
“나만 믿으라고. 그리고 언니라니. 우린 친구잖아.”
그런 주아를 희윤은 옆에서 걱정스레 보았지만, 주아는 괜찮다는 듯 윙크를 해 보였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 빼주는 배려를 해주었고 덕분에 희윤의 3학년 4반 교실은 전교생이 몰려들어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로 북새통이었다.
“연주아!!”
그런데 한창 사인하고 있는 사람들 틈을 뚫고 날선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이 저사람 뭐냐며 웅성거렸지만 그 소리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인파를 뚫어댔다.
“여어, 여기야 여기.”
더군다나 주아는 태연했다.
힘겹게 학생들을 뚫고 주아 앞에 선 이는 강윤이었다.
“오빠.”
“희윤아.”
강윤이 헉헉대며 주아 앞에 서니 희윤도 그녀 옆에 있었다. 이미 둘이 많이 친해졌는지 서로 팔짱까지 끼고 있었다. 그 주위로 사람들이 원을 치고 있었고 사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한 명씩 줄 서서 오는 그림이었다.
“비켜요. 내 차례에요.”
힘겹게 사람들을 뚫고 왔건만 강윤은 밀려날 판이었다.
“풋.”
그 모습에 주아와 희윤까지 웃음이 나버렸다.
“죄송해요. 사인 금방해 드릴게요. 이 분 저희 팀장님이에요. 사인 때문에 서 계신 게 아니에요”
“아아. 네.”
“희윤이 오빠기도 하죠.”
사인 때문에 섰던 남학생뿐만 아니라 희윤의 반 학생들까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쩐지, 주아가 희윤이 옆에 찰싹 붙었다 했어.’
‘팀장? 팀장이면 어느 정도지? 위로….’
‘이야….’
샘내는 눈빛, 대단하다는 눈빛, 멍 때리는 눈빛 등등 희윤을 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조금 전까지 주아가 희윤에게 팔짱도 끼고 친구라 했던 걸 팬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의 시선이 확 변했다.
“주아야. 쓸데없는 말을….”
“뭐 어때서. 희윤아. 네 오빠는 자랑스러워해도 돼. 이번에 나 일본에서 확 띄운 거 강윤 오빠야. 강윤 오빠 아니었으면 나 이렇게 다니기도 힘들었을걸?”
“정말?”
이번에는 희윤의 눈이 동그래졌다. 동생 앞에서 칭찬을 들으려니 강윤은 낯이 간질거렸다.
“주아야, 금칠은 그만. 이만 가자. 애들 수업해야지.”
“아아아아아아——!!”
강윤이 주아를 데리고 나가려는데 주변 반응이 매우 격했다.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외친 소리였다. 강윤은 깜짝 놀랐다.
“학생이 수업을 해야지, 이건….”
“오빠, 봤지? 이게 내 인기야.”
“…..”
강윤은 결국 주아의 머리를 쥐어 박아버렸다.
“아얏!! 아파!!”
“오늘은 맞자. 일루와!!”
“히익!! 폭력팀장 절루가라!!”
주아는 얼른 희윤 뒤에 숨는 스피드를 발휘했고 강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생경한 장면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손에 녹화되었다.
이후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나왔는지 모를 강윤이 주아를 쥐어박는 사진은 전설이 되어 후에 ‘주아의 굴욕’이라는 이름으로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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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니라고!!”
이준열은 매니저에게 일단의 서류뭉치들을 집어 던졌다. 유승철 매니져는 큰 모욕을 당했지만 익숙했는지 침착했다.
“형, 이거도 아니다 저거도 아니다 하시면 어떻게 해요. 벌써 10번째에요. 기획자만 3번째 갈아 치웠다고요.”
“아, 몰라. 미치겠네.”
이준열은 담배를 거칠게 물고 연기를 내뿜었다. 답답한 마음이 그대로 연기로 베어 나왔다. 그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유승철 매니저는 차분히 설명했다.
“거기 형편하고 우리 예산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가 최선이랬어요. 형, 이만하면 됐어요. 여기서 더 고집 피우면 컴백이고 뭐고 물 건너 간다구요.”
“그래서 넌 이딴 무대에서 컴백을 하라는 거냐? 나 세디야. 너까지 나한테 이러기야?”
세디.
본명 이준열.
데뷔 4년 차 가수로 정상에 올랐던 남자 솔로 가수였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컴백무대를 가지려고 한다. 컴백무대를 열기 위해 쇼케이스를 하려 했지만 소속사에 예산이 없었고 방송사들에 요청하려니 마음에 드는 무대가 없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라디오 공개방송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무대가 문제였다. 이준열이 무대 스케치를 보는 족족 집어 던지는 통에 결국 속타는건 유승철 매니저였다.
“이거저거 다 싫다고 하면 진짜 큰일 나요. 형, 이러다 컴백 미뤄야 한다고요.”
“그걸 해결하는 게 네 역할이잖아.”
“아, 미치겠네….”
어린애처럼 우기기만 하는 이준열은 말이 통하질 않았다. 결국, 유승철 매니져는 속만 끓이다 밖으로 나왔다.
“야, 승철아. 설득은 했냐?”
밖에선 이준열의 소속사 듀카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김태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
“말을 안 들어 먹어요. 사장님, 저거 진짜 어떡하죠?”
“결국, 이거냐. 아, 미치겠네. 저 꼴통 진짜…. 벌써 MG랑 유통계약까지 해버려서 컴백 못하면 난리나는데.”
김태수 사장은 발을 동동 굴렀다. 컴백은 말 그대로 홍보다. 음반이 나와봐야 홍보가 안 되면 어쩌겠는가. 사무실이 앨범의 수렁으로 빠져 드는 거다. 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뭐라도 하게 돼 있는 법이다.
“승철아.”
“네, 사장님.”
“나 MG에 갔다 올게.”
“유통계약 미루시게요?”
“미쳤냐. 거기가 그런다고 미뤄줄 동네야? 일단 도와달라 해야지. 이번에 그 주아 일본에서 띄운 그 사람 누구냐?”
“이강윤이요? 에이. 그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만나요. 사장님? 사장님!!”
유승철 매니저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김태수 사장은 정장을 걸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음이 급했다. 서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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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와의 해프닝 아닌 해프닝도 있었지만, 강윤의 회사생활은 평온했다.
아침에는 걸그룹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를 받고 부족한 사항에 대한 보완지시를 내린 후 자료들을 정리한다. 낮에는 연습실로 내려가 체크를 하고 기획팀이나 예산팀을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를 한다. 퇴근을 하고 희윤과 식사를 한 후 하루를 마무리하면 그 날이 끝난다.
이런 하루의 반복이었다. 큰일 없이 강윤의 매일은 물 흘러가듯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강윤은 보고를 위해 사장실로 올라갔다. 이현지 사장이 여느 때처럼 보고서에 결재하고 옆에 내려놓자 강윤은 인사를 하곤 뒤돌아섰다.
“잠시만 앉겠어요? 할 이야기가 있는데.”
평소와는 다른 전개에 강윤은 의아했다. 사장과의 대화라니, 원래 윗사람과의 대화는 긴장되는 법이다. 게다가 이현지 사장이 친히 커피를 내오는 성의까지 보였다. 긴장이 더해갔다.
“내가 지난번에 공연팀에 대해 잠깐 말했던 거 기억하고 있나요?”
“걸그룹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시간 되면 조금씩 맡아서 담당하라고 하셨던 그거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그거. 회사 산하의 일만 처리하던 공연팀의 규모를 키워서 전문 공연팀을 운영할 계획이에요. 강윤 팀장이 그 부서의 총괄책임을 지어줬으면 좋겠어요.”
공연팀. 공연에 관한 전반적인 기획, 연출 등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MG엔터테인먼트 같은 큰 회사는 자체적으로 공연 인력을 운영할 여력이 있었다. 이전에는 회사 내부를 위해서만 운영했다면 이젠 외부 의뢰도 받으며 전문적으로 운영을 할 생각이었다.
“사장님, 공연팀과 걸그룹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보상은 당연히 따릅니다. 주아 일 끝나고 통장 확인해 보셨죠?”
강윤은 한번 물러났지만, 이현지 사장은 한 발짝 다가왔다. 그것도 돈으로. 난생처음 찍힌 통장의 단위에 강윤은 경악을 했고 희윤에게 여러 가지를 해줄 수 있었다.
이현지 사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 팀장은 욕심이 있다 생각해요. 난 이 공연팀이 잘되면 독립시켜 법인으로 만들 생각도 하고 있어요.”
강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있던 팀이 법인이 된다. 직장인에겐 엄청난 일이었다. 물론 강윤에겐 출세는 전부는 아니었다. 그래도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서 메리트가 있었다.
“지금까지 냉정하게 강윤 팀장을 판단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강윤 팀장이 없었다면 공연팀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을 겁니다. 걸그룹, 공연. 모두 할 수 있다 판단해서 권합니다. 같이 가요, 우리.”
“…..”
강윤은 고민했다. 분명히 이건 기회였다. 함정?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신중히 고민했다. 과거도 생각해보았다.
‘MG엔터테인먼트에서 공연팀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하지만 규모에 대해 들은 적은 없었지. 만약 확장해 키울 생각이었다면 분명히 내가 알고 있었을거야. 그런데 이렇게 키운다?’
그가 알기로 MG엔터테인먼트의 공연팀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중요한 공연은 대부분 외주로 돌리곤 했다. 그런데 팀을 키우겠다니.
알 수 없는 미래는 분명히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강윤은 두근거렸다.
“해보겠습니다.”
공연팀, 새로운 도전.
강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지 사장은 만족했는지 그의 앞에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공연팀 첫 번째 일입니다.”
강윤은 서류를 받아들었다.
[세디 컴백무대 의뢰안]‘세디? 잠깐. 그 양아치?’
첫 가수부터 만만치 않은 가수가 걸렸다. 함께 공연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에 강윤은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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