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12
65화 – 진짜와 가짜의 차이(2) >
지금까지 전화 한번 없던 그를 이렇게 볼 수 있게 되다니…
물론, 갑자기 핸드폰이 사라진 게 원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립된 상황에서 홀로 고고한 모습을 보이는 건 쉽지 않은 법.
민진서의 가슴에서 울컥한 감정이 마구 치솟았다.
“흑, 으흑… 나빠요, 나빠… 선생님이 제일 나빴어.”
“미안, 미안해.”
강윤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대체 얼마나 힘이 들었던 걸까?
감정의 홍수를 터뜨리는 민진서로 인해 강윤은 당혹스러웠지만, 능숙하게 그녀를 다독이며 감정을 추스르게 했다.
‘잘못한 것도 없이 사과까지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억울한 마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내 편이라는 소속사 사람들마저도 알아주지 않는다니…
강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민진서는 강윤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벗어났다.
“이제 진정이 좀 됐니?”
“……”
그의 품에서 벗어난 그녀는 붉어진 눈과 얼굴을 가리기 위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강윤은 그녀를 자리에 앉히고 자판기에 있는 캔커피를 뽑아주었다.
“…감사합니다.”
온기가 느껴지는 캔을 받아들고, 그녀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들썩이던 어깨도 내려가고, 커피도 조금씩 마시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민진서는 헛웃음을 지으며 눈가에 남아있는 눈물자국을 지워냈다.
그에게 의지할 수 있는, 멋진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건만…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강윤은 조금씩 그녀가 진정되는 듯하자, 대본고사에 대한 일을 물었다.
“…저 그 대본을 본 일이 없어요. 회사에서 보여주지도 않았거든요.”
“…역시.”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민진서가 대본을 읽지도 않고 거절했다는 말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모든 대본을 꼼꼼하게 살피기로 소문난 그녀였다.
그녀는 눈가에 불꽃을 일으켰다.
“지사장이 섭외를 위해 직접 온 작가와 트러블을 일으켰어요. 막상 저는 대본을 본 적도 없고…”
“뭐라고? 그렇다면 문전박대를 한 것이 네가 아니라 회사란 말이야?”
“……”
무언의 긍정에 강윤은 기가 막혔다.
결국, 민진서와는 하등 관련 없는 일에 그녀더러 수습을 하라고 나서게 한 꼴이 아닌가?
그의 생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서기 싫었지만, 이사님이 빠르게 수습하려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선생님하고 상담을 하고 싶어도 전화도 없었고… 시간은 없고… 사태를 길게 끌어봐야 여론은 급박하게 돌아갔고요.”
“…그래도 그… 잠깐? 전화가 없어졌어?”
강윤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네. 어제 숙소에 들고 온 건 기억이 나는데 그 후에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허…”
강윤은 기가 막혔다.
종종 트러블을 일으킨 연예인들이 더 사고를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몰래 핸드폰을 숨기는 일이 왕왕 있었다.
회사, 또는 매니저 주도하에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로서는 MG 엔터테인먼트의 행태에 질려버릴 따름이었다.
‘…더 끌면 곤란하겠어.’
하지만, 강윤은 전화에 대하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긁어 부스럼만 만들 따름이었다.
“내가 반나절 후에 핸드폰 하나 개통해서 로비에 맡겨놓을게. 매니저나 누구도 보여주지 말고. 알았지?”
“매니저 오빠도요?”
“누구도. 절대.”
“알았어요.”
민진서는 강윤의 굳은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강조한 강윤은 가볍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선생님이 해결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알았지?”
“네. 믿을게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강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휴게실을 나가려 할 때, 민진서가 강윤을 붙잡았다.
“더 할 말 있니?”
“저, 선생님.”
“응?”
강윤이 의아해하자 민진서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라면… 먹고 갈래요?”
“…푸웁.”
물론 마음이 담긴 농담이었다.
강윤은 아쉬움을 담아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고는 바로 로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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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그곳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계의 수많은 은행과 증권사 등 한국을 움직이는 금융사들이 자리하며 한국의 금융 산업을 이끌고 있었다.
테헤란로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빌딩의 고층에 위치한 곳에 ‘에릭튼 캐피탈’이 있었다.
가장 전망이 좋은 고층에 위치한 지사장실.
그곳에서 훤칠한 키의 백인이 유창한 한국어로 소파에 앉은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하하. 나중에 원진표 사장님께도 자리 하나는 꼭 마련해 드려야겠군요.”
소파에 앉은 손님, MG 엔터테인먼트의 정현태 이사도 그의 말에 웃음에 화답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감사하지요. 배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들어보니까, 베트남에 지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 지사장이면 어떻습니까?”
“하하하하. 리처드 지사장님의 식견은 참…!! 하하하하하!!”
정현태 이사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백인 남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고급스러운 잔을 책상위에 내려놓고 창가로 향했다.
커튼을 젖히며,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MG의 규모를 줄이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돼서 참 좋습니다. MG가 보유했던 현금도 줄어들고, 부채비율도 증가하고 있네요. 이대로라면 나중에 인수할 때 순조로울 것 같습니다. 다음은…”
“이미 원하시는 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필요하다는 연습생이나 연예인도 조정중입니다.”
“멋지십니다. 이렇게 다 알아서 해주시니 투자자들도 기뻐할 겁니다. 제가 한국에서 파트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난 것 같군요. 아, 거기서 연주아와 민진서는 안 됩니다.”
“하하하. 물론 잘 알… 잠깐, 민진서도 말입니까?”
호탕하게 웃다가 정현태 이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를 말입니까. 한류의 중심이라는 민진서인데요.”
“저, 지사장님. 민진서는 문제가 많은 아이입니다. 게다가 이번 일로 데리고 있어봐야 득보다…”
“저런저런.”
백인 남성은 가볍게 인상을 썼다.
“때가 조금 묻었다고 본질이 변하지는 않지요. 연주아와 민진서. 두 사람은 한국말로… 그 뭐라 해야 할까? 황금을 낳는 닭? 오리?”
“거위입니다.”
“아무튼 그 정도 가치가 있습니다. 제가 연기는 잘 모르지만, 그 정도의 아우라를 지닌 여배우는 쉽게 볼 수가 없다 생각해요. 누가 발견 한 건지… 좌우지간 민진서는 안 됩니다.”
“크흠…”
정현태 이사는 헛기침을 했다.
이번 기회로 스타라며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는 그녀를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건만…
“알겠습니다.”
“후후. 현태 이사님을 믿어요. 난.”
백인 남성의 부드러운 미소 속에, 정현태 이사는 품 안에서 그에게서 받은 명함을 꺼냈다.
– President of ASIA Chapter Ericton Capital.
Richard Tracson
에릭튼 캐피탈 한국지부 지부장, 리차드 트락손.
부실기업을 사들여 유망 기업으로 만든다는 헤지펀드 회사가 MG에 관심을 가져 연락을 주다니…!!
그는 아직도 이 기회를 잡은 것이 믿기지 않았다.
‘흐흐흐. 이건 내 인생 최대의 기회야!!’
명함을 보물 다루듯 집어넣으며 정현태 이사는 입꼬리를 양 끝으로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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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이 민진서를 만나고 올 동안, 강기준은 따로 중국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방송국을 비롯해 중국에 있는 지인 등을 통해 현재 민진서의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을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두 사람은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아시겠지만,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강기준은 굳은 표정으로 서두를 꺼냈다.
“MG는 이전과는 다르게 그녀를 감싸고돌지 않습니다. 중국 언론은 사고 이후에도 한류여신의 다른 모습이라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고, 한국에서도 그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소속사와 한류스타에 대한 공격은 멈췄지만, 그 공격들이 민진서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팀장님이 진서를 관리한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강윤의 진지한 물음에 그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잠시 생각해보겠다는 제스처였다.
곧, 생각을 마친 그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당분간 중국에서의 활동은 무리입니다. 사실, 이 정도 스캔들이면 회사에서는 필사적으로 돈이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태를 덮으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라면 공안을 찾아가는 한이 있어도 인터넷에서 기사를 내리는 것을 우선으로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진서의 활동은 당분간 없도록 해야겠죠.”
“결국,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진서를 안정시킨다는 본질은 같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같이 불이 커진 상황에서는… 저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소속 스타가 되도 쉽지 않을 판인데…”
강기준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과거의 민진서는 메리트가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커다란 가시가 돋은 장미와 같았다.
그런데 과연 강윤이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뜻이었다.
하지만, 강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바로 계획을 진행하죠. 저는 바로 MG로 가겠습니다.”
“그 뜻은…”
“진서, 우리가 데려가죠.”
강윤은 더 기다릴 필요도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행동력에 놀란 강기준이 강윤을 붙잡았다.
“사, 사장님. 잠시만요. 지금 당장 민진서를 끌어안으면 지금 그녀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지금 월드는 구설수 하나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괜한 말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고려하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스폰서라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진서 같은 연기자를 안고 가는데, 그 정도 리스크면 싸죠. 지금 그녀를 안고 가면, MG도 위약금 이야기는 못할 겁니다. 지금 MG의 행동들을 분석해보면 진서는 내놓은 자식 같은데 다른 곳에서 데려가주면 오히려 좋아할지 모르죠.”
“그래도 민진서인데, 거기서 쉽게 놓아줄까요?”
강기준이 쉽게 내줄까,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강윤은 씨익 웃었다.
“일단 질러보지요. 뭐, 애초에 역할을 못한 건 그쪽이니까 길게 가봐야 불리한 게 자기들이라는 걸 잘 알겁니다.”
이번 사태만 봐도 계약서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면 걸리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을 터.
강윤은 민진서에게 전해 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생각을 모두 이야기했다.
드디어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민진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알았어요. 1시간 뒤에 연락드릴게요.
통화를 마치고, 강윤은 다시 이현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계약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이번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확실히 마무리 짓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준비해줘서 고마워요.”
– 뭘, 우리 사이에 감사까지… 올 때 선물이면 되요.
그녀는 바쁜지 전화를 후다닥 끊어버렸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강기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사님은 여전히 시크하시군요.”
“귀엽죠?”
“사장님, 그건 아닙니다.”
강기준은 간혹 볼 수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 솟구치는 모습이 떠올랐는지 몸서리를 쳤다.
1시간 뒤.
민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 …선생님. 제 뜻은 모두 전달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민진서는 기가 찬 듯, 한숨을 내쉬었다.
– 계약해지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요? 바로 해준데요. 남은 기간에 따른 위약금은 됐다고 하고…
“누구랑 통화 한 거야?”
– 원진표 사장님이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네요.
그 말에 강윤도 씁쓸해졌다.
힘없는 사장이 뭘 어쩔 수 있겠는가. 그래도, 효력 있는 도장이라도 찍을 수 있는 게 어디인가.
강윤은 서두르기로 했다.
“지금 호텔로 갈게.”
– 네. 빨리 오세요.
전화를 끊고, 강윤은 강기준의 팔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사장님.”
“서두르죠.”
두 사람은 빠르게 카페를 나와 택시를 잡아타곤 쏜살같이 민진서가 있는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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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퇴근을 서두르는 저녁시간.
에릭튼 캐피탈에서 돌아온 정현태 이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이사실에 들어섰다.
그는 호출기를 눌러 미모의 여비서를 부른 후, 바로 지시를 내렸다.
“지금 중국지사에 연락해서 바로 화룡신문 기자하고 환무시보 등 아는 기자들 모두 소집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진서한테도 연락해서 활동 당분간 없다고 휴가를 준다고 말해. 그동안 못 즐긴 휴가, 이번에 즐길 수 있도록 말이지. 흠, 미안하다는 말 잊지 말고.”
“저…”
그런데, 여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싹였다.
이유가 궁금해진 정현태 이사가 이유를 묻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민진서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저희 소속 연예인이 아닙니다.”
“자, 잠깐.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위약금은 어떻게 하고?”
“사, 사장님께서 직권으로 민진서와 계약은 해지하셔서 위약금도 없던 걸로…”
“원가… 그 씹어먹… 뭐라고오?!!!! 제정신이야?!!!”
이사실에서 정현태 이사의 비명소리가 천장을 뚫을 기세로 울려 퍼졌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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