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13
65화 – 진짜와 가짜의 차이(完) >
한편, 원진표 사장은 비서에게서 받아든 민진서와의 계약서를 옆에 놓고는 긴 한숨을 쉬고 있었다.
“감당을 못하면 놔주는 게 답이겠지…”
이사들과 민진서의 갈등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민진서는 어딘가 모르게 날이 잔뜩 서있었다. 본사든 회사든, 가시돋힌 고슴도치처럼 회사 사람들을 대할 때는 날을 잔뜩 세웠고, 이사들도 그런 그녀를 껄끄럽게 대하곤 했다.
서로 의무는 다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없는, 비즈니스적인 관계.
오늘, 그는 사장의 권한으로 그녀에게 자유를 주었다.
아무리 힘없는 도장이라도 그 정도 힘은 있었다.
“헉, 헉…”
“이사님. 이러시면 안됩…”
“넌 나가!!”
원진표 사장이 서류를 정리하고 퇴근을 준비하려는데 거칠게 문이 열리더니 정현태 이사가 들이닥쳤다. 그의 뒤에는 당황하며 말리는 비서진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사장, 사장님. 그게, 그게 사실입니까?”
정현태 이사는 흥분하며 거친 어조로 묻자 원진표 사장은 담담히 답했다.
“무슨 말인가요? 차분히 말해보세요.”
“민진서, 민진서 말입니다. 프리로 풀어줬다는…!!”
“아, 민진서 말인가요? 사실입니다.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 잡음나지 않게 정리했죠. 왜 그런가요?”
“아아…”
정현태 이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조금 전에 에릭튼 캐피탈에서 리처드에게 들었던 말이 머리를 거세게 스쳐갔다.
“사장님. 안됩니다. 민진서는 반드시 필요한…”
“그게 무슨 말인가요? 평소에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더니? 이번에 내보내려고 제대로 대처도 안한 거 아닌가요?”
“그건…”
그 말에 정현태 이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원진표 사장의 말이 맞았다.
계약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이런 스캔들이 난 상황에서 굳이 민진서를 끼고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정현태 이사에겐 민진서를 데려와야 할 이유가 있었다.
“민진서는 아까운 인재입니다. 이 정도 작은 일로 칼같이 자르기엔 아까운…”
그러자 원진표 사장이 역정을 냈다.
“이랬다 저랬다… 난 이사님의 뜻을 모르겠군요. 그래서 내가 이번에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단 말입니까?”
“사장님, 제 뜻은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안되겠군요. 이참에 정리를 제대로 해봅시다. 제가 언제 이사님 경력을 무시한 적이 있습니까?”
“……”
“그렇다면 제 자리도 존중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지금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정현태 이사는 앞뒤 모르고 덤빈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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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끝나자마자, 민진서는 호텔부터 옮겼다.
호텔 로비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피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강윤과 강기준이 기지를 발휘해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기자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중국 상해 공항이었다.
VIP룸에서 민진서는 강기준이 건넨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고 있었다.
– 전속계약서
갑 : 주식회사 월드 엔터테인먼트
서울특별시 XX구 OO동
대표 이강윤
을 : 민진서
.
.
제1조 계약의 목적
‘갑’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며, ‘을’은 연예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개인이다. ‘갑’은 ‘을’과 전속 관계를 설정하여…
(중략)
제2조 ‘갑’의 독점적 계약체결권 등
‘을’은 ‘갑’이 ‘을’의 연예활동 일체(방송, 공연, 영화, CM, 사진, 도서, 출판, 음반, 캐릭터, 등 초상권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모든 사업 등)에 필요한…(중략)
제3조 전속기간
‘을’이 ‘갑’에게 소속되는 전속기간은 본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으로 한다. 계약만기 2개월 전까지 쌍방 간에 논의함을 원칙으로…(중략)
제4조 계약금
‘갑’은 ‘을’에게 전속에 따른 계약금으로 금 이십억 원(₩2,000,000,000)을 계약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지불하기로 한다.
제5조 업무 협조 범위 및 전속 의무
(1) ‘을’은 ‘갑’이 수행하는 종합….(중략) 최선을 다한다.
.
.
(중략)
제6조 수익의 배분
전속계약 기간 중 본 계약서에 명시된 모든 연예활동에 대한 교섭 및 계약 체결에 관한 모든 결정은 ‘갑’이 행하며 ‘을’의 여하한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수익금의 배분은 ‘갑’과 ‘을’이 (4):(6)의 배분을 원칙으로 한다.
(중략)
.
.
“…공항에서 계약서를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이거…”
처음 연예계에 데뷔할 때 썼던 계약서와는 판이하게 조건이 달라졌다.
게다가 20억이라는 계약금과 3년이라는 짧아진 계약기간까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약금이 20억 정도면… 여배우 중에서는 최고급 아닌가요? 좋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월드가 부담이 클 텐데…”
그 말에 강윤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고양이가 쥐 생각하고 있네. 걱정 안 해도 괜찮아요, 아가씨. 이젠 회사가 많이 커졌거든. 엉뚱한데 돈을 쓰지 않아서 그 정도 여유는 있어.”
짧은 시간동안 많이 변한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위상에 민진서는 크게 놀랐다.
간혹 소식을 접했을 때는 강윤이 전전긍긍했다는 이야기만 접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 모양이었다.
민진서는 계약조건에도 의아함을 드러냈다.
“보통 기획사들은 5년 정도를 잡잖아요. 20억에 3년이면 오히려 손해 같은데… 게다가 제 상황이 좋지도 않잖아요.”
여전한 고양이가 쥐를 걱정하는 발언에 이번에는 강기준이 끼어들었다.
“하하하. 이거 진서 씨와 사장님 사이가 보통 가까운 게 아닌가보네요.”
“그, 그건… 선생님이 좋은 분이니까요.”
순간, 민진서는 뜨끔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관리하며 그의 답을 기다렸다.
“진서 씨에겐 선택사항이 있습니다. 계약금을 줄이고, 수익 배분을 좀 더 많이 받는 방법이죠. 물론 이렇게 되면 계약 기간도 늘어날…”
“그렇게 할게요.”
“네?”
너무도 당연히 대답하니 이번에는 강기준이 당황했다.
“다, 당장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는데, 괘, 괜찮겠어요?”
“상관없어요. 그냥 돈보다…”
그녀는 강윤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마음 편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거든요. 10년 계약으로 해도 상관없어요.”
“……”
그녀의 폭탄 같은 발언에 강기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슨 탑스타 계약이 이렇게 쉬워?’
이게 신인계약을 하는 건지, 스타계약을 하는 건지…
강기준은 실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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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실에서 별 실익을 거두지 못한 정현태 이사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야!! 양 비서!!”
거친 부름에 여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안에 들어오자 그는 눈을 부라리며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기자들이 얼마나 있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시끄럽고. 얼마나 되냐니깐?”
여비서는 수첩을 꺼내더니 가능한 기사들을 체크했다.
“스타Asia, 오늘의 연예 등 6개까진 가능합니다. 저희에게 호의적이고 항상 기사를 원하는…”
“사담은 됐고, 당장 다 연락해. 연락해서 민진서가…”
정현태 이사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는 눈을 부라렸다.
“민진서가 우리하고 계약을 중도에 접어버리고 월드로 이적했다고 기사 써. 당장!!”
“네?! 그건 사실이 아니잖습니까?”
거짓기사를 담으란 말인가?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 말 안 들려?! 빨리 움직여!!”
하지만, 그녀는 내쫓기다시피 그의 지시를 따라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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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 눈이 빨개요.”
정혜진은 늦은 밤에도 퇴근하지 못하는 이현지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요. 혜진 씨는 그만 퇴근해요.”
“아녜요. 오늘 같은 날은 있어야죠. 비상사태인데.”
정혜진뿐만 아니라 유정민마저 회사에서 이현지와 함께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민진서와 계약을 제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세 사람의 숨은 공이 컸다.
유정민은 조심스럽게 이현지에게 물었다.
“저, 이사님.”
“왜 그런가요, 정민 씨?”
“그… 계약서도 보냈으면 성공적으로 일은 끝난 거 아닙니까? 저희가 아직도 여기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요.”
조금은 발칙한 질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현지는 웃으며 그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이번 계약은 MG의 연예인이 넘어온 계약이에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거든요. 기왕 있을 거, 조금만 있어봐요. 알았죠?”
그녀가 친절히 답했음에도 유정민은 여전히 알쏭달쏭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얼마가지 않았다.
강윤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는 민진서와의 계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며 계약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었다.
“…하하하하!! 계약금 17억에 6:4, 6년이요? 우와, 쾌거네요. 사장님. 무슨 수를 쓴 건가요?”
– …하아. 이런 식이면 안 좋은데…
“뭐가요? 난 좋기만 한데. 7:3에 2년까지도 생각했었는데. 이거, 회식해야겠는데요?”
민진서 정도의 배우에게 저 정도 조건이라면 성공적인 계약이었다.
6년간 그녀가 벌어들일 수익을 생각한다면…
이현지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았지만…
그녀가 꿈을 꾸고 있을 때, 강윤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지금 당장 기사를 내주세요.
“당장이요? 이렇게 빨리요?”
– 네. 지금은 저들이 진서를 그냥 놔주었지만, 나중에 지저분하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간단하게 계약하게 된 계기부터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일단 홈페이지에 공개부터 할게요.”
강윤과의 통화를 마친 후, 이현지는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혜진 씨는 홈페이지 등에 공지 올릴 준비해주고, 정민 씨는 인터뷰 준비해줘요. 루나스에서 할 거니까 연락해줘요. 다들 움직입시다. 서둘러요.”
“네!!”
세 사람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특종이 있다는 말에 몰려든 기자들로 루나스가 붐비기 시작했다.
“…저희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나기 위해 배우팀을 설립하고 배우 민진서와 6년간의 전속계약을 맺었습니다.”
“!!!!!”
기자들은 난리가 났다.
성질 급한 기자는 그녀의 첫마디만 듣고 기사를 만들어 올린 이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이 이미지가 망가진 민진서에 대해 묻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금 민진서 씨가 중국에서 야기한 문제들로 인해 앞길이 험난할 것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해쳐나갈 계획이십니까?”
뚱뚱한 남기자의 어려운 질문에 이현지는 차분히 답을 해나갔다.
“이번 문제는 여러 가지 오해가 만든 추문이 만든 스캔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이런 문제를 일으켜 모두에게 폐를 끼친 점,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스캔들 한 번에 꿈 많은 소녀의 미래가 잠식당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좋은 연기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가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MG와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여기자의 질문이었다.
이현지는 동의하며 답을 이어갔다.
“네. 하지만 진서 본인이 M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해지하기를 원했고 MG 엔터테인먼트 사장님과 이사님들이 넓은 아량으로 위약금 등을 받지 않고 계약해지에 동의해주셨습니다. 계약서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직접 보여드리는 것이 아닌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현지는 능숙하게 인터뷰를 이어갔고, 인터넷에는 민진서의 소속사 이전에 대한 검색어가 1위부터 주욱 나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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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어서 와요, 김 기자.”
정현태 이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연예 쪽에서 유명기자인 김 기자를 비롯한 수 명의 기사들을 반겼다.
김 기자는 정현태 이사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화답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전 오늘 이사님께 감동하고 오는 길입니다.”
“감동? 나야 원래 그럴 만한 사람이니… 크흠흠.”
“……”
“농담이 재미없었나? 하하하.”
정현태 이사는 웃으며 자리에 모두를 앉혔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까 그 김 기자가 그에게 말을 꺼냈다.
“이사님. 그 탑스타인 민진서를 그렇게 아무 잡음 없이 보내주시다니… 전 정말로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 그거 못하게 하려고 너희들 오라고 한 건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정현태 이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 기자는 말을 이어갔다.
“하하하. 이사님, 농담도.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다 압니다. 위약금도 받지 않고 민진서를 보내주신 것. 그게 다 이사님들 뜻이었다면 서요?”
“뭐, 뭐라고? 그게 무슨…”
“괜한 오해였나 봅니다. 민진서와 MG 이사님들 간의 불화가 심했다는 말도 말입니다. 연예인과 소속사가 이렇게 깔끔하게 마무리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제가 이 바닥에서 10년째 일하지만 이런 미담은 정말이지 처음입니다, 처음!!”
“……”
정현태 이사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기사가 나갈 것 같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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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민진서 이적
2. 월드 엔터테인먼트
3. 민진서 새둥지
4. 아량
5. 연참
쾅!!
기자들을 내보내자마자, 정현태 이사는 주먹으로 애꿎은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뭐, 뭐… 이런…”
속도에서 지고 말았다.
1시간, 1시간만 빨랐어도!!
위약금도 받지 않고 보내준 민진서에게 안 좋은 기사를 내보내는 식의 인터뷰를 한다?
그 즉시 자신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웃기는 남자가 되어버린다.
“이현지… 이강윤… 허허…”
기가 막혔다.
이미 상대방은 철저하게 수를 읽고 있던 게 분명했다.
“이런 젠장할!!!!!!!!!!!!!!”
정현태 이사는 책상위의 서류를 마구잡이로 집어던지며 풀리지 않는 마음을 삭혔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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