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17
67화 – 그들이 만나다(2) >
‘음?’
정만수 장관과 손을 맞잡으며, 강윤은 이상한 시선을 느끼고는 눈을 돌렸다.
‘누구지?’
누군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듯한 시선.
강윤은 백인 남성에게서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이상한 사람이네.’
이전에 만난 적이 있나 기억을 더듬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강윤의 어깨를 잡는 이가 있었다.
“오빠.”
“연주아?”
강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국에 있어야 할 주아가 아니던가? 지금쯤이면 한창 연습에 돌입해야 할 시기인데…
그의 의문을 알았는지 주아는 한숨을 지었다.
“…잠깐 휴가내서 왔어. 연습해야 하는데… 이놈의 회사가 진짜. 아무튼 회사 간판이라고 피곤한 건 다 시킨다니까?”
“너도 힘들게 사는 구나.”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해는 갔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곧 강윤 일행은 장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강윤 일행이 처음 참석하는 자리였지만 그들을 무시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번에 민진서까지 이적하며 소속사의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런 자리에 한류문화를 주도하시는 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 무척 반갑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정만수 장관의 지루한 연설이 이어진 후, 행사들이 하나 둘씩 진행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현재 한류문화가 얼마나 퍼져나갔고, 정부가 어떤 형태로 한류를 이끄는 연예인들을 지원할 지에 대해 관계자들이 나서 보고를 했다.
한국 문화원 등을 통한 한류 문화에 대한 지원확대나 정부 차원에서 타국과 협상해 문화 사업에 대한 지분을 넓혀가는 등 정부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외진출을 돕겠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상입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정차수 국장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났다.
그러나 굳이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이런 자리에서 튀는 행동을 해서 정부의 눈밖에 나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모두의 계산이었다.
그때.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 한 가지만 해도 되겠습니까?”
강윤이었다.
정차수 국장이 그에게 발언권을 주자 그는 차분히 발언을 시작했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배우 민진서로 인해 한류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의 발언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현태 이사를 비롯한 MG 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초대를 받은 몇몇 유명 기자들도 강윤의 발언에 흥미가 생겼는지 시선을 집중했다.
“알려진 원인은 민진서가 유명세를 믿고 작가의 작품을 보지도 않고 폐기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진서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요점은 이게 아니고… 아무튼 이번 민진서 일로 인해 중국에서 한류 배우에 대한 위상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기존에 진출했던 배우들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을 노리던 배우들도 힘들어졌습니다. 중국의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 콴시를 무시했다는 인식이 퍼져갔기 때문입니다.”
강윤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갔다.
“현재 이 상황은 진행 중입니다. 다행히 가요계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바닥은 이와 같이 작은 일 때문에 판도가 바뀌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한류열풍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것은 무척 감사할 일입니다만… 연예인이 이런 피해를 겪었을 때, 정부에서는 어떤 지원을 해주실 수 있는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
정차수 국장은 한순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말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강윤이 말한 것은 실질적인 지원책에 관한 것이었다.
한류 문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연예인에 대한 지원책 말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정차수 국장은 힘겹게 운을 뗐다.
“일단은… 민진서 양의 일은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앞으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않도록…”
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색을 내기 위해 구체적인 말보다 애매한 말들을 준비해왔는데, 구체적인 정책을 묻다니…
‘아씁… 미치겠네. 그렇다고 중국 언론까지 어쩔 순 없잖아.’
그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 있던 차관이나 장관의 표정은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
기다려도 답이 나오지 않자 강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는 명확한 기준을 가진 정부,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정부가 뒤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어주었으면 합니다. 민진서의 일도 누군가는 이렇게 해석을 하더군요. 한류 배우의 파이가 너무 커지다보니 중국 정부에서 일부러 그렇게 여론을 몰아갔다고 말입니다.”
“…허허.”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니 짐작할 뿐이지만, 누가 가장 이익을 얻었나를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당장 민진서를 비롯해 한류 배우들의 빈자리를 중국 배우들이 꿰어 찼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힘 있는 정부 분들이 도와주신다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죄송합니다. 저희 진서 일로 제가 너무 마음이 쓰려서… 제가 너무 나갔네요.”
침묵이 흘렀다.
강윤의 말은 모두의 마음을 진하게 울렸다.
사실, 여기 모두가 한류라는 것을 위해 개인적으로 싸웠지 든든한 배경을 업고 싸운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 나라에 가면 이방인으로 시작해 갖은 수모를 겪는 일도 다반사였다.
“…저희도 신중하게 검토해보겠습니다.”
정차수 국장이 아닌, 뒤에 있던 정만수 장관이 진중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월드 엔터테인먼트, 이강윤. 허…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엉덩이 무거운 사람들이 가볍게 한 말이 아니었다.
분명 저들도 움직일 것이다.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 강윤을 지켜보는 리처드의 눈이 더더욱 서늘하게 빛났다.
.
.
.
발표가 끝나고, 다시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 이어졌다.
강윤은 추만지 사장과 칵테일 잔으로 건배를 나누며 그동안의 근황을 나누었다.
“…그래도 민진서라면 재기할 겁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추만지 사장의 말에 강윤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
“후후. 민진서 때문에 저 콧대 높은 놈들하고도 맞다이를 뜨려는 사장님이 있는데, 안될 수가 있겠습니까?”
“아니, 맞다이라니요? 전 그저…”
“하하하. 압니다, 알아요. 크크. 아세요? 요즘 연습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소속사가 월드라는 거?”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 홈페이지가 지망생들이 보내온 동영상들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혹시라도 저희 연습생 애들이 월드로 가면 쫒아 보내주십시오. 하하하.”
“에이, 사장님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장님하고는 비교당하기 싫거든요. 괜히 위축될 것 같네요.”
강윤은 웃으며 추만지 사장과 건배를 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 옆에 다이아틴의 비주얼을 담당하는 주예아가 양 손에 초콜릿 타르트를 가득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아야. 너 그렇게 먹으면 배 나온다?”
“히잉…”
주예아는 초콜릿 타르트를 내려놓지 못하며 울상을 지었지만, 추만지 사장은 엄포를 놓았다.
“이번에 모델 촬영도 해야 하잖아. 네가 센터인데 배 볼록 나와서…”
“으으으… 내일부터 다이어트 하면 안 돼요? 네? 네? 아잉. 사장니님. 응?”
애교로 어필했지만, 추만지 사장은 콧방귀를 끼었다.
“빨리 내려놔.”
“…쳇.”
그녀는 결국 얼굴을 구기며 함께 가져온 양배추를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강윤은 쓴 웃음을 지었다.
“예아야. 힘내.”
“흑흑. 고마워요, 작곡가님. 우리 사장님은 악덕이에요, 악덕.”
“뭐야?”
“히익!!”
주예아는 접시를 들고 부사장에게로 도망가버렸다.
“하여간 비주얼이라는 애들은 얼굴값을 한다니까. 현정이 정도만 착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그러자 강윤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모두가 착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예아같이 통통 튀는 애들 덕분에 다이아틴이 매력 있는 그룹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그건 그렇군요. 아, 사장님. 나 부탁하나만 해도 될까요?”
“부탁이요?”
추만지 사장은 강윤에게 성큼 다가와 조근히 말했다.
“이번 다이아틴의 중국 진출에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요?”
“조금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나중에 회사로 한번 찾아봬도 될까요?”
강윤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지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추만지 사장은 다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예랑 엔터테인먼트의 강시명 사장과 MG 엔터테인먼트의 정현태 이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들 뒤에는 훤칠한 키의 백인이 함께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강 사장님.”
“추 사장님, 이 사장님. 오랜 만입니다.”
강시명 사장은 추만지 사장과 강윤의 손을 맞잡으며 반갑다며 안색을 폈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정현태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다 오랜만입니다. 특히 이 팀장, 아니. 이젠 사장이군.”
“그렇군요. 오랜만입니다.”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는 정현태 이사와 강윤 사이에도 날선 기류가 흘렀다.
간단한 근황을 나누는데도 서로에 대한 탐색에 날선 칼날이 오갔다.
‘어디, 한번 볼까?’
리처드의 눈이 강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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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언니.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희윤은 지친 기색으로 부스에서 나오는 인문희에게 조근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나 인문희는 괜찮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1시간만 더 하고 갈게요.”
“알았어요. 그럼…”
희윤은 음악공책을 덮으며 기지개를 폈다.
인문희의 노래를 들으며 떠올린 악상만 수십 개.
하지만, 아직까지 쓸 만한 악상은 없었다.
인문희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스튜디오를 비우자 희윤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책상위에 엎드렸다.
“트로트가 제일 어려워… 쉬운 멜로디가 문제가 아니야. 감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옮기게 할지가 포인트인데…”
희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악상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강윤이 왜 계속 인문희의 목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문희의 실력도 발군인데다 거기에 딱 들어맞는 노래를 주려니…
그녀가 한창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스튜디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어? 현아 언니.”
“바쁜 거 아니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이현아였다.
희윤은 그녀에게 옆에 앉으라며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잠깐 상의할 게 있어서.”
이현아는 꾸깃꾸깃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지난번에 몇 번이나 보여주었던 그 곡이었다.
그녀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아는 희윤은 그녀의 악보를 보면대 위에 올렸다.
“그럼 해볼게요.”
희윤은 이현아의 곡을 천천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잔잔한 멜로디가 스튜디오를 천천히 울리기 시작했다.
‘느낌 괜찮은데?’
지금까지의 이현아가 만든 곡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느낌에 희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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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엔터테인먼트와 MG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월드에서 MG 소속인 에디오스나 민진서를 데리고 갔고, 그 본인도 MG 출신.
이사도 MG 출신. 그런데 소문도 심상치 않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자네의 성장한 모습을 보니 참 보기 좋군.”
정현태 이사는 강윤과 잔을 부딪치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감사합니다.”
“민아도 오랜만에 보니까, 좋아 보이는군. 월드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아.”
강윤 옆에 다가온 정민아도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이사님.”
“그래그래. 민아야. 요새도 담배 태우고 그러진 않지?”
순간적으로 라이트훅이 들어왔다.
정민아의 눈이 표독스러워질 찰나, 강윤이 나섰다.
“하하하, 이사님. 연습생 때, 철없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가수가 되고 나서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던 걸 말이지요.”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민아도 사람들의 시선에 아무렇지도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랬던가? 담배라는 건, 쉽게 끊기 어려운 거란 말이지. 1년, 2년 끊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냥 민아가 걱정돼서 꺼내본 이야기였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정민아는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굳이 꺼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
정민아는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에 강윤을 올려다보았다.
강윤이 그녀의 손을 따스하게 감싼 것이다.
든든한 무언가에 보호받는 기분이 이런 걸까? 그녀는 든든함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강윤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말을 이어갔다.
“소속사를 나간 연예인도 그렇게 걱정을 해주시니 넓은 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사님.”
“그렇게 금칠을 하지 않아도 된다네. 부끄럽게시리.”
정현태 이사가 여유 있는 미소를 흘릴 때, 강윤도 마주 웃었다.
“하하, 아닙니다. 그런 마음 씀씀이는 존경받아 마땅하지요. MG에 있던 에디오스나 진서나 이사님의 넓은 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재계약은 하지 못했지만 막바지에 회사에서 지원을…”
“자, 잠깐. 그, 그만!!”
정현태 이사는 저도 모르게 외치고 말았다.
‘아차!!’
강윤도 스트레이트로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금 누굴 건드리는 거야?’
해볼 테면 한번 해보자.
그의 마음속에도 불꽃이 튀고 있었다.
에디오스나 민진서의 뒷이야기가 나온다면 MG에서 불리할 건 자명한 일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구설수에 올라봐야 좋을 게 없었다.
‘…정 이사로는 힘들겠어.’
쩔쩔매는 정현태 이사의 모습을 보며 리처드는 정현태 이사 앞에 나섰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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