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18
67화 – 그들이 만나다(完) >
“정 이사님도 참. 저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아, 네, 지사장님.”
정현태 이사는 리처드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 눈을 껌뻑였다.
원래 오늘은 조용히 뒤에 물러나 있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앞으로 나서다니…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안하무인인 그라도 눈치는 있었다.
리처드는 연신 웃으며 정현태 이사를 재촉했다.
“하하하. 오랜만에 옛 인연을 뵈니 많이 반가우셨나봅니다. 저도 소개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정현태 이사를 밀어붙이던 흐름이 리처드로 인해 끊겼다.
그 자리에 있던 강윤도, 이현지도 칼 같은 타이밍에 속삭였다.
‘저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소근 거릴 때, 정현태 이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리처드를 소개해주었다.
“이 분은 리처드 트락손이라고 현재 우리 회사의 최대 투자자야. 지사장님. 이쪽은…”
정현태 이사의 소개에 강윤과 이현지는 리처드와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십니까. 이강윤입니다.”
“반갑습니다. 리처드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MG와 월드가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지만… 이해관계를 떠나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리처드는 그윽한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서글서글한 눈매 속에 서늘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강윤은 웃으며 화답했다.
“한국말이 유창하시네요. MG와 월드가 비록 생각하는 바는 다르지만, 서로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름 열심히 배웠습니다. 우리 서로 잘 해봅시다. 나중에 따로 자리 한번 마련하지요.”
웃음이 오가는 시간이었지만, 서로 간에 불꽃이 튀었다.
그에게서 돌아서며 두 사람은 리처드에게서 받은 강한 인상을 이야기했다.
“리처드라는 사람, 싸한 기운이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 무서워요.”
이현지의 말에 강윤도 동의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웃음 속에 뭔가를 숨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MG의 투자자라서 저희가 선입견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결코 쉽지 않은 사람인 것 같네요. 정현태 이사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서 상대하기 쉬웠지만, 저 리처드라는 사람은 속내를 보이지 않으니… 확실히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투자자라니, 무슨 생각인지도 알 수 없고…”
강윤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도 파티는 계속되었다.
이현지와 강윤은 각자 활동하며 인맥을 쌓았다.
파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강윤과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고, 강윤은 자신에게 모이는 사람을 거부하지 않았다. 덕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연락처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강윤은 한쪽에서 잔을 기울이고 있는 강시명 사장을 발견했다.
그는 특이하게도 간판스타 크렌벅스의 멤버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신인 걸그룹 WINCLE 비주얼을 담당하는 진혜영을 데리고 왔다.
“오, 이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강시명 사장은 강윤에게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눈에 들어간 낀 가시같이 느껴지는 이라도 티를 낼 이유는 없으니.
그의 옆에서 풀 종류를 깨작대던 진혜영도 강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강윤도 웃으며 화답하고는, 최근 모두에게 화두인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에 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허허. 소식이 빠르십니다. 요새 약간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요. 아, 월드에서는 중국에 관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강시명 사장의 웃는 눈이 번들거렸다.
추만지 사장만해도 그에겐 강력한 경쟁상대다. 그런데 여기에 이강윤이 끼면…
다행히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아직은 모르겠네요. 흠…”
“지금은 계획이 없으신 건가요?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되는데…”
물론 떠보는 말이었다.
강윤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답했다.
“아무리 최적기라도 준비 없이 뛰어들면 최악기가 되겠지요.”
“하하하. 이거, 한수 배웠습니다.”
당분간 중국 진출에 대한 계획은 없다.
강시명 사장은 기뻐하며 강윤과 잔을 부딪혀갔다.
‘이젠 윤슬만 밀어내면 되는군. 흐흐.’
MG에서도 당분간 가수 진출 계획은 없다 들었다.
다이아틴만 밀어내면 거대한 중국 시장을 독식할 수도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강시명 사장이 꿈을 꾸고 있을 때, 강윤의 시선이 주아와 정민아가 있던 구석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곳이 삼상치 않았다.
“헤헤헤헤헤. 언니야아.”
“얘, 얘가 왜 이래. 야.”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계속 안기려는 모습이 강윤의 눈에 들어왔다.
‘쟤들이?’
얼굴이 살짝 붉어진 정민아는 주아에게 안기려 들고, 주아는 질색팔색하며 그녀를 어떻게든 떼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필시, 술이 사단을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는 강시명 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주아야, 민아야. 둘이 뭐…”
“오빠. 잘 왔어. 얘, 지금 완전…”
“어라아? 아찌, 내가 좋아하는 아찌다.”
강윤을 보자마자 주아에게 안겨있던 정민아는 강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아야. 왜 그래? 취했어?”
“취해애? 아니이. 나 완저언 멀쩡해요. 히히히. 케헤헤.”
주아는 흑역사를 만들고 있었다. 보는 눈도 많은 현장에서 말이다.
아직까지 그들을 본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강윤은 걱정스러웠다.
강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현지를 서둘러 불렀다.
그녀는 강윤의 모습에 놀라 급히 달려왔다.
“아무래도 제가 민아를 데리고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여나 이 일에 대해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수습을 부탁드립니다.”
강윤의 요청에 이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런데 여기 도수 높은 술도 없는데, 코알라가 됐네요. 아니, 팬더가 나을까? 풋.”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손에 깍지까지 낀 정민아의 모습에 이현지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풋 소리를 냈다.
주아와 이현지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흘릴 때, 강윤은 울상이었다.
“민아야, 민아야. 일단 이거부터 풀고…”
“헤헤헤헤헤헤. 완전 좋으다. 내가 좋아하는 아찌.”
“……”
강윤이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주아는 배를 잡고 구를 기세였다.
“큭큭. 아이고, 아이고 배야. 아, 나 죽네. 아이고.”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정민아를 안아들었다. 이른 바, 공주님 안기였다.
“오올. 오빠, 힘 좀 쓰는데?”
주아가 강윤에게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며 장난을 쳤다.
“강윤 오빠.”
“왜?”
“사고 치면 안 된다?”
“…야.”
강윤은 가볍게 얼굴을 구기고는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몇몇 사람들이 놀라 강윤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자 이현지가 바로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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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디지털 단지의 한 빌딩에 위치한 파인스톡은 날로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었다.
이용자가 갈수록 늘어가면서 직원 수도, 사무실도 이제는 3층 규모로 넓히는 등 회사는 점차 넓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인스톡은 더 큰 도약을 위해 음악서비스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지막에 발목을 잡히네요.”
사무실에서 하세연 사장은 보고를 받으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보고서에 나와 있는 타 업체들과의 관계악화에 대한 내용은 그녀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음악서비스 전체적인 업무를 책임지는 전형택 부장도 가라앉은 어조로 보고를 이어갔다.
“기존에 있던 음원유통사, 그러니까 통신사들이 심하게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파인스톡 음원사이트에 음악을 제공하면 모두가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거 담합 아닌가요? 소송으로 가면… 아.”
격한 감정이 일었다가, 그녀는 곧 속을 가라앉혔다.
소송은 무척 긴 싸움이다. 파인스톡이 점점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거대 기업들과 정면으로 전쟁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른 음원사이트처럼 40%가 넘는 비율을 가져와봐야 차별성이 없어서 힘들고… 그렇다고 다른 곳과 똑같이 갈 수도 없고. 결국 마지막에도 분배 문제가 발목을 잡네요. 알겠습니다. 일단 MG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네요, 전 부장은 하던 일을 계속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개발팀에게는 계획대로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하라고 말해두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전형택 부장이 나간 후, 하세연 사장은 의자에 깊이 몸을 묻었다.
“그놈의 음악이 뭔지… 역시, 기존 판을 갈아엎는 일이 만만치 않네.”
그녀의 한숨이 사장실을 가득 메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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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의 전쟁을 벌이는 로드 매니저 시절에도 강윤은 과속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애초에 속력을 내야 할 일을 만들지 않았고, 그럴 일이 생기면 빠른 길을 찾으려 애를 썼다. 연예인의 안전과 시간, 모두를 준수하기 위해 강윤은 여러모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그의 운전 습관은 신사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은 예외였다.
우우우우웅!!
“헤헤헤헤헤헤!! 달려, 달려어~~ 사랑해요~ 사랑해요~ 우리 사장니임~ 싸랑해요오~~”
“으으…”
강윤은 귀를 찌르는 듯한 고성방가를 간신히 참으며 액셀러레이터를 세차게 밟았다.
내비게이션이 속력을 줄이라고 경고를 보냈지만 강윤은 모조리 무시하고는 속력을 올려갔다.
“우리 아저씨, 아이구, 이쁘다. 이쁘다…”
“민아야!! 지금 운전하잖아!!”
“아잉~ 나란히 좋은 곳에 가지요. 뭐 어때요오~”
무시무시한 말을 하며 뒷좌석의 정민아는 어떻게든 강윤을 안아보려고 애를 썼다.
체력이 좋은 건지, 잠도 오지 않는지 그녀의 풀린 눈은 전혀 감길 기미가 없었다.
덕분에 강윤은 거리에 몇 번이나 차를 세우고는 그녀를 떼어놓아야 했다.
“헤헤헤헤.”
“하아…”
마치 아이처럼, 정민아는 강윤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옅은 술 냄새와 함께 샴푸향이 그의 후각을 자극했지만, 진땀을 흘리는 그에겐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고생의 끝은 있었다.
2시간을 넘게 정민아와 씨름한 끝에 강윤은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민아야, 내리자.”
“헤헤헤헤헤.”
정민아는 풀린 눈으로 강윤에게 폴싹 안겨들었다.
“맘대로 해라, 맘대로…”
강윤은 정민아를 부축하고, 강윤은 숙소 안으로 들어섰다.
“읏차!!”
간신히 정민아의 방까지 들어선 강윤은 그녀를 짐짝같이 휙 던져버렸다.
애를 먹인 감정을 담아서.
거짓말같이 침대에 눕자마자, 그녀는 드르렁 소리를 내며 잠이 들어버렸다.
강윤은 어깨를 늘어뜨리곤 거실로 나와 소파에 몸을 묻었다.
“후우, 하필이면 이럴 때 아무도 없냐.”
이마에 흥건한 땀을 닦으며 강윤은 한숨을 쉬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날 숙소에 아무도 없다니…
“크우우으으.”
방안에서 나는 거대한 숨소리에 강윤은 헛웃음을 흘렸다.
“술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군. 대체 뭘 먹은 거야. 어휴…”
정민아가 술을 못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오늘 중요한 자리인 걸 알아서 관리도 철저히 할 녀석인데…
이런 해프닝을 만든 이유가 대체 뭔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던 강윤의 눈에 에디오스의 빈 숙소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썰렁하군.”
항상 북적이던 에디오스의 숙소였다.
교통사고 이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라며 휴가를 주었고 지금은 비어버렸다.
덕분에 정민아는 혼자가 되어버렸다.
강윤은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반찬은 조금 있네. 한 끼는 차릴 수 있을라나.”
강윤의 눈이 다시 정민아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방으로 향했다.
‘이 넓은 곳에서 혼자 있으려니… 힘들 만도 하지.’
물론 오늘의 실수가 덮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건 별개의 일.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린 강윤은 핸드폰을 꺼냈다.
“…희윤이 신세를 져야겠네.”
.
.
.
다음날.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가를 간질이자 정민아는 눈을 움찔하며 힘겹게 눈을 떴다.
“우으으…”
몸을 일으키니 조금 머리가 아파왔다.
“어제 주아 언니하고 술 먹던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파티는 잘 끝났나? 어?”
그녀가 애써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문 밖으로 도마와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숙소 봐주는 아주머니가 오는 날도 아닌데, 정민아는 눈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거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부엌에 전혀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희윤 언니?”
“이제 일어났어?”
정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앞치마를 한 희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양파를 비롯한 야채를 썰어나갔다.
“언니, 아침부터 어떻게 된 거에요?”
“글쎄. 먼저 씻고 올레? 아침 차려 놓을 테니까.”
희윤은 정민아에게 된장찌개를 비롯한 아침을 거하게 차려주었다.
제대로 된 집 밥을 먹기 힘든 정민아의 눈이 감동으로 물들어갔다.
“언니이… 아침부터 감동이에요. 완전 짱.”
정민아는 정신없이 수저를 들었다.
된장찌개의 구수함과 집에서 들고 온 듯한 장조림까지.
그녀는 행복했다.
“언니. 한 그릇 더요.”
정민아는 말 한마디 없이 그릇을 비워나갔다.
잠시 후.
배가 가득 찬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후아. 잘 먹었습니다!! 언니, 감사합니다.”
“아니야. 자, 그릇 줘.”
“네? 아니에요. 설거지는 제가…”
정민아는 설거지를 하겠다며 나섰지만, 희윤은 거실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거실에 노트북 있지? 거기에 영상 하나 있을 거야.”
“영상이요? 영상을 왜요?”
“그거 보고 바로 우리 오빠한테 가봐.”
어제 삭제된 기억 때문에 뭔가 꺼림칙했던 정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향했다.
과연 거실에는 보지 못했던 노트북 한 대가 있었다.
“이건가?”
그녀는 ‘정민아 영상’이라는 바탕화면에 있던 파일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영상에서 운전을 하는 강윤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 자신의 모습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뭐, 뭐, 뭐… 뭐야 이건?!’
정민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강윤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꼴사나운 자신의 모습이…
저 영상에 있었다.
‘나, 어제 실수… 한 거야?!’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회사를 대표해서 나간 자리였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정민아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치고는 월드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이현지에게서 강윤이 옥상에 있다는 말을 듣고, 정민아는 바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아, 아저씨!!”
문을 벌커덕 연 그녀는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는 강윤을 크게 불렀다.
강윤이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손짓했고, 그녀는 주춤거리는 걸음걸이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에 서자마자, 그녀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중요한 자리에서…”
필시, 자신 때문에 중요한 자리를 망친 것이 분명했다.
술, 술!! 이놈의 술이 웬수지!!
그러자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죄송할만했다.”
“……”
“어제 얼마나 마신거야?”
“그냥 칵테일 4잔 마신게 전부인데… 지, 진짜에요.”
“어떤 술?”
그러자 정민아는 속삭이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블루… 뭐랬지. 보석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만… 헤헤.”
정민아가 민망했는지 혀를 빼꼼히 내밀자 강윤은 실소를 머금었다.
“블루 사파이어? 어제 나온 술들은 하나같이 비싼 술들이었는데. 도수가 꽤 높았던 걸로 아는데…”
“그래서 그런가… 기분이 좋아지는가 싶더니 필름이 끊기더라고요.”
“……”
강윤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어제 이현지가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파티를 잘 마무리했다. 만약 정민아가 실수라도 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강윤은 정민아와 눈을 했다.
“민아야. 별 일은 없었지만 어제 같은 일은… 실수야. 그렇지?”
“…네. 반성하고 있어요.”
정민아가 시무룩해졌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별 일은 없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 회사를 대표해서 나간 자리였잖아. 무게를 알아줬으면 해.”
“…네. 죄송합니다.”
“그래. 이 정도면 되겠네. 끝.”
강윤은 잔소리를 더 이어가지 않았다.
정민아라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웃으며 화제를 바꿨다.
“아침 맛있었어?”
“네? 네. 희윤 언니 손맛이 최고였어요.”
“나중에 집에 밥 먹으러 와. 숙소에 혼자 있으려면 심심할 테니까.”
“…네.”
정민아는 강윤의 이런 배려에 민망함과 미안한 감정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실수를 덮어주고, 더 큰 것으로 감싸 안은 이런 모습들이 마음을 뒤흔드는 줄, 그는 알까?
자신의 머리에 느껴지는 손길에 그녀는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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