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21
68화 – 의문의 뒤통수 어택(3) >
“시얀, 시얀 백화점이라. 설마, 며칠 동안 꿈적도 안했던 이유가…”
추만지 사장의 감격어린 표정에 강윤은 수염으로 덥수룩해진 턱을 긁적였다.
“처음에 말한 대로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기획서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원래 계획대로 하야스 백화점에 낼 기획서, 다른 하나는 시얀 백화점에 낼 기획서였죠. 이 두 기획서를 같은 날 보냈습니다. 시얀 백화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하야스 백화점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부정적인 말조차 없었지요.”
“…이상하군요. 절 문전박대한 것도 그렇고 기획서에도 아무런 답이 없다니.”
“그쪽에서도 뭔가 찔리는 것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닐까요?”
그 말에 추만지 사장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강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하야스 백화점과의 인연은 이미 멀어진 것 같습니다. 이젠 시얀 백화점과의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왠지 강시명, 그놈에게 진 것 같네요.”
그러자 강윤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겁니다.”
“다르다고요? 어떻게 말입니까?”
“3페이지를 보시겠습니까?”
추만지 사장은 강윤이 준 보고서를 넘겼다.
그러자 다이아틴의 촬영일자와 함께 공개되는 날, 그리고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하야스 백화점의 공개일자까지 함께 적혀있었다.
“그러고 보니, 하야스와 시얀 백화점은 세일기간이 같군요. 하하. 공교롭게 됐습니다.”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시얀 백화점에 기획서를 보낸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억울하게 얻어맞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암암. 그렇죠. 하하, 하하하하.”
강윤의 넉살좋은 말에 추만지 사장은 주변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뜨렸다.
.
.
.
며칠 후.
윤슬&ETM 엔터테인먼트와 하야스 백화점 사이의 계약이 파기되었다.
파기에 따른 위약금 문제가 있었지만 ETM 엔터테인먼트가 나섰고, 서로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기 전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선에서 위약금 문제는 봉합되었다.
위약금 문제로 시끌시끌 할 줄 알았던 추만지 사장은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자 의아해했다.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군요.”
모처럼 운전대를 잡은 추만지 사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강윤은 옆 좌석에서 웃으며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그 쪽에서도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까 아무 말 없이 넘어가려고 했을 겁니다.”
“일이 잘 돼서 함께 일을 했다고 해도 피곤했겠군요. 계속 뭔가를 요구했을 테니.”
“그랬을 겁니다. 갑질을 당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다이아틴 애들은 촬영 잘 하고 있다고 하던가요?”
오늘은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강윤과 추만지 사장은 작업을 마치고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추만지 사장은 신호에 차를 세우며 답했다.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ETM 측에선 믿고 맡기라 했지만 그들의 눈과 우리 눈은 다르니까요.”
두 사람이 탄 차는 빠르게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추만지 사장은 바이어와 인사를 하고는 바로 결과물을 보고 있는 사진작가에게로, 강윤은 다이아틴에게로 향했다.
“…흠.”
추만지 사장은 금발에 물결치는 가발을 쓰고 드레스를 입은 주예아의 사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며 인상을 썼다.
[왜 그러시는지요?] [아닙니다. 예아가 표정이 어색한 건가.]사진작가가 추만지 사장의 의문어린 표정에 눈을 껌뻑였다.
컨셉이 이상한건지, 아니면 사진이 이상하게 찍힌 건지.
사진을 넘기면서 추만지 사장의 안색도 불편해져갔다.
추만지 사장은 다이아틴과 대화 중인 강윤에게 다가갔다.
‘이 사장님.’
‘왜 그러시는지요?’
강윤이 묻자 추만지 사장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결과물이 영 별로인데요.’
‘바이어는 어떤 반응입니까?’
강윤의 물음에 추만지 사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크게 말은 없습니다. 사진을 못 본건지,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는 생각인지… 속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사진작가와 우리 애들 손발이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강윤은 쓴 표정을 지었다 했다.
ETM 엔터테인먼트에서 추천한 사진작가로 앨범 재킷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한다는 사진작가였다. 전문 사진작가를 섭외하고 싶었지만, 스케줄과 실력이 제일 괜찮은 사람으로 섭외했는데…
과정이 난항이었다.
“작곡가님. 무슨 일 있어요?”
다이아틴의 비주얼 담당, 주예아가 무슨 일인지 큰 눈을 굴리자 강윤은 그녀와 사진작가를 번갈아 보았다.
“잠깐 따라와 볼래?”
“어어?”
졸지에 강윤에게 이끌려 주예아는 사진작가에게로 향했다.
사진작가는 추만지 사장에 이어 강윤에 모델까지 오니 바짝 긴장했다.
사진작가는 잠시 입술을 삐죽대다 어시스트에게 보여 달라 손짓했다.
강윤은 물결치는 가발을 쓰고 드레스를 입은 주예아의 모습을 하나하나 넘기며 턱에 손을 올렸다.
“나, 눈짓이 어색한 건가.”
사진을 보며 주예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어야 하는데, 오히려 어설퍼졌다.
조용히 강윤과 주예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바이어, 정한위 상무가 흥미가 생겼는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가라앉아있으면서도 차갑게 들리는 말에 주예아는 움찔했다.
강윤은 조금 어설픈 중국어로 차분히 답했다.
그는 알아서 하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돌아섰다.
귀찮은 듯, 그렇게 행동했지만 그의 눈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지켜보겠다는 의미군.’
강윤은 바이어의 속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사진작가에게로 다시 눈을 돌렸다.
사진작가의 미숙도 있었지만, 강윤은 굳이 그를 탓하지 않고 모델의 미숙만 이야기했다.
그러자 사진작가도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강윤의 말에 사진작가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촬영이 재개되었다.
사진작가는 이전과는 다르게 한 컷 한 컷에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
조명을 맞추고, 세팅을 하는데도 많은 정성이 들어갔다.
어시스턴트들의 움직임도 한층 바빠졌고, 모델들에게 하는 요구도 많았다.
다이아틴 멤버들은 눈빛을 비롯해 표정 연출에 많은 애를 먹었고, 사진작가도 셔터막이 닳아나가도록 컷을 연발했다.
강윤과 추만지 사장은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이 같은 정성에 바이어도 크게 놀랐다.
‘이거, 너무 쥐어짜는 것 아닌가요?’
바이어가 다가와 강윤에게 속삭이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 아이들을 보고, 시얀 백화점에 대한 이미지가 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다들 너무 고생하는데…’
지금까지 여러 모델들의 촬영에 가본 바이어였지만, 이렇게 정성들인 촬영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저 키 큰 남자가 사진작가를 비롯해 연예인들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으니 현장이 확 변해버렸다.
‘물건이네.’
바이어는 조용히 비서를 불러 ‘그’에 대해 알아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촬영은 계속 이어졌다.
하루 시간을 통째로 때려 박은 보람이 있었다.
어시스턴트의 인사와 함께, 아침부터 시작된 촬영이 끝이 났다.
“이 사장님. 수고했어요.”
“추 사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강윤이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다이아틴 멤버들은 아예 의자에 눕다시피 하며 일어나지도 못했고, 사진작가를 비롯한 사진팀도 온몸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강윤은 사진팀에게 다가갔다.
공식적으로, 이곳에서 강윤의 직함은 기획팀장이었다.
강윤은 남들이 보이지 않게 사진작가와 함께 뒤돌아선 후, 봉투 하나를 건넸다.
사진작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강윤은 씨익 웃으며 돌아섰다.
곧 뒤에서 중국어로 신을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추만지 사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준 것까지 일일이 보고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힘없이 늘어져있던 다이아틴의 한효정이 추만지 사장을 올려다보았다.
“…사장니임.”
“다들 고생했어. 너무 늦었으니까 일단은 쉬…”
“나~ 바압.”
“……”
다이어트 기간인 것도 모르는지.
강윤이 풋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고 추만지 사장의 눈썹이 꿈틀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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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은 없었지만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평화로웠다.
하얀달빛이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고, 다른 가수들도 활동을 준비하며 소속사는 활기차게 돌아갔다.
아니, 모든 가수들이 의욕이 넘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늦은 오후.
이현지는 스튜디오에서 이현아가 만든 곡을 듣고 있었다.
“…이 곡을 앨범으로 내고 싶다고?”
“네.”
이현지는 오디오의 멈춤 버튼을 누르고 턱에 손을 올렸다.
함께 있던 희윤이 말을 보탰다.
“좋은 곡이에요. 지금까지 듣던 현아 언니의 곡과는 다른 느낌의 노래에요. 솔직하고, 슬픈… 사랑에 빠진 여자가 들려줄 수 있는 감성이랄까요?”
“이 작곡가가 생각하기엔 괜찮았다는 말이지요?”
“네. 충분히요.”
희윤의 눈에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편곡이 많지는 않네. 굉장히 잔잔해. 그런데 요즘 트렌드에 맞을까? 흠…”
솔직한 가사는 괜찮았지만, 느릿한 반주가 마음에 걸렸다.
이현지는 의문이었다.
가수가 강하게 원한다면 강윤은 기꺼이 해보라고 말했겠지만 이현지는 좀 더 신중했다.
“…사장님이라면 해보라고 했을 텐데….”
이현아가 작게 투덜거렸지만, 이현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랬을지도. 사장님이야 어떻게든 히트를 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난 그런 재능이 없어. 차라리 더 다듬어서 사장님에게 보여준 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
이현아는 아쉬웠지만 더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녀의 의견에 흠을 잡을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현지가 스튜디오를 나가고, 이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이사님은 역시 어려워.”
희윤도 동감했다.
“그러게요. 하지만 이사님 말도 맞아요. 역시, 오빠한테 보여주는 게 어때요?”
“…아니.”
의외의 말에 희윤의 눈이 동그래졌다.
“언니.”
“이사님을 곡으로 설득해보고 싶어. 이사님한테 통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말 아닐까? 사람들에게 통하도록 다듬어보자. 작곡가님, 조금만 더 봐줘. 부탁할게.”
희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현아의 의욕으로 다시 불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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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강시명 사장의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
중국 협력사와도 손발이 잘 맞았고 하야스 백화점과의 일은 아우토반처럼 뻥 뚫린 도로와도 같았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이 인지도를 바탕으로 데뷔…’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그렇게 되면 MG에 버금가는 회사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흐흐흐.”
하야스 백화점의 류양 이사를 만나기 위해 온 강시명 사장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역시 사람을 잘 잡아야해. 이 업계는 그게 재산이야.”
류양 이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아무리 생각해도 신의 한수라고 느껴졌다.
곧 그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류양 이사가 기다리고 있는 이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불룩한 배를 자랑하는 류양 이사는 작은 눈을 옆으로 찢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1시간 이후부터 들어갈 정기 세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WINCLE이라는 아이들, 참 예쁘더군요. 촬영장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이번에 정말 기대가 큽니다. 저 뿐만 아니라 사장님도 같은 생각이지요. 이번 일이 잘 되면 더 많은 곳에서 일해 봅시다.] [저야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지요.]강시명 사장의 얼굴에 미소꽃이 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여유 있게 아침의 티타임을 가지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 이사님. 사장님께서 지금 사장실로 올라오라 하십니다.
[사장님이? 알았어. 금방 가지.]
류양 이사는 옷걸이에서 재킷을 걸치며 강시명 사장에게 말했다.
[잠깐 다녀오지요. 같이 나가게 기다려줘요. 시원하게 온천욕이나 하십시다.] [좋지요.]어차피 별다른 일정이 없던 강시명 사장은 여유 있게 핸드폰을 보며 이사실에서 대기했다.
그런데 금방 내려온다던 그가 1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았다.
‘무슨 일 있나?’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강시명 사장은 이상한 마음에 백화점 정문 쪽을 바라보았다.
내려나보니 정문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무슨 일이 있나?’
WINCLE을 모델로 쓴 것이 잘못됐나?
그렇다면 사람이 적어야 할 텐데 그건 아닌 것 같고…
그가 의문을 품고 기다리고 있을 때, 류양 이사가 돌아왔다.
그는 나갈 때와는 다르게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강시명 사장이 조심스럽게 묻자 류양 이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외쳤다.
강시명 사장은 졸지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추, 추만지!! 그 작자가!! 하!! 역시 조용한 이유가 있었어!!’
하야스 백화점과 계약이 파기되고 가만히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계속 추만지 사장의 움직임을 감시했지만, 보고받기로 그는 백화점 같은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다이아틴하고 WINCLE? 하?!’
졸지에 한류 가수들의 정면승부가 벌어진 판에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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