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23
69화 – 다가올 여름의 준비, 그리고 도약(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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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69화 – 다가올 여름의 준비, 그리고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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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곡이네.’
강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표들이 만드는 새하얀 빛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피아노로 시작하는 잔잔한 전주에 기타 같은 일반적인 악기가 아닌, 다른 현악기들의 소리가 한층 부드러운 음악을 만들어갔다.
– 나흘에는 어둠이 깔리고 오일에는 눈물만 흘렸어 —
지금까지 이현아가 불러왔던 하얀달빛의 밝은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잔잔한 발라드였다.
그녀의 음색과 편곡이 어우러져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지만, 너무도 담담한 음악이 마음에 걸렸다.
‘조금 힘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곡들이 넘쳐나는 시대였다.
조금이라도 눈에 띠기 위해, 음악도 임펙트를 더해 갈 필요가 있었다.
이 노래는 정말 듣기 좋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없었다.
‘하얀빛이니 통하긴 하겠지만… 뭔가 찝찝하군.’
강윤은 음악을 몇 번이나 들으며 고심했다.
하지만 쉽게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다.
이전 같으면 하얀빛의 음악이면 바로 음반을 내자고 했겠지만, 높아진 시야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그가 음악으로 고심하는 사이, 사무실 문이 열리며 이현지를 비롯한 사무실 사람들이 출근했다.
모처럼 보는 강윤과 반갑게 인사를 마친 사무실 사람들은 각자 커피와 차를 탄 후, 자리에 모여 앉았다.
“고마워요.”
강윤은 정혜진이 타온 커피를 받아들고는 자리를 비웠을 동안의 회사에 대해 물었다.
이현지는 몇몇 연예인들의 스케줄 이야기를 한 후,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틀 전에 AHF 방송국의 여한기 PD를 만났었어요.”
“생각보다 빠르네요. 그쪽에서 직접 연락이 왔었나요?”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연락이 오다니.
강윤은 놀랐다.
이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네. 후덕한 인상을 가진 분이었어요. 여의도에서 만나서 가볍게 술 한 잔 하면서 친해졌죠.”
“하하하. 이사님. 좋은 소식 들을 수 있는 겁니까?”
강윤이 농담조로 이야기하자 이현지는 아쉽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여 PD는 지금까지 예능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섭외하고 싶어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필요하다면 우리가 먼저 나섰어도 됐을 것 같네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을 아낄 수 있었잖아요. 여 PD는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컨셉으로 기획을 하고 있었어요. 우리 연예인으로는 은하를 원하더군요.”
“지민이라… 생각을 해봐야겠군요.”
거의 노래만으로 승부를 해온 김지민이기에 강윤은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후 강윤은 정혜진과 유정민에게 루나스의 운영, 연예인 스케줄 등 여러 가지 안건들에 대해 털어놓았다.
“정민 씨.”
“네!!”
이현지의 부름에 바짝 기합이 든 유정민이 몸을 바짝 세웠다.
“사장님께 그거 이야기해드려야죠.”
“그거라면… SBB 방송국의 김덕중 PD님에게 연락 온 거 말씀이십니까?”
이현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정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으…’
강윤은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이상한 위압감이 있었다.
그걸 알았는지 강윤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편안하게 말해도 괜찮아요. 안 잡아먹으니까.”
“하하하.”
분위기가 한결 풀어지자, 유정민은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서 해도 괜찮은데…”
“괜찮습니다. 이게 편합니다.”
강윤은 상당한 기간이 지났어도 기합이 바짝 든 유정민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김덕중 PD에게서 이틀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저, 그… 하얀달빛에 관한 내용으로…”
“편안하게 해도 괜찮아요.”
“네, 네!! 그게, 이번에 그 PD님이 새롭게 드라마를 하는 중인데 OST로 하얀달빛의 곡을 수록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그… 그게…”
유정민이 긴장감에 보고를 제대로 못했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강윤이 기다려주니 모두가 차분히 그를 배려해주었다.
잠시 후.
유정민은 안정을 찾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가장 빛나는 날에’라는 작품입니다. 현재 시청률 5.3%로 수목, 밤 10시에 하는 드라마입니다.”
“시청률은 낮군요. 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윤이 여전히 유정민을 바라보자 그는 다시 긴장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떨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갔다.
“시청률은 낮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나 개연성, 연출이 뛰어난 드라마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대의 드라마들은 자극적인 소재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 드라마는 특정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마니아들로 인해 검색어들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보고를 모두 들은 강윤은 턱에 손을 괴었다.
“마니아층이라… 우리로서는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겠군요. 정민 씨,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유정민은 강윤에게 고개를 90도로 숙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 외, 다른 안건들도 귀담아 들으며 강윤은 중요한 것들은 기록했다.
파인스톡과의 음악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진전이 없었지만, 다른 일들은 진전된 것들이 많았다.
특히, 인문희의 일본 데뷔를 위해 일본 기획사와의 협의가 크게 진전되어 있었다.
“이번에 문희 씨 데뷔 건으로 협력하기로 한 A-Trust와 시기를 조율해봤어요. 올해 여름에 맞춰 앨범을 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번 골든워크(일본의 연휴. 5월 5일 전후로 약 5일)에 그곳 이사가 여기로 방문을 하겠다더군요.”
“거기서도 적극적으로 나오는 군요.”
“사장님의 이름값이 꽤 된다는 거, 아닐까요? 주아가 워낙 히트를 쳤어야죠.”
이현지의 말에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비행기 너무 태우시면 힘듭니다. 아무튼 저희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겠네요.”
“네. 여유 있게 겨울에 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너무 길어져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일정을 여름에 맞췄어요.”
강윤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번 싱글앨범을 누가 낼 지… 그걸 정하지 못했어요. 모두가 워낙 적극적으로 나와서… 사실 곡을 준 건 현아 씨 밖에 없긴 한데… 곡 들어보셨나요?”
“네. 좋은 곡이더군요.”
“준비 해 둘까요?”
“네. 아무래도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네요.”
회의를 마치고, 강윤은 하얀달빛의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에는 이현아가 홀로 신디사이저를 치며 목을 풀고 있었다.
“아, 사장님.”
“오랜만이네. 잘 있었어.”
“네. 안녕하세요.”
이현아에게 오랜만에 보는 강윤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강윤도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얼굴에 티 나지 않게, 그녀를 배려했다.
“노래 들어봤어.”
“…어땠어요?”
“좋더라고. 반주와 네 목소리가 아주 잘 어우러졌어. 하지만…”
중요한 말은 뒤에 있었다.
이현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강윤의 말에 집중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아쉽더라.”
“…그래요? 밸런스라…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강윤은 펜을 들어 그래프 같은 선을 그렸다.
이현아는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말을 귀에 담았다.
“기승전결이 중요해. 승은 괜찮아. 먼저 기. 초반 인트로 부분에서 약간의 임펙트가 있었으면 좋겠어. 잔잔한 분위기 속에 눈을 뜨게 해줄 뭔가가 말이지. 그리고 전에서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뭔가가 필요할 것 같아. 편곡은 희윤이가 한 거지?”
“네. 저도 함께 했고요.”
“그러면 둘이 마무리도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 아예 소영하고 같이 마스터링까지 같이 해 봐. 난 작업이 끝나자마자 음반을 출시 할 수 있도록 준비 할 테니….”
“네.”
할 말을 마친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문을 나서려는데, 이현아가 강윤을 잡아 세웠다.
“왜 그러니?”
“그게…”
“더 필요한 것 있니?”
강윤이 부드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이현아는 소매를 잡은 손을 힘없이 내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잊어버렸어요.”
“이런. 나중에 생각나면 말해줘.”
“네.”
강윤이 나가고, 이현아는 닫힌 문을 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저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나. 하아.”
그녀의 한숨소리가 스튜디오를 떠나갈 듯 메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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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마치고, 에디오스 멤버들이 돌아오니 다시 숙소는 북적였다.
넓은 숙소에서 홀로 외로워했던 정민아를 위해 멤버들은 각자 선물을 하나씩 사들고 왔다.
“한유야!! 고마워!!”
정민아는 서한유에게서 새 트레이닝복을 받고 입이 귀에 걸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핑크빛의, 몸에 딱 맞는 핏이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여기 내 것도 있지롱~.”
“오올!!”
크리스티 안도 정민아에게 작은 박스를 내밀었다.
정민아가 놀란 눈으로 개봉하니, 향수였다.
“…땀내는 지우고 다녀야 할 것 아냐.”
“말을 해도…
선물을 줘도 투닥거림은 여전했다.
이삼순은 특산물이라며 소고기를, 한주연은 구두를 건네니 정민아는 날아갈 듯 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일리 정의 차례가 되었다.
“…민아야. 이거.”
에일리 정은 수줍은 표정으로 작은 박스를 정민아에게 내밀었다.
“이거 립스틱이야?! 다 떨어졌었는데!! 고마워.”
“아니야. 헤헤헤.”
에일리 정은 얼른 뜯어보라며 손짓했다.
“어? 립스틱이네? 이거 몇 호야? 발색 봐. 완전 특이하다.”
옅은 분홍색을 띄는 화사한 립스틱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
“어? 잠깐. 이거 감촉이 왜 이래?”
립스틱을 입술에 칠하던 정민아는 이상한 감촉에 고개를 갸웃했다.
딱딱해야 할 립스틱에서 몰캉하면서 단단한, 묘한 감촉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다 무심결에 립스틱을 돌렸다.
지이이이이잉—!!
“아아악!! 이거 뭐야!!”
갑자기 흔들리는 립스틱에 놀란 정민아는 손에 든 물건을 던져버렸다.
다른 멤버들도 느닷없는 소리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바닥에 떨어진 립스틱이 홀로 바닥에서 춤을 추는 상황이 펼쳐졌다.
선물이라며 건넨 에일리 정도 어이없는 상황에 놀랐는지 토끼 눈이 되었다.
크리스티 안이 바닥에 떨어진 립스틱을 집어 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황당함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 잠깐!! 이, 이거, 그… 그거잖아?!”
“그거라니?”
한주연을 비롯한 이삼순도 호기심에 고개를 갸웃했다.
크리스티 안이 립스틱을 돌리자 진동이 멈췄다.
“자, 봐.”
그녀가 다시 립스틱을 돌리니 문제의 물건은 징징 소리를 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거 있잖아. 어른들의 장난…감.”
“자, 잠깐. 뭐, 뭐어?!”
몇몇 눈치 빠른 멤버들은 당혹감, 황당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지어, 막내 서한유마저 입이 쩌억 벌어졌다.
어른들의 장난감…
요새는 진짜와 가짜도 구분하기 힘들다더니!!
하지만 정작 원인을 제공한 에일리 정은 모르는 일이라는 듯, 얼굴이 새빨개져있었다.
“나, 나, 난 모, 모르는 일이야!! 어, 언니들한테 부, 부탁해서 사, 사온 건데…!!”
그러나 다른 멤버들의 의심하는 눈초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저 순진한 눈 밑에 대담함을 감추고 있었어.”
“존경한다, 친구.”
“…굿.”
서한유와 정민아를 제외한 모두가 한마디씩 하니 에일리 정은 억울하다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라구우우우우~~!!”
친구가 억울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정민아는 크리스티 안에게서 문제의 립스틱(?)을 받아들고는 전원을 껐다켰다하며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릴리야. 이거, 대고만 있으면…”
“야!!!!!!”
19금으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모두가 다급히 정민아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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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5월의 어느 날.
강윤과 이현아는 SBB 방송국의 회의실에 있었다.
“감사합니다.”
여성 AD가 타온 커피를 받은 이현아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강윤도 커피를 마시며 AD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김덕중 PD와 야구모자를 쓴 강정식 CP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네 사람은 곡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긍정적인 뜻을 보여주시니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덕중 PD는 강윤에게 고개를 숙였다.
외압 때문에 드라마 중간에 삽입 OST를 바꾸는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했다. 그런 일을 겼었음에도 다시 곡을 준다는 강윤이 그로서는 고마웠다.
“과거 이야기를 또 해서 뭐하겠습니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김덕중 PD가 강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할 대, 강정식 CP가 야구모자를 고쳐 쓰며 본격적으로 곡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은 곡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두 개의 곡 중 어떤 곡을 드라마에 넣을지 고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김덕중 PD의 눈이 왕방울 만해졌다.
사실 그런 일은 전혀 없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선배님.’
‘가만히 있어 봐. 기왕 쓸 거, 비용은 최대한 절감해야지.’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김덕중 PD는 불안한 표정으로 강윤과 선배와 번갈아보며 속을 졸였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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