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29
71화 – 여자 셋이 모이면 뭔가가 터진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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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71화 – 여자 셋이 모이면 뭔가가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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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아. 오랜만!!”
“어? 희윤아.”
모처럼 희윤과 박소영이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에서 마주쳤다.
희윤이 반가움을 표했지만, 박소영은 조금 놀라는가 싶더니 흐릿한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희윤이 걱정되어 물었다.
“어디 아파? 얼굴이 안 좋아.”
“아냐. 희윤아. 나 급한 일 있어서 나중에 이야기해.”
“어? 어.”
박소영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튜디오를 나가버렸다.
“소영이, 이상하네. 무슨 일 있나?”
희윤이 고개를 갸웃대고 있을 때, 스튜디오 문이 다시 열렸다.
언제나 깔끔한 정장패션을 자랑하는 이현지였다.
“이사 언니.”
“너까지 이사 언니니?”
“정감 있고 좋잖아요. 이사 언니.”
“…하여간.”
이현지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희윤이 의아해하자 이현지는 USB를 꺼내들었다.
“언니, 그건 뭐에요?”
“이번에 지민이가 가져 온 노래야.”
“그래요? 들어보고 싶었는데.”
희윤도 김지민이 박소영과 서한유와 함께 곡 작업을 한다는 걸 들어 알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곧 스튜디오에 노래가 재생되자 희윤은 8비트의 일정한 리듬에 집중했다.
– 아쉬운 선물같이 사라지는 오늘 하루는 —
인트로부터 시작된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과 베이스는 김지민의 시원한 보컬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중반부를 들으며 희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묘하네.’
분명히 좋은 곡이었지만, 원인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흐름이 틀어졌다는 생각이 드니 그 생각이 사로잡았는지 노래까지 이상하게 들리는 듯 했다.
노래가 끝나고 희윤은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좋기는 한데… 미묘하게 뭔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앨범으로 내기엔 어떨까?”
“흠…”
그녀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도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듣기 좋은 멜로디부터 편곡까지 가미되어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이 있으니…
“제 생각엔 오빠가 오면 이야기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네 생각도 그렇구나. 하긴, 그게 제일 안전하겠어.”
“곡을 보는 눈은 오빠를 따라갈 사람이 없으니까요. 내일 온다고 했었죠?”
“응. 공항에 갈 건데, 같이 갈래?”
“네. 괜찮다면…”
.
.
.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이 공항까지 나온 겁니까?”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강윤은 이현지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피곤 할 텐데, 미안해요. 하지만 그 쪽에도 빨리 피드백을 줘야 할 것 같아서요.”
이현지의 미안해하는 표정에 강윤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 오늘 하루 20살 된 나의 첫 날–
김지민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강윤은 신중히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드럼이 이상한 건가? 안 맞는 옷을 입혀놓은 느낌이야.’
카오디오에서 나오는 음표들은 분명 하얀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중반부, 드럼소리가 커지면서 하얀빛에 아주 옅은 회색 음영이 지고 있었다.
드럼이 흐트러지니 베이스와 다른 악기들까지 작게 틀어지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노래를 모두 듣고, 강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스튜디오에서 자세히 들어봐야 알겠지만… 편곡할 때 소리 선택이나 마스터링이 잘 안된 것 같네요. 이게 최종본은 아니죠?”
강윤의 물음에 뒷좌석에 앉은 희윤이 답했다.
“응. 마스터링은 한유가 하는 중이라고 했고, 편곡은… 끝났다고 했어.”
“그래? 이거 편곡 누가 한 거니?”
“소영이.”
그 말에 강윤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일 불러서 이야기해야겠네. 알았어.”
강윤은 곡에 대해 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현지나 희윤이나 이 곡 자체로 앨범을 내기는 힘들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진 듯하자, 희윤이 화제를 전환했다.
“이번에 문희 언니, 대박 조짐이 보인다고 했지?”
“대박이라. 처음에 앨범을 3만 장밖에 안 찍어내는 바람에 판매량이 아직 높진 않아.”
그때 이현지가 끼어들었다.
“강윤 씨는 팍팍하게 통계를 잡으니까 대박이라고 안보는 거예요. 앨범 예약이 얼마나 됐는지를 말해줘야죠.”
“앨범 예약량?”
희윤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현지가 그윽한 미소로 답했다.
“첫 주만 20만장이에요.”
“…헐.”
“신인가수에 엔카 가수가 이 정도면 대박 중에도 초대박이죠. 거기에 JAN하고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스케줄이 빡빡해지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그녀의 말 대로였다.
인문희의 데뷔 이후, 그녀의 소문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공연 영상은 단번에 100만 조회 수를 넘어 200백만, 400만을 넘어 천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노래가 워낙 좋으니 사람들은 앨범에 손을 뻗었고, 그것은 수익으로 이어졌다.
그게 겨우 3~4일 만에 이루어졌다.
여름의 막바지에 ‘유리’ 돌풍이 불고 있었다.
“못해도 한 달 뒤에는 회사 자금이 빵빵해지겠네요.”
풍부해지는 자금을 생각하니 이현지의 얼굴에 화사하게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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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유리를 생각해주시는 귀 협회의 마음은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많아 귀 협회에 몸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기회에 좋은 인연으로…(중략)
[제길!!]
JAN의 협회장, 하루키 스바루는 A-Trust에서 온 메일을 보며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큰 마음먹고 손을 내밀었건만, 뭐? 몸을 담기에는 역부족? 하!!]표현을 공손하게 했을 뿐, 너희 협회에는 몸을 담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 빌어먹을 백인 놈 말만 들었다가 이게 뭐야!!]그의 말만 따랐다가, JAN 입장에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만약, 가수 유리가 JAN에 가입해 협회비를 납부하게 되었다면…
1주일 만에 앨범을 20만장 넘게 판매하고 또 찍으면서 창출해내는 수익은 JAN을 살찌우고, 협회장의 공로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 간 인연일 뿐.
그가 손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회사의 중역에게서 온 전화였다.
– 하, 하루키 씨. TV 좀 켜보시겠습니까?
[TV요? 무슨 일 있습니까?]
– 지금 심각하니까 일단 보고 이야기합시다. 채널 43번입니다.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하루키 스바루는 투덜대며 TV를 켰다.
43번은 연예전문채널이었다.
방송에는 머리에 띠를 두른 한 무리의 가수들이 손에 대본을 들고 기자들 앞에서 크게 읽고 있었다.
– JAN의 협회장, 하루키 스바루는 일방적으로 JAN의 협회비를 3%에서 6%로 올렸습니다. 게다가 가능성 있는 신인을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
그에 대한 탄핵 기자회견이었다.
가수들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협회비를 올린 하루키 스바루가 있는 JAN은 가능성이 없다며 탈퇴해서 새로운 엔카가수협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뒷목을 잡을 만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더 봤다간 뒤로 넘어갈 것 같아 그는 TV를 꺼버렸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딩동.
핸드폰에 문자가 오는 소리가 울리자 그는 손을 떨며 화면을 넘겼다.
–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우리 이야기는 없던 일로 하지요.
리처드에게서 온 문자였다.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다.
협회장실에서 하루키 스바루의 비명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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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켜놓은 TV에는 일본연예방송이 한창 흘러나오고 있었다.
– 우리는 하루키 스바루 협회장의 전횡에 가만히 있을 수…
TV를 끄며 리처드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유리 장? 자앙? 칫.’
그의 입에선 부드득하는 소리가 거칠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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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이 한국으로 돌아온 후, 첫 출근일.
그는 모든 소속 연예인들을 소집했다.
특별히 스케줄이 있지는 않았기에 스튜디오에는 인문희를 제외한 모두가 모여들었다.
‘난 아직도 민진서 볼 때 마다 적응이 안 돼.’
‘나도… 우리 같은 연예인 맞지?’
정찬규와 김진대는 한 쪽 구석에서 강기준과 함께 서 있는 민진서를 힐끔거리기에 바빴다.
곧 이차희에게 응징을 당하며 울상을 지었지만.
스튜디오에 모두가 모인 듯하자 강윤이 인문희가 데뷔한 일을 모두에게 간단히 이야기해주었다.
일본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모두에게서 부러움과 의욕어린 눈빛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들 오래 쉬기는 했지.”
강윤은 달력으로 눈을 돌렸다.
어느새 8월의 막바지였다.
여름은 거의 다 흘렀고, 가을이 오고 있었다.
겨울부터 간단한 스케줄만 수행했던 에디오스부터 행사만 주로 다녔던 김재훈과 김지민, 루나스에서 주로 살았던 하얀달빛까지.
새로운 앨범에 대한 열망에 불타고 있었다.
모두가 눈치 싸움을 하고 있을 때, 강윤이 이름을 호명했다.
“지민이, 한유, 소영이는 이따 나 좀 볼까?”
이름이 불린 사람들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다른 사람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 세 명이 곡을 만든다는 건 회사 내에선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만 기다려줘. 아니면 작업한 곡을 들고 와도 괜찮으니까… 앨범 계획들은 각자 오면 짜도록 하자. 질문.”
오랜만에 하는 회의였지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손을 드는 이가 없는 걸 확인하고 강윤은 회의를 끝냈다.
모두가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갈 때, 민진서가 강윤에게 다가와 그의 손에 뭔가를 쥐어주었다.
– 오늘 저녁식사 어때요? ^^
여성스러운 필체로 쓴 쪽지였다.
강윤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진서는 강윤의 손을 한번 꼭 쥐고는 밖으로 나갔다.
‘귀엽다니까.’
그녀의 뒷모습에 괜히 설레는 감정을 느낄 때, 그의 팔을 가볍게 잡는 이가 있었다.
“선생님.”
“아, 지민아.”
“누굴 그렇게 보세요?”
김지민의 물음에 강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나가는 걸 보고 있었지. 다들 왔구나. 앉아.”
김지민과 서한유, 박소영이 긴장한 얼굴로 강윤과 마주 앉았다.
“셋이서 작업하느라 고생 많았어. 마음 맞추는 게 쉬운 건 아닌데, 작곡가, 편곡가, 프로듀서까지. 의욕적으로 곡 작업을 했다는 게 보기 좋네.”
칭찬으로 시작했지만, 세 사람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시지 않았다.
본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강윤은 곡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이야기했다.
“좋은 곡이지만… 이대로 발매한다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그 말에 세 사람은 동시에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아쉬웠는지 서한유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 마스터링이 안 좋았나요?”
자신이 마스터링을 맡은 게 잘못 되서 그런 걸까? 그녀는 그래서 민폐를 끼친 건 아닐지…
하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일단 마스터링부터 말해볼까? 일단 소리를 조절하는 레벨링은 깔끔했어. 드럼부터 시작한 거 맞지?”
“네. 사장님이 그게 기본이라고 하셔서…”
“잘했어. 드럼과 베이스 레벨링이 정말 좋았거든. 하지만 어쿠스틱 기타의 레벨링이 약간 미묘했어. 공간감에 대해 할 말이 있는데, 소리가 10개나 나오는 것 같은데 위치가 모두 똑같았던 것 같아.”
“…공간감이라는 게 너무 어려워서…”
서한유가 고개를 숙이자 강윤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무대를 상상하면서 소리의 위치를 정하면 되는 거야. 한군데서 소리가 다 나와 버리면 복잡해지잖아. 그걸 최소화하는 거지. 그리고 주파수. 여기서 할 말이 있어.”
강윤은 컴퓨터 모니터를 켜서 한 그래프를 가리켰다.
“자, 8번과 9번이 이상하게 중복되는 주파수가 많지?”
“…그러네요.”
“이런 건 깎아서 중복되지 않게 해주는 게 낫겠지?”
“…네.”
서한유는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기본적이면서도 놓쳤던 것들을 그는 다시 지적한 것이다.
서한유에게 할 말을 끝낸 강윤은 김지민에게로 눈을 돌렸다.
“여기 코드가 FMajor7이네. 자, 이 곡의 키를 고려해보면 다음에 뭐가 오는 게 나을까?”
“G7? F?”
“맞아. 자, 둘 다 연주해 볼까?”
강윤은 신디사이저로 자리를 옮겨 코드와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했다.
처음 악보대로의 코드로 연주하고 후에 G7, 이후에는 F로 바꿔 연주하고는 모두에게 의견을 물었다.
“전 G7이 나은 것 같아요.”
“전 마지막 연주가 나은 것 같아요.”
박소영은 G7, 서한유는 대번에 바뀐 코드를 가리켰다.
할 말이 없어진 김지민도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러자 강윤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
“차라리 멜로디 라인을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어렵게 갈 필요는 없는 곡이라고 생각하거든.”
“…아아. 알겠습니다.”
김지민까지 납득시킨 강윤은 이번에는 박소영에게로 눈을 돌렸다.
“소영아.”
“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게, 강윤은 상세한 설명을 하진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믿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 말과는 다른 짧은 한 마디.
기대치 않았던, 그 말이 그녀의 가슴을 거세게 두드렸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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