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30
71화 – 여자 셋이 모이면 뭔가가 터진다(2) >
‘믿…어?’
김지민의 명곡의 탄생 출연 이후, 박소영은 다른 사람에 비해 좋은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편곡이야 항상 하고 있었지만, 메인 작곡가 희윤이나 바쁜 와중에도 편곡을 손에 놓지 않는 강윤, 거기에 가수들도 하나둘씩 곡 작업에 뛰어들면서 그녀는 조금씩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 강윤의 한 마디는 무척 힘이 되었다
“왜 그렇게 빤히 봐?”
“아니요, 아무것도…”
박소영은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했고 강윤은 고개를 갸웃하며 할 말을 이어갔다.
“너희 셋 중 소영이가 곡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을 거야. 지민이나 한유는 소영이 말을 많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이래봬도 우리 공인 편곡가잖아. 그치?”
“네. 알겠어요.”
가수들의 기싸움에 박소영이 힘을 잃지 않도록 사전에 손을 쓴 강윤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이야기를 끝냈다.
“자자. 그럼 기대할게. 다음에 볼 때는 녹음까지 해버리자고.”
“네.”
김지민과 서한유가 먼저 스튜디오를 나가고, 박소영이 그 뒤를 따랐다.
그때, 그녀는 몸을 강윤 쪽으로 돌렸다.
“저…”
“왜? 더 할 말 있어?”
“…감사합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부끄러운 듯, 문을 닫고 뛰어가 버렸다.
“애들은 애들이야.”
강윤은 컴퓨터를 끄고 그 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은 타자치는 소리와 전화 소리로 분주했다.
이현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깨와 머리 사이로 전화를 끼어 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고, 정혜진과 유정민도 매니저들에게 올라온 스케줄 처리를 비롯해 예산안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강윤도 자연스럽게 자리로 돌아가 모니터를 켜고 일본에서 시시각각 올라오는 서류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사…”
강윤은 논의할 것이 있어 이현지에게로 눈을 돌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도 보니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지금까지.
모두가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다들 나가떨어질 거야. 사람이 필요해.’
앞으로 회사는 더 커질 텐데, 이 정도 인원으로 회사를 돌린다는 건…
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강윤은 전화통화를 갓 마친 이현지에게 다가갔다.
“이사님.”
“네? 아, 사장님.”
“잠깐 이야기 가능할까요?”
강윤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자 이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커피를 뽑아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정말 정신없네요. 문희 씨가 일본에서 아주아주 잘해주고 있어요.”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현지는 뿌듯했는지 표정이 매우 밝았다.
열심히 준비해온 가수들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는 건 그녀에게도 큰 즐거움이었다.
강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건을 이야기했다.
“다들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더욱 잘 될 겁니다. 그 이전에 사무실 식구들을 늘리는 게 어떨까 합니다.”
“아.”
이현지는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강윤이 없을 때, 그녀가 계속 생각했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일하는 게 즐겁기는 한데, 양이 만만치 않거든요.”
“게다가 앞으로 더더욱 많아질 테니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인스톡과 하는 프로젝트도 그렇고, 일본에 연기, 조금 후가 되겠지만 중국시장 진출도 있으니.”
“몇 명이나 필요할까요? 사람이 늘면 회사가 커진 게 실감이 나겠어요. 다들 좋아하겠네요.”
“그렇게 돼야죠. 그리고 사장단과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합니다.”
“여럿이 있는 것도 재미있는데…”
“사람들이 늘면 우리가 계속 옆에 있는 것에 직원들이 부담을 느낄 겁니다. 사람들이 늘어나면 우리가 피해줘야죠.”
“알겠어요.”
“부탁드려요. 아, 이번에 문희 일본 프로젝트도 성공했으니, 모두에게 보너스도 두둑이 챙겨주세요.”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요.”
이현지는 개운한 듯, 기지개를 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
강윤이 회사의 이익을 독식하지 않는 것에 있었다.
최저급여도 보장받기 힘들어 업계를 떠나는 일이 다반사인 타 업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 외에 두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는 옥상을 내려왔다.
저녁이 되었다.
강윤은 유명인들이 출입한다는 한 여의도에 위치한 한 간판 없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간판조차 보이지 않는 허름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화려한 레스토랑 내부가 강윤을 반겨주었다.
“민진서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강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커튼까지 젖히고 룸에 들어가니 흰 티에 청바지를 입은 민진서가 강윤을 맞아주었다.
“선생님.”
“그래, 앉자.”
빠르게 주문을 하고, 민진서는 얼굴에 턱을 괴고 강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얼굴에 뭐 묻었어? 왜 그렇게 빤히 보니?”
“음? 그냥…”
“그냥?”
“…좋아서.”
마지막 말은 매우 작았다.
그러나 강윤의 귀에는 똑똑히 박혀 들어왔다.
그는 민진서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어깨에 팔을 둘렀고, 그녀는 강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좋다.”
“우리 오랜만에 본다. 그치?”
“그러게요. 그래도 다행이야.”
“다행?”
“…그냥… 다요.”
지금 이 순간이 좋다고 그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강윤도 그녀와의 이 순간이 소중했다.
“…선생님.”
“진서야.”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민진서의 입술이 강윤의 입가로 올라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포…
“실례하겠습니다.”
커튼 밖에서 직원의 소리가 들려왔다.
‘윽…!!’
강윤은 후다닥 소리를 내며 재빨리 자리로 돌아왔고 민진서도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며 자리를 수습했다.
“맛있게 드십시오.”
직원은 주문한 음식들을 놓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
“…..”
“하하하하하하!!”
두 사람은 잠시 멍하니 마주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도 참. 어차피 여기서는 세어나갈 일이 없어요.”
“그런 것 같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조심하는 게 좋지.”
“정말 괜찮은데…”
괜히 비싼 돈 들여가며 이런 레스토랑에 예약한 것이 아닌데…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이런 세심함이 고마웠다.
오랜만에 만나서일까.
두 사람이 나눌 대화거리가 많았다.
민진서는 최근에 배우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강윤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가 화제가 그녀를 담당하는 강기준 팀장에게로 돌아갔다.
“강 팀장님이 이민혜를 키운 사람이라고 했었죠?”
“맞아. 이곳에 오기 전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 왜?”
“며칠 전에 기준 팀장님이 대본 하나를 들고 망설이는 모습을 봤었거든요.”
“대본?”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에 강기준에게 보고를 들을 때도 대본이 있다고는 들은 적이 없었다.
“팀장님 없을 때 몰래 봤거든요. ‘쉬운 사랑, 어려운 사랑’이라는 2부작 드라마였어요. 사랑을 쉽게 시작하는 여자와 깐깐하게 이것저것 따지며 어렵게 사랑하는 여자, 두 친구가 얽히는 이야기에요.”
“단막극이네. 굳이 너한테 권한 이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민진서가 단막극에 출연한다?
그가 권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민진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른 데에 있었다.
“거기 출연진을 보니까, 이민혜가 있었어요. 이민혜라면 이전에 기준 팀장님 밑에 있었다는 배우, 맞죠?”
“맞아. 아, 그래서…”
강기준과 이민혜의 이야기는 이미 월드뿐만 아니라 연예계 전반에 걸쳐 유명했다.
강윤은 그가 왜 대본을 가지고 있었는지 납득 할 수 있었다.
이민혜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했던 강기준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 했으니.
민진서는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강윤을 불렀다.
“…저, 선생님.”
“왜 그러니? 잠깐. 진서 너, 설마…”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강윤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그 드라마에 출연해보고 싶다.
“기준 팀장이 아직 복귀할 때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강윤이 걱정하며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단막극이니까 촬영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요새 너무 쉬어서 감도 잃어가는 것 같은데, 조금씩은 움직여줘야죠.”
“진서야. 이건 일이잖아. 대본 말고 다른 걸로 판단하는 것 같아서…”
“대본도 괜찮았어요.”
강윤의 걱정을 일축하며, 그녀는 자기를 믿어달라는 듯, 가슴을 폈다.
그러나 강윤은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진서야. 아무래도 이번 일은 기준 팀장과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생님은… 출연에 반대하세요?”
“그것보다 기준 팀장한테 맡겼으니까, 난 그쪽 의견을 따를 거야.”
민진서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강윤에게 더 권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기준 팀장을 불러서 이야기 해 봐야겠어.’
강윤은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못 다한 식사를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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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그 웃는 모습을 사랑했어–
한주연과 크리스티 안의 다른 음색이 천천히 잦아들며, MR도 천천히 잦아들었다.
그녀들은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네, 에디오스의 주연 씨와 리스 씨의 노래, ‘스마일’ 잘 들었습니다.”
지금은 라디오 생방송 중이었다.
게스트로 출연해 그녀들은 노래 실력과 입담을 뽐내고 있었다.
10대와 20대들이 주로 청취하는 방송이라 공부 이야기와 연애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녀들은 특히 연애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한참 라디오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녀들에게 질문이 날아들었다.
남자 사회자는 모니터를 보며 질문을 읽어주었다.
“‘지금 이 시간, 다른 에디오스 멤버들은 뭐하는지 궁금해요’ 라고 mlb123님이 질문을 주셨네요. 지금이 저녁 9시를 지나고 있네요. 에디오스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요?”
한주연이 웃으며 말했다.
“민아는 지금쯤 한참 연습을 하고 있겠고, 제니는 설거지하면서 투덜투덜하고 있을 시간이네요.”
“제니 씨가 설거지 담당인가요?”
사회자의 물음에 크리스티 안이 답했다.
“부엌에 뭐가 쌓여있는 꼴을 못 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그걸 주로 이용해먹는 멤버가…”
한주연이 손가락으로 크리스티 안을 가리키자, 바로 반박이 날아왔다.
“피장파장이세요, 동료님.”
“어어? 흠흠.”
폭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주연은 말을 이어갔다.
“릴리도 연습 갔을까요? 그리고 서유는 작업하고 있을 거예요.”
“작업이요? 곡 작업인가요?”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사회자의 눈에 이채가 돋았고, 채팅창의 스크롤이 마구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 네. 요새 프로듀싱을 배워서 직접 작업 중인데… 그거 때문에 방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어요.”
“오, 이거 최초 공개인가요?”
그때, 크리스티 안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주연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 챈 한주연이 아차 싶어 입을 닫았지만…
“이거이거, 에디오스 새 앨범이 나오는 건가요? 서유 양이 프로듀싱한?”
그녀의 방송에서의 말 한마디가 엉뚱한 소문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
.
.
“…죄송합니다.”
라디오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도 가지 못하고 한주연은 바로 월드 엔터테인먼트로 뛰어와 강윤에게 고개부터 숙였다.
퇴근을 위해 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이현지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초짜도 아니고, 그런 말을 흘리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죄송…”
크리스티 안마저 집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상황이었다.
– 주연, 에디오스 앨범 제작 정보 유출?
– 프로듀서는 서유? 에디오스 앨범 나온다?
– 1년 만의 날개 짓? 에디오스 앨범 극비리 제작 중?
강윤은 인터넷을 도배한 추측성 기사들에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사장님?”
“이거 재미있네요. 소문이 계속 만들어지는군요.”
“그래서 말이 무서운 거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한주연의 고개는 더더욱 깊이 숙여졌다.
지난번, 두창수와의 스캔들도 그렇고 이번에도 사고를 치다니.
트러블 메이커가 된 것 같았다.
인터넷 기사들을 다 본 강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주연과 크리스티 안에게 다가왔다.
“이번 일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야. 그렇지?”
“…..”
“그리고 앞으로 앨범이나 콘서트 관련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으면 매니저나 다른 사람들에게 꼭 물어보도록 해.”
“…네. 죄송합니다.”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네 말 한마디의 위력이 크다는 걸 알았지?”
“…네.”
“숙소에 가서 근신하고 있어. 수습은 여기서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강윤은 한주연과 크리스티 안을 돌려보냈다.
이현지가 기사를 보며 강윤에게 말했다.
“뭐, 이런 일도 없으면 엔터테인먼트 사라고 할 수 없죠. 주연이는 안 그렇게 생겨서 은근히 폭탄이네요.”
“하하하. 맞네요, 폭탄. 그럼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을 할까요.”
“며칠 지나면 가라앉지 않을까요? 큰 사고를 친 건 아니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잖습니까. 그럴 바에야 기왕 이렇게 된 거…”
강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가에 미소를 드리웠다.
“에디오스 앨범, 제대로 준비해볼까요? 지민이 곡 끝난 다음에.”
이현지도 강윤과 같은 의견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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