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32
72화 – 우리 PD가 사라졌어요(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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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72화 – 우리 PD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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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힘들다?”
문광식 이사의 사무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문광식 이사는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헬로틴트의 리더, 장민지를 타박하고 있었다.
“쯧쯧. 겨우 이정도 스케줄로 힘들다고 이야기해서야. 네 선배들은 이 정도 스케줄로는 찍 소리도 안했어.”
“이사님. 지금 소인이나 인정이 몸이 안 좋아요. 이대로 가…”
“허허.”
문광식 이사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한창 활동하는 연예인이 그런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어?”
“이사님. 3개월 동안 벤에서 쪽잠만 자고 생활했어요. 숙소에서 제대로 잔 적이 손에 꼽아요. 민희는 생리까지 불규칙해졌어요. 저,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럼 하지 마.”
문광식 이사의 매몰찬 말에 장민지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몇 번이나 힘들다고 어필하다가 결국 울상을 지으며 밖으로 나가야 했다.
문이 닫히자 문광식 이사는 한심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활동하는 연예인이 그 정도도 못 견디고… 쯧쯧. 애들이 말이야, 근성이 없어, 근성이.”
그는 코웃음을 치고는 외투를 집어 들고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오늘은 7인조 남성그룹 ECTM의 프로젝트 앨범 녹음이 있는 날.
스튜디오에는 오늘 녹음에 참여할 ECTM멤버 3명과 제 2 프로듀서, 프레이가 한창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수들과 프레이 프로듀서의 인사를 한 손으로 받으며, 문광식 이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 PD는 어디 간 겐가?”
앨범 작업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있던 남자가 보이질 않으니 궁금했다.
프레이 프로듀서는 눈을 가늘게 찢으며 답했다.
“아직 출근을 안했습니다.”
“출근을 안 해? 뭐, 할 일도 없는데 나와서 뭐하겠냐만.”
“그렇지요?”
문광식 이사는 프레이 프로듀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번에 1 PD 달아야지. 언제까지 오 PD 뒤에 있을 거야? 잘 해봐. 알겠나?”
“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프레이 프로듀서는 기계를 조작했고, 부스 안의 가수들도 목소리를 맞췄다.
‘오 PD가 일은 더 뛰어나긴 하지만… 말 안 듣는 골칫덩이보단, 말 잘 듣는 바보가 훨씬 낫지.’
프레이 프로듀서의 뒷모습을 보며, 문광식 이사는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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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너무 지저분해요.”
서한유는 새롭게 삽입된 퍼커션 소리의 날카로움에 자기도 모르게 눈매를 일그러뜨렸다.
오지완 프로듀서는 소리의 파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초고역대를 컷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초고역대요?”
“여기를 제거해볼까? 20khz 이상은 잘라버리고…”
오지완 프로듀서가 기계를 조작하자 귀를 찢는 듯 하던 퍼커션 소리가 점점 시원하게 뻗어나갔다.
서한유는 슈퍼맨을 보는 듯 한 눈빛으로 오지완 프로듀서를 올려다보았다.
“…대단하세요.”
“에이, 이정도로 뭘.”
20대, 한창때의 여인에게 존경어린 시선을 받는 건 남자에겐 큰 즐거움.
오지완 프로듀서의 어깨가 절로 펴졌다.
뒤로 물러나 작업을 지켜보던 이현지와 강윤은 그들의 작업을 즐겁게 보고 있었다.
“벌써 적응 한 것 같네요.”
“빠르네요. 확실히 오 PD가 사교성도, 능력도 좋네요. 프로듀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 PD는 유한 사람이죠. 노래를 듣는 귀도 좋지만, 무엇보다 모두의 이야기를 수용할 줄 알아요.”
이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지민이 오지완 프로듀서에게 노래에 대한 의견을 주장하고 있었다.
“저, PD님. 보컬 말인데요.”
“보컬? 원하는 목소리 타입이 있나보구나.”
이미 말까지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된 오지완 프로듀서와 김지민 사이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번 노래 제목이 20이잖아요. 그런데 너무 몽글몽글한 것 같아서… 숙녀같이 들려야 하는데 어리게만 들릴까봐 걱정 돼요.”
“흠. 어쿠스틱한 분위기에서 20살의 상큼함, 어른스러움을 같이 어필하고 싶은 거지?”
“네. 그거에요.”
오지완 프로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생각을 풀어 놓았다.
“그러면 녹음할 때, 창법을 바꾸는 게 좋겠어. 배에 힘을 주고 노래를 불러왔지?”
“네.”
“이번 노래에는 두성으로 해보자. 모든 파트에 그러라는 건 아니고…”
오지완 프로듀서는 포인트를 찝어 주었다.
김지민은 어둠속에서 빛을 본 사람처럼, 표정이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또, 필요한 거 있어?”
박소영도 편곡에 대해 물으며 토론은 열기를 더해갔다.
점심시간.
강윤은 모두와 함께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잘 먹겠습니다.”
벽에 월드 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사인이 가득 붙은 식당.
이미 주변 손님들은 김지민과 서한유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중에는 강윤에게 눈을 힐끔거리는 이도 있었다.
오지완 프로듀서는 갈비탕을 먹으며 강윤에게 말했다.
“모처럼 일다운 일을 한 기분입니다.”
“괜히 바쁘신 분 시간을 빼앗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도 가보셔야 할 텐데…”
강윤이 말끝을 흐리자 오지완 프로듀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후우.”
그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러자 서한유가 조심스럽게 묻었다.
“PD님이 없는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요. MG 넘버원이잖아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오지완 프로듀서는 서한유에게 엷게 웃어주고는 말을 이어갔다.
“MG는 아시겠지만, 여러 인재들이 있습니다. 연습생, 가수, 작곡가 그리고 프로듀서까지. 여러 인재를 보유한 만큼 경쟁도 심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능력은 필수적이지요.”
“그렇지요. 제가 알기로 MG에서는 PD 님이 제일 신뢰가 갔었습니다.”
“…하하. MG 최고의 기획팀장이었던 강윤 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사실 저도 제 1 프로듀서라고 불리긴 했었지요. 하지만 이젠 허울뿐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군요.”
“지금부터 하는 말은 낙오자의 변명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오지완 프로듀서는 씁쓸한 표정으로 물을 단번에 비워버렸다.
“강윤 팀장님이 나간 이후, 이사들은 자기들의 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에게 주어졌던 권한들도 대폭 축소되고, 음악성이나 가수의 실력 등 퀄리티가 확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조정하려는 꼴이군요.”
“맞습니다. 부끄럽지만, 전 근 1년간 앨범을 제작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
강윤은 씁쓸했다.
오지완 프로듀서같이 실력 있는 프로듀서가 날개를 피지 못하다니.
조용히 듣고 있던 서한유가 거칠게 한마디를 날렸다.
“그 대머리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쓰니까… 그 사람들은 항상 그랬어요.”
속에 내재된 분노가 상당했는지, 서한유는 이를 갈았다.
박소영이 그녀의 등을 다독였고 김지민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화를 진정시켰다.
강윤은 차분하게 오지완 프로듀서와 마주했다.
“…이런 말씀 드리긴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MG에서 일을 하긴 쉽지 않겠지만… 처음 자리 잡고, 커온 곳이라 발을 떼기가 쉽지 않네요.”
이미 상대에게서 마음이 사라졌어도 그의 짝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도 함께했다.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다.
그때, 서한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책에서 봤는데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곳에 목숨을 건다고 했었어요.”
“한유야.”
오지완 프로듀서의 표정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다.
이미 모두가 수저를 놓았다.
강윤은 침묵했고, 서한유는 말을 이어갔다.
“PD님 같은 분이 MG에서 썩어야 할 이유가 있어요? 저, 오늘 PD님이랑 작업하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PD님도 즐겁지 않았나요?”
“그건…”
“자기를 속이지 마세요, PD님. 전 PD님과 작업을 하고 싶어요.”
오지완 프로듀서는 눈을 감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강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벼워야 할 점심시간이 한없이 무거워졌고 이후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일행이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오니 하얀달빛과 희윤이 도착해 있었다.
이현아를 제외한 3명은 반주로 쓸 사운드 녹음을 위해 부스 안에 악기를 세팅해놓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하얀달빛.”
오지완 프로듀서도 하얀달빛은 잘 알고 있었다.
OST, 공연으로 유명한 이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부스를 보며 다른 의미로 놀랐다.
“…강윤 사장님. 회사가 원래 이렇게 협력이 잘 됩니까?”
김지민 한 사람의 앨범을 위해 세션들이 동원되고, 편곡가, 작곡가, 다른 그룹 멤버까지…
MG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장면이었다.
협력이라면 기껏해야 피처링으로 목소리 삽입이 전부다.
그런데 모든 가수들이 한 가수를 위해 나설 수 있다니.
강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한 식구잖습니까.”
“…식구, 식구라.”
오지완 프로듀서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였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습관처럼 항상 하는 말들을 이들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강윤은 스네어를 조이고 있는 김진대를 보며 마이크를 들었다.
“드럼 소리부터 녹음 할 거니까 소리 맞추면 말해줘.”
– 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일 때, 오지완 프로듀서가 강윤의 옆으로 다가왔다.
‘강윤 사장님.’
‘네, PD님.’
‘…이번 작업… 제가 한 손 거들어도 되겠습니까?’
강윤의 동공이 크게 커지자 그는 계속 속삭였다.
‘돈은… 괜찮습니다. 회사에 알려져도 상관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퇴물이 될게 뻔한데… 부탁드립니다. 저, 아직 쓸만합니다.’
‘PD님.’
강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지완 프로듀서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승낙의 의미였다.
김진대는 강윤이 아닌, 처음 보는 남자가 믹서 앞에 앉자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강윤이 뒤에 있는 것을 보고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오지완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 김진대입니다. 프로듀서님?
“네. 부족한 실력이지만 잘 부탁해요.”
이윽고 악기들 세팅이 이루어지고, 오지완 프로듀서는 익숙하게 기계를 조작하며 녹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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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낙엽이 지기 시작한 가을날.
가수 은하의 프로젝트 앨범, ‘스무 살’이 출시되었다.
케이블 음악방송 ‘뮤직 카운트’에서 컴백 스테이지를 가진 김지민은 이후 각종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화려하게 컴백했고, 그녀의 음원은 수직상승하며 불과 이틀 만에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가수들도 내는 디지털 싱글이었지만, 이번 앨범은 에디오스의 막내, ‘서유’가 프로듀싱에 나서 더더욱 화제를 모았다.
에디오스 팬들은 스트리밍이 아닌 음원 다운로드에 나서며 은하의 음원 수입을 올려주기에 나섰다.
음원 수입 집계를 보며 이현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한유가 신의 한수였네요.”
서한유의 앨범 참여가 홍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판매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강윤도 전화를 끊으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네. 방금 일본에서 온 전화죠? 문희 씨는 어떻다고 하나요?”
“문희야 여전하죠.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잠도 못잘 지경이라더군요.”
강윤은 인문희의 컨디션이 걱정이라며 A-Trust에 스케줄을 줄여줄 것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현지는 서류들을 주욱 검토하다가 의문이 드는 것이 있는지 강윤에게 물었다.
“사장님. 은하 앨범에 오 PD 이름을 넣은 거 말이죠. 과연 잘한 걸까요?”
“괜찮습니다. 자기 자식을 숨겨야 할 이유는 없지요.”
“사장님.”
이현지는 아미를 구기며 강윤을 바라보았다.
“제가 오 PD를 영입하자고 이야기는 했지만, 사전에 이런 트러블을 만들면 여론에 안 좋을 수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잠깐이라도 우리와 같이 일한 사람입니다. 필요하다면 지켜줘야죠.”
“하아.”
이현지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간, 내 그럴 줄 알았어요. 준비해놓은 건 있나요?”
“물론입니다. 메일로 보내놨습니다.”
“역시.”
강윤은 말만 앞서는 이는 아니었다.
이현지가 메일을 열어보니 강윤이 이미 비상시에 언론에 내놓을 보도 자료들이 전송되어 있었다.
“…어떻게 MG 애들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움직이는 걸까요?”
포털 사이트 세이스의 엔터테인먼트 란에 나오는 기사를 보며 이현지는 코웃음을 쳤다.
– 월드 엔터테인먼트, MG 소속 프로듀서 사전 빼갔다?
– 월드, 사전협의 없는 프로듀서 빼돌리기. MG, 업계 비매너 행위 바로 잡겠다.
강윤도 기사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씨익 웃었다.
“전속 프로듀서라고 해도 업무 재량권이 있는 걸 알 텐데. 이사님. 그럼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이현지는 강윤에게 자기만 믿으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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