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34
73화 – 그녀의 수험생활(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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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73화 – 그녀의 수험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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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의 명가라고 불리는 대치동의 U스쿨.
대학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책상위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함수 f(x)는 x의 제곱을…”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소매를 걷어붙이며 수학교사는 열정적으로 강의를 이어갔다.학생들은 눈을 빛내며 공책과 머릿속에 수업내용을 담아갔다.
‘그래서 x의 값이…’
민진서도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필기를 해가며 문제 풀이에 여념이 없었다.
연기에만 바빴던 그녀에게 수학공부는 신세계였다.
그녀가 문제풀이에 진땀을 흘리고 있을 때.
‘진서야.’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고양이상의 여인이 그녀의 책상을 볼펜으로 두드렸다.
‘왜?’
‘여기 값이 이상한데…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
‘이건…’
민진서는 옆자리의 친구와 함께 문제를 풀어갔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며 수업 중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여자들의 시선은 유독 눈에 띄는 두 여자에게로 향해 있었다.
‘야야. 민진서 볼수록 장난 아니지 않냐? 완전 개쩔!!’
‘내 말이. 저런 미친 얼굴은 누가 만든 거야? 의느님?’
‘그래도 의느님 손이 조금은 갔겠지? 아무대도 안했다는 건 말이 안 돼.’
세 명 이상 모인 그룹에서는 민진서 이야기로 꽃이 피었다.
아니, 비단 여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미친놈아. 오늘 고백한다며!!’
‘제 정신이냐? 민진서 팬클럽 숫자가 얼만데!!’
‘내 알바냐.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썰어야지.’
‘꺼져. 아무튼… 진서느님은 여신이다, 여신!! 어?! 방금 봤냐?! 민진서 방금 나 봤어, 나!!’
‘지랄한다. 븅신.’
남자들은 민진서가 서로 자기를 봤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민진서와 함께 있던 여자는 가볍게 그녀의 팔을 잡으며 위로했다.
“…지겹지 않아?”
수업시간에 함께 문제를 풀던 짝이었다.
친구의 걱정에 민진서는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항상 겪던 일이야.”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 참… 이곳에서는 어차피 다 같은 학생들인데. 진서야.”
“응? 왜, 윤선아?”
여인, 지윤선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보여주었다.
“가자.”
“그게 뭐야?”
“흐흐. 비밀의 문이지.”
지인을 통해 특별히 얻어낸 옥상 열쇠였다.
지윤선은 민진서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녀를 이끌고 옥상으로 끌고 갔다.
“쟨 뭐야? 민진서 매니저라도 돼?”
“내 말이. 여우같이 생긴 게.”
화살은 이제 민진서가 아닌, 그녀 옆의 지윤선에게로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옥상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후아, 시원하다.”
민진서는 양 팔을 펴며 마음껏 기지개를 폈다.
친구의 편안한 얼굴에 기뻐하며 지윤선은 난간에 팔을 걸쳤다.
“그 작고 똥똥한 매니저님이 원장님한테 받은 열쇠야. 자기는 학원에서 있을 수 없다고 나한테 열쇠를 맡겼어. 너 잘 부탁한다고.”
민진서를 책임지는 강기준을 이르는 말이었다.
학원에서 상주할 수 없는 강기준이 친구인 그녀에게 대신 부탁한 것이다.
공부한답시고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아 민진서는 미안해졌다.
“미안하게… 나중에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네.”
두 사람이 옥상에서 잠시 쉬고 내려오니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학원 교사들도 민진서를 특별 대우하는 일은 없었다.
명문 학원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학원 앞.
민진서는 지윤선과 배웅 올 매니저를 기다렸다.
“태워다 줄게.”
“진짜?”
민진서의 호의에 지윤선은 반색하며 감사를 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가고 있는 학원 앞에 승용차 한 대가 섰다.
“진서야. 타.”
열린 창문을 통해 운전자를 본 민진서의 눈이 커다래졌다.
“선생님?!”
강기준일거라 생각했는데 강윤이 온 것이다.
지윤선도 유명한 작곡가이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그를 모를 리 없었다.
“선생님. 저…”
민진서가 지윤선과 함께 타도 괜찮은지 묻자 강윤은 손가락으로 뒷좌석을 가리켰다.
“고맙습니다.”
지윤선이 민진서와 뒷좌석에 몸을 싣자 차는 빠르게 학원을 벗어났다.
판교로 향하는 길.
지윤선은 강윤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시, 실제로 더 잘 생기셨어요.”
“고마워요.”
강윤도 민진서가 친구라고 데리고 온 지윤선이라는 존재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진서가 친구를 데리고 온 게 처음이라서 놀랐어요. 학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아아. 저도 처음엔 놀랐어요. 왜 저런 연예인이 재수 학원엘 다니지? 회사에서 잘렸나?”
“하하하하.”
강윤은 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경우가 없었죠?”
“아니, 아니에요. 재밌네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차를 타고 가면서, 지윤선과 강윤은 빠르게 친해졌다.
민진서까지 대화에 가세하면서 세 사람은 학원에서의 일을 비롯해 여러 가지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판교, 지윤선의 집 앞에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지윤선은 차에서 내리며 강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윤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조만간 밥 한번 먹자. 금방 연락할게.”
“네? 저야… 좋죠!!”
지윤선이 집으로 들어가고, 강윤과 민진서가 탄 차는 회사로 향했다.
앞좌석으로 이동한 민진서는 강윤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윤선이, 예쁘죠?”
“좋은 친구 같더라. 인상도 좋고.”
민진서가 큰 눈을 몇 번이나 껌뻑이며 다시 물었지만 강윤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일단 네 친구니까. 우리한테도 중요한 사람이잖아.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지.”
“…그렇군요.”
“이제 과외 갈 시간이지?”
“으악.”
민진서는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꽉 잡으며 괴로워했다.
그녀를 바래다주고, 강윤은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스튜디오로 내려가 문을 여니 음악소리가 한창이었다.
– 달콤하게 다가와 내 맘을 스르륵– 난 어떻게 하라고
한주연의 음표가 스튜디오를 메우는 사이에 오지완 프로듀서가 한창 믹서를 조작하고 있었다.
강윤은 조용히 그의 뒤에 다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소절을 멈추고 한주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 한번만 더 해볼게요. 약간 텁텁하지 않았나요?
“에코를 조금만 넣어볼까?”
녹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오지완 프로듀서는 능숙하게 믹서를 조절하며 하얀빛을 더더욱 강하게 만들어갔다.
그와 함께 MG에서 이직한 스튜디오 사람들 또한 손발이 척척 들어맞고 있었다.
‘역시. 믿고 맡겨도 되겠어.’
강윤은 만족했다.
부스 안에서 한주연과 정민아도 편안하게 녹음에 임하고 있었다.
정민아가 강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자 그제야 오지완 프로듀서는 인기척을 알아채고는 의자를 뒤로 돌렸다.
“사장님. 어서 오…”
“하던 일 계속 하세요. 방해하려고 온 거 아닙니다.”
강윤은 일어나려는 오지완 프로듀서를 제지하고는 작업을 계속하게 했다.
오지완 프로듀서는 잠시 망설이다 알겠다며 다시 믹서로 손을 올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두 소절 녹음이 끝나고, 정민아와 한주연이 밖으로 나왔다.
“사장님!!”
한주연은 공손히 인사했고, 정민아는 오랜만에 보는 강윤이 반가웠는지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강윤은 가볍게 그녀의 손을 쥐었다가 놓고는 바로 오지완 프로듀서에게 눈을 돌렸다.
“작업은 잘 되고 있습니까?”
“네.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지완 프로듀서는 강윤에게 녹음한 앨범들을 들려주었다.
모니터에 물결모양의 파형이 나타나고, 스피커에서 각양각색의 음표들이 흘러나왔다.
강윤은 하얀빛들의 향연을 보며 턱에 손을 올렸다.
“일단 마스터링이 끝나야 알겠군요. 아직은 듣기 어색하네요.”
“작업이 끝나고 한번 보시지요. 느낌 있는 작품이 나올 겁니다.”
오지완 프로듀서가 장담하자 강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을 가볍게 잡고는 돌아섰다.
이후, 맡긴다는 무언의 말이었다.
강윤이 밖으로 나갈 때, 정민아가 따라서 함께 나왔다.
“아저씨.”
강윤이 돌아서자 정민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모레 저녁에 시간 되세요?”
“모레? 중요한 일 있어?”
“밥 어때요, 밥? 그때 즈음이면 녹음 끝날 것 같은데…”
그 말에 강윤은 웃으며 답했다.
“주연이랑 오 PD 님이랑 같이 회포 풀면 되겠네. 알았어. 연락할게.”
말을 마치자마자 강윤은 사무실로 휙 올라가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정민아는 얼굴을 가볍게 일그러뜨렸다.
“…눈치가 없는 거야?”
입술을 삐죽거리다 정민아는 다시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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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동.
종이 울리자마자 지윤선은 강의실을 나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나와, 나와!!”
화장실 문을 쾅 소리를 내며 닫은 그녀는 변기 위에 앉고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데, 물소리가 쪼르르 들리더니 여자들의 꺄르르 소리가 들려왔다.
“야야, 지윤선 그년 봤어?”
“민진서 옆에 딱 붙어있는 년? 생긴 건 여우같이 생겨가지고. 진짜 딱갈이 같지 않냐?”
“딱갈이, 딱갈이. 그치? 민진서 옆에 있으니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그치그치?”
“그니까. 나 걔랑 동창이었다는 애들한테 들었는데, 그 학교 일진애들한테 막…”
차마 듣지도 못할 말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또 시작이구나…’
지윤선의 얼굴이 분노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자들은 화장실에 모이기만 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이야기를 해댔다.
처음에는 민진서 옆에 있는 게 꼴도 보기 싫다는 말로 끝이 났지만 이제는 고등학교 일진의 애첩이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걔, 남자 없으면 밤에 잠을 못 잔다더라?”
“진짜?! 푸하하하!!”
사람 하나가 바보 된다는 게 이런 걸까?
꺄르르 소리가 멀어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눈가에 자국을 찍은 지윤선이 화장실 문을 열었다.
“…..”
거울 앞에서 세수를 하면서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22세.
대학교 3학년의 나이에 재수를 하고 있으니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도 쉬웠으리라.
‘집안이 이제 나아져서 대학 가려고 재수를 하는 것뿐인데…’
사실대로 말해봐야 알아줄 사람도 없었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리로 돌아오니 민진서가 책을 보며 수업내용을 복습하고 있었다.
“윤선아. 왜 그래?”
“…..”
“윤선아.”
“아냐. 아무것도…”
민진서가 걱정하며 물었지만 지윤선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난 오후.
민진서는 지윤선과 함께 학원 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쟤들도 다 똑같은 애들이겠지?’
민진서가 옆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지윤선의 관심은 자신을 지나치는 여학생들에게 쏠려있었다.
“윤선아?”
“…..”
“지윤선.”
“…미안. 뭐라고 말했어?”
민진서는 그녀대로 친구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유를 물어도 딱히 답도 없고…
아프면 병원에 가자고 해도 그건 아니라니…
그렇게 두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밴 한대가 유유히 학원에 들어오고 있었다,
“저거 뭐야?!”
“밴?!”
밴이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민진서 앞에 섰다.
창문이 열리더니 상상도 못한 인물이 민진서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사 언니?”
창문이 열리니 이현지가 특유의 자신감어린 미소로 손가락질을 했다.
“타. 오늘 손님도 있지? 타요. 공간은 넉넉할 테니까.”
지윤선은 갑작스러운 밴의 등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민진서가 등을 떠밀자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능숙하게 밴을 운전하는 모습에 민진서가 크게 놀랐다.
“이사 언니, 밴도 운전하세요?”
이사라는 말에 지윤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걸 몰랐는지 이현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 바닥에 있으면서 밴 하나 못 끈다는 게 말이 되겠어? 거기 친구 분.”
“네? 네!!”
이현지의 힘 있는 목소리에 놀랐는지 지윤선은 기합이 바짝 들어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이현지는 웃었다.
“편하게 있어도 되요. 진서한테 좋은 친구가 있다고 해서 보고 싶어서 직접 온 거니까요.”
“그게…”
“진서가 사람을 잘 봐요.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오던 애라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다가오는 지 잘 알거든요. 요새 친구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순수하게 잘 해주는 친구라면서. 우리 사장님도 그걸 알고 오늘 식사 자리를 마련했을 거예요.”
“아…”
이현지의 똑부러진 설명은 단번에 지윤선을 납득시켰다.
저런 작은 여인이 이런 카리스마가 있는가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차는 예약해놓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에는 먼저 도착한 강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차 많이 막히지 않았습니까?”
“괜찮았어요. 요리조리 돌아서 왔거든요.”
강윤과 이현지, 민진서와 지윤선이 나란히 앉자 곧 준비된 식사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스테이크에 칼질을 한 후 민진서에게 넘겨 준 강윤은 지윤선에게로 눈을 돌렸다.
“진서하고 지내는 동안 어려운 일은 없었어?”
“…..”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오늘만 해도 뒷담화 대상으로 바닥까지 내려갔었다.
턱 밑까지 그 말이 올라왔지만,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오히려 미안해요. 제가 좋은 친구인지… 진서는 이미 성공한 연예인인데 저는 겨우 재수생일 뿐이잖아요.”
“잠깐.”
그러자 이현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학생. 아직 그런 말 할 나이는 아니지 않아요?”
“…..”
“이상하네. 그런 걸 따질 사람으로는 안보였는데.”
이현지는 직설적이었다.
같은 집에 살다보니 이현지도 민진서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학원 친구, 지윤선에 대해서 안 들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오늘 만나보니 뭔가 다른 게 느껴지니 의아했다.
이현지가 조금 강하게 나오는 듯하자 강윤이 분위기를 풀었다.
“학생들 대부분 진서를 연예인이라고 인식하지 않겠습니까. 윤선이도 친구지만 간혹 그런 기분을 느낄 겁니다. 당연한 거지요.”
“…하긴. 그렇군요.”
이현지는 수긍하고는 고기를 거칠게 썰어갔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이었다.
민진서의 얼굴에도 섭섭하다는 표현이 감돌 때, 지윤선이 힘겹게 운을 뗐다.
“…사실은 일이 있었어요.”
“일?”
모두가 도구를 내려놓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비롯해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 놓았다.
민진서와 친해지면서 생긴 시기와 질투.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그 이야기를 듣자 민진서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버렸고 강윤의 얼굴도 당혹감에 물들었다.
“…윤선아.”
민진서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담아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았다.
지윤선은 고개를 숙였다.
강윤은 눈을 감아버렸고 이현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모두 죄송해요. 제가 학원에 가겠다는 고집만 안 부렸어도…”
민진서도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모두 즐겁기 위해 모인 식사자리가 어두워져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윤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힘들긴 해도, 진서 너는 좋은 걸? 오늘 조금 힘들어서… 미안해. 잊어버려.”
“윤선아.”
지윤선은 강윤과 이현지에게 머리를 숙였다.
“죄송해요. 사실은 제가 진서 같은 연예인과 친구하려면 구설수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오늘 조금 힘든 일이 있어서… 제가 괜한 말을 꺼냈어요. 죄송합니다.”
뒤늦은 후회마저 밀려왔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어려 있었다.
강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현지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현지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강윤을 따라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에서 강윤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사님. 저 친구가 한 말,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일거에요. 진서가 진짜 좋은 친구가 있다고 자주 이야기했었거든요. 그 애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강 팀장도 괜찮은 친구라고 했었고. 사람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흠. 그렇다면 도와야겠네요.”
강윤의 말에 이현지도 동의했다.
“네. 하지만 학원 생활까지 우리가 끼어들 수는 없어요. 설마 연습생으로라도 들이겠다는 건가요?”
월드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은 요즘 엔터테인먼트의 핫이슈다.
되기도 힘들고, 잘 뽑지도 않고.
김지민에 이어 일본에서 히트를 친 인문희까지.
되기만 하면 가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연일 월드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는 지원자들로 만원이었다.
“그건 아닙니다만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연습생도 아니고, 스타는 더더욱 아닐 테고… 뭔가요?”
강윤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그녀의 지위를 올려버리는 겁니다.”
강윤의 말에 이현지는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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