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36
74화 – 비행기도 안 뜬다는 그 날(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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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74화 – 비행기도 안 뜬다는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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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 인터넷 봤어?”
“이번 수능 어려워진다고?
“그런 거 말고!! 이거 말이야, 이거!!”
화려한 화장을 한 여학생은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여주며 다른 학생들에게 난리였다.
여학생들은 기사에 난 인물들을 보더니 너도나도 눈이 동그래지며 큰 제스처로 답해왔다.
“말이 돼? 민진서 말고 월드 전체가 다 갔어. 아니, 왜?”
“몰라. 지윤선 걔 재벌집 딸 같은 거 아냐? 알고 보니 월드 사장하고 정략결혼이 같은… 꺅!!”
“어머머!! 대박사건!!”
말도 안 되는 오해에 한 여학생이 코웃음을 쳤다.
“야!! 그건 아니다. 월드 사장이 무슨 정략결혼이냐? 우리 사촌 언니가 방송 쪽에 있어서 아는데 월드 사장만큼 깔끔한 사람도 없다고 했어. 재벌에 결혼에… 이건 아니다.”
“왜? 그럴 수도 있지.”
“안 그렇거든?”
여학생들 사이에 별별 말들이 다 나돌았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윤선과 민진서의 친밀한 관계가 모두에게 입증된 것이다.
수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지윤선이 강의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야야. 왔다, 왔어.”
이전과는 다르게 여학생들은 지윤선을 보며 수군대기만 할 뿐, 나쁜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그들 중에는 부럽다는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모자를 눌러 쓴 민진서도 강의실에 들어섰다.
“안녕.”
“헬로.”
지윤선과 민진서는 평소와 같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우와…’
‘윤선이 허리 봐. 완전 개미허리…’
‘두 사람 캐미 간지. 하앍…’
이러쿵저러쿵 말들은 많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지윤선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민진서 옆에 있는 지윤선을 동경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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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수고 많았습니다.”
강윤은 결혼식과 관련해 홍보 일을 담당한 한창문 대리와 강하인 대리를 불러 칭찬했다.
“아닙니다, 사장님.”
강하인 대리가 멋쩍은 미소를 짓자 강윤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기자들이란 재미있는 사람들이죠. 써달라고 하는 이야기보다 뒷이야기를 들추려고 드는… 우리 입장에서는 다루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루기도 쉽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공입니다.”
“아닙니다, 사장님. 믿어주신 것에 대한 답했을 뿐입니다.”
“이번에 두 사람 능력을 제대로 봤습니다.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데…”
강윤은 두 사람에게 앞으로 홍보에 전력을 다해 줄 것을 부탁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일이 전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이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가자 이현지가 강윤의 자리로 와 책상위에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커피 잔을 놓았다.
“이야기 좀 할까요?”
강윤은 잔을 받아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지요.”
두 사람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이현지는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씨 참 좋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올해는 평온하게 흘러가네요. 무난한 성장을 한 것 같아요.”
강윤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군요. 그래도 그동안 쌓아 놨던 것들이 팡팡 터졌습니다. 이제 월드 엔터테인먼트가 큰 기획사로서 인정도 받았고 문희도 일본에서 크게 성공을 했습니다. 직원들도 늘어났고…”
“거기에 하나가 남았죠.”
강윤은 그녀의 이야기를 대번에 알아들었다.
“이츠파인 말이군요.”
파인스톡 음원서비스.
오랜 시간 준비해왔고, 개발도 거의 마무리 되었지만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 사장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도무지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음원시장을 꽉 잡고 있는 기존 회사들의 압박이 거센 모양이에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윤은 한숨을 쉬었다.
음원 수입의 절반 정도를 가져가는 기존 음원서비스 구조를 바꿔보겠다며 나섰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기존 진출자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막힌 채 있을 수도 없었다.
“하 사장을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네. 그리고 에디오스 애들은 준비 잘 돼가고 있지요?”
이야기가 바뀌었다.
이현지는 엷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 PD 솜씨도 알아주잖아요.”
“다행이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앨범을 내야 하는데…”
이야기를 마치고 강윤은 바로 파인스톡 본사로 향했다.
파인스톡 본사, 로비까지 나온 하세연 사장은 오랜만에 보는 강윤을 반겨 주었다.
“오랜만이네요, 이 사장님.”
“네. 잘 지내셨습니까?”
“안타깝게도 아니네요. 이 사장님처럼 잘 나가야 하는데…”
하세연 사장은 쓴 웃음을 지으며 강윤과 함께 사장실로 향했다.
강윤은 파인스톡 음원서비스 이츠파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허가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라는 거군요.”
“네. 처음 반려된 이유는 기술의 부족을 들더군요. 그런데 우리가 음원을 제공하는 기술이 부족할 이유가 없잖아요? 당연히 조목조목 반박을 해서 다시 허가서를 올렸죠. 그러니까 이번에는 회사 규모를 문제 삼고 나오더군요.”
“음원사업을 하는데 회사 규모도 중요합니까?”
강윤이 눈살을 찌푸리자 하세연 사장도 입술을 깨물었다.
“기존 진출자 대비… 몇 %였지? 아무튼 소비자에게 안정된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규모를 갖추고 있어야하며, 자금의 안정적인 공급처가 있어야 한다더군요. 그런데 이게 웃기는 이야기인 게 지금 우리 규모가 예전이 아니거든요.”
“한국에서 파인스톡을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잖습니까. 해외도 나가고 있고. 거기에 이걸로 사업도 하는 중이고… 아.”
강윤은 짧게 탄성을 내며 말을 이었다.
“…결국 그냥 이 업계는 넘보지 말라는 거군요.”
“네. 그런 것 같아요. 행정소송이라도 해야 하는지… 피곤하네요.”
강윤도 입맛이 썻다.
이츠파인은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자금을 투자한 프로젝트다.
손해야 둘째 치고 이대로 가면 아예 피어보지도 못하고 접어야 할 판이었다.
‘아예 허가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그러자면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데…’
하지만 기존 진출자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츠파인이 언론플레이를 한다면 그들도 할 것이 분명했다.
사전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염증을 느낄 수도 있다.
강윤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눈을 뜨고 강윤은 하세연 사장에게 물었다.
“지금 파인스톡 해외 진출상황이 어떻습니까?”
“자랑 같지만 아시아는 이미 꽉 잡고 있지요. 자동번역 시스템하고 캐릭터사업이 성공했거든요. 중국은 워낙 규제가 심해서 어렵지만 동남아시아나 일본은 계속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 서비스는 해외에서 시작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하세연 사장이 조금 놀랐는지 눈이 커졌다.
“어차피 나중에는 제공될 서비스긴 하지만… 처음부터요?
“네. 아예 해외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점유율을 높이다가…”
강윤은 눈을 빛냈다.
“일정이상 목표치에 도달했을 때, 여론을 조성해 국내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겁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하세연 사장은 강윤의 이야기에 호승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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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
수험생들의 결전의 그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진서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학원으로 향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원 선생님이 커다란 박스를 들고 오더니 학생들 모두에게 내용물을 꺼내주었다.
“떡이다.”
“으으… 완전 떨려.”
학생들은 찹쌀떡을 받아들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이미 한 번, 혹은 두 번 이상 겪은 수험생들도 있었지만 그 날의 압박은 언제나 강력했다.
모두에게 떡을 나누어주고 학원 선생님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결전의 그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그 동안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면서 선생님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했다.”
“감사합니다!!”
“쓰레기 잘 치우고.”
선생님이 나가고, 학생들은 찹쌀떡을 먹으며 떨리는 심정을 나누었다.
“미친!! 진짜 그 날이 오는 거야?”
“제발 그 날 안 왔으면…”
“난 세 번짼데도 가슴이 떨려.”
민진서와 지윤선도 다른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서야. 떨리지?”
“엄청. 윤선이 너도 떨리지?”
“당연하지. 아무리 많이 봐도 수능은… 으.”
지윤선은 생각도 하기 싫었는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수능이 일주일 남아서인지 수업은 총정리 위주였다.
학생들은 한 글자라도 더 담아가려고 눈에 불을 켰고, 학원 선생님들도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수업이 끝나고, 민진서는 강기준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잠시 쉬고 다시 과외.
민진서의 하루는 공부로 점철되었다.
“상인 출신으로 원나라에서 쿠빌라이 칸의 총애를 받으며 관직에 오른 사람이 누구죠?”
“마르코 폴로.”
“좋아요. 그 사람이 만든 책으로 동방의 풍속과 세태를 세세하게 정리해서 서양에 소개한 최초의 책이 뭐지요?”
“동방견문록.”
사회탐구, 세계사 과외 시간.
민진서는 뿔테 안경을 쓴 깐깐한 인상의 과외 선생님과 함께 중요한 부분을 다시 체크하고 있었다.
막힘없이 줄줄이 나오는 세계사 지식에 과외 선생님은 감탄했다.
“잘했어요. 이만하면 1등급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아니에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세계사는 진서 씨가 처음부터 잘했어요. 중국에서 연기를 한 덕인가요.”
밤 11시가 되도록 그녀의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과외 선생님이 집에서 나가자 이현지가 귀가했다.
“이사 언니.”
“우리 진서. 공부 잘 하고 있었어?”
“네.”
이현지는 가볍게 민진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종이가방을 건넸다
“이건…?”
종이가방의 내용물을 꺼내보니 백화점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R브랜드의 최고급 초콜릿이었다.
“떡이나 엿은 회사에 쌓이고 쌓여서… 이게 제일 무난할 것 같아서.”
“언니. 고마워요.”
민진서는 이현지를 끌어안았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소리가 울렸다.
“선생님?”
강윤에게서 사진 3장이 전송되었다.
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회사에 그녀에게 전해달라며 엿, 사탕 등등 여러 가지 선물들을 보내온 것이다.
민진서는 자신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게 다 뭐에요.”
“네가 먹어야 할 것들?”
“…이 다 썩을 것 같은데.”
민진서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이현지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음날.
민진서가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니 사진에서 봤던 물건들이 집에 그대로 배달되어 있었다.
“하하하…”
민진서는 거실 한편에 가득 쌓여있는 선물 꾸러미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
“SNS라도 할 걸 그랬나…”
민진서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계정이라도 있으면 감사인사라도 할 텐데…
아직 활동을 하지 않아 파인스톡 페이지조차 없었다.
그때, 핸드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다.
– 홈페이지에 올릴 거니까 사진 하나만 찍어서 보내줘
강윤에게서 온 문자였다.
민진서는 바로 브이 자를 한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적어 강윤에게 보냈다.
1시간 뒤, 월드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있는 자신의 페이지에 들어가니 사진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이 올라가 있었다.
– 진서 수능 대박!!
– 여신님~ 수능 대박!!
– 저도 이번에 수능 봐요. ㅜㅜ 우리 같이 대박 내요!!
팬들에게서 응원을 받으니 기분이 더더욱 업 되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과외 시간 전, 강윤이 민진서에게 떡을 전해주겠다며 잠시 집에 방문했다.
“감사합니다.”
강윤에게서 떡을 받아들고 민진서는 살짝 볼을 붉혔다.
“이 정도로 뭘. 기준 팀장님은 어디 갔어?”
“잠깐 앞에 나가셨어요. 볼 일 있으세요?”
“아니. 그런 건 아냐. 공부하느라 힘들지?”
“…네.”
민진서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는 않았지만 강윤에겐 솔직해졌다.
“어디서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다 거짓말이네요. 공부는 정말 어려워요.”
“하하하. 원래 배운다는 게 어려운거야.”
강윤은 민진서와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에 한 방송사 PD와 약속이 잡혀있기에 빨리 가봐야 했다.
“…좀 더 있다 가시지.”
민진서가 아쉬움을 드러내자 강윤은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며 답했다.
“내가 뛰어야 우리 애들이 편하게 노래하지.”
“…그건 그래도… 아쉽네요. 같이 있기도 쉽지 않은데.”
“지금 바빠야 나중에 편안해지는 거야.”
아쉬워하는 민진서를 뒤로 하고 강윤은 현관으로 향했다.
그때, 민진서가 강윤의 손을 붙잡았다.
“선생님. 잠깐만요.”
신발을 신은 채, 강윤이 돌아섰다.
“왜 그러니?”
“저 선생님한테 받고 싶은 게 있어요.”
“받고 싶은 거? 어떤 거?”
강윤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자 민진서는 입술을 꾹 다물더니 성큼 다가왔다.
“선생님 입술.”
그리고 그녀는 입술을 강윤에게 빠르게 포개갔다.
때 아닌 기습에 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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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ay.
수학능력시험일.
수많은 수험생들이 기다려왔으며, 오지 않기를 바랐던 날이 다가왔다.
평소와 같이 일찍 일어난 민진서는 머리를 질끈 동여매며 서둘러 짐을 챙기고 있었다.
“다 챙겼니?”
“네.”
바로 회사로 출근할 생각이었는지, 이현지는 출근복장을 갖추고 민진서를 태워 수능시험장으로 향했다.
남들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길은 막히지 않았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민진서의 팬클럽에서 나온 사람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여긴 또 어떻게 안건지.
민진서는 10명 남짓 되는 팬클럽 사람들을 보며 감동했다.
팬클럽 사람들은 민진서를 둘러싸고 응원가를 부르며 수능대박을 기원했다.
“감사합니다.”
민진서는 팬들 모두와 손을 잡고 포옹까지 했다.
팬들은 아침에 나온 보람을 느끼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럼 다녀올게요.”
“대박치고 오세요!!”
팬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민진서는 수능 시험장 안으로 향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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