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37
74화 – 비행기도 안 뜬다는 그 날(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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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시험장에 입실하는 민진서, 팬들 응원 받으며 시험장으로…
2014년 수능을 치룬 연예인, 누가 있나?
배우 민진서(22)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며 수능시험을 치른다.
다른 수험생들보다 이른 시간에 수험장에 나타난 민진서는 더 일찍 나온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월드 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긴 후, 작품 활동보다 수험에 더 관심을 쏟아 배우를 그만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더 나은 연기를 위한 일환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특례로 대학을 갈 수도 있지만 모두 거절하며 ‘실력으로 대학에 가겠다’라고 말해 개념연예인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다른 학생들과 함께…
(중략)
.
.
강윤은 민진서 관련 기사를 끄고는 기지개를 폈다.
“오늘 기자들 엄청 몰려오겠네.”
아침이야 예민한 다른 수험생들 눈치도 보이니 많이 몰려오지는 못했겠지만, 시험이 끝나고는 달랐다.
강윤에게 보고서를 내기 위해 온 강기준 팀장도 강윤의 말에 동의했다.
“오늘 진서 빼오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이 갈까요?”
그러자 강기준 팀장이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매니저들 한 두 명이면 됩니다. 기자들 블로킹하고, 이끌면 되니까요.”
“아닙니다. 험한 여정이 될 텐데. 같이 가지요.”
“사장님. 체면이 있는데…”
강기준 팀장이 극구 만류했지만 강윤은 괜찮다며 손을 들었다.
“이래 뵈도 현역시절, 블로킹하면 알아줬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명색이 사장님이 그런 험한 곳에 직접 간다는 게 조금 그렇습니다.”
“괜찮습니다. 우리 애들 마중 가는 건데요.”
공부하느라 그동안 고생한 민진서를 가장 먼저 보고 싶은 마음.
사실 그게 제일 컸다.
못해도 4시 반에는 도착해야 하니 강기준 팀장은 4시에 오겠다고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강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튜디오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현지에게 잠시 사무실을 맡기고, 강윤은 스튜디오로 내려갔다.
‘지금쯤이면 거의 끝났겠군.’
스튜디오로 향하니 부스 안의 정민아와 믹서 앞의 오지완 프로듀서가 심각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민아야. 또 틀렸다.”
– 죄송해요.
“‘옷을 갈아입–’ 이 부분에서 음이 자꾸 어그러져. 같은 실수가 계속 이어지면 곤란해. 알았지?”
오지완 프로듀서는 정민아를 달래 다시 녹음을 이어갔다.
MR이 흐르고, 정민아의 음표와 함께 빛이 흘러나왔다.
‘윽!!’
강윤은 정민아에게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정민아도 그런 강윤의 모습에 놀랐는지 노래를 중단해버리고 말았다.
“민아야. 갑자기 왜… 아, 팀장님.”
그제야 오지완 프로듀서도 뒤에 서있는 강윤을 인식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윤은 가볍게 손을 들며 물었다.
“잘 안되나 보군요.”
“…네. 다른 애들은 다 끝나고 민아만 남았는데… 조금 어렵습니다.”
“어렵다?”
오지완 프로듀서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민아가 다른 애들의 목소리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효과를 넣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고…”
“민아의 노래가 문제라… 하긴, 원래 민아가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죠.”
“…처음에 팀장님이 민아를 뽑으실 때, 춤을 워낙 잘 춰서 선발하신 거잖습니까. 이번 노래에 민아의 목소리가 꼭 필요합니다. 민아 목소리가 좋잖습니까. 그런데…”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온다?”
“…네. 죄송합니다.”
그러자 강윤은 괜찮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할 게 아니죠. 새로운 시도는 참 어렵네요. 민아의 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싫어요.”
그때, 난데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정민아가 있었다.
“연습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민아야.”
“…까짓 꺼, 해낼게요. 이까짓 꺼 해내면 되잖아요.”
정민아는 분했는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외투를 가지고 옥상으로 올라가버렸다.
오지완 프로듀서는 그녀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민아가 자존심이 상했나보네요. 쟤 자존심 하나는 갑이긴 했지요.”
강윤은 피식 웃었다.
“하여간 성질하고는… 저걸 누가 데려갈지. 제가 가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닙니다. 잠시 쉬고 계세요.”
정민아가 갈 곳이야 뻔했다.
강윤은 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 문을 여니 정민아가 차가운 바람에 머리채를 거칠게 휘날리며 서있었다.
강윤은 조용히 다가가 그녀 옆에 섰다.
정민아는 강윤을 힐끔 쳐다보다가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제가 노래를 그렇게 못해요?”
“…..”
“다른 애들… 발목 잡을… 정도로?”
강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푸념 섞인 어조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도 알아요. 다른 애들은 노래를 잘해요. 릴리도 목소리 하나는… 그래서 더 노력했어요. 춤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고. 그런데… 하아.”
정민아는 손으로 눈을 덮었다.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던 걸까?
강윤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비약이야.”
“…네?”
“네가 발목을 잡는다는 건.”
정민아는 손을 내리고 강윤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노래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
“…..”
돌직구가 날아오자 정민아는 어깨를 추욱 내려버렸다.
도무지 위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인지.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그는 소속사 사장인걸.
하지만 그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바꿔봐야 하지 않겠어?”
“바꿔요?”
“지난번에 너 솔로곡 할 때도 보컬 때문에 기계로 많이 때웠잖아.”
“…그건 그렇죠.”
댄스곡이기는 했지만, 사실 아쉽기도 했다.
“이젠 기계에서 졸업해보자고. 다른 애들처럼.”
“…저도 노력 안한 게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정민아의 노력을 강윤이 모를 리 없었다.
연습생 시절, 유명 보컬 트레이너들을 수없이 붙였지만 정민아의 발전은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녀가 댄스에 사활을 걸지 않았으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으리라.
“네가 주연이처럼 노래를 잘하게 되긴 힘들겠지.”
“…돌직구 진짜.”
정민아가 투덜댔지만 강윤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데 안 될 수는 없겠지. 지금부터 다른 연습 다 접고 네 파트만 연습해. 이게 될 때까지 에디오스 컴백은 미룬다.”
“네에?!
강윤이 엄청난 초강수를 들고 나오자 정민아의 눈이 경악에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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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요계는 오디션 프로그램, 가수들의 노래대결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으로 호황을 맡고 있었다.
그에 따른 여파로 과거의 곡들이 재조명받으며 편곡가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었다.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가 ‘Ones – 노래하라’ 였다.
슬슬 가요 예능에 지루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실정이었으나 전문 MC들의 역량과 출연진들의 힘으로 잘 극복해가고 있었다.
그 녹화현장에 박소영이 있었다.
“편곡가들은 예명을 굉장히 많이 쓰는데, 소영 씨는 그냥 본명을 쓰시는군요.”
MC 성차윤의 질문에 박소영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답했다.
“…부모님께 받은 이름을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껴서…”
“하하하하!!”
난데없는 말에 관객석과 출연진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왜 웃긴지 모르는 박소영으로선 의문에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MC 성차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가수 세디 씨와 작업을 함께 하셨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
그 질문에 이준열이 눈을 치켜뜨고는 박소영을 바라보았다.
‘잘 대답해라이~’
그 이글거리는 눈빛이 카메라에 담기고, 출연진들은 덩달아 킥킥거렸다.
박소영은 의기소침해져 작게 답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는데요…”
“없었는데?”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게… 기계는 정직한데 내 목소리 파형이 왜 이 모양이냐며 우기시고…”
“풋.”
조근조근 할 말 다하는 게 이런 거였다.
졸지에 이준열은 바보가 되어버렸다.
그가 뭐라 반박을 하기도 전에 여자 출연진 한 명이 궁금한 것이 있었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뮤즈가 도와주거나 하진 않았나요?”
“아, 그게… 네. 오빠가 그리 한가한 사람은 아니라…”
“푸웁!!”
사람들이 빵빵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이준열은 뒷목을 잡고 싶었다.
‘얘 이상해? 강윤 형은 이런 애들하고 어떻게 작업하는 거야?! 아 쓰부럴…’
카메라에 이준열의 표정변화가 시시각각 담기고 있었다.
그 와중에 MC가 다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뮤즈가 출연할 의사는 없다고 하나요?”
“아, 오빠하고… 희윤이요? 글쎄…요. 물어볼게요.”
새로운 스타일의 토크가 나타났다며, 방송이 나간 후 그녀의 토크는 인터넷을 찬란하게 장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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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와 강기준 팀장은 민진서가 수능을 치른 수험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직 교통채증은 없어 빠르게 수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
“…기자들 숫자가 엄청나네요.”
강기준 팀장은 수험장 앞을 가득 메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학부모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이들까지 있었다.
강윤도 그리 탐탁지 않았다.
“모처럼 007작전 거하게 해야겠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금방 시간은 5시가 되어 교문이 열리며 제 2 외국어까지 치른 학생들이 썰물처럼 시험장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강윤와 강기준도 사람들을 해치며 교문 쪽으로 진입했다.
‘진서는 어디랍니까?’
‘아직 수험장이랍니다. 몇몇 수험생들이 사인을 부탁했다는군요.’
강윤의 물음에 강기준 팀장이 문자를 보여주며 답했다.
다행히 많은 인원은 아니라며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면 나오겠다고 이야기했다.
학교 안은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어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건 연예인이든 누구든 소용이 없었다.
법은 법. 지켜야 했다.
‘팀장님. 진서 나오라고 하세요.’
‘네? 지금 말입니까?’
기자와 사람들이 섞여있는 혼란한 장소로?
강기준 팀장이 고개를 갸웃하자 강윤은 단호하게 답했다.
‘차라리 지금이 낫습니다. 혼란할 때 빠져나가는 게 오히려 낫겠습니다. 나중에 기자들만 남으면 빠져나가기 더 힘들어집니다.’
‘알겠습니다.’
강기준 팀장은 민진서에게 답을 했다.
곧 얼마 있지 않아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모자를 눌러쓴 민진서가 교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 민진서다!!”
“어디어디!!”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와 함께 수많은 카메라들이 이동되며 일제히 터져나가려 할 때…
“…선생님?”
강윤이 귀신같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야긴 나중에. 가자.”
“…네.”
민진서는 강윤의 두터운 외투에 얼굴을 숨기로는 빠르게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했다.
강기준 팀장도 그녀의 옆에 서서 사람과 카메라 숲을 빠르게 헤쳐 나갔다.
“진서 양!! 수능은 잘 보셨습니까?”
“오늘 난이도가 무척 어려웠다는데, 심경이 어떤가요?”
“교육부에 한마디 해주세요.”
강윤은 빠르게 사람들을 해치고는 민진서를 차에 태웠다.
기자들이 끝까지 달라붙었지만 시동을 켜고 강윤은 빠르게 그 곳을 벗어났다.
“…이런 일은 진짜 오랜만이네.”
사람 숲을 벗어나고, 강윤은 그제야 안심했는지 한숨을 쉬었다.
민진서도 그제야 마음을 놓았는지 몸을 늘어뜨렸다.
“휴우. 살았다. 선생님 덕분에 살았어요. 팀장님, 감사합니다.”
당연히 할 일이었는데도, 민진서는 공손했다.
강기준 팀장은 그런 민진서의 모습이 좋았다.
그때였다.
차 안에서 꼬르륵 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
“아…”
앞좌석은 아니었고, 뒷좌석이었다.
다름 아닌, 민진서였다.
그녀는 어색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창가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영락없는 여자였다.
“강 팀장. 우리 배고픈데 식사나 하고 들어갈까요?”
“네. 저도 마침 출출했었습니다. 진서야. 수능 끝났는데 먹고 싶은 거 있어?”
민진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두 남자의 모습에 엷게 웃고는 메뉴를 이야기했다.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요. 고기. 무조건 고기.”
세 사람이 탄 차는 강남의 한 유명한 고깃집으로 향했다.
강기준은 아무 시선도 의식할 필요 없는 특실에 예약을 했다.
덕분에 사방이 막힌 룸에서 마음 놓고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한참 고기를 굽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이거 제가 너무 제때에 온 건가요?”
“어서 오세요, 이사님.”
“언니.”
고기가 구워질 무렵, 이현지까지 오니 4인 테이블이 더더욱 풍성해졌다.
테이블은 민진서의 수능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번 수능 난이도가 어려워 민진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이현지가 말했다.
“너만 어려운 게 아니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럴까요? 하지만…”
“아니야. 그렇죠, 사장님?”
그러자 강윤은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난 수능을 본 적이 없어서… 전 대학을 가본 적이 없잖습니까?”
“아, 그렇지요.”
그 말에 민진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요? 전혀 그렇게 안보였는데…”
“그래? 공부는 열심히 했거든. 매니저 할 때부터. 하면 되더라고.”
“…우와.”
민진서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녀에게 강윤은 빛나는 이상향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흘러 모두의 배가 찼을 무렵.
민진서와 이현지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강기준 팀장은 강윤과 가볍게 술잔을 나누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팀장님. 이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때? 어떤 때 말입니까?”
강기준 팀장은 단번에 술잔을 털어 넣었다.
“진서도 작품을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강윤도 진지한 얼굴로 술잔을 내려놓았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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