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41
75화 – ((IM))POSSIBLE?(4) >
“…생각 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당락을 좌우할 질문이라는 걸 알았는지, 남자는 신중했다.
강윤이 허락하자 남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생각에 잠긴 남자를 보고 에일리 정은 강윤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저기… 사장님.’
‘왜 그러니?’
‘저… 제가 너무 어려운 걸 물어본 건가요?’
그녀가 소심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자 강윤은 괜찮다며 그녀를 다독였다.
‘잘했어. 너희하고 민아의 갭을 생각해서 한 질문이잖아.’
‘그, 그건 맞지만…’
‘너희는 나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볼 수 있어. 편안하게 네 생각을 이야기 해주면 돼. 떨지 말고. 알았지?’
강윤의 격려를 듣고서야 에일리 정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드러났다.
한편, 생각을 마친 남자가 입술을 야무지게 다물고는 답변을 시작했다.
“전 가장 잘하는 멤버의 수준에 맞춰 안무를 구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요?”
조금 전과는 달리 에일리 정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사라졌다.
그녀의 눈에 힘까지 들어가자 옆에서 보고 있던 이현지는 작게 풋소리까지 냈다.
그걸 알아채지 못한 남자는 에일리 정과 눈을 맞추며 답변을 이어갔다.
“지금은 걸그룹 전성시대입니다. 전성시대를 연 에디오스와 다이아틴을 비롯해 그 뒤를 추격하는 윙클에 수많은 걸그룹까지… 2년 사이 100개가 넘는 걸그룹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습니다. 전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그룹들을 분석해봤습니다.”
남자는 심호흡을 했다.
여기부터가 중요했다.
“살아남은 걸그룹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있었습니다. 개성. 전 이걸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 화려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합니다. 4년 전 만해도 군무에서 에디오스를 따라올 그룹이 없었습니다만, 이제는 다릅니다. 사람들은 그 동안 수많은 걸그룹들을 접하면서 눈이 높아졌고, 걸그룹의 실력도 수직상승했습니다. 에디오스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전 가장 뛰어난 멤버, 민아 씨의 실력에 맞춰 안무를 구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의 답변이 끝났다.
강윤이 마지막으로 할 말을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에디오스와 함께 최고의 안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로 면접을 마무리했다.
남자가 나가고, 에일리 정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민아 수준으로 안무를 맞춘다면 그 비보잉하던 오빠도 있어요.”
에일리 정은 마음에 안 드는 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현지는 그녀와 생각이 다른 듯 했다.
“춤의 장르가 비보잉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모두가 민아 정도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이사 언니. 민아는 타고 났어요. 우리 중에서는 한유가 그나마 나은데… 그것도 민아가 맞춰주고 있어요.”
현장과 책상의 차이는 컸다.
이현지는 수긍하며 다시 이력서로 눈을 돌렸다.
무대에 서는 이는 에디오스였다. 그들만큼 안무에 대해 잘아는 이들이 있을 리 없었다.
이어 남은 여자가 면접을 볼 차례가 되었다.
그녀의 스펙은 앞서 면접을 본 남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말하는 것, 행동까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녀를 대하며 앞의 남자도 괜찮다고 생각한 강윤과 이현지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해결사가 되어 에일리 정이었다.
“안무가님은 안무 수준을 잘하는 멤버에 놓으시나요, 아니면 못하는 멤버에 놓으시나요?”
조금 전, 남자에게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이었다.
여자도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는 걸 알았는지 잠시 생각해보겠다며 시간을 요청했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전 팀의 평균을 고려해 안무를 짜겠습니다.”
“이유는요?”
그녀는 단호하게 답했다.
“단체 군무는 호흡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화려한 군무라도 호흡이 흐트러지면 선이 틀어지고 엉망이 되기 마련입니다. 에디오스를 분석해보니 화려함에서는 민아 씨가 가장 낫지만 선에서는 한유 씨가 가장 보기 좋았어요. 제가 안무를 짠다면 전 한유 씨를 생각하며 안무를 구상할 것 같네요. 모두가 평균을 맞추고, 그걸 끌어올린다. 그게 제가 생각한 방식입니다.”
에일리 정은 그녀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잘 부탁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면접을 마무리 지었다.
“후아~”
면접이 끝나자마자 에일리 정은 긴장이 풀어졌는지 책상위에 양 팔을 뻗으며 늘어져버렸다.
강윤은 고생했다며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수고했어.”
“너무 어려워요. 둘 다 맞는 말을 해서…”
비슷한 스펙의 남녀가 다른 가치관으로 다가왔다.
위를 추구하겠다는 안무가, 평균을 추구하며 전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안무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호의 문제였다.
이현지는 평가를 기록한 이력서를 덮으며 강윤에게 물었다.
“어렵네요. 그래도 난 그 혁찬이라는 안무가가 더 끌리네요. 에디오스라면 더 위를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상성과 딱 맞는 선택이었다.
강윤은 ‘차윤미’라고 쓰여진 이력서를 들며 말했다.
“전 이쪽이 더 끌리네요.”
“…그래요?”
이현지가 묘한 눈빛을 쏘아 보냈지만, 강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에일리 정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릴리.”
“…네에.”
“결정했니?”
그러나 에일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사실, 두 사람이 누구로 할지 이야기할 때 압박감이 들어 귀를 막고 싶었다.
그런데 듣기 싫다고 안 들리나?
게다가 두 사람이 이야기한 결과는 1:1.
최종 선택권마저 자신에게 넘어오다니!!
“버, 벌써 결정해야 해요?”
“미뤄봐야 좋을 게 없잖아.”
에일리 정이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지만 강윤은 도피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이걸 내가 어떻게 결정하라고…’
누가 나을까? 아니, 그 이전에 내가 이런 걸 결정해도 될까?
모두에게 폐가 되는 게 아닐까?
자신의 두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올 때, 강윤이 말했다.
“네가 생각하기에 둘 중 누가 더 에디오스에 필요한 것 같아?”
“…네?”
“그걸 생각 해 봐.”
에일리 정은 멍하니 강윤을 바라봤다.
자신의 사장은 알다가도 모를 때가 있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를 데려온 것 하며 이상한 말을 해대는 것 하며…
하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그녀의 가슴을 훅 하고 침습해왔다.
‘우리는 더 발전해야 해. 특히… 나. 언제까지 민아가 맞춰주게 할 수 만은 없어.’
누가 더 필요한 사람인지.
결정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말했다.
“남자 안무가님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이유는?”
“남자 안무가님이 더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더 우리를 발전시켜 줄 것 같아서요.”
강윤은 ‘합격’이라고 쓰여진 도장을 ‘이혁찬’이라고 쓰여진 이력서에 찍었다.
.
.
.
에일리 정이 돌아가고 옥상에서.
이현지와 강윤은 나란히 섰다.
“아까 일부러 그런 거죠?”
“어떤 것 말입니까?”
이현지는 커피를 홀짝이며 씨익 웃었다.
“여자 안무가가 낫다고 말한 거 말이에요.”
“글쎄요.”
강윤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향을 아는 이현지는 다 안다는 듯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에일리에게 직접 결정하게 하려고 말이죠. 에디오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을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책임감도 더 크게 가질 테고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데서 오는 소속감도 가질 테고.”
강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현지는 옷깃을 여미며 강윤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하여간. 은근히 머리 쓴다니까.”
석양이 지는 옥상에서, 강윤과 이현지는 커피타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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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오지완 프로듀서는 부스에서 나오는 정민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민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녹음이 끝난 것이다.
그러나 오지완 프로듀서 뒤에서 껌을 질겅이던 안시진은 불퉁한 표정으로 퉁명스레 내뱉었다.
“아직 멀긴 했지만… 조금 들어줄만 하네.”
정민아의 성격을 아는 오지완 프로듀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헐!! 이 사람이 미쳤나?’
MG에서도 정민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트레이너들 말이야 잘 들었지만 그들도 기가 쎈 정민아를 어려워했다. 주아와 민진서에게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정민아도 만만치 않았다.
…사실 강윤이 MG의 미스터리였다.
“네네네네네. 언니한테야 그렇겠죠.”
“말 참 곱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겠죠?”
“하? 스승이 말을 거칠게 하면 제자는 곱게 받아야지?”
“속담 공부를 다시 하시는 게 어때요?”
오지완 프로듀서가 안 되겠다 싶어서 말리려고 할 때, 다행히 스튜디오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섰다.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온 강윤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강윤이 들어서니 정민아는 안시진에게서 눈을 돌려버렸고, 안시진은 강윤의 옆에 착 붙었다.
“오 PD님.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제 EQ 조절하고 나머지 작업들 하면 될 것 같네요.”
“들어볼까요?”
강윤은 바로 녹음한 내용을 재생했다.
스피서에서 다양한 음표들이 흘러나오며 새하얀 빛을 만들어냈다.
‘흐트러진 음표는 없군.’
음표의 크기와 모양이 균일했다.
이전과 달리 볼륨에도 문제가 없었다.
음악을 멈추고, 강윤은 안시진에게 물었다.
“민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습니까?”
그러자 안시진은 정민아에게로 눈을 돌렸다.
강윤의 뒤에 있던 정민아는 기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안시진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요. 사실…”
“트레이너님이 듣기에는 많이 부족할거라 생각합니다.”
“아…”
그런데 강윤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오니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뒤에 있던 정민아도 순간 멍해졌다.
그러나 강윤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정말 많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 트레이너 님 덕분입니다.”
“아, 아니요. 꼭 그런 것만은…”
“그래서 말인데…”
강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민아 만이 아니라 저희 가수 모두를 봐주는 트레이너가 되어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대가는 서운하지 않게 지불하겠습니다.”
“네에에에에?! 아저씨!! 절대, 절대 안돼요!!”
날벼락 같은 말은 앞이 아닌 뒤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강윤은 외침에 아랑곳 않고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안시진은 강윤 뒤의 정민아를 바라보며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저야, 월드라면 좋지요. 그런데 조건이 있어요.”
“조건?”
“정민아가 일주일에 2번은 꼭 레슨을 받는 조건이에요. 제주도나 섬, 해외 스케줄이 있는 날은 빼줄게요. 다른 날은 무조건.”
이게 무슨 황당한 조건인지.강윤이 의아해하자 그녀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이야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지만, 저거저거 저대로는 안 되거든요. 돈? 그런 거야 아무래도 괜찮아요. 돈 때문에 음악 하는 것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며칠 내로 계약서를 작성해서 드리겠습니다.”
강윤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레슨을 알아서 해주겠다는데 최고의 조건이었다.
‘흐흐흐.’
‘…..’
안시진의 사악한 미소 앞에서 정민아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어댔다.
강윤은 스튜디오를 나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사무실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추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이현지와 함께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던 추만지 사장은 강윤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맞잡았다.
“하하하. 오랜만입니다, 이 사장.”
추만지 사장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중국에서 다이아틴이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었고, 윤슬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다른 가수들도 한국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며 이익을 거두고 있었다.
이현지가 할 일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추만지 사장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번에 예랑 이야기 들었습니까?”
“강시명 사장 말입니까? 아니요. 특별한 일 있습니까?”
추만지 사장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이번에 에디오스가 컴백하지요?”
“네. 그렇지요. 벌써 소문이 퍼졌습니까?”
“뮤비 의뢰를 한참 전에 하셨으니 소문이 날 법도 하지요. 해외 촬영도 있다고 들었는데…”
“네. 이번엔 제대로 힘을 줄 생각이었는데 생각 외로 늦어졌습니다. 빨리 진행해야죠.”
마음먹으면 못 알아낼 사실도 아니었다.
강윤은 추만지 사장이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 궁금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원래 12월에 예랑이 컴백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디오스 컴백 소문을 듣자마자 윙클 컴백을 뒤로 미뤘다고 하더군요. 기약도 없다니… 큭큭. 솥뚜껑보고 놀란 두꺼비 같지 않습니까? 생각 할수록 배 아프게 웃기더군요.”
“윙클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군요. 처음에는 에디오스를 따라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으니… 지금이야 인지도도 쌓고 어찌어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깨소금 맛입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 쏟게 하고, 잘 나가면 말이 안 되죠.”
강윤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소속사에서 앨범을 미룬다는 것이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수익을 얻는 시점까지 뒤로 미뤄진다는 말이니까.
커피를 마신 추만지 사장은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중국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그는 빠른 걸음으로 월드 엔터테인먼트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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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스의 앨범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갔다.
새롭게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온 안무가 이혁찬은 타이틀곡 ‘새콤달콤’을 받자마자 안무를 빠르게 구상하기 시작했다.
안무 구상을 위해 정민아도 함께했다.
구상을 시작한지 4일.
이혁찬 안무가는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을 위해 에디오스 멤버 모두를 소환했다.
곧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정민아와 이혁찬 안무가는 모두 앞에서 안무를 시작했다.
3분 남짓한 안무가 끝나고…
“어때? 괜찮지?”
“…..”
그런데 모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정민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크리스티 안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걸 하라고?”
“왜? 어려워?”
“야!! 우리가 너처럼 심장이 두갠 줄 아냐?! 온 무대를 헤집고 뛰어다니라고?!”
크리스티 안의 외침에 동조하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 무대를 뛰다시피 하는 활기!!
치어리더를 넘어서는 듯한 에너지 넘치는 안무에 모두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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