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42
75화 – ((IM))POSSIBLE?(完) >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어렵지도 않고 화려하고 예쁘고…”
정민아가 떨떠름하게 답했지만, 크리스티 안은 얼굴을 찌푸리며 부정했다.
“화려하고, 멋있지. 맞아. 그런데 우리가 어디 가서 이 곡 한 번만 하고 끝날까? 아니잖아. 예를 들어 후렴부, Go, Go 여기 봐봐. 턴만 연달아 3번이야. 그게 끝이 아냐. 이어서 앉았다 일어났다, 팔도 뻗어야 하고…”
이어서 한주연도 한마디를 보탰다.
“선생님. 민아 체력이면 이 곡 끝나고 다음 곡도 가능하겠지만, 저희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리에 알 배겨서 못 일어날 것 같아요.”
이혁찬 안무가도 난감했다.
에디오스 멤버들이 주관이 확실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의견을 제시할 줄은…
그도 사실 자신의 주관대로 밀어붙이고 싶었지만 초반이라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미치겠네. 하필이면 사장님 있는 곳에서…’
이혁찬 안무가는 뒤에 앉아 연습을 지켜보던 강윤을 보며 가슴을 졸였다.
해매는 모습을 보이면 더더욱 안 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그런데 가수라는 것들이 사장을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하는 건지 자신들의 말만 옳다고 수다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이삼순마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반대를 표할 때였다.
“…저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거기에 반대라는 말은 모를 것 같던 서한유마저 고개를 젓고 나서니 정민아는 눈을 감아버렸다.
‘쟨 물어볼 것도 없는데…’
남은 건 에일리 정 한명 뿐이었다.
정민아는 기대하지 않고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릴리. 이거 하기 힘들…까?”
정민아가 조심스럽게 묻자 모두의 시선이 에일리 정에게 집중되었다.
에일리 정은 그녀대로 난감했다.
‘하으, 어떡하지?’
에디오스 멤버들의 편을 들자니 이혁찬 안무가가 마음에 걸렸고, 그의 편을 들기에는 안무가 힘들 것 같았다.
째깍째깍째깍…
침묵이 흐르며, 그녀의 등에 땀이 어렸다.
“나, 난…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릴리!! 야!!”
에일리 정은 말릴 틈도 없이 연습실을 잽싸게 열고 나가버렸다.
연습실 분위기가 묘하게 얽힐 찰나, 강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머리 좀 식히고 할까요?”
강윤의 한마디가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모두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아 안무를 수정하네 마네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옥상에 있겠군.’
강윤은 에디오스 멤버들을 뒤로하고 에일리 정을 찾아 연습실을 나섰다.
과연 그녀는 루나스 건물 옥상에 있었다.
“여기서 뭐해?”
“아, 그게…”
에일리 정은 강윤을 보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네 생각은 어떤데?”
“무슨…”
“안무에 대한 생각.”
강윤이 직접적으로 묻자 그녀는 우물쭈물하지 않고 똑바로 답했다.
“…어렵겠지만, 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가서 그렇게 말해.”
“…그게…”
에일리 정은 답답하게 우물쭈물했지만 강윤은 매몰차게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뭘까?”
“중요한 거요? 컴백…이죠.”
“그 중요한 컴백에 이 안무를 그대로 하는 게 좋을까, 나쁠까?”
“당연히 그대로 하는 게 좋죠. 새콤달콤이라는 분위기에도 맞고, 힘도 있고. 다만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죠.”
“정리하면 안무 수정이 필요할까?”
“아니요. 어렵긴 해도 우리 애들이면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생은 하겠지만… 아.”
문답이 끝나니 에일리 정은 명확한 기준이 섰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에일리 정은 강윤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서둘러 연습실로 내려갔다.
강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어버렸다.
“하여간.”
자신이 있으면 방해가 될까, 강윤은 일부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무료한 시간.
강윤은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흩뿌렸다.
모처럼 태우는 담배가 주는 쾌감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뮤비 촬영 마치고 5일 후, 컴백 스테이지다. 일정이 팍팍해’
방송사 음악방송을 비롯해 뮤비, 그 밖의 스케줄 등은 이미 나온 지 오래였다.
남은 건 에디오스의 준비뿐이었다.
담배를 거의 다 태웠을 무렵,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소리에 돌아보니 민진서가 있었다.
학원에 다녀왔는지 그녀의 등에는 학생들이 맬 법한 가방이 매여 있었다.
강윤은 서둘러 담배를 비벼 끄고 연기를 흩어버렸다.
“진서 왔구나.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저야 실기 연습하러 왔죠. 그런데 옥상에 선생님이 계신다고 해서…”
민진서는 루나스에서 연극영화과 실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유연기와 즉흥연기. 그리고 자신의 특기에 대한 연습을 위해 매일 루나스에 나오고 있었다.
이미 연기력과 인기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그녀였지만 시험을 위한 연기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정말 레슨 안 받아도 되겠어?”
“괜찮아요. 저 수능 본다고 회사 돈 많이 썼잖아요.”
회사를 생각하는 말에 강윤은 피식 웃었다.
“연예인에게 회사가 투자하는 건 당연하지.”
“선생님 회사잖아요. 앞으론 우리…”
“뭐?”
“…아무튼!!”
그녀는 움찔하더니 전방으로 눈을 돌렸다.
“피,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설마 거기서 절 떨어뜨리기야 하겠어요?”
민진서 답지 않은 발언에 강윤은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최고의 위치에 있어도 민진서는 항상 겸손한 태도를 보여 왔었건만.
그만큼 그가 마음이 편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강윤은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며 말했다.
“하긴. 우리 진서가 못할 리가 없지. 그렇지?”
“맞아요.”
그녀는 강윤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연습실로 향했다.
입술은 담배냄새가 난다며 회피하니 강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민진서가 연습실로 내려간 후, 강윤은 다시 에디오스가 있는 안무 연습실로 향했다.
‘호오?’
이혁찬 안무가의 박자소리에 맞춰 에디오스 멤버들은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일렬로 선 맴버들 맨 앞, 서한유는 한 걸음 나와 오른발을 차며 빠르게 웨이브를 타며 점프를 뛰었다. 그 이후, 양 옆으로 다른 멤버들이 갈라지며 양 팔을 날갯짓하듯 아래에서 위로 흔들며 앉았다가 일어났다.
그때.
이혁찬 안무가가 박수를 치며 연습을 중단시켰다.
“에일리. 하나 빼먹었잖아. 오른발.”
“죄송해요.”
“다시 해볼까? 하나부터 해 보자. 천천히.”
동작이 많아서인지 연습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가 숨을 헐떡였다.
체력이 좋은 정민아는 가볍게 땀을 흘리는 정도였지만 다른 멤버들은 그렇지 않았다.
‘에일리, 너…’
‘미안. 그래도…’
‘에이, 몰라. 일단 하고 보자.’
한주연이나 크리스티 안, 이삼순까지.
저 문제 많은 에일리 정까지 하겠다고 나서는데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아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후우. 이 정도면 될 것 같군.’
잡음이 잦아든 듯하자 강윤은 에디오스 멤버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연습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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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한옥.
주변에는 정장을 입은 이들이 무전기를 들고 주변을 감시했고, 주차장에는 고급 외제 차들이 즐비했다.
한옥 안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고운 자태로 남자들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지사장님. 한잔 받으세요.”
속이 살짝 보이는 시스루 한복을 입은 여인이 하얀 주전자를 들고 리처드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리처드는 여인을 넓은 어깨로 감싸 안고는 마주앉은 남자와 시선을 맞췄다.
“드라마 판에 진출합니까?”
리처드는 맞은편에 앉은 강시명 사장의 말에 흥미 있는 표정을 지었다.
“네. 이번에 예랑 C&C라는 법인을 따로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흠.”
리처드는 강시명 사장이 건넨 서류를 찬찬히 읽었다.
사업의 개요부터 규모, 소속 연예인, 앞으로의 계획 등 그는 자세히 읽어갔다.
서류를 다 읽은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자금이 필요한 거군요.”
강시명 사장이 마련한 자리였다.
그가 리처드를 만나고자 한 목적은 투자를 받고자 함이었다.
이 정도 규모와 구상이라면 확신이 있었다.
리처드는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일단 흥미롭군요. 예랑이 드라마를 한다니. 일단 검토해보고 말씀드리죠. 이번 건을 단기간에 결정하는 건 아닌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얘들아. 가만히 있지 말고. 한잔 따라드려야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두 사람의 술자리는 그렇게 농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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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연말 시상식 여기저기의 초청을 받았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김재훈은 곧 앨범을 준비하고 싶다며 그 전에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며 해외여행을 떠났고 김지민은 인문희를 만나고 싶다며 일본으로 떠났다.
하얀 달빛은 제주도 호텔의 초청을 받아 3박 4일간 여행 겸 공연을 떠났다.
2013년,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연말은 바빴다.
그리고.
2014년 1월이 밝았다.
해외 촬영까지 있어 안무를 익힐 시간이 많지 않았던 에디오스는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연습에 매진했다.
처음에는 체력이 모자라다며 모두가 아우성이었지만 체력이 약한 에일리 정이 보약까지 먹어가며 투혼을 보이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디오스의 컴백 방송이 있는 첫 날이 밝았다.
“잘 다녀오고.”
강윤은 회사 앞에서 벤에 오르는 모두를 배웅해주었다.
“…같이 가줘도 되는데.”
차 안 제일 깊은 곳에 탄 정민아가 모두가 들리도록 투덜거리자 강윤은 웃음을 흘렸다.
“미안. 하지만 오늘은 정말 힘들어. 대신 대현 매니저가 가잖아.”
“…대현 오빠 별로.”
이젠 베테랑 매니저로 거듭한 김대현 매니저가 황당한 시선으로 정민아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삼순이 그녀 대신 김대현 매니저에게 사과했다.
“민아가 기분 안 좋으면 조금 그렇잖아요. 오빠가 이해해주세요.”
괜히 벼락 맞은 김대현 매니저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앞좌석에 올랐다.
강윤은 마지막까지 모두에게 잘 하고 오라는 말을 남기며 손수 문을 닫아 주었다.
차가 떠나고, 함께 에디오스를 배웅한 이현지가 강윤에게 말했다.
“오늘도 같이 갈 줄 알았는데, 안가네요?”
강윤은 사무실로 돌아서며 답했다.
“이젠 제가 없어도 잘 할 애들이니까요. 여기서 할 일도 많잖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세이스가 제안한 일도 있고. 그 건은 결정하셨나요?”
강윤은 이현지와 함께 사무실로 올라갔다.
직원들이 에디오스 때문에 한창 일에 몰입하고 있는 사이로, 강윤과 이현지도 중요 안건을 논의했다.
“세이스와의 쇼케이스 건. 전 정중히 거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에디오스의 쇼케이스를 세이스가 실황으로 중계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이현지가 이유를 묻자 강윤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돈으로 때우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공연비 84% 지원은 분명 끌리는 조건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한 것에 대한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말은 없고, 조건만 가지고 밀더군요.”
“잘하셨어요.”
현명한 판단을 했다며 그녀는 강윤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어 그녀는 이준열의 듀엣 제안을 비롯해 앞으로의 중요한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에디오스가 방송에 나올 시간이 되었다.
“모이세요!!”
정혜진의 외침에 모든 직원들이 TV앞에 모였다.
그녀가 SBB 방송을 틀자 ‘음악나라’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 너를 찾아 저 하늘을 —
남자 발라드 가수가 한창 노래하고 있었다.
그리고 밑에 자막으로 다음 순서로 에디오스 컴백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가수의 노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사무실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아무도 없… 이야~ 저기 있었네?”
여인은 TV가 있는 소파 앞으로 눈을 돌리더니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주아?”
“하이!! 정말 오랜만이지?”
작은 여인, 주아는 진한 반가움을 표하며 자연스럽게 직원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MG 엔터테인먼트 출신인 직원들이나 정혜진이나 유정민에겐 이미 주아는 익숙하다 못해서 당연한 사람이었다.
“미안한데, 이야긴 나중에 하자.”
“맞다. 오늘 에디오스 컴백이지?”
강윤의 말에 주아는 막 TV에서 흘러나오는 에디오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1년 만에 돌아온 분들이에요!! 아니, 2년만인가요?!
– 이분들 기다리셨던 팬 분들 정말 많았는데… 나빠요!!
– …하나도 안 귀여웠어요.
– 죄송합니다. 아무튼!! 빨리 만나볼까요!! 쇼 타임~~~!!
– 에디오스!!
남녀 사회자의 착착 감기는 소개를 앞세우며 오색조명에 화려하게 불이 켜지며 인트로를 알리는 오보에 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서한유를 앞세워 6열종대로 선 에디오스가 등장하자 공개홀에 팬들의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에디오스!!”
“꺄아아아악!!”
“서유다!!!”
“미나야!! 사랑해, 리스!!”
모두가 날개치듯, 화려하게 팔을 돌리며 시선을 빼앗자 서한유는 자연스럽게 한걸음 앞으로 나와 오른발을 뻗으며 웨이브를 탔다.
“와아아아—-!!”
커다랗게 클로즈업되는 서한유의 모습과 함께 들려오는 팬들의 외침은 브라운관을 통해 강윤을 비롯한 모두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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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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