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50
77화 – 이츠파인 런칭(完) >
“이강윤 그 사람 때문에 잘 돌아가던 시장질서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시위 몇 번 했다고 허가를 내준 뮤직파워 측도 마음에 들지 않고…”
리처드는 본격적으로 내심을 드러내는 유상철 상무에게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저도 상무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리 뮤직파워라는 단체가 민관합동 기관이라지만 여론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습니다. 같은 테두리 내에서도 생각이 그렇게 다르니…”
“휴우…”
유상철 상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무실 안이었지만, 리처드는 유상철 상무에게 불까지 붙여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양해를 구한 후, 담배 한 대를 다 태운 유상철 상무는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런칭은 됐다지만, 이츠파인을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공감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직설적인 말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리처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차분하게 귀를 열며 유상철 상무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이번 플래시몹 시위에 뮤직파워 측이 두 손을 들었던 이유는 결국 숫자의 힘에 굴복했기 때문입니다. 숫자는 결국 관심이니까요. 뮤직파워 내에서도 내심 배분비율이 내려갔으면 하는 이들도 있었고 이번을 기회삼아 이츠파인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을 겁니다.”
“…요지가 무엇이지요?”
“지금은 이츠파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걸 다른 곳으로 돌릴 정보를 원합니다. 그것만 주신다면…”
유상철 상무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모든 자금을 동원해서 이츠파인 따위, ‘베드’로 보내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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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라는 낮은 수수료에도 타 음원서비스사보다 좋은 음질, 파인스톡 연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컨텐츠를 이용한 서비스 제공까지.
런칭 이후, 호기심에 이츠파인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호평일색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 파인은 개뿔~ 조올라 불편하다
– 원음서비스는 뭐임? -_- 음질 차이가 안 나는데??
– 저기요~~ 파인스톡 켜면 음악이 나오는데요…. 끄고 싶어도 안 꺼지는데요?
처음으로 시도하는 서비스도 여럿 있다 보니 문제도 많았다.
이런 것들을 문제 삼아 태클을 거는 사람도 있었지만, 서비스를 담당하는 파인스톡 측은 훌륭하게 관리를 해나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론에 있었다.
런칭된 이후에도 기존 업체들 간의 수수료를 둘러싼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익을 10% 이상 줄여야 하기에, 기존 업체들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다.
어느 쪽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
칼날 같은 대치상황이었다.
기사들을 모니터링 하던 이현지는 인터넷을 끄며 강윤의 자리 옆에 섰다.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든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강윤이 컴퓨터에서 손을 놓고 의문을 표하자 이현지는 한숨지으며 말을 이었다.
“음원배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갈등을 촉발할 줄은 상상도 못했군요. 런칭을 하면 한발자국 물러날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들한테 앞뒤 없이 욕만 먹고. 괜히 총대를 멘 것 같은 기분도 드네요.”
그녀의 한숨 섞인 이야기에 강윤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 동안 쌓인 게 많았잖습니까. 이 정도 대가면 싸게 먹힌 겁니다.”
“싸다라…”
이현지는 강윤 앞에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런칭까지 2년이었어요. 그것도 이름 없는 가수들이 플래시몹 시위를 3주나 했어야 했고, 우리 홍보팀은 기자들에게 매일같이 고개를 숙여야 했었고…”
“이사님.”
“…아, 몰라요. 몰라.”
이현지는 드물게 짜증을 냈다.
강윤은 거의 처음 보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그녀를 달랬다.
“제가 너무 다른 사람들 생각만 했었나 봅니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후우. 저도 조금 지쳤나보네요. 머리 좀 식히고 올게요.”
강윤에게 사과한 후, 이현지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츠파인의 신규회원수를 체크한 후, 강윤도 지하 스튜디오로 향했다.
‘이번 런칭이 어렵긴 어려웠구나.’
계단을 내려가며 강윤은 생각에 잠겼다.
이번 이츠파인 런칭은 확실히 무리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여전히 제자리를 걸었으리라.
‘앞으로 닥치는 문제들은 차근차근 해결하자.’
생각을 정리하며 스튜디오에 들어섰는데, 박소영과 함께 의외의 인물이 안에 있었다.
“진서야.”
“선생님, 안녕하세요.”
민진서는 박소영과 함께 음악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주변에 메모지를 잔뜩 널어놓고 있었다.
박소영은 강윤에게 인사를 하고는 민진서에게 눈을 돌렸다.
“진서야. 여기 단어를 바꿔줄 수 있어?”
“어떻게요.”
“너에게 향하는 내 마음 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하면 박자 맞추기가 힘들어져. 박자를…”
강윤은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부담도 없는지, 박소영과 민진서는 작사 작업에 몰입에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진서와 작사라… 어울리네.’
그녀의 감성이라면 좋은 가사가 나올지 몰랐다.
그러다 문득, 박소영을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소영이는 여러 사람들을 끌어들여 좋은 작품을 만드네. 희윤이는 혼자서 좋은 곡을 만들고. 확실히 개성이 다르네.’
이제는 어엿한 작곡가, 편곡가의 포스를 뿜어내는 박소영을 보며 강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강윤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방해가 될까 조용히 밖에 나가 전화를 받으니 이현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사장님. 인터넷 봤어요?
“인터넷? 무슨 일입니까?
– 소영이가… 아니. 일단 올라오세요. 보고 이야기 하는 게 빠를 것 같네요.
강윤은 서둘러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로 가니 모든 직원들이 모여 심각한 얼굴로 컴퓨터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정혜진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표절 기사가 떴어요. 소영이…”
“표절?”
강윤은 서둘러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월드 엔터테인먼트 전속 작곡가 박소영, 표절 논란에 휩싸여..]– 작곡가 박소영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은하가 부른 에디오스의 노래 ‘함께하자’를 편곡해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박소영 씨는 최근 DLE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셀렉토’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가수 니아의 출연곡 ‘너 플러스 나’의 편곡에 외국곡 일부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략)
.
.
“뭐 이런…”
기사를 보면서도 강윤은 기가 막혔다.
그런데 세이스 실시간 검색어에 ‘박소영 표절’이라는 단어가 잠식해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5위, 4위를 앞질러 2위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일어난 사태에 이현지도 이를 갈았다.
“소영이 불러올까요?”
정혜진이 묻자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한창 작업하는데, 방해됩니다.”
“그래도 알건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표절이라면…”
“우리가 해결하죠. 소영이가 표절 따위 하지 않았다는 건 내가 더 잘 압니다. 후우. 미안하지만 다들 오늘은 늦게 퇴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강윤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직원들 모두가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현지가 대표로 말했다.
“우리, 배 부터 채워주세요. 배고파.”
“물론이죠. 뭐 드시고 싶나요?”
“초밥이요. 다랑어로 부탁해요.”
이현지의 주문에 직원들은 만세를 불렀고, 강윤의 카드는 홀쭉해졌다.
배가 든든해진 직원들과 함께, 강윤은 바로 대응을 시작했다.
강윤은 우선 표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작업에 나섰고, 다른 직원들은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기사와 블로그 등을 찾았다.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있었기에 찾아나서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강윤은 우선 가수 니아의 곡 ‘너 플러스 나’의 표절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
‘멜로디가 비슷해. 분위기도 그렇고. 표절이라고 할 만 한데… 애매하기도 하고.’
표절은 멜로디부터 차이가 난다.
기사나 블로그 등에는 이 곡의 편곡이 ‘Dark’의 브릿지 부분(곡 중 분위기를 변화시켜주는 부분)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원작자에게 연락하는 게 제일이지.’
이 곡의 원작자는 유럽에 있었다.
유럽, 영국의 엘런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곡가의 노래였다.
인맥을 동원해 2시간에 걸쳐 연락처를 알아낸 후, 강윤은 그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 …한국? 케이팝? 압니다, 알아요. 강윤. 반갑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연락을 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다른 일이 아니라…]
강윤은 자신의 가수가 표절논란에 휩싸이게 되어 연락을 하게 되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엘런이라는 작곡가는 사정을 알고 바로 도움을 주었다.
– …그 소영이라는 작곡가가 혹시 로시스라는 프로그램을 쓰지 않던가요?
[네. 작곡가님도 로시스를 쓰지 않으십니까?]
– 네. 아마 표절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가 멜로디도 있지만 소리 선택을 비슷하게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하도 다양한 음악들이 나와서 멜로디도 비슷한 것들이 많지요. 거기에 로시스에서 비슷한 소리들을 차용했으니… 제 노래에 쓰인 소리가 SAMANAKE 11이고, 소영이 쓴 소리가 SAMANAKE 07일 겁니다. 미묘한 차이만 있겠죠.
강윤은 편곡 프로그램 로시스를 열고 ‘SAMANAKE’를 찾았다.
과연 엘런의 말대로 울림과 몽글거리는 차이만이 있을 뿐, 분위기에 큰 차이는 없었다.
거기에 멜로디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 확실히 표절 시비를 가릴 수 있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그런데 이런 배려에는 이유가 있었다.
– 이번 제미스 어워드.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아…]
– 캐리 씨가 안부 전해달라더군요. 나중에 한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넓고도 좁았다.
강윤은 나중에 꼭 만나서 감사를 표하겠다고 이야기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강윤은 바로 홍보팀의 한창문 대리와 강하인 대리를 불렀다.
“한 대리와 강 대리는 기자들한테 이 자료들 보내주세요. 지금 빨리.”
“알겠습니다.”
“혜진 씨는 홈페이지와 파인스톡 페이지에 반박자료들 올려주고, 정민 씨도 함께 도와주세요.”
“네!!”
표절 시비가 올라온 지 3시간째.
포털 사이트 세이스를 비롯해 월드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와 파인스톡 페이지 등에 일제히 표절 논란에 대한 반박 자료들이 개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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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1:06
세이스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박소영 표절
2. 박소영
3. 로시스
4. SAMANAKE 11
5. 표절증명
.
.
표절 논란이 터져 나온 이후 5시간이 지났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추가되면서 몇 가지 기사들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 박소영, 표절 아냐… 비슷한 분위기 연출만 한 것 뿐
– 작곡가 박소영, 비슷한 분위기일 뿐. 일일이 반박.
– 박소영 기획사 월드, 직접 원곡자에게 연락… 원곡자 엘런이 직접 증명.
월드 엔터테인먼트 전속 작곡가의 표절사건이라며 키보드를 새하얗게 태우던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시무룩해져버렸다.
오히려 반사 이익을 얻은 것은 부각된 것은 ‘로시스’라는 편곡 프로그램이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로시스의 제작사, ‘로빅’에 접속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졸지에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거기에 역시 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은 표절 논란에도 깨끗하다며 이미지 개선효과까지 있었다.
이번 사건이 사람들의 신뢰를 올려준 셈이었다.
반면 시무룩해진 이들도 있었다.
“…유 상무!!”
아침이 밝자마자 사장실에 불려간 유상철 상무는 불같이 화를 내는 헤븐의 사장, 임치성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믿고 맡기라 하지 않았나? 지금 이게 뭔가?”
“…죄송합니다.”
“유 상무 말만 믿고 준비 다 해놓고 있었는데!! 지금 이 상태에서 사람들 관심을 돌릴 수 있겠어?!”
임치성 사장의 분노는 대단했다.
표절 논란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박소영에게 쏠렸을 때 이츠파인을 자금으로 압박, 경영권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그런 계획을 실행했다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사람들마저 돌아설 지도 몰랐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유상철 상무는 집기들이 날아다니는 사장실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사장실 앞에서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먹고 살기 참 힘들구나.”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사장의 비서진들이 처량하게 바라 보았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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