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52
78화 – Shake it, shake it!!(2) >
“이강윤입니다. 아, 업계에서 중요한 분의 얼굴도 기억을 못하다니… 민망하군요.”
강윤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한영숙 사장의 손을 맞잡았다.
대기업 베네스를 뒤에 두고, 사업을 확장해가는 GNB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을 못 알아보다니…
민망할 만 했다.
그러나 한영숙 사장은 괜찮다며 미소로 답했다.
“서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얼굴만 본 정도니 기억하기 힘든 게 당연하죠. 대화를 나눌 기회도 거의 없었고… 아무튼 반갑네요, 이 사장님.”
“저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윤은 그녀에게 불을 붙여준 후, 다시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는 담배만한 것도 없는 듯 했다.
하늘에 연기를 흩어지는 가운데, 한영숙 사장이 웃으며 최근 대두되는 화제를 꺼냈다.
“최근 MG가 돌아가는 모습이 심상치 않더군요. MG의 주주들이 조금씩 주식을 내놓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걸 또 누가 사서 모으고 있고… 최근엔 인재 유출 문제까지. 연습생들부터 가수까지 분위기가 말이 아니라는 군요.”
강윤은 연기를 하늘로 뿜어내며 쓴 표정을 지었다.
“후우. 씁쓸합니다. 그래도 한때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는데…”
“그러게요.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은 MG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달도 차면 기우나보네요.”
한영숙 사장도 연기를 뿜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스타타워 문제부터 인재유출, 최근에는 가수와 연습생들의 동요에 경영진들의 의견대립까지.
MG 엔터테인먼트는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었다.
강윤은 담배를 비벼 끄며 말했다.
“MG도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하며 결정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임대보다는 건축이 유리하지요.”
“그 말이 맞지만… 유로스 쇼핑몰 리모델링을 고려안했어요. 그게 커요. 매우.”
한영숙 사장은 단호했다.
그녀는 스타타워는 어리석은 건축이었다며 MG는 앞으로 더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리모델링 건은 이상한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강윤은 전체적으로 그녀의 의견에 공감했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MG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던 한영숙 사장은 화제를 다른 곳으로 전환했다.
“조만간 에디오스 콘서트가 열린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단독 콘서트라니.”
한영숙 사장의 말에 강윤은 적잖이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답했다.
“소문이 빠르군요. 어제 회의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했는데… 8월 즈음에 열 생각입니다.”
“제가 소문에 많이 민감하죠. 이 사장님이 인기인이기도 하고. 후후.”
한영숙 사장의 말에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분명 공연 외주 업체에게 일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말이 세어 나갔을 게 분명했다.
보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빨리 소문이 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사장님.”
“사실인걸요. 아무튼 이번 에디오스 콘서트, 기대할게요. 게스트로 우리 애들도 써주시면 감사하고…”
“하하하.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후, 강윤은 옥상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후, 강윤은 조금 전의 대화를 돌이켜보았다.
‘한영숙 사장이라… 대기업 베네스의 후광을 얻어 설립된 기업이라며 저평가되고 있었는데… 역시. 우습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어.’
엘리베이터가 멈춘 후, 강윤은 다시 드라마 협의를 위해 회의실로 향했다.
——————————-
3월 중순이 되면서 봄바람이 조금씩 살랑이기 시작했다.
날씨가 풀리면서 SBB 음악나라 녹화가 있는 등촌동 공개홀에 팬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
그 여파일까.
공개홀에 울려대는 팬들의 외침은 여느 때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아쉬운 방송을 남겨두고 있어서 그런가요. 벌써부터 팬들의 외침이 이곳까지 들려오고 있네요. 민아 씨. 한 마디 해주세요.”
음악나라의 여자 MC, 현채원은 아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팬들의 외침이 조금씩 잦아들자 대표로 MC가 있는 무대로 올라온 정민아가 마이크를 들었다.
“팬 분들 덕분에 활동하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즐거웠어요. 다음에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와아아아—!!”
정민아의 간단한 이야기에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남녀 가리지 않고 팬이 많았다. 가녀린 외모였지만, 격렬한 춤을 완벽히 소화하며, 항상 노력하는 자세까지 갖추고 있는 등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리라.
정민아가 마이크를 넘기려고 할 때, MC 문우혁이 물었다.
“하실 말씀이 있지 않으십니까?”
“아!!”
정민아는 뭔가 잊은 게 있다는 듯, 멋쩍은 미소를 지은 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가 곧 콘서트를 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환호성이 공개홀을 덮쳤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순간 MC와 정민아의 멘트가 묻혀버릴 정도였다.
정민아는 팬들의 소리가 잦아들자 말을 이어갔다.
“처음으로 여는 전국 투어 콘서트입니다. 열심히 준비 할 테니까 많이들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짧은 홍보가 끝나고 정민아는 활기차게 무대로 뛰어갔다.
얼마 있지 않아 무대에 불이 들어오고, 에디오스 멤버들이 대열을 갖춰 무대에 섰다.
곧 음악이 재생되자 팬들이 환호성이 그녀들을 덮쳐왔다.
고별무대라고 에디오스는 2곡을 준비해왔다.
활동했던 곡과 앨범에 수록된 곡.
원래는 후속곡으로 활동을 할 예정이었지만 후속곡 활동은 다음 일정의 변화로 취소되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고별무대는 빠르게 마무리되고, 에디오스 멤버들이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무대 뒤편에서, 에디오스 멤버들은 원으로 모였다.
“수고했어!!”
에디오스 멤버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활동의 끝을 자축했다.
짧은 활동이었지만, 1년만의 활동은 그녀들에게 남긴 것이 많았다.
모두가 기쁨에 젖어있을 때, 한주연이 말했다.
“이제 다음 거 준비해야지.”
그 말에 크리스티 안이 동의했다.
“그러게. 근데 전국투어 하는 거야? 진짜?!”
아직도 반신반의한지, 그녀의 눈은 멍했다.
다른 멤버들도 전국투어 콘서트가 믿어지지 않는지 얼떨떨한 눈초리였다.
그러나 정민아는 박수를 치며 멤버들의 시선을 모으고는 말했다.
“자자자. 아저씨가 한다면 하는 거지. 그 양반 말대로 오늘하고 내일은 놀고. 모래부터 죽도록 준비하는 거다? 알았지?!”
“예압!!”
대기실로 향하는 에디오스 멤버들의 눈은 평온하면서도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월드 엔터테인먼트였지만 3월 말이 되니 몇 배는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디오스의 전국투어 콘서트 준비.
거기에 민진서의 컴백까지 맞물리니 그녀들을 서포터 하는 사무실 직원들이 죽어나고 있었다.
물론, 가장 죽어나는 건 다름 아닌 이현지였다.
“…끝이 안 나는군요.”
정혜진이 올린 결제안에 사인을 해주며 이현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하직원에게 거의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상 이 정도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사님. 저희… 너무 힘들어요.”
“…힘내요.”
이현지도 다르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씩씩한 정혜진도 앓는 소리를 내게 만드는 원인은 다름 아닌 과중한 업무였다.
드라마와 콘서트.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가지 업무를 한 번에 하려니 직원들이 죽어날 수밖에 없었다.
‘비효율적이야.’
사무실이 삐거덕대며 돌아가니 강윤도 한숨이 나왔다.
‘인원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지금 팀을 나누는 게 낫겠어.’
강윤은 조금씩 전문적으로 인원을 배치하며 팀을 나눌 생각이었지만 생각을 바꿨다.
그는 먼저 이현지를 옥상으로 불러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사장님 말이 맞아요. 콘서트, 드라마. 사실 한 팀이 두 개의 업무를 다 하는 건 효율이 없어요. 아니, 이 참에 팀을 세분화 하는 게 어떨까요? 총무, 인사까지 포함해서요.”
이현지는 강윤의 의견에 살을 보탰고, 강윤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벌어졌다.
먼저 강기준은 자신과 함께 일할 직원들을 선발했다.
가수담당팀과 배우담당팀의 완전한 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거기에 강윤은 가수담당팀에서 또 콘서트나 녹음 등을 담당할 공연전문팀을 분화시켰다.
오지완 프로듀서나 희윤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그렇게 며칠을 인사이동과 업무 분화에 소모한 후.
처음엔 역효과가 나던 업무효율에 탄력이 붙더니 곧 몇 대의 효율을 내기 시작했다.
배우담당팀이 늘어나면서 강기준의 일이 줄었고, 가수담당팀의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전문화가 이루어지며 분업화가 된 것이 주 요인이었다.
업무 효율이 늘어나가 여유가 생긴 이현지는 그 동안 여유가 없어서 진행하지 못한 신입사원 선발에 다시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 후.
루나스에서 업무에 전념하고 있어야 할 강기준이 강윤의 사무실로 달려왔다.
“사장님.”
강윤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달려온 강기준에게 숨을 고르게 한 후 자리를 권했다.
그러나 그는 다급한 얼굴로 강윤의 손을 붙잡았다.
“지금 AHF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번에 촬영에 들어갈 드라마가 엎어지게 생겼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민진서의 출연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와 배우 등의 섭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게 불과 3일 전이었다.
그런데 작품이 엎어지게 생겼다니…
강기준은 침을 꿀꺽 삼치며 말을 이어갔다.
“김세영 작가와 투자자들 간의 알력다툼이 있었답니다. PPL을 넣을 수 있을지의 여부, 그리고 러브라인의 추가. 이것들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작가와 투자자들이 타협을 하지 못했군요. 작품을 엎겠다는 말까지 나온 걸 보니…”
“…네. 그 김세영 작가 고집이 보통이 아니랍니다. 투자자들은 시나리오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는지 러브라인은 꼭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김세영 작가도 마구잡이식 PPL이나 러브라인은 수용하기 힘들다며 맡서고 있습니다.”
강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투자자라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 메시지’에 러브라인이 들어간다?
그렇게 제작된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강윤은 의문이었다.
“…일단 며칠 기다리보지요.”
“팀장님. 저희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잖습니까.”
“…..”
강윤의 말에 강기준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배우가 있는 소속사가 나서서 작가와 투자자가 다투지 말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는 노릇.
거기에 아직 제작된다는 기사도 나가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엎어진다면 다른 시나리오를 찾으면 될 뿐이었다.
“저는 일단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아.”
강윤은 뭔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나가려던 강기준을 붙잡았다.
“강 팀장. 혹시 모르니까 우리가 직접 투자를 하는 방향도 생각해보지요.”
“직접… 말입니까?”
강기준이 반문하자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기자 민진서에 좋은 시나리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팀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흠. 진서와 좋은 시나리오… 하긴. 저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아, 저희 뮤지션이 음악으로 참여하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노래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도 참여하는 것이죠.”
“괜찮군요.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후, 강기준은 루나스로 돌아가 일에 열중했다.
그렇게 며칠 후.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엎어졌다? 투자가 철회되었단 말입니까?”
강기준이 아닌, AHF 방송국의 김장선 PD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강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 진서 씨도 섭외가 됐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아닙니다.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흴 믿어주셨는데… 나중에 술 한 잔 사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술자리까지 언급한 김장선 PD는 우울함과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강윤은 괜찮다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 언제 말입니까?
강윤은 오늘 저녁을 이야기했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김장선 PD는 바로 강윤의 말에 수락했다.
그날 저녁.
김장선 PD와 김세영 작가, 강윤과 강기준은 종로의 한 한정식 집에서 술잔을 나누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김장선 PD는 강윤의 술잔을 채워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강윤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손을 들었다.
“투자자들 비위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습니까.”
“진서 씨까지 섭외했는데… 설마 투자를 철회할 거라고는…”
김세영 작가 역시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강기준과 술잔을 교환하며 이야기를 맞춰나갔다.
모두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며 술기운이 어려갈 때 즈음, 강윤이 조금은 붉어진 얼굴로 술잔을 내려놓았다.
“PD님, 작가님. 지금부터 제가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김장선 PD와 김세영 작가는 의아해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전에 이야기한 바가 있는지, 강기준은 덤덤한 얼굴이었다.
“그 드라마 투자 말입니다. 저희 월드가 했으면 합니다.”
강윤의 엄청난 말에 김세영 작가와 김장선 PD의 눈이 경악과 기쁨으로 물들어갔다.
끝
ⓒ 이창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