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56
78화 – Shake it, shake it!!(完) >
에디오스의 활동은 끝났지만 루나스에 있는 에디오스의 연습실은 한밤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하나, 둘, 하나. 릴리. 박자를 속으로 세면서 하라고 했지?”
“죄송해요.”
발이 꼬인 에일리 정은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이혁찬 안무가와 함께 에디오스 멤버들은 안무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온 몸에 김을 뿜으며, 한주연과 크리스티 안은 연습실 뒤에 뻗어있었고, 이삼순 역시 멍한 얼굴로 추욱 늘어진 채 앉아 있었다.
“…쟤들 미쳤나봐. 저걸 왜 한데?”
“…내 말이.”
한주연의 말에 크리스티 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일리 정은 잘 꺾이지도 않는 몸을 꺾어가며 팝핀을 추기 위해 애썼고, 서한유는 웨이브를 타며 스탭을 밟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정미나아아아아!! 애 잡으니 좋냐아!!”
크리스티 안이 비보잉 스킬을 연습하고 있는 정민아에게 소리쳤다.
한 팔로 지탱하거나 회전을 하는 연습이 아니라 크리스티 안의 외침은 계속되었다.
정민아는 동료의 투덜댐에 한마디로 받아쳤다.
“아주 좋지. 같이 할래?”
“…아니.”
크리스티 안은 기겁했다.
약 2시간 전.
함께 솔로곡을 해보자는 정민아의 꿰임에 넘어간 에일리 정의 고생길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에일리 정이 불쌍하다며 불속에 뛰어든 서한유도 참…
한숨과 웃음이 교차하며 자유롭게 연습이 한창 진행될 때였다.
이혁찬 안무가가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자자. 이제 민아랑 한유, 릴리는 쉬고. 리스랑 한유, 삼순이 나와 보자.”
“에엑?”
크리스티 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자 이혁찬 안무가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저 팀만 콘서트에서 재미 보게 할 순 없잖아? 너희도 하나 준비해야지?”
“…..”
차라리 기존에 있는 곡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크리스티 안은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1년이나 남았는데…”
“자자. 고집 피우지 말고.”
말과는 다르게 이혁찬 안무가가 살살 달래자 크리스티 안은 선선히 대열 맨 앞에 서서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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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요, 오라버니.”
퇴근 후, 집에 도착한 강윤은 재킷을 벗어 희윤에게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셔츠를 받은 희윤은 장롱을 열고 옷을 걸었다.
옷을 거는 희윤에게 강윤이 물었다.
“저녁은 먹었어?”
“소영이랑 먹었어. 이로다 씨는 생각 없다고 했고, 재훈 오빠는 나갔어. 오빠는?”
“오면서 진서랑 먹고 왔어.”
진서라는 말에 희윤의 눈에 잠시 날이 섰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진서라면 뭐…’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아니, 그녀뿐만이 아니라 오빠와 얽히면 마음에 걸리는 여자가 몇 명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민진서였다.
“그럼 씻고 와.”
희윤이 나간 후, 강윤은 샤워를 했다.
이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작업실로 들어가니 스피커들에서 다양한 음표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호오.’
웅장하면서도 힘 있는 음악이었다.
새하얀 빛 속에 은빛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강윤은 미소 지었다.
그제야 강윤이 온 것을 알았는지,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 오, 오…] [편히 계셔도 됩니다.][…아, 아닙니다. 제, 제가…]여자들 앞에서 시크한 모습을 보이던 때와는 달리, 이로다 하루는 강윤 앞에서 사시나무같이 떨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박소영이 어이가 없는지 희윤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 왜 저래? 여자같이?’
‘그러게.’
희윤도 이로다 하루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했다.
여인들의 생각을 모르는지 강윤은 악보를 보며 이로다 하루에게 말했다.
강윤의 물음에 이로다 하루는 목소리를 떨며 답했다.
이로다 하루는 영상에 이 음악이 어떻게 쓰였으면 하는가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바이올린과 첼로로 연주하는 음악에 울리는 리듬악기로 몰입감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에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윤은 바로 음악을 재생했다.
음악을 들으며 강윤은 드라마의 처음을 상상해보았다.
남녀 주인공이 발령을 받아 처음으로 만나기 전, 여주인공의 목소리가 깔리며 이 OST가 깔리는 것을.
‘괜찮네.’
강윤은 눈을 떴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표들은 하얀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빛에서 은빛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조금 단조롭나? 아니면…’
완전한 은빛의 음악이라면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텐데.
좋은 음악이지만, 더 좋은 곡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이로다 하루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강윤의 눈이 희윤에게로 향하자 그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절 섞이지 못하는 모양이군.’
모두가 능력 있는 작곡가들이기에 잘만 융화되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강윤은 아쉬웠지만 다그치지 않았다.
이로다 하루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에 희윤과 박소영은 기겁했다.
‘히엑? 저 사람 왜 저래?’
‘모, 몰라.’
그러거나 말거나, 강윤은 편안한 어조로 용건을 이야기했다.
[여기 희윤이나 소영이는 저희 소속사에서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작곡가들입니다. 전 히로다 씨의 능력을 신뢰합니다만, 왠지 세 사람이 협력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곡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게 조금 아쉽습니다.] […..] [함께 제대로 함께 작업해보시고 정 힘들다 싶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정 안되겠다면 따로 작업실을 마련해드리겠습니다.]이로다 하루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바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말이라면.] [감사합니다. 더 좋은 곡을 기대하겠습니다.]들어봐야 할 곡들이 더 많았지만 강윤은 더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곡들은 나중에, 모두가 함께 작업한 후 들어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
“…..”
강윤이 나간 후, 희윤과 박소영 그리고 이로다 하루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작업.]일본어로 손짓하는 그를 보며 두 여인은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저 사람, 설마 우리 오빠를 좋… 안 돼!! 절대 안 돼!!’
차라리 여자가 낫지!!
남자라니!!
말도 안 된다는 상상을 하며 희윤의 머릿속은 더더욱 엉망으로 꼬여버렸다.
——————————
대학교 축제가 시작된 아침이었다.
K대학의 연극영화과 과방 앞은 남자들과 1명의 여자가 춤 연습에 한창이었다.
누가 구해왔는지 모를 작은 스피커에선 강세경의 솔로곡 ‘별처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별처럼 빛나는 그대의 눈빛에 —
원래 ‘별처럼’의 댄서들은 여자들이었지만 오늘의 댄서들은 평소와 달리 남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들 사이엔…
“민진서!! 민진서!!”
“…..”
겨우 연습이건만 어찌 알고 몰려왔는지 민진서를 보겠다며 대학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졸지에 공연장 아닌 공연장이 되어버렸지만, 민진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옆에 선 남자에게 말했다.
“윤 선배. 좀 더 가까이 오셔도 되요.”
“네? 네?! 하, 하지만… 어떻게 제가…”
“무대에 서는 거잖아요.”
윤 선배라는 남자는 민진서의 말에 고개까지 숙였다.
그 모습에 몰려든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눈을 부라렸다.
‘저 자식 주리를 그냥…’
‘묻어버릴까?’
‘삽 가져와.’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진서는 연습에만 집중했다.
그녀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강기준과 함께 강윤이 있었다.
“사장님. 이렇게 직접 오지 않으셔도…”
강기준의 말에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끔은 이런 나들이도 괜찮지요.”
강기준은 강윤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말은 그렇게 해도 민진서가 걱정 돼서 왔다는 걸,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강윤이 편곡한 ‘별처럼’은 좀 더 여유 있는 템포를 지닌 듣기 좋은 음악으로 변해있었다.
원곡이 워낙 빠른 비트를 지녀 강윤은 민진서를 위해 듣기도 좋고, 춤을 추기도 편한 스타일로 편곡을 했다.
“여기서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에도 민진서는 주눅 들지 않고 연습에 몰입했다.
이미 교내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이미 주변의 다른 과들은 이미 주점, 게임 등 다양한 것들로 사람을 끌어 모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 민진서?!”
“어디어디!!”
교내에 있던 사람들 태반이 연극영화과로 몰려가는 바람에 열심히 준비한 과들은 소박을 맞고 있었다.
“자자!! 죄송하지만 진서 씨 연습해야 해서…”
“이런 쉬펄!! 너희가 민진서 전세 냈냐?!”
사람들이 너무 몰려드니 남자 학우들이 제지에 나섰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역정을 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듯하자, 강윤은 매니저를 보내 연습을 그만하라고 이야기했다.
강윤과 강기준, 민진서는 벤 안으로 향했다.
“…벤은 타고 싶지 않았는데.”
민진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하는 기분이 든다며 학교에서는 벤을 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강윤은 어쩔 수 없었다며 민진서를 위로했다.
“별 수 없잖아. 일단 학생들한테는 이야기했으니까, 지금은 여기서 쉬자.”
“…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괜찮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늘이 어둑해지자 사람들은 공연이 있는 대운동장으로 하나둘씩 몰려가기 시작했다.
강윤과 강기준, 민진서도 메이크업을 마치고, 공연장 뒤편으로 향했다.
“죄송해요. 기다리셨죠?”
미리 기다리고 있던 연극영화과 사람들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그들로서는 축제 무대에 서게 해준 민진서가 은인과 같았다.
그와 함께 한 무대에 선다니… 고마운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되었는지 불꽃놀이와 함께 축제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K대학 제 XX회 축제를…”
“와아아아–!!”
사회자를 맡은 학생회장의 목소리와 함께, 운동장에 관객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 이후, 준비를 마친 이들은 하나둘씩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젊긴 젊네.’
응원단, 치어리더의 활기 넘치는 무대를 보며 강윤은 턱에 손을 올렸다.
그때, 그의 옆구리를 누군가가 푹 찔러왔다.
“윽.”
“선생님.”
“응? 지, 진서야.”
잠시 넋을 놓았던 게 찔렸는지 강윤은 순간 찔끔했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웃어보였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고, 공연 보잖아.”
“…아, 그래요?”
민진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갑자기 느껴지는 무서운 기세에 강윤은 움찔했다.
‘뭐, 뭐지?’
무시무시했다.
지나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난데없이 둘만 남겨진 기분이랄까?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구원자가 나타났다.
“저기, 이강윤 작곡가님?”
발랄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여인이 있었다.
GNB 엔터테인먼트의 가수, 나엘로 활동하는 유나윤이었다.
“아, 나윤이구나!!”
“하하하. 맞네? 안녕하세요!!”
유나윤은 반가웠는지 활짝 웃어보였다.
강윤도 몇 번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 생기있는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축제 때문에 온 거야?”
“네. 작곡가님도 초대 받아서 오신… 헙!!”
강윤 옆에 서 있는 여인이 그제야 들어왔는지, 유나윤은 너무 놀라 손으로 입을 막았다.
“미, 미, 민지..”
“안녕하세요. 민진서에요.”
“아, 아, 안녕하… 꺄악!!”
정신이 돌아온 유나윤은 입을 막은 채 소리쳤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눈앞에 있었다.
서늘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민진서는 유나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주변에 있던 연극영화과 동기들은 느닷없는 나엘의 등장에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그럼 언니. 나중에 봐요!!”
“그래, 연락할게.”
어느새 번호까지 주고 받은 유나윤이 손을 흔들며 갔다.
‘헉헉. 연예인은 연예인이구나.’
‘대박.’
학생들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이번에는 두 남자 가수가 민진서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리엔버스입니다. 진서 씨가 계시다고 해서…”
“아. 안녕하세요. 노래 잘 듣고 있어요.”
학생들이 입을 벌리든, 다물든, 연예인들과의 인사 퍼레이드는 계속되었다.
그렇게 민진서가 모든 연예인들과 인사를 마쳤을 때, 사회자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순서는 화제의 연극영화과 차례인데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텝의 안내에 따라 민진서는 연극영화과 사람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이윽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리듬에 맞춰 민진서가 웨이브를 타자 관객들의 함성이 온 학교를 뒤덮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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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끝나고 하루 뒤.
동영상 전문 사이트 튠에는 순식간에 2백만 뷰를 넘어버린 동영상이 올라왔다.
– K대학 연극영화과 축제 영상(Feat. 민진서)
사람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 민진서 완전 예뻐요.ㅜㅜ
– 엄마, 날 왜 오징어로 낳으셨나요…
– 무대 위 남자들, 알고 보니 전생에 독립군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 하라는 연기는 안하고!!
– 언제 컴백 하냐!! 연기가 보고 싶다!!
– 중국에서 망하고 대학생 코스프레 하냐?
강기준은 이런 반응들을 취합, 분석한 후 강윤 앞에 가져왔다.
“수고했습니다.”
보고서를 받은 강윤은 만족하며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축제도 끝났고… 이제 진서 드라마만 잘 되면 되는군요.”
강윤의 긴장어린 말에 강기준도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서도 따로 시간을 내서 연습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리딩이 언제입니까?”
“1주일 뒤입니다.”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
블라인드를 올리자 따가워지기 시작한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쳤다.
“OST도 그때면 어느 정도 완성될 테니, 연습에 활용하면 좋겠군요. 휴우. 이제 시작이군요.”
“네.”
강윤은 강기준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잘 부탁합니다.”
“맡겨주십시오.”
강기준도 눈을 빛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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