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60
80화 – 굴레를 벗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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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80화 – 굴레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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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연예통신, 다음 소식입니다. 요즘 수목드라마 전쟁이 심상치 않은데요. 올 여름을 대표할 대형 블록버스터 방송이 찾아왔습니다. S 방송의 탈리스만인데요. 백억 대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임무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파이 수희 역을 맡은 여배우 이민혜 씨는…
예랑 엔터테인먼트 사장실의 커다란 벽걸이 TV에서는 한 연예전문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 TV에서는 탈리스만의 제작발표회를 보여주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짧은 치마로 시선을 사로잡은 이민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땐 참 쫄깃했지. 뭐, 민혜 정도면 연기력 논란도 조금 있지만, 예쁘니까.”
흩어지는 담배연기 사이로 마이크를 든 이민혜를 보며 강시명 사장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 …감독님과 여러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TV에서 짧은 그녀의 말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신세대 여신이네, 대세내 하며 이민혜를 띄우기에 바빴고 곳곳에서는 플래시 터지는 소리로 요란했다.
“저 정도면… 받을 만 하지. 하하하.”
큰 박수를 받으며 감독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이민혜를 바라보며 강시명 사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들과 최고의 드라마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연한 말을 들은 후, 강시명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표회는 원래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지.”
발표회 당일, 중국에 있었기에 영상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었다.
이후 영상을 보고 뉴스도 봤지만 크게 특이한 점은 없었다.
그는 TV를 끄고 커피잔을 든 후 창가에 섰다.
“후. 역시 종편 따위하고는 비교도 하지 않는군.”
강시명 사장은 연신 미소 지었다.
인터넷 기사를 보고 은연중에 AHF 방송국에서 하는 수목드라마를 의식하고 있었는데 방송에 돈을 푼 보람이 있었다.
민진서와 이민혜.
배우로서의 경력이나 외모 등을 따지면 이민혜와 민진서와 비교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노이즈성 마케팅에는 탁월했다.
“…후후.”
석양을 바라보며, 강시명 사장은 눈가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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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많이 좁아졌군요.”
이현지가 건네는 서류에 결재사인을 하며, 강윤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책상들을 가리켰다.
그녀도 강윤의 말에 동의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팀을 분리했는데도 자리가… 사무실 규모도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빈 인원을 채워야한다는 것만 생각했나보네요. 제 불찰이에요.”
정확히는 알면서도 저지른 실수였다.
배우전담팀과 가수전담팀으로 팀을 나누면서 생긴 결원을 보완하기 위해 그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팀을 재편하는 김에 MG나 예랑, 윤슬 같은 거대한 소속사처럼 가수마다 팀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직원들을 많이 뽑은 게 화근 아닌 화근이 되었다.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두 사람이 소파에 앉자 가까운 자리에 있던 정혜진이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려왔다.
“고마워요.”
“네. 저 사장님. 이 기회에 저 사장님 비서로 전직할까요?”
정혜진의 가벼운 농담에 이현지와 강윤은 피식 웃음 지었다.
그녀가 자리로 돌아간 후, 이현지가 입을 열었다.
“이제 건물을 이전할 때가 온 것 같네요. 직원들 자리 문제도 있고 사람들 이목도 쏠리는데…”
“리모델링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겉으로 보이는 것에 많은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강윤은 무척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이현지는 고개를 흔들며 반론을 내놓았다.
“이 건물에서 리모델링을 해봐야 연예인 몇 명이나 소화할 수 있겠어요. 앞으로 가수나 배우 1명당 팀원이 붙으면 회의실은 필수에요. 거기에 연습실에 스튜디오도 1개만으로 소화할 수 있겠어요? 지금은 없지만 연습생도 뽑아야죠. 가수든 배우든. 숙소도…”
“알겠습니다.”
강윤은 빠르게 수긍했다.
이후 이현지가 이전할 건물을 알아본 후 이야기하기로 하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자리로 돌아간 후, 강윤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직원들 사이를 통과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이번 기회에 루나스를 아예 공연전용으로 리모델링하고 배우전담팀도 업무전용공간을 따로 주는 게 어떨까? 루나스에 이것저것 끼워 넣어서 미안하기도 했고.’
강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서한유가 진땀을 흘리며 디제이 컨트롤러를 조작하며 여러 가지 음악들을 섞는 작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유야. 잘… 윽!!”
서한유가 믹싱한 음악에서 진한 검은빛이 흘러나왔다.
그 검은빛은 강윤의 가슴에 파고들어 순간적으로 가슴을 옥죄게 만들었다.
“사장님!!”
강윤이 순간 허리를 숙이자 서한유가 놀라 강윤에게 달려왔다.
다행히 그녀가 음악을 끄고 와서인지 강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으으… 괘, 괜찮아.”
“병원에라도 가보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 희윤 언니한테 연락이라도…”
서한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강윤은 그럴 필요 없다며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 현기증이 나서 그런 거니까.”
“현기증이라뇨. 사…”
“괜찮아.”
강윤은 단호한 얼굴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이런 일로 걱정을 끼칠 필요는 없었다.
결국 몇 번을 망설이다 서한유는 결국 한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잠시 후.
놀란 서한유를 진정시키기 위해, 강윤은 탕비실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꺼내왔다.
“…감사합니다.”
서한유는 손을 떨며 강윤이 건네는 커피를 받았다.
강윤은 괜찮다는 얼굴로 음료수를 마시며 화제를 전환했다.
“디제잉, 쉽지 않지?”
“…네. 트랙스 프로는 조금 알겠는데, 믹싱하고 효과를 넣는 게 어렵네요.”
서한유는 엷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디제잉을 배운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소프트웨어를 꽤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비록 검은빛의 향연이 펼쳐졌지만 강윤은 긍정적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격려했다.
“지금은 이것저것 섞어보면서 감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유명 DJ가 믹싱한 것들도 많이 들어보고 할 수 있으면 카피를 해보는 것도 좋겠지. 힘들겠지만.”
“알겠습니다.”
강윤은 서한유를 격려하며 옥상으로 향했다.
‘…점점 빛에 민감해지는 것 같아.’
담배를 하나 태우려다 강윤은 다시 집어넣었다.
지금도 몸이 놀라 손이 바들바들 떨려오고 있었다.
이전에는 불쾌한 감정이 느껴지거나 현기증이 조금 나는 정도였는데…
‘하긴. 핸디캡 없는 능력이 어디 있겠냐만.’
강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은빛, 금빛의 음악을 접하고 만들어가며 음악에 더 민감해 지고 있는 것이라고.
‘노래방이나 노래주점 같은 곳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군.’
이제는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쉬움을 정리하며 강윤은 떨림이 진정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구겨긴 담배를 꺼내려 할 때 옥상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여기 있었네?”
동생, 희윤이었다.
강윤은 작게 한숨을 쉬며 담배에서 손을 놓았다.
“왔구나.”
“응. 뭐하고 있었어?”
“뭐, 그냥.”
희윤은 심드렁하게 말하는 강윤 옆에 섰다.
오랜만에 남매끼리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강윤의 팔에 팔짱을 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강윤도 가볍게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다. 둘 만 있는 거.”
“그러게. 요새는 계속 바빴으니까. 아픈 데는 없어?”
희윤은 오른팔로 알통을 만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응. 이젠 1년에 한 번씩만 오면 된데.”
“진짜?”
강윤은 희윤을 덥석 안았다.
“오빠. 숨 막혀.”
“하하하하!!”
희윤과 일을 하면서도 마음한편엔 한상 동생에 대한 걱정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정도면 더 이상 걱정할 단계는 결코 아니었다.
강윤은 기쁜 기색을 진하게 드러내며 만세를 불렀다.
희윤은 그런 오빠의 모습이 기뻤는지 함께 미소 지으며 박수를 쳤다.
한참이 지나서야 감정이 조금 진정되자 희윤이 입을 열었다.
“더 기뻐하게 해 주고 싶은데 오늘은 일 때문에 왔어.”
“일? 이로다 씨하고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곡 평가 좀 받고 싶어서.”
희윤은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아 강윤에게 내밀었다.
강윤은 이어폰을 꽂은 후, 음악을 재생했다.
‘슬프면서도 차분한 곡이군.’
여성의 허밍으로 시작하는 음악은 서글프면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듯 했다.
지난번 대본 리딩 때나 보고 때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곡이었다.
‘괜찮… 어?’
곡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자 강윤의 눈이 커졌다.
둥둥 소리와 함께 각종 효과음들의 향연이 진하게 펼쳐졌다. 그와 함께 여성의 허밍음과 함께 묵직한 저음이 강윤의 귀를 간질였다.
음악을 모두 들은 후, 강윤은 턱에 손을 올렸다.
“괜찮네. 일단 좀 더 들어봐야 알 것 같지만…”
“그래? 이로다 씨가 나더러 한번 만들어보라고 해서 만든 곡인데… 괜찮아?”
“이로다 씨가? 그 보다 혼자 만든 곡이라고?”
강윤은 적잖이 놀랐다.
지금까지 이로다 하루가 OST의 골격을 만들면 희윤과 박소영은 살을 붙이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 곡은 혼자만의 작품이라니.
“일단 한유 연습 끝나면 들어보고 말해줄게. 몇 번 더 들어봐야 알 것 같아.”
“그래? 내일까진 아침까진 말해줘. 모레까지는 곡을 주기로 해서.”
“알았어.”
희윤과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눈 이후, 강윤은 다시 사무실로 내려갔다.
책상위에 밀려있던 결재서류들에 검토하고 사인을 하고 나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한유는 갔겠군.’
사무실에도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해서 빈자리가 많았다.
“먼저 갑니다. 내일봐요.”
남아있던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강윤은 지하 스튜디오로 내려갔다.
10시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인지 이미 서한유는 없었다.
강윤은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재생했다.
곧 음표들이 흘러나와 하얀빛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조용하면서 슬픈 음악은 천천히 흘러가다가 둥둥 소리를 내며 반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하얀색.’
강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위기가 반전되면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되어 곡의 색이 바뀌기도 하는데 곡의 색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로다 씨와 희윤이가 만든 곡…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것 같은데. 뭘까?’
스튜디오에 켜진 불은 밤새 꺼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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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위치한 DLE 방송국.
강기준은 민진서와 함께 라디오 스튜디오에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청취율이 가장 높은 저녁 8시에 송출하는 ‘해피 스마일’의 PD 김영지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영지 PD도 민망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았다.
“매, 매니저님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아닙니다. 우리 진서가 오랜만에 복귀하는 거라 많이 걱정되는데…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최고의 탑스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강기준은 겸손했다.
관리하는 스타의 급에 따라 매니저의 콧대도 올라가곤 했지만, 강기준에게 그런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김영지 PD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살살해 드릴테니까요.”
“하하하.”
가벼운 농담과 함께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눈 강기준과 민진서는 라디오 스튜디오를 나섰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민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빠.”
“응?”
“저기,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지금까지 이렇게 낮은 자세로 나온 관리자는 없었다.
기껏해야 강윤 정도일까?
하지만 초창기라 그 이후, MG의 갑과 같은 관리가 익숙한 그녀였다.
강기준은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저자세라… 그것도 맞을지 모르지. 하지만…”
“하지만?”
강기준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답했다.
“내가 콧대를 세워봐야 네 얼굴에 먹칠하는 것 밖에 안 돼.”
“그래도 너무…”
“그런 건 자존심이 아냐. 자존심은 진짜로 세울 곳에서 세우면 돼.”
민진서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기준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 사이를 놓치기 싫었는지 민진서가 다시 물었다.
“그럼 자존심을 세울 곳은 어디입니까?”
“음… 그건 네가…!!!!!!”
강기준이 답을 하려고 할 때,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한 여자와 3명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기준 오빠?”
엘리베이터 안의 여자는 강기준을 보더니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반면, 강기준은 눈빛이 흔들리며 심한 동요를 보이고 있었다.
“이민혜.”
“안녕하세요, 기준 오빠. 오랜만이네요.”
늘씬한 다리와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인.
강기준 눈앞의 여인은 그를 버리고 VVIP 소속사로 가버린 이민혜였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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