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68
82화 – 디제잉의 신(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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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82화 – 디제잉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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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빛나는 밤.
이현지는 부지깽이를 들고 모닥불을 지피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대학교 때 엠티 갔던 게 생각나네요.”
불씨를 뒤집자 곧 불꽃은 다시 강하게 피어올랐다.
모닥불에 작은 나무를 얹으며 최경호가 흐뭇하게 웃었다.
“하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어머? 최 팀장님 대학교 다닐 때도 엠티가 있었나요?”
시대가 무려 20년 가까이 차이가 났으니 질문이 날아들 법도 했다.
이현지가 놀라는 표정으로 묻자 최경호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물론이지요. 나 때도 강촌, 대성리. MT의 상징은 다 있었지요. 지금처럼 지하철이 뚫려있지는 않았지만요.”
“우와. 놀랍네요.”
엠티촌에 대한 이야기로 이현지와 최경호는 세대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강기준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귀를 기울이니 강촌과 엠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모두가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다가 최경호가 강윤에게로 눈을 돌렸다.
“사장님은 강촌에 와 보신 적 있으십니까?”
“…..”
“사장님?”
최경호가 몇 번이나 강윤을 불렀지만, 평소와 달리 그는 멍하니 불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이현지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가볍게 찔렀다.
“사장님.”
“아!! 이사님. 무슨…”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세요?”
상념에 깨어난 강윤은 이내 자신을 둘러싼 세 사람이 뚱한 시선을 마주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자, 받으시죠.”
이내 강윤은 최경호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이들은 팀장들, 사회생활로 단련되어 한 눈치 하는 이들이었다.
강기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서도 일 생각을 하십니까?”
…물론 이상한 기색만 느낀 정도였지만.
“하하하. 한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병이군요.”
“사장님도. 쉴 때는 쉬어야지요. 일단 한 잔 받으시죠.”
최경호는 손가락을 흔들며 강윤에게 맥주를 따라주었다.
모두의 빈 잔이 가득 채워지자 이현지가 주변을 향해 외쳤다.
“자자. 주목!!”
그러자 연예인, 사원 등 술자리를 즐기던 모두가 이현지를 주목했다.
“건배가 조금 늦었군요. 스케줄 때문에 빠진 사람들이 있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짠은 해야죠? 사장님.”
이현지는 강윤을 앞세웠다.
강윤은 잔을 높이 들며 외쳤다.
“지금까지 다들 고생했습니다. 시간도 부족했고. 에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올해도 결국 국내로 휴가를 왔네요. 미안합니다.”
강윤이 고개를 숙이자 모두가 아니라며 손을 들었다.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직원들, 연예인들의 외침에 강윤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보이는 처세가 아닌, 진심이었다.
“다음에는 해외로 꼭 갑니다. 까짓 꺼, 섬 하나 빌리겠습니다.”
“오오오!! 이강윤!! 이강윤!!”
“위하여!!”
강윤의 포부에 환호하며, 모두가 잔을 높이 들었다.
사장이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알기에, 환호는 정말 대단했다.
큰 약속을 받았기 때문일까?
모닥불 주위의 분위기는 더더욱 왁자지껄해졌다.
팀장들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강기준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다.
“진서도 마지막 촬영이 막 끝났다는군요. 회식 끝나고 이쪽으로 넘어온다고 합니다.”
“촬영팀 회식도 빡빡할 텐데, 쉬어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강윤의 말에 강기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말했는데, 말릴 생각 말라고 하더군요.”
“…..”
단호한 말에 강윤도 할 말을 잃었다.
하긴, 민진서가 고집을 부리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최경호가 이현지에게 잔을 따라주며 화제를 돌렸다.
“진서는 내일이면 올 테고, 그러면 빠진 사람이 한유하고 민아, 매니저들 몇 명에… 꽤 빠졌네요. 아쉽게… 특히 에디오스 멤버들은 둘씩이나 빠져서 서운하군요.”
최경호는 왁자지껄 술자리를 즐기는 에디오스 멤버들을 보며 아쉬워했다.
4명의 멤버들은 즐겁게 술잔을 나누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이현지도 최경호와 같은 생각이었다.
“민아가 휴가를 신청하다니… 그렇게 가라고 할 때는 안가더니. 하필이면 휴가기간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우리가 아는 민아가 전부는 아니겠지요.”
“그렇긴 하지만…”
“자. 한잔 하시죠.”
강윤은 이현지의 말을 끊으며 잔을 들었다.
팀장들은 강윤의 건배제의에 잔을 부딪치고는 단번에 잔을 비웠다.
술잔이 꽤 많이 돌았다.
최경호와 강기준은 얼굴이 붉어져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이현지도 취기가 올라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술이 약해 가장 먼저 다운되곤 했던 강윤이 평소와 달리 멀쩡했다.
“자, 한잔 받아요.”
“아닙니다.”
이현지가 강윤에게 술을 권했지만 강윤은 손을 들어 사양했다.
“오늘 같은 날은 취해도 괜찮아요.”
“아닙니다. 내일 올라가봐야 합니다.”
“4일이나 쉬라고 하고서는… 왜요? 또 일인가요?”
“아무래도 한유한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휴가도 없이 연습 중인데 가봐야죠.”
여유가 되면 민진서 얼굴만 보고 바로 갈 생각이었다.
이현지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하긴. 이런 면 때문에 애들이 죽고 못 사는 거지.’
그녀는 더 권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몇몇은 잠을 자러 갔고, 술이 쎈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즐기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자 강윤도 일어났다.
“전 이만 쉬러 가겠습니다.”
“네.”
강윤이 들어가고, 이현지도 다른 사람들과 합세해서 술자리를 즐겼다.
다음날.
10시 무렵.
숙소를 나서려던 강윤은 막 도착한 민진서와 마주쳤다.
“선생님.”
“이제 왔구나.”
민진서는 반가움에 강윤의 손을 가볍게 잡았고, 그도 그녀의 손을 가볍게 매만지며 눈인사를 했다.
“아침부터 어디 가시나요?”
그녀가 아쉬움을 담아 묻자 강윤도 서운한 기색으로 답했다.
“한유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아, 디제잉 때문인가요?”
“맞아. 아무래도 봐줘야 할 것 같아.”
“그래요? 아쉽네…”
민진서는 아쉬웠지만 강윤을 잡지 않았다.
서한유가 중국진출 때문에 어려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 사유로 강윤을 잡았다고 생각한 정민아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였다.
“나중에 보자. 편히 쉬다 와.”
“네. 운전 조심하세요.”
민진서와 헤어진 후, 강윤은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빠르게 차를 달리니 점심시간 즈음에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다.
먹을 것을 싸들고 스튜디오 문을 여니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강윤의 귓가를 강타했다.
‘크윽!!’
눈앞에 검은빛이 넘실대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처음 서한유의 디제잉을 접하며 바닥에 쓰러졌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하… 안녕?”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중에, 강윤이 파리한 안색으로 손을 들자 서한유가 놀라 음악을 끄고 달려왔다.
“사장님!!”
음악이 멈췄지만 가슴에 난 여진은 조금 남아 있었다.
그러나 강윤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서한유를 맞고는, 의자에 앉았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얼굴이 많이 안 좋으세요. 정말 괜찮으세요?”
강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으니 서한유는 구급차까지 부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윤은 손을 들며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괜찮아. 그냥 피곤한 거야. 금방 괜찮아져.”
서한유가 걱정했지만, 과연 10분 정도 지나가 강윤의 얼굴에 점차 혈색이 돌아오며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제야 서한유는 안심하며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었다.
“고마워.”
“아니에요. 휴… 전 정말 놀라서…”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서한유는 다시 한 번 가슴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강윤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괜찮아. 자, 이제 차 한 잔 마시고 연습 해볼까?”
“네. 그런데 사장님, 디제잉도 하실 줄 아세요?”
“잘은 못해. 잘나간다는 디제이들 약간 따라하는 정도야.”
“그래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서한유는 시무룩해졌다.
그만큼 디제잉은 어려웠다.
오지완 프로듀서가 열심히 가르쳐줬지만, 곡을 믹스하고 기계들을 조작해 순간순간 소리들을 넣어 사람들이 원하는 사운드를 내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일단 준비해보자.”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윤은 서한유가 연습했던 자리에 서서 컴퓨터의 보호모드를 풀었다.
곧 화면에 그녀가 믹스해놓은 트랙이 떴다.
“Pallaroid Newkey, How, Go Home, House. 곡들은 다 괜찮은데? 네가 선곡한 거니?”
“네.”
“…그래?”
선곡이 나쁘지 않았다.
키뿐만 아니라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선곡이었다.
강윤은 서한유를 옆에 오게 한 후, 디제잉 컨트롤러를 잡게 했다.
“지금까지 연습해 온 디제잉이 있었지?”
“네.”
“일단 보고 이야기하자.”
서한유는 부끄러워 잠시 망설였지만, 곧 재생버튼을 누르고 볼륨을 올렸다.
첫 곡, Pallaroid Newkey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동그란 스크래치를 거칠게 왔다 갔다 하며 음을 뒤틀기 시작했다.
‘흡!!’
음악이 뒤틀어지며 하얀빛이 회색빛이 되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회색빛 때문에 강윤은 찐득한 뭔가가 전신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입술을 깨물며 최대한 견뎠다.
서한유는 컨트롤러의 ‘Gain’과 볼륨을 천천히 조절하며 소리를 조절했다.
볼륨이 순간 작았다 커졌다하는 효과부터 제트기가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듯한 사운드 등 다양한 사운드가 스튜디오 안을 장식해갔다.
‘크윽.’
그러나 하얀빛은 이미 회색빛으로 변한 빛 때문에 강윤은 괴로웠다.
‘Pallaroid Newkey’에서 두 번째 곡, ‘How’로 넘어갔다.
곡이 바뀌면서 서한유는 컨트롤러 맨 위의 노브를 조절했다.
그러자 곡의 딜레이가 느려지며 먼저 나온 가사가 더 뒤에서 울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와 함께, 회색빛이 검은빛으로 변했다.
‘크윽.’
강윤은 원인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곡의 딜레이.
처음 돌입할 때의 이상한 스크래치.
여기부터가 문제였다.
세 번째, 네 번째 곡을 마무리할 때까지 검은빛은 다시 하얀빛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
화려하게 곡을 마무리 지은 서한유는 안색이 파리해진 강윤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저…”
“…..”
강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익숙하게 컨트롤러를 만지는 모습을 보니 오지완 프로듀서가 기본기를 확실하게 가르쳤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센스였다.
‘센스가 없는 게 아닌데…’
서한유에게 프로듀싱을 가르치면서 센스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디제잉에는 그 센스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감을 못 잡고 있는 것 같군.’
강윤은 디제잉 컨트롤러에 손을 올렸다.
“오 PD 만큼은 하지 못하니까 참고만 해.”
강윤은 서한유가 짜 놓은 트랙을 그대로 재생했다.
EDM 사운드와 전자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강윤은 스크래치에 손을 올렸다.
“아.”
그런데, 강윤의 스크래치 스킬에 서한유는 탄성을 냈다.
자신은 거칠게 스크래치를 한 것과 다르게 강윤은 섬세하게 조금씩 흔들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음악이 조금 더 흐르자 강윤은 스크래치를 밑으로 살며시 긁으며 몇몇 노브들을 살며시 꺾었다. 그러자 음악이 가볍게 왜곡됨과 함께 전자드럼 소리가 함께 스튜디오 안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우와..!!”
서한유는 놀랐다.
이제 1번 트랙일 뿐이었다.
그런데 강윤의 손에 가볍게 왜곡된 곡이 이렇게 듣기 좋은 음악을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의 탄성과 다르게 강윤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후우.’
그의 눈에는 하얀빛이 빛나고 있었다.
사방의 스피커에서는 음표들이 수없이 흘러가며 하얀빛을 더 빛나게 만들고 있었다.
‘이게 리버브였나? 여기서…’
첫 번째 곡, Pallaroid Newkey은 두 번째 곡 How로 바뀌었다.
한층 더 빠른 비트와 신나는 사운드로 서한유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와아.”
곡이 바뀌자 강윤의 이마에서 흐른 땀이 컨트롤러 위에 떨어졌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강윤은 노브를 꺾으며 곡에 왜곡을 더했다.
‘아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손을 들고 흔들며, 서한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선곡이었지만, 시끄럽다는 자신의 디제잉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두 번째 곡도 막바지에 다가왔다.
“한유야!!”
“네에?!”
시끄러운 사운드 틈에 강윤이 소리치자 서한유도 외쳤다.
“여기서부터 잘 봐!!”
서한유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윤은 마지막 부분을 반복했다.
그러자 두 번째 곡의 마지막 부분이 반복되며 분위기가 더더욱 올라가기 시작했다.
몇 번 같은 부분을 반복한 강윤은 곧, 사운드를 일제히 꺼버렸다.
“어?!”
서한유가 순간 뭔가 하는 표정을 지을 때, 강윤은 바로 다음트랙을 재생했다.
그와 함께 세 번째 곡, ‘Go Home’이 재생되었다.
두 번째 곡의 빠른 비트에 더더욱 빠른 박자를 이어받으니 한층 더 분위기가 끓어올랐다.
‘아아.’
서한유는 강윤의 디제잉에 감을 잡았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했다.
그러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세 번째 곡이 끝나고, 네 번째 곡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어받아 마무리되었다.
“후우.”
강윤이 짧게 한숨을 쉴 때, 서한유는 그에게 물과 수건을 건넸다.
“고마워.”
땀을 닦으며 강윤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서한유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래?”
“네. 조금이지만.”
서한유의 자신감 어린 말에 강윤은 수건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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