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69
82화 – 디제잉의 신(2) >
“네 디제잉과 어디가 달랐던 것 같아?”
강윤의 물음에 서한유는 또렷한 음성으로 답했다.
“‘Pallaroid Newkey’에서 후렴부 들어갈 때 차이가 났던 것 같아요. 거기서 스크래치를 하잖아요. 그쪽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전 티어 스크래치를 썼거든요. 당겼다 올렸다를 하는 데 손을 붙였다, 놓았다를 반복하면서 비트를 분할했어요. 그래서 이 스크래치를 썼던 건데…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나봐요.”
디제잉 전문 용어는 알지 못했지만, 서한유가 거칠게 스크래치를 왔다 갔다 했던 동작은 기억하고 있었다.
“비트를 너무 쪼갠 것 같긴 했어.”
“제 생각도 그래요. 그런데 제가 보니까 사장님은 베이비 스크래치를 쓰신 것 같아요. 기본 스크래치. 부드럽게 밀어 올렸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리면서 밑의 노브를 만졌죠.”
“맞아. 최대한 섬세하게 조절하는 거지. 비트를 쪼개는 것 보다 곡의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면서 분위기를 올리는 게 포인트였어.”
“아아. 섬세하게, 분위기…”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 가…”
“네?”
“아, 흠흠.”
강윤은 헛기침을 했다.
너무 나가서 은팔찌 소환 주문을 외울 뻔했다.
“아무튼, 스크래치 같은 경우는 그래. 고급 기술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복잡한 사운드를 넣는 것 보다 적합한 사운드를 찾는 게 어떨까?”
“적합한 사운드…?”
“아무리 화려한 사운드도 어울리지 않으면 소음이잖아.”
서한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윤은 이어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다음은 왜곡이야. 비트가 흐트러지고 나서 그루브가 살지 않은 것도 원인이었지만, 왜곡량 조절 실패도 원인인 것 같아.”
“…그래요?”
“보자. 먼저 딜레이 걸 때 필터는 쓰고 있었어?”
“필터요? 그게…”
서한유는 얼굴을 붉혔다.
강윤이 확인해보니 저음이나 고음의 불필요한 딜레이를 걸러주는 필터가 걸려있지 않았다.
“역시. 자, 프로듀싱 할 때도 딜레이 양을 조절해주잖아. 그걸 생각해주면 돼. 딜레이를 거는 부분이 여기였지?”
강윤은 두 번째 곡 ‘How‘를 재생했다.
곧 전자음이 흘러나오자 강윤은 서한유가 세팅해놓은 딜레이의 필터를 조금씩 올려갔다.
“어? 우와.”
저음부에서 불필요한 딜레이가 걸러졌다.
소리가 한층 깔끔해지자 서한유는 놀라 입을 막았다.
음악을 계속 이어가며 강윤은 설명을 계속했다.
“프로듀싱하면서 했던 것들을 생각해봐.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져. 자, 이 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
“어… 글쎄요.”
“다시.”
강윤은 두 번째 트랙의 후렴 전 부분을 계속 반복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전자 오르간 소리가 반복되며 서한유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아.”
강윤이 컨트롤러의 동그란 버튼을 누르자 빨아들이는 듯한 전자음이 음악에 어우러졌다.
서한유는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단 악기 소리였다.
그러다가 비트가 점점 올라가며 후렴부가 반복되며 자연스럽게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
“좀 놀란 것 같네.”
서한유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어지간하면 표정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는 그녀였기에 강윤은 웃음이 나왔다.
“왜 그래?”
“아니, 그냥… 사장님은 디제잉 배운 적 있으세요?”
“아니. 그냥 책으로 익혔지.”
“…내 머리가 돌인가.”
서한유는 자괴감에 빠졌는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나 강윤은 괜찮다며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경험치의 차이야. 나야 기계적인 것만 익히면 기본 정도야 금방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응용은 하기 힘들어. 그렇다면 나도 디제이 했겠지.”
음표와 빛을 보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있었지만 굳이 그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요…?”
“자자. 지금 한유 너 정도면 엄청 잘하고 있는 거야. 오 PD님 휴가에서 돌아오면 놀래켜주자고. 다시 해보자.”
강윤이 그녀의 등을 떠밀자 서한유가 눈을 휘둥그레떴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도 휴가잖아요.”
“난 쉬었다 왔잖아.”
“에에? 겨우 하루요? 이번 휴가 길잖아요.”
“너도 반납했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래도…”
강윤은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며 서한유의 손을 컨트롤러 위에 올려놓았다.
“대신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진짜요?”
“그래. 고기 어때?”
그러자 서한유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소…?”
“…..”
강윤은 순간 훅 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스러워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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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연극영화인 모임 사이트 연영넷.
전국 각지의 연극영화과 사람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다보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모집 공고도 자주 올라오는 사이트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정보 교류 사이트가 되었다.
밤 10시, 연영넷의 실시간 채팅방은 지원자들이 활발히 정보를 교류하는 곳이었다.
– 대체 월드는 연습생 뽑는 거 맞나요? 벌써 10번째 동영상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는커녕 메일 한통 오지 않네요.
– 10번이요? 전 20번 넘게 지원했습니다.
– 님들. 아직 멀었음. 난 100번 도전중임.
포스트 김지민을 꿈꾸며, 아니 이제는 민진서까지 꿈꾸는 이들이 월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중국에서 일어난 일대 파란으로 민진서에게 위기가 왔지만, 월드는 그런 민진서를 받아들여 1년만에 완벽하게 재기시켰다.
연기연습생을 뽑는다는 공고는 아직 나지 않았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판다고, 지원자들이 알아서 지원을 하는 실정이었다. 반면, 시들시들해진 곳도 있었다.
– MG는 어떤가요?
– MG가지 마세요. 이번에도 연습생들 대거 내보냈어요.
– 거기 연습생들 윤슬로 많이 가서 윤슬도 당분간 연습생들 안 뽑는데요.
– 헐!! MG 건물 짓더니 미쳤나?
욕을 먹는 곳은 MG 뿐만이 아니었다.
– 이번에 예랑에 지원했는데 준비해서 오래요.
– 예랑 이번에 드라마 망해서 돈 없데요. 연습생들 조정한다고 소문 돌아요.
– 여긴 또 왜 이래. 작은 곳이라도 가야하나.
큰 소속사 두 곳이 위기에 처하면서 작은 소속사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곳.
– GNB 가려는데 경쟁률 어떤가요?
– 1명 뽑는데 1200명 몰렸데요. 포기요.
– …..
연영넷의 실시간 채팅방은 오늘도 뜨거웠다.
.
.
.
“언니. 또 연영넷 보세요?”
욕실에서 목욕가운을 걸치고 나온 민진서는 거실에서 노트북을 들고 누워있는 이현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은 재미있는 거 없나 보고 있었어.”
“하여간 부지런하세요. 우리 언니만큼 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없다니까.”
민진서는 뒤에서 이현지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현지는 민진서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강윤 씨만 하겠어.”
“아, 하나 있었구나. 선생님은 예외요.”
“쿡. 부정 안하는구나?”
“선생님은… 좀 그래요.”
민진서는 팔을 풀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왔다.
안주로 땅콩을 꺼내 풀어놓고는 시원하게 따서 목으로 넘겼다.
“캬아. 그래, 주말엔 이거지.”
목으로 넘기는 까슬한 감촉이 이현지를 즐겁게 했다.
민진서도 맥주를 단번에 반 가까이 비워버리고는 부드럽게 캔을 흔들었다.
이현지는 연영넷을 끄고 화면을 전환해 회사 홈페이지를 열었다.
그리고는 지망생들이 보낸 동영상들을 옆으로 넘기더니 한 동영상을 재생했다.
일본 소녀의 영상이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와. 일본에서도 영상을 보냈네요?”
“K-POP 열풍이 큰 탓이야. 계속 볼까?”
영상안의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이어가다가 다이아틴의 노래 ‘My Sweety Daring’을 부르기 시작했다.
[My Sweetday– 나 오빠를 만나고 온–]어눌한 한국어 발음이었지만 목소리는 매우 맑았다.
민진서는 의외라는 듯 놀랐고, 이현지도 고심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노래가 끝나고, 영상의 소녀가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임과 함께 영상이 끝났다.
“어때?”
이현지가 묻자 민진서는 신음성을 냈다.
“쉽지 않네요. 목소리는 맑은데 노래를 썩 잘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런데 정말 예쁘네요.”
“그렇지? 한 눈에 확 띄더라고.”
“그러게요. 제 눈에도 그렇게 보여요.”
“그렇지? 강윤 씨는 어떻게 볼까?”
“음… 그건 잘 모르겠네요.”
민진서는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다음날.
이현지는 전날 민진서에게 보여주었던 영상을 강윤에게 보여주었다.
“목소리가 좋군요. 발음이나 박자는 아쉽지만.”
강윤도 영상의 소녀를 보며 호기심을 보였다.
영상과 노래가 함께 나와 빛과 음표는 보이지 않았지만, 영상의 소녀는 확실히 괜찮았다.
“자세히 봐야겠네요.”
강윤은 스튜디오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스튜디오에서, 강윤은 프로젝트를 켜고는 영상을 재생했다.
노래하는 소녀를 크게 확대하고 스피커도 최대로 키워 자세히 살폈다.
“흠…”
5분 가량의 영상을 1시간동안 반복해서 돌려보았다.
옆에 있던 이현지가 몰래 하품을 할 정도였다.
‘목소리는 확실히 좋아.’
특히 맑은 음색이 매력적이었다.
보내온 프로필을 보니 이제 16살. 연습생으로서는 한창이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외모까지.
영상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일단 만나보지요.”
이윽고, 강윤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이현지가 팔짱을 끼었다.
“프로필 보니까 이 학생, 거주지가 오키나와던데 아무래도 오라고 해야겠죠?”
“오키나와라…”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정성은 보여야죠. 계약 할 때는 우리가 가야겠지만.”
“알겠어요. 그럼 연락할게요.”
곧 이현지는 직원에게 공식 메일을 보낼 것을 지시했고, 동영상의 소녀에게 월드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오라는 메일이 발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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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오지완 프로듀서는 서한유의 디제잉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불과 일주일 사이, 그녀의 디제잉이 눈에 띠게 향상된 것이다.
“이야, ‘How’ 흐름이 매끄러운데? 그래!! 볼륨조절은 쓸데없이 하는 게 아니야!!”
서한유의 디제잉은 오히려 단순해졌다.
그러나 담백해졌달까, 군살이 제거되고 근육질의 몸매가 드러난 느낌이었다.
거친 스크래치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긴장어린 손길로 노브를 만지던 손길도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사장님이 무슨 마술을 부린거야?’
휴가기간, 강윤과 함께 특훈을 한다고 했는데.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곡을 믹스하는 센스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컨트롤러를 다루는 센스는 많이 모자랐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기계도 매끄럽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곡, ‘House’가 부드럽게 마무리되자 오지완 프로듀서는 저도 모르게 서한유의 손을 붙잡았다.
“잘했어!!”
서한유는 당황했지만 감격해 마지않는 그의 모습에 웃을 뿐이었다.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괜찮아!! 암암!! 당연하지!!”
오지완 프로듀서의 감격한 모습에 서한유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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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왔지만 뜨거운 하늘은 여전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열기를 조금씩 식혀주고 있었다.
‘월드, 월드으. 아, 이 길이구나.’
검은 머리와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찰랑이며, 한 소녀가 종이에 그려진 약도를 보며 길을 걷고 있었다.
‘우와. 장난 아닌데?’
‘한국인? 아닌가?’
그녀를 지나치는 남성들은 소녀의 이국적인 외모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 이 길 아닌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약도가 그려진 종이에 의지한 채 부지런히 길을 걸어갔다.
그때 거센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강하게 흩날렸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소녀는 이리저리 흩날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머리칼이 아니었다.
‘야, 봤냐?’
‘풋. 키리다, 키리.’
지나가던 남자들은 삼각형에 그려진 고양이를 보며 쑥덕거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의 펄럭이던 치마가 순간 훌러덩 뒤집히며 횡재를…
서둘러 수습하기는 했지만, 소녀는 울상이었다.
[히잉… 할 수 없지.]그러나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그녀는 열심히 길을 걸었다.
열심히 걸은 보람이 있어 얼마 있지 않아 허름한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사무실로 오라고 했지? 2층?’
소녀는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가니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로 어깨가 넓은 남자와 작은 키의 정장을 입은 여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워낙 분주히 사람들이 움직이니 쉽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한 남자 직원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미 자신이 올 걸 알았는지 직원은 그녀를 친절히 소파로 안내해주었다.
그녀가 소파에 앉자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와 여자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남자의 물음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넓은 어깨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남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긴장감에 몸이 굳어 인사도 잘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남자와 정장을 입은 여성이 그녀를 잘 이끌어주니 조금씩 긴장이 풀려 조금씩 말문을 텄다.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남자, 강윤은 소녀, 이시이 아키나의 긴장이 풀렸다고 생각하자 그제야 중요한 것을 물었다.
월드에 들어오고 싶다가 당연한 답이지만, 강윤은 더 깊이 있는 말을 듣고 싶었다.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이시이 아키나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답했다.
긴장감에 눈을 꼭 감고 외쳤다.
‘잘했어!!’
그녀는 실눈을 뜨고 결과를 살폈다.
그런데…
‘어!? 사람들이 왜 이러지?’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앞의 강윤이나 옆에 앉은 여자, 이현지나.
자신을 보며 뚱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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