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72
82화 – 디제잉의 신(完) >
칼 크랙의 열정 넘치는 디제잉은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유로스타일의 정점이군.’
강윤은 어깨를 들썩이며 칼 크랙의 디제잉에 감탄했다.
그루브를 강조하는 미국 스타일과는 달리 그의 스타일은 화려한 EDM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유로 스타일이었다.
최근 한국의 클럽음악을 이끄는 주류답게 많은 사람들은 화려한 조명아래 춤을 추며 열광하며 공감을 사고 있었다.
‘은빛이 이리 흔한 거였나?’
사이키 조명에도 구별 가는 은빛을 보며 강윤은 피식 웃음이 나와 버렸다.
강윤이 음악의 빛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오지완 프로듀서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서한유의 등을 다독이며 음악을 즐기라며 조언을 했지만, 그녀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화려한 음악이 천천히 잦아들고, 칼 크랙은 문신이 잔뜩 새겨진 손을 들며 고개를 숙였다.
“캄사. 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칼 크랙의 디제잉이 끝났다.
온 몸을 불사르던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그는 정장을 입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곧 클럽 음악이 깔리며 화려한 조명이 홀을 덮었다.
“곧 오겠군요.”
강윤은 직원을 불러 귓속말로 뭔가를 주문했다.
꽤 긴 내용의 주문에 직원은 팬을 들었고, 주문을 받은 후 그는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직원이 간 후, 오지완 프로듀서가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칵테일 하나 주문했습니다.”
“칵테일 치고 주문이 꽤 길던데…”
오지완 프로듀서가 의문을 표하던 그때.
테이블에 사람 형상의 그림자가 졌다.
인기척이 느껴져 돌아보니 디제잉을 하던 흑인, 칼 크랙이 테이블에 서 있었다.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초면부터 버릇없는 말에 서한유의 눈에 쌍심지가 돋았다.
그러나 강윤은 그녀가 나서기 전, 먼저 부드럽게 답했다.
그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큰 손을 들어 강윤의 손을 잡았다.
강윤은 곧 오지완 프로듀서와 서한유를 소개해 주었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저 흑인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눈초리는 느낄 수 있었다.
오지완 프로듀서와 서한유는 가슴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말은 할 수 없어 참고 있는데, 강윤이 먼저 나섰다.
칼 크랙은 흰자가 돋보이는 눈으로 이채를 띄었다.
계속해보라는 도발과도 같았다.
분위기가 처음부터 이상하게 돌아가자 서한유과 오지완 프로듀서가 오히려 잔뜩 긴장했다.
‘PD님. 뭔가 이상해요.’
‘내가 봐도.’
강윤의 눈매가 가라앉고, 칼 크랙이 비웃는 눈초리를 하자 삽시간에 테이블의 분위기는 냉막해졌다.
[칼이 동양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상대와 이야기를 진행 할 마음은 없습니다.]강윤은 고저 없이 담담히 말했다.
칼 크랙도 지지 않겠다는 듯, 눈과 입꼬리를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서한유도 오지완 프로듀서도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긴장감만이 흐르며 시끄러운 음악소리만이 귓가를 스쳐갔다.
그러다가.
칼 크랙이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좋아. 캐리에게 듣던 대로군. 배짱이 두둑하니 마음에 들어.] […..] [그래, 남자라면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지!!]이 무슨 조울증 환자 같은 모습인지.
오지완 프로듀서와 서한유는 갈수록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이 어쨌든, 칼 크랙은 강윤을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 보였다.
강윤의 비웃음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이페이스적인 모습은 캐리 클라우디아나 그나 판박이였다.
한참을 소리 내며 웃으며 시선을 끌어 모으던 그는 갑자기 눈을 빛냈다.
그가 갑작스럽게 본론을 이야기했지만, 칼 크랙이라는 남자에 적응을 했는지 강윤은 당황하지 않았다.
[맞아.] [난 동양인 여자는 질색인데. 캐리한테 못 들었나?] [이게 안 된다면… 우리 이야기도 없던 이야기로 하지.]강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그는 손을 들었다.
[어허.]그는 강윤의 팔목을 잡고는 말을 이어갔다.
[…UKF에 참여하는데 저런 동양 계집 하나 넣어주는 거야. 흠흠.] [서한유.] [그래도 그건 안 돼. 이름은 스스로 만들고, 증명해야지.] [그래도 내 앞에서는 이름을 불러.]강윤과 칼 크랙이 기싸움을 하고 있을 때, 직원이 조금 전에 주문한 칵테일을 들고 왔다.
커피와 흰 유유를 섞은 듯한 빛깔의 칵테일을 보고 칼 크랙의 얼굴이 환해졌다.
독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일품인 칼 크랙이 제일 좋아하는 칵테일이었다.
“오, 오르가즘?!”
칵테일을 잘 모르는 서한유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모습에 오지완 프로듀서는 킥킥대며 이유를 이야기해주었다.
“한유야. 저 칵테일 이름이 오르가즘이야.”
“그, 그래요?”
“처음 들어봐?”
“…네.”
저 두 남녀야 어쨌든, 칼 크랙은 칵테일을 순식간에 반이나 비워버리고는 강윤에게로 눈을 돌렸다.
[땡큐. 몽키들이 칵테일은 잘 만드네.] […후우.]직접적으로 몽키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말이 적응되지는 않았지만 강윤은 한숨을 쉬며 그와 대화를 이어갔다.
[언제까지 있을 거지?] [일주일. 그때 저 애도 함께. 오케이?]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낸 그는 서한유에게로 눈을 돌렸다.
[거기 너.]서한유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긴장하며 눈을 돌렸다.
[디제잉 배운지 얼마나 됐어?]강윤이 통역을 받으며 그녀는 답했다.
[반년 조금 안됐어요.] [이제 걸음마 조금 땠네. 애기네, 애기.]서한유는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참으며 그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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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 일행과 칼 크랙의 술자리는 밤새 이어졌다.
칼 크랙은 강윤이 주문한 칵테일을 연신 5잔이나 더 주문한 후에야 조금 취기가 도는지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럽에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새벽 5시가 돼서야 술자리가 파했다.
졸린 눈을 한 서한유도 테이블에서 꾸벅꾸벅 졸던 오지완 프로듀서도 그제야 잠을 쫓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강윤은 칼 크랙을 보낸 후, 모두를 깨웠다.
“고생했습니다. 갑시다.”
계산을 한 후, 클럽에서 나오니 한산한 새벽길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길을 걸으며 서한유가 물었다.
“사장님. 칼이 운영하는 팀은 어떤 팀인가요?”
강윤은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정돈하며 답했다.
“10명 정도로 구성된 작곡팀이야. 칼 크랙의 음악을 구성하고, 짜는 팀이지. 프로듀서와 작곡가들도 있고, 엔지니어도 있어.”
“아… 우리나라 DJ들은 주로 혼자 작업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외국은 개인보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스케줄은 비워놨으니까 가서 많이 배워와.”
“…..”
서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스케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크게 무리는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는지 그녀는 강윤의 팔을 붙잡았다.
“왜 그러니?”
“그게… 저희가 계속 놀면 회사는 뭘로 돈을 버나요? 민아 언니도 없고…”
강윤은 서한유가 대견스러웠는지 웃음이 나왔다.
“지민이도 있고, 재훈이도 다 해주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대신 너희는 내년부터 죽었다고 생각해야 할 거야.”
“중국에서요?”
“그렇지. 특히, 너는 더.”
“네. 걱정 마세요. 남들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열심히 뛸 거니까요.”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달을 등지며 서한유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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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스튜디오에 내려온 강윤에게 이현지는 껌 하나를 건넸다.
강윤은 고맙다고 말하고는 바로 질겅대며 잠을 쫓았다.
“잠을 많이 못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고 나왔어도 그러면 안 되요.”
이현지는 신신당부를 했다.
아침, 떠밀리듯 받은 건강검진에서 별 이상이 없다고 나온 결과를 이현지에게 보여주었다.
“알겠습니다. 곧 올 시간이군요.”
“그러게요. 난 개인적으로 또 보고 싶진 않았는데…”
이현지가 투덜거리자 강윤은 웃으며 답했다.
“오늘 보면 다른 모습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사장님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아, 왔네요.”
스튜디오 문이 열리며 한 소녀가 들어섰다.
사람 좋은 인상을 한 이시이 아키나였다.
강윤은 반갑게 손을 들었지만 이현지는 가라앉은 눈을 하며 고개만 까딱했을 뿐이었다.
“안녕하셰요.”
“안녕.”
가볍게 인사를 한 후, 강윤은 바로 지난번에 문자로 보낸 과제에 대해 물었다.
[내가 노래 1곡을 보냈었지?] [네. 처음 듣는 곡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거기에 연기까지 해보라니…] [준비는 됐어?]강윤의 물음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했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연기는 해 본적이 없어서…] [괜찮아. 간단한 몸짓만 하면 되니까.]이시이 아키나는 의자를 뒤로 밀고 주변을 공터로 만들었다.
강윤은 그녀의 준비가 끝난 듯하자 리모컨을 들어 오디오를 재생했다.
잔잔히 깔리는 저음의 MR이 흐르자, 그녀는 철푸덕 주저앉으며 노래를 시작했다
유명 뮤지컬 ‘New Life’ 의 여주인공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New Life.
여주인공이 세 번째 직장에서마저 잘리고, 절망에 빠졌을 때, 격려를 받고 다시 일어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잔잔하지만 점점 끓는 감정, 의지까지 보여야 하는 난이도 있는 곳이었다.
‘몰입했군.’
스튜디오 여기저기를 배우처럼 헤집고 다니는 이시이 아키나를 보며 강윤은 눈에 이채를 띄었다.
아니, 그보다 놀란 이가 있었다.
‘저런 애였나?’
깍쟁이같은 소녀인 줄 알았는데.
저런 끼를 감추고 있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강윤을 힐끔 바라봤지만, 그는 평소처럼 엷은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하여간 생각을 모르겠어.’
이현지는 의문어린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적어갔다.
강윤은 그녀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며 하얀빛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며 턱에 손을 올렸다.
‘문희가 확실히 특별한 케이스지. 은빛을 마구 내는 연습생이 흔한 것도 아니지.’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꾸준히 하얀빛을 낸다.
지난번에도 비슷했다.
오늘 뮤지컬 곡을 노래하며 간간히 보이는 연기를 보니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재능은 확실한 것 같군.’
특출나지는 않지만, 확실하다.
이시이 아키나라는 연습생을 평가한 결과였다.
강윤은 이현지에게 속삭였다.
‘어떻습니까?’
‘확실히 재능은 있는 것 같네요. 노래, 연기. 그런데…’
‘그런데?’
‘그냥. 마음에 안 들어요.’
강윤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아니, 이사님.’
‘그냥, 그렇다고요. 첫 인상이 별로였잖아요. 저런 성격, 여자들은 싫어해요.’
여자들이란 복잡하다는 것을 느낄 때, 그녀의 노래가 끝났다.
이마에 살짝 땀을 흘리는 이시이 아키나에게 강윤이 말했다.
이시이 아키나는 계약이라는 압박에 순간 반보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강윤은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달랬다.
그제야 이시이 아키나는 허물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에게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배려에 소녀는 눈을 반짝이며 조금씩 마음을 굳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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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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