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77
83화 – 대세는 글로벌?!(5) >
‘주연이, 너 미쳤어? 사장님을 왜 불러?!’
‘너 같으면 이 사태를 그냥 넘어가리? 민아가 매니저 오빠 말 들을 애야? 어차피 다 알게 될 거 아냐?’
점점 살벌해지는 분위기에 크리스티 안은 괜히 애꿎은 한주연을 타박했다.
이삼순도 강윤의 살벌한 눈길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몸을 떨었다.
그러나 정작 원인제공자인 정민아는 입 꼬리를 올렸다.
“내 머리 별론가? 사장님. 별로에요?”
“…..”
“어? 어…”
강윤은 정민아의 팔목을 거칠게 잡고는 밖으로 끌고 나갔다.
곧 연습실 문이 쾅하며 닫히자 그제야 숨 막히는 공기에서 해방된 여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민아 쟤, 여행 갔다 오더니 겉멋 제대로 들려서 왔네.”
“내 말이.”
이삼순조차 정민아를 변호하지 않았다.
한주연도 한심하다는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지만 크리스티 안은 조금 달랐다.
“일탈 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겠어? 그 뭐냐. 머리에 껌이 붙었을 수도 있고.”
“…아세톤은 폼으로 두냐.”
한주연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크리스티 안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
.
.
쾅!!
강윤은 옥상문을 거칠게 닫고는 정민아를 옥상 한 가운데로 내팽개쳤다.
그러자 정민아는 씩씩대며 강윤에게 눈을 부라렸다.
“아, 아파요!!”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너 정도 되는 애가 이런 행동을 모르고 했을 리도 없고.”
“…언제부터 신경이나 썼다고.”
“정민아.”
강윤은 눈을 감았다 뜨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무리 내가 미워도… 공과 사는 구별해야지.”
“뭐가 공이고, 뭐가 사인데요?”
“계약서 어디에 외모 관련 조항이 있다는 것도 이야기 해야 해? 몇 조 몇 항까지 말해줄까? 네 외모가 너만의 것이 아니잖아.”
강윤이 하나하나 지적하기 시작하자 정민아는 눈을 부라리며 입을 다물었다.
귀가 보일 정도로 짧아진 머리.
활기차고 당찬 대학생과도 같았던 이미지가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순식간에 보이쉬한 이미지로 변해버렸다.
“…그냥 가발쓰고 다니면 되는 것 가지고.”
“정민아.”
“네네네.”
정민아의 입 꼬리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도무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까지 하자.”
“뭘요?”
“나나,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 계약을 더 가지고 갈 이유가 없지.”
정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머리 한번 마음대로 잘랐다고 계약까지…!!
하지만 정민아는 배를 들이밀며 배짱을 부렸다.
“흥. 해봐요, 해봐!! 머리 스타일 한번 바꿨다고 멤버를 잘라요? 언론이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타격이 있겠지. 하지만 계약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멤버를 데리고 있는 것보다는 나아.”
“이이…”
정민아의 눈에 점점 독기가 어렸다.
“이런 반항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무슨 사람이 이렇게 꽉 막혔어?!”
“그렇게 말해도 할 수 없어. 저녁에 계약서 들고 올 테니까 준비해.”
강윤이 정민아에게서 돌아서자 그녀는 눈에 불을 켜며 강윤의 팔을 붙잡았다.
“그럼 이현아나 민진서는요?! 그 사람들은 이렇게 안할 거잖아요!!”
강윤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거짓말!! 사기꾼!!”
“후우.”
강윤은 정민아가 거칠게 붙잡은 손을 떼고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누가 그랬어도 내 행동은 같을 거야.”
“…..”
“에디오스나 진서, 하얀달빛… 아니 내가 소속 연예인 누구를 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차별하는 행동을 한 적이 있어?”
순간 정민아는 말문이 막혔다.
누구에게나 귀를 열고 원하는 노래를 내주려고 노력했으며 보다 좋은 환경에서 활동을 하게 해주려고 노력한 강윤의 모습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강윤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네 행동은 단순한 반항일지 몰라. 하지만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작게 생각할 수 없어. 앞으로 들어올 연습생, 에디오스 멤버들, 지민이… 다들 자기들 취향이 있고, 원하는 대로 가꾸고 싶어 할 거야. 하지만 회사의 전략 때문에 그런 마음을 누르고 있어. 그런데 네 이런 치기를 내가 용납할 수 있을까?”
“…..”
설복되어 가는지, 정민아의 기세가 조금 꺾였다.
“경고야. 이런 식의 반항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품은 감정은 개인적으로 풀어. 얼마든지 받아줄 테니까. 하지만 이런 식의 반항은 용납할 수 없어.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이강윤과 한 사람으로서의 이강윤은 다르다고 생각해.”
이야기를 마친 강윤은 정민아에게서 돌아섰다.
이번에는 정민아도 강윤을 붙잡지 않았다.
저벅거리는 소리가 점차 멀어져갈 때, 정민아는 작게 투덜거렸다.
“…저러니까 쉽게 놓기가 힘들지. 쳇.”
가을바람이 짧아진 그녀의 머리칼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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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합격 이야기를 듣고, 정유리는 엄마의 동의를 얻어 연습생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월드라면 전속이라는 거 평생해도 괜찮은데…”
정유리가 작게 투덜거리자 계약을 담당한 이현지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유리 양. 전속 기간을 평생이라고 정하는 건 법적으로 무효예요.”
“법적으로 무효? 안 된다는 거죠?”
이현지는 계약서를 넘겨 ‘전속기간’에 대해 적힌 것을 설명해주었다.
“10년, 20년. 이렇게 시간을 정할 수는 있어요. 나중에 유리 양이 월드가 아니라 다른 곳과 계약을 해도 이건 마찬가지에요.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원칙이라고 해서 계약기간을 7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은 계약기간에 대한 법적인 조항은 없어요. 어머님도 이건 확실히 알아두시는 게 좋아요.”
이현지의 친절한 설명에 정유리의 어머니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요? 그런데 여기 보니까 7년이라고 적혀있는데, 그 캘… 뭐하는 원칙을 따른 건가요?”
“맞습니다. 7년 뒤면 스무 살. 연습생으로서는 위태로울 나이지요. 혹시 월드와 뜻이 맞지 않다고 느낄 때는 언제든 나가도 괜찮습니다. 연습생은 위약금도 없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월드로서도 손해일 텐데…”
한창 키우던 연습생이 중도에 이탈한다면 회사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그런데 이런 자신감을 보이니 정유리의 어머니는 미심쩍었다.
하지만 이현지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답했다.
“저희가 처음으로 발굴한 유리 양이 다른 곳에서라도 가수가 된다면 손해만은 아닐 겁니다. 또…”
“또?”
“저희는 끝까지 함께 갈 자신이 있으니까요.”
정유리와 어머니가 이현지의 자신감에 탄복할 때, 사무실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있지 않아 문이 열리며 안무가 이혁찬이 들어섰다.
“오셨군요.”
“안녕하십니까. 유리야, 안녕?”
이혁찬 안무가는 기대감 어린 얼굴로 정유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면접 때와는 다르게 밝은 얼굴로 인사하는 이혁찬 안무가가 어색했던 정유리는 작게 손을 들었다.
이현지는 이혁찬 안무가를 정유리와 어머니에게 소개해주었다.
“앞으로 유리 양을 주로 담당할 이혁찬 안무가입니다. 혁찬 선생님.”
이현지는 이야기를 나누라며 손짓했고, 이혁찬 안무가는 두 사람을 이끌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휴우.”
연습생들과의 계약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현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리로 돌아가니 자리에 앉아있던 강윤이 그녀를 맞아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해요.”
강윤은 미리 준비해놓은 커피를 그녀의 자리에 손수 놓아주었다.
이현지는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며 눈썹을 꿈틀댔다.
“큽. 많이 쓰네요.”
“이런. 오늘 원두 조절에 실패했군요.”
“그러게요. 그래도 잠은 확 달아났네요.”
강윤은 얼음을 빙빙 돌리며 책상에 걸터앉아 계약에 대해 물었다.
“현재까지 구한 연습생들 계약들은 이로서 다 마무리군요.”
“네. 연습생 계약이니까요. 크게 어려울 건 없죠. 가수 계약도 아니고… 문제는 이후 관리죠.”
“그렇죠. 중간에 나가면 피곤해지니까…”
“위약금 항목을 넣었어야 한다니까요.”
이현지가 투덜대자 강윤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습생을 오랜 기간 육성한다는 건 회사로서도 리스크를 지는 것이었다.
이성적으로 보면 이현지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연습생의 마음이 떠났는데 억지로 붙잡고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하여간. 사장님은 이해 못할 구석이 있어요. 자선사업가도 아닌 것 같은데.”
“자신 있습니다. 다른 곳에 못 가게 할 자신이. 만약에 간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 겁니다.”
“…허세는. 어떻게요?”
이현지가 장난스럽게 투덜대자 강윤은 씨익 웃었다.
“연습생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가수로 만드는 것입니다. 무조건.”
“…꿈의 무조건적인 현실화. 이건가요?”
“네.”
“말 그대로 꿈이네요. 꿈. 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그래서 이번이 중요합니다. 이번 기획이. 반드시 모두를 가수로 만들 겁니다.”
강윤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말에 이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강윤은 자리로 돌아와 서류들에 도장을 찍고는 이현지에게 넘겼다.
공연팀과 배우팀 등 여러 곳에서 온 서류들이 강윤의 도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 팀은 추 사장과 이야기를 많이 진행하고 있고, 진서는 스케줄이 미어터지는군. 그리고 연습생이라… 여기도 문제군.’
팀장들에게 권한을 많이 줬지만, 강윤의 결재가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며칠간 외근을 다녔기에 책상위에는 강윤의 도장을 기다리는 서류들이 정말 많았다.
이현지가 정리가 안 된 강윤의 자리를 보고는 한 마디 했다.
“사장님. 비서라도 한명 쓰는 게 어때요?”
“비서 말입니까?”
강윤이 반문하자 이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윤에게 다가왔다.
“네. 비서요. 아무래도 시간을 관리해 줄 비서가 필요할 것 같네요. 거기 서류도 그렇고.”
“에이, 아닙니다. 시중 받는 느낌이 영 어색할 것 같습니다.”
시녀를 쓴다는 느낌?
하지만 이현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강윤을 설득했다.
“비서는 시녀가 아닙니다, 사장님. 설마 그런 고리짝 사고를 가지고 계신 거예요?”
“고리짝? 이사님. 그런 건 아니고…”
“어머어?”
이현지의 장난에 강윤은 헛기침을 늘어놓았다.
강윤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그녀는 웃으며 강윤을 놀려댔다.
“쿡쿡. 하긴, 혼자인 사장님이면 비서들이야 달려들려고…”
“진짜 이사님도. 자꾸 이러시면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하하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아무튼 요지는 이래요. 저 늘어진 서류들을 정리해주고, 바쁜 스케줄도 정리해 줄 비서. 저나 사장님이나 앞으로는 시간을 더더욱 쪼개서 써야 할 테니까요. 이제는 돈보다 시간이 더 비싸질 거예요.”
“돈보다 시간…”
“각 팀들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앞으로 들어올 서류들의 양도 상상을 초월할 거예요. 저기 예랑의 경우 비서만 3명이에요. 강시명 사장이 사장님만큼 바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은데… 그 사람이 왜 비서를 3명이나 쓰겠어요?”
강윤은 할 말이 없었다.
시간의 중요성.
이현지는 강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었다.
“그럼 바로 올릴게요.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장 비서 모집. 곧 회장님 되실 분 비서 모집이라면 경쟁률도 만만치 않겠네요.”
“이사님. 진짜…”
“하하하!!”
이현지는 계속 장난을 치며 자리로 돌아갔다.
강윤도 언제 나처럼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로 돌아와 다시 서류를 잡았다.
그날 저녁.
밀린 일을 하느라 밤 9시가 돼서야 회사에서 나온 강윤은 사무실 불을 끄고는 회사를 나섰다.
회사 앞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네, 이강윤입니다.”
[사장님, 진혜리입니다.]
“네, 혜리 씨.”
스카우터 활동을 위해 며칠 전 일본으로 간 진혜리였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강윤은 타박하지 않고 용건을 물었다.
“하루 보고입니까?”
[네. 보고도 있고, 바꿔드리고 싶은 분도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래요? 일단 보고부터 들어볼까요?”
진혜리는 며칠 동안 그녀가 만난 후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로 도쿄의 여자 고등학교를 주로 돌아다녔고, 그 곳에서도 특히 교복이 잘 어울리는 학생들에게 명함을 돌렸다고 이야기했다.
활동내역을 듣다가 강윤이 물었다.
“연락이 온 곳은 있습니까?”
[네. 두 명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둘 다 만나보고 최종의사를 물어보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꿔준다는 사람을 들어볼까요?]
강윤의 말에 전화기에서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다가 곧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였다.
인문희가 활동하는 소속사 A-Trust와 진혜리의 조합이라니.
강윤의 멍한 목소리에 인문희가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아, 사장님. 보고 싶어요. 여기 한번 오세요. 제가 가고 싶은데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요.] “유리 짱이 어디 가겠어?”
[아, 사장니임!!]
강윤에게 예명을 듣는 건 싫었는지 인문희는 엄살을 부렸다.
그는 크게 웃으며 인문희를 다독였다.
“하하하. 좋은 일이네. 알았어. 한번 갈게.”
[네. 꼭 오세요. 아까 말한 두 명 중 한명은 제가 권한 사람이거든요.]
“그래?”
강윤의 톤이 호기심에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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