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83
85화 – 위기와 기회(2) >
“문제가 되는 건 자동연장 조항이죠. 맞지요?”
이현지의 말에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주아는 MG와 7년을 계약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연장을 조항. 이게 문제가 됩니다. ‘계약종료 1개월 전,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계약이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2년간 자동연장 된다’. 이 조항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강윤은 책상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서류를 꺼내 ‘계약기간’이라고 적힌 부분을 펼쳐들었다.
그가 꺼낸 서류를 보고, 이현지도 눈을 크게 떴다.
“사장님이 주아 계약서를 어떻게…?”
“이사님 뒤를 맡으려면 이 정도야 기본 아니겠습니까.”
이현지가 감격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강윤은 미리 형광펜으로 체크해놓은 부분을 이현지에게 보여주었다.
– 계약 종료 1개월 전까지 서면에 의한 다른 의사 표시가 없으면 계약은 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본 계약은 2년간 자동 연장된다.
강윤은 손가락으로 ‘이전과 동일한 조건’ 부분을 동그라미 쳤다.
“이 부분과 뒤의 자동연장이 법적인 논란이 됩니다. 재계약을 할 때, 주아 정도의 스타라면 추가 조항을 달아야 합니다. 하지만 원 회장님과 계약을 할 당시, 계약 외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 주었던 부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주식도 배분받았기에 주아는 이 계약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죠.”
“확실히… 주아는 MG에서도 특별히 신경을 쓰던 아이였으니까요. 사실 그 애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래서 계약서는 꼼꼼히 봐야하는 건데…”
이현지는 씁쓸했는지 입술을 꾹 붙였다.
강윤도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다.
“이번 언플에서 MG가 가구회사를 들먹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본 소송으로 가봐야 불리하니까 다른 걸 자극해서 주아에 대한 지지를 빼놓은 것입니다. 사람은 대중이 되면 될수록 진실보다 자극을 찾기 마련이니까…”
“입맛이 쓰군요. 사장님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요?”
강윤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주아의 일은 빠르고 명쾌하게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MG가 많이 위축되었다고 하지만, 인맥을 이용한 여론을 조장하는 힘이 있었고 그들 뒤에는 리처드라는 알 수 없는 자금을 가진 존재도 있었다.
법적으로 유리하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
그 시간동안 주아는 그 시간동안 피폐해질 것이고 월드도 원하는 바를 얻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일단 큰 한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큰 한방?”
“네. 아주 큰 한방.”
강윤의 말에 이현지는 미안해져 고개를 숙였다.
“…뒤를 부탁했지만, 생각해보니 사고를 떠넘긴 것 같군요.”
강윤은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다.
“하하하. 다 생각하고 저지르신 것 아닙니까?”
“들켰나요?”
“몇 년을 함께 한 사이입니다. 이 정도야… 이전에는 제가 사고치고, 이사님이 수습했잖습니까. 한 번쯤은 바뀌어도 괜찮겠지요.”
“그렇군요. 그래서 그 한방이 뭐지요?”
강윤은 인터넷을 켜고는 한 곳에 있던 주식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현지가 강윤 옆에 서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MG…? 이건 주식이잖아요.”
“네. MG 지분, 아직 가지고 있지요?”
“일단은요. 그때 팔아버리려다 아직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부족해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안돼요.”
그렇게 모은 주식수준은 이사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한서 이사가 가지고 있는 우호지분까지 합쳐도 아직은 다른 이사들의 영향력에 그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강윤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저들이 우리가 사 모은다는 걸 모른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네. 일단은 제 3자의 이름으로 주식을 샀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 정도면 됐습니다. MG의 사장단과 힘을 합칩시다.”
“네?!”
적과 다름없는 사람들과 힘을 합친다?
생각지도 못한 강윤의 말에 이현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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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츠파인의 총책임자, 전형택 부장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하세연 사장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가볍게 찌푸렸다.
“이용자들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는 한데… 역시. 거대 기획사들의 노래가 없는 게 크긴 크군요.”
전형택 부장도 민망했는지 고개를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MG나 예랑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GNB도 이렇게까지 길게 불참대열에 동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GNB가 줄타기를 제대로 하는군요. 한영숙 사장이 생각보다 여우같군요.”
하세연 사장은 보고서를 책상위에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요계의 구도는 월드와 윤슬, MG와 예랑 그리고 줄타기를 하는 GNB로 나누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월드가 거대해졌다고 하지만 MG나 예랑이 구축해놓은 인맥들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겠죠.”
전형택 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대로만 흘러가면 월드가 MG를 능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여러 중소 기획사나 방송사들도 고심하고 있다고…”
“그러겠죠.”
블라인드를 걷자 햇살이 눈부시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하세연 사장은 살짝 블라인드를 내려 약간의 그늘을 만들었다.
“하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만큼 그들이 만들어놓은 인맥은 강력하니까요.”
“흠…”
전형택 부장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결국 GNB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겠죠?”
“…알겠습니다.”
전형택 부장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고는 사장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하세연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지난번에 강윤 사장이 한영숙 사장하고 만났다고 했었나. 하여간, 은근히 귀신같다니까.”
블라인드를 다시 내리며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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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서 이사의 찻집, ‘서향’은 평일 낮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차 특유의 온기와 향, 그리고 은은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 탓인지 사람이 많아도 수다스럽지 않았다.
덕분에 서향의 분위기는 부드럽고, 은은했다.
그 서향의 VIP들만이 머무르는 2층의 특실에서 강윤은 자신의 찻잔에 정성스레 차를 따라주는 여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불쑥 찾아와 죄송합니다.”
여인, 이한서 이사의 부인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녀는 이 강윤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이 매우 밝았다.
“아니에요. 이이에게 이야기 많이 듣고 궁금했었어요.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었고.”
“영광입니다.”
“영광이라니요. 제가 영광이지. 그런데… 바쁘신 것 같네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강윤이 멋쩍은 표정을 짓자 그녀는 괜찮다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나중에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강윤 씨에게 들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그녀는 이한서 이사에게 눈웃음을 짓고는 밖으로 나섰다.
“거 사람도, 참. 가끔 보면 애 같다니까.”
“사모님이 정말 좋습니다. 차도 좋고…”
차의 온기를 즐기며 강윤은 눈을 감았다.
복잡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지만 잔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순간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듯 한 느낌이었다.
강윤의 얼굴이 조금 풀어진 듯하자 이한서 이사가 용건을 꺼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왔습니다.”
“어려운 부탁이라… 걱정되는군요.”
말과는 다르게 이한서 이사의 얼굴은 부드러웠다.
그 표정이 강윤을 더 미안하게 만들었다.
“항상 죄송합니다. 편의를 이렇게 봐주시고… 주아 계약서도 그렇고.”
“아닙니다. 항상 말하지만 이 일은 제 이익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건 잡아야하니까요. 그래서 부탁은 무엇입니까?”
강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굳게 결심했는지 눈에 힘을 주었다.
“원진표 사장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강윤의 말이 의외였는지 이한서 이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 사장님을 말입니까?”
“네.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할 이야기라. 강윤 사장님. 지금 원 사장님이 월드를, 아니 강윤 사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하시는 말씀인지요?”
강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MG 엔터테인먼트를 나간 이후, 월드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어느새 버금가게 키워버린 남자였다.
원진문 회장의 아들인 자신에 비해 이 남자는…
간혹 이한서 이사가 원진표 사장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어 강윤도 알고 있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만나야겠죠.”
“원 사장님은 자격지심이 심한 사람입니다.”
“상관없습니다.”
강윤이 두 번이나 강조하자 이한서 이사도 더 밀어붙일 수가 없었다.
이럴때의 강윤은 말리기 힘들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잠시 망설이다가 알겠다며 손을 들었다.
“…후우. 결국 저는 사장님께 또 지겠군요.”
“죄송합니다. 어려운 부탁만 드려서…”
“주선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강윤 사장님께 쉽지 않은 자리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될 뿐이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한서 이사의 따뜻한 마음에 강윤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그럼 일정을 잡아보겠습니다.”
이한서 이사는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며 바로 MG 엔터테인먼트의 원진표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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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와 MG의 공방은 지지부진하게 계속되었다.
그녀의 소속사 이탈에 맡서 MG는 가구 회사 건으로 맞불을 놓았고, 이어 주아도 연장계약에 대한 부당함으로 또 맞불을 놓았다.
며칠간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공방이 이어지니 여론도 팽팽했다.
– 연예인이 노래에 집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님? 사업을 직접 하겠다고 나간다는 건 문제아님?
– 얼마나 대우를 안 해줬으면 직접 회사 지분을 샀겠음? 연장계약이 이상한거야
– 아, 몰라몰라. 이기는 편 우리 편!!
– 윗분 2222222222
– 333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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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가십성 기사들이 쏟아졌고,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그만큼 탑스타, 주아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오늘로 두 번째 뵙는 것 같군요. 원진표입니다.”
신사동 근처의 한 고급 일식집 안.
먼저 도착한 강윤에게 원진표 사장은 손을 내밀었다.
“이강윤입니다. 앉으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윤은 싱싱한 회와 각종 음식들로 화려한 식탁을 가리켰다.
원진표 회장이 도착하지 전, 강윤이 먼저 도착해 주문을 해놓은 음식들이었다.
일종의 배려였다.
하지만 원진표 회장은 입술을 삐죽이더니 턱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흠… 이 집보다 맛있는 곳도 많은데.”
“아, 그렇습니까?”
“조금 비싸긴 한데. 다음에는 그 곳에서 제가 한번 모시지요. 이 팀장님도 처음 가보는 곳일 겁니다.”
이제는 어엿한 사장이었지만, 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했다.
기선제압을 위한 것인지, 그의 표정에도 자신감을 넘은 오만이 가득했다.
‘확실히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군.’
강윤은 한 마디 하려다가 이한서 이사의 말을 떠올렸다.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을 자극해봐야 좋을 건 없었다.
부드럽게, 강윤은 한 가지를 잡기로 마음먹었다.
“기대하겠습니다, 원 사장님. 저도 사장이 되고 난 이후 정말 좋은 집은 못 가봐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하하하.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럼, 드실까요?”
두 사람은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회는 싱싱하니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다.
따뜻하게 데운 청주도 함께하니 금상첨화였다.
술도 적당히 들어가고, 배도 불러오자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 오늘 보자고 한 용건이 무엇입니까?”
양 팔을 뒤로 뻗고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 원진표 사장에게 강윤은 차분히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님께 힘이 되어드리고자 뵙자고 했습니다.”
“힘?”
원진표 회장은 황당하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무슨 힘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려고 이 자리에…”
“걸림돌, 이사들을 갈아치우고 싶지 않으십니까?”
순간 원진표 회장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걸림돌? 이사들이 어쩌고? 이 팀장. 이건 아닙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헛소리 할 거면 들을 필요도 없겠군요!!”
원진표 사장은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나 미닫이문을 열었다.
거친 모습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강윤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허수아비 사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
확신어린 목소리에 원진표 사장의 몸이 저도 모르게 뒤로 돌아섰다.
“…이쪽이 치루어야 할 대가는?”
강윤은 그를 쏘아보았다.
“주아를 놔주십시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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