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85
85화 – 위기와 기회(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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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엔터테인먼트의 입구.
‘후우.’
로비를 서성이며 이한서 이사는 높은 천장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짧은 한숨을 쉬는 그의 모습을 그를 지켜보던 안내데스크의 두 여직원은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이사회의 아니었어? 표정이 좋으신데?’
‘그러게요. 회의 있는 날마다 표정 정말 안 좋으셨는데…’
‘요새 잘 나오시지도 않더니 좋은 일이라도… 어? 저기 누구 온다.’
잡담을 나누던 여직원들은 얼른 차렷 자세로 돌아갔다.
얼마 있지 않아 회전문이 천천히 돌아가며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한서 이사가 반갑게 그들을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살짝 들떠있던 이한서 이사의 표정이 더더욱 밝아졌다.
유로스 쇼핑몰 공사 탓에 방문객들이 거의 없어 그들의 인사소리는 로비를 부드럽게 울렸다.
그런데 평소에 이한서 이사를 좋게 생각하던 여직원들은 그와 반대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미 씨. 저, 저 사람들!!’
‘어어? 저, 저 사람들!!’
이한서 이사와 손을 잡은 남성은 다름 아닌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강윤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온 여성,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이사 이현지였다.
MG에겐 원수와도 같은 존재인 두 사람이 이곳, 스타타워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두 여직원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선배 여직원이 전화기를 들려는 찰나, 이한서 이사의 이끌림에 강윤과 이현지는 안내 데스크로 다가왔다.
“주하 씨. 주차권 좀 줄래요?”
“네? 아, 네!! 아…”
전화기를 들려다가 여직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얼른 주차권을 내밀었다.
여직원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강윤은 부드럽게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감사합니다. 고생하는데 이거, 마시면서 하세요.”
“네? 아니, 이런 건…”
두 개의 캔커피를 받아들고 멍해진 여직원들을 내버려둔 채, 강윤 일행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고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이현지가 물었다.
“사장님. 방금 그건 작업?”
“무슨 작업 말입니까?”
강윤이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의문을 표하자 이현지도 뚱한 표정으로 대응했다.
“저기 여직원들 표정들 보세요. 이건 뭐지? 월드 사장님, 아니 이전 팀장님이 캔커피를?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었나? 설레는 표정이잖아요?”
“그럴 리가요.”
강윤이 멋쩍은 미소를 지을 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한서 이사가 버튼을 누르자 곧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윤은 웃으며 조금 전 이현지의 의문에 답했다.
“보고를 늦춰달라는 뇌물?”
“그런 거하고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이전의 강윤 팀장을 아는 직원들이라면 더더욱. 하여간, 남자들은 다 은근 바람기 있어요.”
이전 MG 엔터테인먼트 시절의 강윤을 은연중에 마음에 두던 여직원들도 상당수였다.
꼬투리를 잡았다는 이현지의 표정에 강윤이 아닌, 이한서 이사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저길 보면 효과는 있는 것 같군요.”
이한서 이사는 로비의 안내데스크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여직원들이 캔커피를 만져대며 안절부절 하는 여직원들의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에 강윤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답했다.
“제가 이겼군요.”
“풋. 하여간.”
이현지는 결국 어깨를 으쓱이며 화제를 돌렸다.
“한서 이사님. 오늘 우리가 온다는 거, 말씀 하셨나요?”
이한서 이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손님이 있다고만 보고했습니다. 그런 친절함을 베풀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여간.”
이현지는 깜짝 파티가 될 것 같다며 어린아이같이 즐거워했다.
하지만, 겉모습일 뿐이었다.
MG 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의가 그렇게 만만할 리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사회의실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강윤과 이현지를 보고 놀라워하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이한서 이사와 강윤, 이현지는 왼쪽 중앙의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이강윤? 이현지 사장까지?’
‘이 사람이!! 사장이라니. 전 사장이지.’
‘허… 아니, 저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한서 이사의 옆에 앉은 강윤과 이현지를 보며 이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직접 왔군.’
‘과연.’
그런데 의외로 동요가 없는 이사들도 있었다.
이사라는 직함과 지분은 가지고 있지만 크게 힘을 쓰지는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몇몇이 동요하고 있어요.’
이현지는 따가운 기류를 느끼며 강윤에게 속삭였다.
서류를 준비하던 강윤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를 느꼈는지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적진이잖습니까. 당연한 겁니다.’
‘그렇군요. 어? 저 사람…’
이현지 이사는 여러 이사들의 기립 인사를 받으며 들어오는 푸른 눈의 외국인을 보며 강윤의 팔을 툭툭 쳤다.
‘리처드, 그 사람이군요. 지금의 MG를 뒤에서 만들었다는…’
‘오늘 일이 잘되고, 안되고의 키도 저 사람이 쥐고 있을 거예요.’
‘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
중앙에 앉은 리처드를 바라보며, 이현지는 눈에 날을 세웠다.
리처드가 들어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가 시작되었다.
MG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원진표는 중앙의 리처드 옆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이사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사회의는 정기 이사회의가 아닌 관계로, 단 1건에 대해서만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이한서 이사 외 10명의 이사들이 안건을 제시했으며…”
원진표 사장은 이사회의의 개요를 읽어나갔다.
그와 함께 프레젠테이션이 화면에 재생되었고,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안건의 주최자, 이한서 이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MG 엔터테인먼트는 설립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의 숙원 사업인 스타타워 건축사업에 들어간 이후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유보금을 비롯해 투자금, 대출까지 모조리 끌어왔고, 결국 스타타워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아아.”
이한서 이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거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돌아보니 문광식 이사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스타타워를 팔자는 이야기 아닙니까. 말을 참 어렵게 하네. 저기 사려는 사람도 왔고.”
안하무인답게 문광식 이사는 강윤과 이현지를 손가락질하며 화를 돋웠다.
그러자 이한서 이사의 눈썹의 꿈틀댔다.
“두 분은 오늘 중요한 손님 자격으로 오신 분들입니다. 이러시면 저희 MG의 품격이 손상됩니다.”
“품격은 무슨.”
문광식 이사는 코웃음을 쳤다.
“이봐요, 이 이사. 저기 이강윤이가 우리 MG 물 먹인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건 여기 모르는 사람이 있나? ECTM에 에디오스에 민진서… 저번 뭐라더라. 튠에 올라간… 아무튼. 이강윤이하고 얽히고 되는 일이 없었는데 제정신입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의 격앙된 목소리에 호응하는 이사들이 상당수였다.
무례한 태도였지만 외인이라는 핸디캡 때문인지 강윤을 감싸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한서 이사가 무례한 태도에 대해 지적을 하려고 할 때, 강윤이 그의 옷깃을 잡았다.
‘제가 발언할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강윤의 의도를 알아채고 이한서 이사는 노기를 가라앉히곤 마이크를 잡았다.
“…사장님. 잠시 마이크를 손님께 넘겨도 되겠습니까?”
원진표 사장은 이한서 이사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문광식 이사가 노발대발했다.
“이사회의에서 손님은 무슨. 저런 싹수가 노란…”
“허락합니다.”
“사장님!!”
문광식 이사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고, 주변의 몇몇 이사들도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의 원진표 사장이라면 물 흘러가듯 빨리빨리 끝내자를 주장하는 사람이었건만…
모두가 놀라는 사이 강윤은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강윤은 살짝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 후, 본격적인 발언을 시작했다.
“본론만 간단하게 발언하겠습니다. 스타타워는 MG의 숙원사업이었고 10년, 아니 20년을 바라보는 큰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년을 바라보며 진행한 사업이 당장의 5년도 버티기 힘들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 점에 먼저 유감을 표합니다.”
“유감이라…”
강윤이 잠시 텀을 둘 때, 이번에는 비교적 젊은 이사, 김진호 이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 중간에 미안합니다, 강윤 사장님. 궁금한 게 생겨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스타타워를 20년을 바라보는 사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월드에서 우리의 20년을 빼앗겠다는 말이 되는 거군요.”
부드러운 말이었지만 가시가 박힌 말이었다.
그러나 강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잔인하군요. 우리는 강윤 사장님께 서운하게 한 적이 없습니다만.”
김진호 이사는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다른 이사들도 눈에 날을 세워가며 감정이 동요되어 가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강윤은 차분했다.
“미래의 20년을 위해 당장의 5년도 버티지 못한다면 그 20년이 의미가 있을까요? 전 스타타워가 미래를 본 획기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의 MG가 그걸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김진호 이사 대신 발언 기회만 노리던 문광식 이사가 거친 말투로 마이크를 잡았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 12월이야, 유로스 쇼핑몰이 문을 여는 내년 1월까지만 버티면 2월부터는 스타타워에서 어마어마한 소득을 벌 수 있을 거야. 언제까지 우리가 손가락만 빨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시야가 좁구만. 강윤 팀장.”
강윤은 몸을 돌려 문광식 이사와 눈을 마주했다.
“이사님 말씀대로 유로스 쇼핑몰은 내년 1월에 리모델링을 끝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날짜입니다. 개장은 1월 1일이 아닌, 1월 16일. 즉, 중순이죠. 반토막난 돈으로 우리 형편 나아졌어요. 할 수 있겠습니까?”
“흥. 없는 것 보단 낫겠지. 우리도 계산기 두드릴 줄 알아.”
“그리고 잊으신 게 있는데… 지금 MG에는 주아가 없습니다. 주아없이 반토막난 스타타워 수익으로 2월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속절없이 가수들을 혹사시켜야 할 텐데 MG의 가수들이 그런 강행군을 버틸 수 있겠습니까?”
“야!!”
나오지 말아야 할 소리가 나왔지만 원진표 사장은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한서 이사의 옆구리를 찔렀다.
‘원 사장은 이런 아수라장 제지는 안하나요?’
‘…죄송합니다.’
‘원 회장님하고 너무 다르네.’
이현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 강윤이 마이크를 잡았다.
“곧 돌아오는 어음, 대출 이자. 다 고려하면 당장 5년이 아니라 1년도 버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강윤은 눈에 날을 세웠다.
“이사님이라는 직위에 어울리는 품격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뭐, 뭐라?!”
말로도, 지위로도 뭐로도 참패였다.
문광식 이사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주변의 이사들이 그를 붙잡으며 회의실 밖으로 끌고 나가며 큰 소란이 날 사태를 마무리했다.
강윤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리처드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강윤 사장님. 흥미로운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고서를 보니 저희가 투자한 비용에 절반밖에 안 되는 가격에 인수를 하려는 것 같군요. 이렇게 판다고 해봐야 저희에게 남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리처드는 손에 깍지를 끼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강윤이 제시한 금액은 스타타워 건축에 들어간 천문학적 금액의 절반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날강도가 있다면 여기 있다고 할까.
이번에는 이현지가 양해를 얻어 마이크를 잡았다.
“공시지가, 그리고 감정평가사와 논의해 책정한 금액입니다. 객관적인 지표는 뒤에 있는 참고자료에 다 나와 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가격 결정에 대한 설명을 더 해드릴까요?”
“아닙니다. 그것보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이현지의 여유 있는 미소에 리처드는 파문을 던졌다.
“최근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사를 떠나서 전 주아의 개인적인 팬입니다. 그래서 주아가 회사를 나간 게 개인적으로 무척 안타까운데… 뭐, 사담은 접고. 질문입니다. 이현지 이사님. 최근에 주아랑 자주 만난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사님하고 만나면서, 주아가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리처드는 웃으며 손을 활짝 벌렸다.
“펑!! 터졌죠. 회사를 나가는 형태로. 타이밍이 너무 이상해서 말이지요. 음… 괜한 생각일까요?”
이현지의 눈썹이 꿈틀댔다.
이번 스타타워를 위해 그녀는 주아를 MG에서 나가게 만들었다.
그의 여유로운 표정이 점점 섬뜩하게 느껴질 때, 강윤이 마이크를 잡았다.
“주아가 제게 상담을 하러 왔었습니다.”
그러자 이사회의실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리처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이현지는 아차 싶어 머리를 잡았다.
얼마 있지 않아 스타타워 매각을 위한 표결로 들어가야 할 상황인데 강윤이 대실수를 저질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전 개인의 치부를 까발리는 치졸한 남자가 아닙니다.”
“큽…”
뭔가에 얻어맞은 듯, 리처드는 당황스러웠다.
이때 남자라는 말이 나올 타이밍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이사들 중 몇몇은 이야기하라며 나오지도 않는 마이크를 대고 외치기도 했고, 몇몇은 남자라면 비밀은 지켜줘야 한다며 강윤을 옹호했다.
어수선해지기 시작한 이사회의실에서 강윤은 침착하게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MG를 나간 건 주아의 선택입니다. 누구보다도 MG를 사랑한 주아가 이런 선택을 하게 만든 것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강윤은 마이크를 끝으로 밀어버렸다.
더 이상, 발언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 주아의 선택이었다.
선택하게 만든 MG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사들 모두가 강윤의 말에 동요되어 점점 시끌시끌해졌다.
그때, 원진표 사장이 마이크를 세게 두드렸다.
“조용, 조용!!”
몇 번이나 마이크를 두드려서야 소란이 잦아들었다.
주변이 잠잠해지자 원진표 사장은 강윤과 이현지 쪽을 바라보았다.
“오늘 회의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후 순서를 진행해야 하니 두 분은 이만 나가서 기다려주십시오.”
강윤과 이현지는 고개를 숙이고는 이사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직원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강윤과 이현지는 아래층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강윤은 이현지에게 이온음료를 건넸다.
“땡큐. 그나저나 회의는 얼마나 걸릴까요?”
이현지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강윤도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며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잠깐 쉬고, 스타타워 구경이나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럴까요?”
캔을 모두 비우고,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넓은 스타타워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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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후.
밤이 되었다.
늦은 공사로 시끌시끌한 유로스 쇼핑몰을 돌아다니던 강윤과 이현지는 천천히 스타타워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안 끝났나 보네요.”
이현지는 스타타워 고층에 켜져 있는 불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결정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강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천천히 걸어갔다.
주머니에는 핸드폰에 언제 진동이 올까,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만약에 스타타워 인수가 실패로 끝나면…’
이사회의실에서 나온 후, 아니 그 이전부터 강윤은 플랜B를 세우고 있었다.
특히 주아에 대해 책임감 때문인지 강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강윤의 고민을 알았는지 이현지도 특별히 강윤에게 말을 많이 걸어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현지가 핸드폰을 보더니 목소리를 떨었다.
“사장님. 결과…”
앞서 걷던 강윤은 결과라는 말을 듣자마자 성큼성큼 이현지에게 걸어왔다.
“어떻게, 어떻게 됐습니까?!”
드물게 감정이 격앙된 강윤에게 조금 놀랐지만 이내 장난기가 발동했다.
“후후. 어떻게 됐을까요?”
그러나 이현지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보니 이내 강윤도 여유를 되찾았다.
“이사님 표정을 보니 바로 알 것 같습니다.”
“…재미없게.”
현지는 재미없다며 툴툴대면서 핸드폰을 건넸다.
[찬성 15 반대 14 스타타워 매각 가결.]강윤은 손을 들었고, 이현지는 그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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