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89
86화 – 정리, 그리고 대륙(3) >
비행기로 수 시간을 날아 상해푸동국제공항에 도착한 강윤 일행은 공항까지 마중 나온 추만지 사장을 만났다.
“사장님.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공항에서 강윤의 손을 굳게 잡은 추만지 사장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스타타워 같은 큰 사건으로 인해 다이아틴과 에디오스의 콜라보 약속이 깨지는 것이 아닌지.
강윤에 대한 신뢰는 높았지만 이 바닥이 워낙 불확실성이 많았다.
그가 직접 공항까지 나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런 추만지 사장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낮춰주려는지 강윤은 그의 손을 양 손으로 감쌌다.
“주인공은 원래 늦게 등장해야 매력적이죠.”
“하하하하. 좋아보여서 다행입니다. 자자. 가실까요?”
가벼운 농담을 유쾌하게 받으며 추만지 사장은 함께 온 직원들을 시켜 강윤 일행의 짐들을 받아 들었다.
먼저 향할 곳은 숙소였다.
강윤과 함께 서한유가 앞으로 타고 다닐 밴에 탑승한 추만지 사장은 궁금한 것이 많았는지 아예 몸이 강윤 쪽으로 돌아서 있었다.
“에디오스의 네임벨류가 적당하게 오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
다이아틴과 에디오스의 콜라보 콘서트를 개최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이름값, 즉 네임벨류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사람들을 많이 동원할 수 있을 테니까.
사실 지금의 추만지 사장으로선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공연 노하우가 필요하지 에디오스의 중국 인지도가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질문을 돌려한 것일 수도 있었다.
가장 껄끄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받았지만 강윤은 확실히 답을 주었다.
“전 여름을 보고 있습니다.”
“여름? 일정이 빡빡하지 않겠습니까? 실패할 수도 있는데…”
“추 사장님을 생각해서라도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하하하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린 말이었지만 밴 안은 웃음이 흘렀다.
무언가를 말할 때 근거를 항상 말하는 강윤답지 않았지만, 추만지 사장도 굳이 더 따지고 들어가지 않았다.
볼륨을 작게 줄인 이어폰 사이로 추만지 사장과 강윤의 대화를 듣던 서한유는 주먹을 꼭 쥐며 긴장을 넘겼다.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 일행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그 이후 차를 타고 5분을 이동하니 윤슬 엔터테인먼트의 상해지부가 있었다.
상해지부는 5층 규모의 신식 건물이었다.
‘…상해 땅값도 비쌀 텐데. 윤슬도 대단하네요.’
서한유는 중국에서 단단히 자리잡은 윤슬이 놀랍다며 강윤에게 속삭였다.
뜬금없는 땅값 이야기를 들을 줄은 생각도 못한 강윤은 피식 웃었다.
“상해 부동산 값이 높긴 하다만… 한유야. 벌써부터 땅값타령을 할 때는 아니지 않아?”
“일찍 시작하면 좋잖아요.”
“이런이런.”
간혹 엉뚱한 말을 하는 서한유가 귀여운 듯 강윤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부비고는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로비에 들어서니 의외의 손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강윤을 맞아주었다.
“어?! 작곡가님!!”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서한유를 비롯한 일행들이 계단위로 시선을 돌리니 눈매가 올라간 생기 넘치는 여인이 강윤을 향해 달려와 그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나 강윤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여인의 등을 다독였다.
“예야구나.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역시!! 강윤 작곡가님이었어!! 와우!!”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한껏 기뻐하는 여인, 그녀는 다이아틴 멤버들 중 가장 솔직하면서도 괄괄한 멤버, 주예아였다.
강윤은 그녀를 가볍게 떼어내며 반가움을 표했다.
“중국 메스컴이 엄청 예민하다고 들었는데…”
“에이. 그렇다고 해도 회사까지 들어오지는 않아요. 우리 사이에 이정도도 못해요?”
서한유의 눈이 휘둥그레질 법한 대사도 주예아는 거침없이 내뱉었다.
‘얘, 뭐지?’
다이아틴 멤버들과 거의 부딪힌 적이 없었던 서한유에게는 이런 강윤과 주예아는 쇼크, 그 자체였다.
에디오스 누구도 이런 돌발행동을 하는 이는 없었다.
아니, 하나 있기는 했다.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윤은 가볍게 주예아의 볼을 꼬집었다.
“아야야야야야야얏!!! 아하요(아파요)!!”
“다음에는 자제하자?”
“에에(네네). 에에(네네)!!”
항복을 받은 강윤은 그녀의 볼을 놔주었다.
결국 항복선언을 한 주예아는 툴툴대며 강윤의 뒤에 있던 서한유에게로 눈을 돌렸다.
“서유? 아!! 콜라보 때문에 오신거구나?!”
“그렇지. 앞으로 잘 부탁해. 한유야. 인사해. 오며가며 얼굴 많이 봤지? 주예아야.”
강윤의 소개에 서한유는 강윤의 옆에 서서 주예아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에디오스와 다이아틴의 막내라는 공통점이 통한다며 주예아는 적극적으로 서한유와 공감대를 만들어갔다.
걸그룹의 막내라는 공통점이 서로를 강하게 묶었는지 잠깐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도 서한유와 주예아는 금방 가까워졌다.
“작곡가님. 저 한유한테 여기 안내 좀 해줘도 될까요?”
서한유도 은근히 바라는지 강윤에게 고개를 살며시 숙이고 있었다.
사실, 사장님들 모이는 곳에서 앉아있는 건 가수들에게도 곤욕이었다.
의도를 알아 챈 강윤은 바로 승낙해주었다.
“대신 1시간 안에는 와야한다?”
“네!!”
주예아와 서한유는 신이 나서 2층으로 향했다.
매니저도 뒤따라가려는 것을 제지하며 강윤은 함께 추만지 사장이 기다리고 있는 5층 사무실로 향했다.
“사장님. 앉으시죠.”
강윤이 오자 본격적으로 콜라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추만지 사장으로선 강윤에게 할 말이 많았는지 서류를 한 트럭은 쌓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사전에 월드의 공연팀, 최경호와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추만지 사장은 강윤과 대화하는 만큼은 만족스럽지 않다며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다.
“이렇게까지 준비를 하는데 상해에서만 콘서트를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경, 상해, 중경, 천진 등 4개 직할시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추만지 사장은 야심차게 준비한 계획들을 이야기했다.
이전의 계획을 넘어 중국 4대 직할시를 모두 돌아보자며 콘서트를 할 법한 장소들까지 강윤에게 보여주었다.
강윤은 턱에 손을 올리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직할시 투어라. 천만이 넘는 도시들을 투어한다니… 동원할 수 있는 사람도 많고… 사실상의 전국투어군요.”
“맞습니다. 기왕 준비하는거 제대로 하는게 낫지요. 어떻습니까?”
추만지 사장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좋은 계획이지만 걸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상해야 홍커우 콘서트홀이라는 최대 콘서트장이 있지만 충칭(중경)이나 톈진(천진)에는 많은 관객들을 소화할 만한 시설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디움을 빌리면 되지요. 하하하. 장소도 알아보지 않았겠습니까.”
추만지 사장이 걱정 말라며 껄껄댔지만 강윤은 핸드폰으로 달력을 펼쳐 보이며 반대 이유를 이야기했다.
“우리가 계획하는 건 7월입니다. 늦어도 8월이면 충칭으로 들어가야겠지요. 그런데 그때는 한여름입니다. 충칭은 중국의 3대 화로라고 꼽힐 정도로 더운 곳이죠.”
“잠깐만요. 이 사장님. 겨우 더위 때문에 콘서트를 못한다면 그거는 좀…”
“작년 여름에 충칭 최고 온도가 43도를 찍었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래도 저녁이면 내려갈 것 아닙니까?”
강윤이 반대할 줄은 몰랐는지 추만지 사장은 풀이 죽었지만 강윤은 차분히 반대 의견을 말했다.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긴 외국입니다. 작은 사고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충칭은 그렇다 치고, 북경이나 천진은 어떻습니까? 한 군대야 빼도 무방하니…”
추만지 사장이 고집을 부렸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며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다.
천진도 날씨의 문제가 있었고 북경은 지금부터 콘서트 예약을 하기도 힘들었다.
가을이나 겨울로 날짜를 미루는 방법은 어떻겠냐 물었지만 다이아틴이나 에디오스나 콘서트에만 잡혀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며 강윤은 손을 저었다.
추만지 사장은 잠시 어깨를 늘어뜨렸다가 강윤에게 바짝 다가왔다.
“…이래서 이 사장님이 좋다니까.”
“사장님.”
“냉정하게 상황을 봐주니까요. 직언을 이렇게 해주는 사람은 흔치 않지요.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했지만, 불안불안했어요. 직원들도 은근 불안해했는데… 역시군요. 안해야겠어요.”
직원들이 난감했는지 볼을 긁적이자 추만지 사장은 껄껄대며 웃었다.
강윤도 반대의견만 낸게 미안해졌는지 한마디를 보탰다.
“추 사장님 마음을 알겠습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요. 그렇다면 한번 하는 콘서트를 아주 화려하게 키워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화려하게?”
“관객을 더 동원하는 건 힘들겠지만, 무대를 키우는 건 가능합니다. 조금 더 투자해서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콘서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콘서트지만, 강윤의 의견에 추만지 사장은 찬성했다.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콘서트.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나니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
——————————
중국 상해의 유명 클럽 중 하나인 COMO.
서한유와 강윤, 그리고 이미현 매니저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 앞에 서서 입을 벌렸다.
“…사장님. 이거 클럽 맞아요? 실내체육관 같은데…”
한국의 클럽들도 작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대륙의 클럽들은 스케일이 달랐다.
DJ를 배웠지만 클럽에는 많이 가보지 못한 서한유는 순수하게 놀랐고, 이미현 매니저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라는 두 여인이 귀엽게 느껴진 강윤은 웃으며 그녀들의 등을 떠밀었다.
“대륙은 스케일이 크니까. 자자. 일단 들어가자.”
강윤 일행이 안으로 들어서니 한 정장을 입은 여인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중국어로 잠시 이야기를 한 그녀는 곧 그들을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서한유는 안으로 들어가다가 거대한 스테이지와 디제잉을 하는 자리등을 유심히 살폈다.
‘저기서 하는 거구나.’
큰 스테이지를 채울 사람을 생각하니 부담감이 엄청났다.
그런 부담감을 느꼈는지 이미현 매니저는 서한유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곧 스테이지를 지나 룸 안에 들어서니 통통한 체격의 남자가 일행을 맞아주었다.
뭔가를 씹고 있던 통통한 체격의 중국인 남자는 잘 꼬아지지 않는 다리를 풀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상한 사람같아요.’
‘제 생각도…’
서한유와 이미현 매니저는 생각이 통했는지 강윤 뒤에서 서로 속삭였다.
그러나 강윤은 그런 겉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소개가 끝나고, 차가 나왔다.
강윤은 장호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를 살폈다.
통통하면서 붉은 얼굴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의 날선 눈매는 쉽게 보기 힘든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은은히 차 향이 퍼져가는 가운데, 장호는 본론을 이야기했다.
강윤은 중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익혀온 중국어로 답했다.
[네. 여기 이 친구입니다.]강윤은 옆에 다소곳하게 앉은 서한유를 소개했다.
[서한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서한유도 열심히 익혀온 중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인이 중국어를 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지 장호는 서한유의 외모에 눈살을 찌푸렸다.
개성 있는 드레스코드로 자신을 드러내는 DJ들과는 다르게 서한유는 얌전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장호의 뚱한 반응에 강윤이 나섰다.
떠보기 위한 말일까?
이미현 매니저가 순간 움찔했지만, 강윤은 차분했다.
장호는 손을 들어 밖을 가리켰다.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의미였다.
강윤과 서한유도 이를 알아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으로 나서려던 강윤과 서한유가 돌아서자 장호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있던 여비서에게 말했다.
[오늘 왕청이 할 차례였나? 쉬라고 해.] [알겠습니다.]강윤 일행을 안내했던 여비서가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강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바로 파악했다.
‘실전 테스트인가?’
서한유도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눈치 챘다.
연습할 새도 없이 바로 사람들앞에 선다니.
긴장감에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장호는 강윤 일행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셋만 남은 룸 안에서, 강윤은 서한유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해보자.”
“…..”
서한유는 강윤에게서 전해져오는 온기를 느끼며 긴장을 애써 녹여냈다.
끝
ⓒ 이창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