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92
87화 – 강(强)에는 강(强)으로(2) >
[무빙 세팅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무빙을 2층으로 올려서 세팅을 하고 싶은데…] 이 좁은 스테이지에 그렇게까지…] [해드려.]강윤의 이야기에 조명기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언제 왔는지 시문휘가 지나가듯 한마디 하니 조명기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넙죽 고개를 숙였다.
[그게… 알겠습니다.]곧 무빙 라이트는 해체되어 2층에 세팅이 되고, 그에 맞춰 다른 조명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갔다.
서한유의 DJ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강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세팅들을 변경했다.
그렇게 천천히 정돈되지 않은 스테이지가 조금씩 정돈되어갔다.
어느 덧, 스테이지에서 연주할 모든 곡을 디제잉해본 서한유는 지쳤는지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을 훔쳤다.
“휴우.”
지쳐 보이는 서한유의 등을 강윤이 가볍게 툭 치자 그녀는 놀랐는지 화들짝 놀라 강윤을 돌아보았다.
“아… 사장님.”
“괜찮아?”
“아, 네. 저 지금… 괜찮았나요?”
그 말에 강윤이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자 서한유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러나 곧 긴장이 풀렸는지 그녀의 눈에 힘이 풀렸다.
강윤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대기실 쪽으로 돌렸자.
“자, 가서 쉬고 있어. 뒤는 나한테 맡기고.”
“…네. 조금만 쉴게요. 사리 어제 잠을 설쳐서…”
말은 안했지만, 그녀의 눈가에 다크서클이 줄넘기라도 하자는 듯,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어두컴컴한 조명 탓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강윤은 진작 알고 있었다.
“시간 되면 부를 테니까 걱정 말고 쉬고 있어.”
서한유가 대기실로 들어간 후, 강윤은 무대를 계속 정돈했다.
비록 작은 스테이지였지만 천장과 양 끝에 스테이지를 위한 장비들도 많았고, 천장에도 정돈해야 할 조명들이 무척 많았다.
‘좁은 무대에서는 차라리 심플하게 가는 게 나아. 가뜩이나 천장도 낮아서 빛이 번져.’
천장의 조명까지 내려 세팅하는 강윤과 조명기사를 보며 시문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작은 클럽이었지만, 강윤이 여러 가지로 정성을 기울인다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시문휘의 지시에 반신반의하며 강윤을 따르던 조명기사가 언젠가부터 적극적으로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파캔 조명을 떼며, 강윤은 조명기사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조명을 세팅할 때는 하나하나의 역할과 전체의 조화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스테이지에는 파캔 조명이나 무빙이 너무 과하게 들어갔었죠. 무빙은 필요하니 뗄 수는 없고, 파캔은 과하니 떼고. 이런 식이죠.]강윤은 한마디라도 놓칠 세라, 펜을 들어 자신의 말을 적는 조명기사에게 알고 있는 것들을 더 이야기해주었다.
조명은 가수 기획을 준비하면서 공부하며, 여기저기서 들었던 지식들 중 하나였다.
어느 새 조명기사는 출근하는 직원들까지 동원하며 스테이지를 정돈했고, 덕분에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자 클럽 NATINE에도 하나둘씩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른 비트에는 변함이 없다며 배꼽이 드러나도록 티셔츠를 질끈 묶은 여자들은 스테이지에 올라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이어 남자들도 하나둘씩 스테이지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 Hot, Hot, Hot—
반복되는 가사같이, 스테이지의 분위기도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음악의 BPM도 점점 가속을 더해가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조명도 점점 화려하게 빛을 더해갔다.
2층의 구석 테이블에서 스테이지를 지켜보던 시문휘의 눈가에도 흥미가 어렸다.
‘초반부터 분위기가 좋군. 스테이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어.’
아직 메인 DJ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스테이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클럽 오픈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르다니.
정돈된 스테이지, 세팅된 음악이 불러 온 효과였다.
‘사전 선곡에 조명까지 다 맡겨달라더니. 한국에서 무대 관련으로 뭔가 하던 사람이었나?’
맡겨달라더니, 큰소리 칠만 했다.
결과로 나타나니 시문휘는 강윤에게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문이 좋지 않았던 DJ 치셰이가 더 흥미로웠지만, 지금은 강윤에게 더 눈길이 갔다.
무대를 만드는 솜씨나, 사람들을 돌보는 모습이나 모든 게 신기했다.
시문휘가 강윤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스테이지 중앙에는 서한유가 나와 양 손을 들고 가볍게 뛰며 분위기를 더더욱 띄우고 있었다.
음악에 장르까지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서한유의 제스처를 따라갔다. 거기에 멜버른 사운드(EDM의 하위 장르. 공격적인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특징으로 함) 음악인 ‘Heat on’을 재생하며 외쳤다.
본래는 없던 즉흥적인 외침이었다. 그러나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사람들은 손을 높이 들며 스테이지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이에 놀란 것은 강윤이었다.
‘저런 건 콘티에 없었는데?’
이어지는 서한유의 노래에 강윤과 조명기사의 손길이 바빠졌다.
노래가 바뀐 건 아니었지만, 서한유의 디제잉 스킬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윤은 조명기사를 다독이며 무빙 라이트를 문양에서 빛 분사 형태로 조절했고, 움직이는 속도를 더 빠르게 조절했다.
리허설에 보여주지 않던 것이 나오자 시문휘도 눈이 동그래졌다.
‘이런 게 우리 클럽에서도 가능하네. 오늘 여러모로 놀라는 군.’
이를 반증하듯, 테이블에 앉아있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스테이지는 더 이상 밀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시문휘는 입구를 지키고 있던 가드들을 스테이지로 이동하게 한 후, 안전사고를 대비하게 했다.
[오늘밤도~!!] [오늘밤도오~!!]서한유의 외침에 사람들의 목소리와 춤사위는 하나가 되어갔고, RATINE의 밤은 깊어만 갔다.
——————————-
“…이걸 다 가져가려고?”
크리스티 안은 짐이랍시고 캐리어 5개를 꽉꽉 채운 이삼순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물론, 이삼순은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중국에 물건 살 곳도 없다며. 이 정도 짐은 당연한 거 아냐?”
“…마트도 있고 다 있거든? 숙소에도 있을 거 다 있고. 사장님 이야긴 발로 들었냐?”
크리스티 안이 이삼순을 본격적으로 타박하려 할 때, 한주연이 끼어들었다.
“리스. 너무 그러지 마. 어차피 삼순이건 우리 꺼, 내껀 내꺼. 그렇잖아?”
“…그래서 주연이 넌 짐이 달랑 가방 하나냐?”
“헤헤헤.”
크리스티 안이 면박을 놓자 한주연은 혀를 빼꼼히 내밀며 귀여운 척 어필했다.
“뭐라냐?!”
이삼순이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며 난리를 쳤고 에디오스 XXX번째 대전이라는 큰(?) 사건으로 이어졌다.
“…체력도 좋아.”
대전이 벌어지자 크리스티 안은 배게 먼지 풀풀 날리는 한주연과 이삼순을 내버려 두고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시원해.”
아직은 찬바람이 불어왔지만, 기분전환하기에는 옥상만한 곳이 없었다.
크리스티 안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쪽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있는 정민아를 발견했다.
“야, 정민아. 너 뭐하… 야!!”
크리스티 안은 정민아를 향해 손을 들려다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친구의 손에는 하얗고 기다란 연기를 내뿜는 담배라는 것이 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 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지만 정작 정민아 본인은 시니컬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문제의 물건을 바닥에 비벼 껐다.
“미쳤어? 이제는 하다하다…”
“…내가 보컬라인도 아닌데 뭐.”
“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미국에서 스케줄이 없을 때도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정민아였다.
연습생 시절이나 잠깐 손을 댔던 게 전부였다.
크리스티 안은 너무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정민아는 무서울 게 없다는 듯, 눈을 치켜세우며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강윤 아저씨도, 이사 언니도 다 중국에 있잖아. 뭐라 할 사람도 뭘. 이 정도야…”
“그걸 말이라고 해? 미국에서도 안 그러던 애가…”
“…안 그러면 죽을 것 같던 걸.”
정민아는 처연하게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여행을 다녀온 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생활하고 있었지만 마음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크리스티 안은 힘들어하는 친구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지지배가.”
“…..”
친구에게 안겨, 정민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냥, 가슴에서 올라오지 않는다는 게 정답이었다.
‘얘를 어쩐다니.’
사랑의 열병에 헤매는 정민아의 등을 다독이며, 크리스티 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잠시, 친구에게 안겨있던 정민아는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야.”
“…..”
“나, 담배 안 빨았다. 불만 붙인 거야.”
친구의 마지막 한마디에 크리스티 안은 너답다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
한국 사람들이 중국으로 진출해서 설립한 드라마 제작회사, ‘재신극화(在新劇畫)’의 사무실은 배우와 스탭으로 북적였다.
지난번, 1차 대본 리딩이 끝나고 2차 대본 리딩이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리딩에 들어가기 전, 감독 정추경은 할 말이 있다며 따로 찾아온 민진서를 맞았다.
“드라마 내용도 좋고,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요. 여기 대사 말이에요. 여기 이 부분. 이거 광전총국(廣電總局)에 걸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민진서는 사전에 체크해 온 대본을 보여주며 드라마 총감독, 정추경에게 물었다.
광전총국은 중국의 방송정책과 심의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공안이나 국가에 반하는 내용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열하곤 했다.
“내가 공안도 아니고 널 어떻게 해 버릴까? 이 부분 이야기하는 거지? 설마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될까?”
“네.”
정추경 감독은 헷갈리는지 고개를 갸웃했지만 민진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유명한 드라마 감독이었지만, 중국의 드라마 제작 체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광전총국은 유독 공안이라는 단어에 민감해요. 특히 시청률이 잘나오는 한국 드라마에는 특히 더 민감하죠.”
“정부사람들이란 어디를 가나 쓸데없이 꽉 막혔다니까. 깡통위랑 똑같아.”
정추경 감독은 기분이 나빠졌는지 잠시 얼굴을 구겼다가 민진서가 말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체크했다. 정부란 그렇게 무서운 거였다.
나이는 어렸지만, 민진서는 중국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였다.
그녀의 말을 무시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오케이. 마 작가한테 말해 놓을게.”
“감사합니다, 감독님.”
“우리야말로 이렇게 말해주니 고맙지.”
대본 이야기가 끝나고 민진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정추경 감독이 민진서를 붙잡았다.
“아, 잠깐만. 온 김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민진서가 다시 자리에 앉자 정추경 감독은 두 권의 파일을 꺼내 보여주었다.
‘시얀 백화점 전경’, ‘하야스 백화점 전경’ 이라는 제목의 파일에는 각 백화점의 사진들이 상세히 찍혀있었다.
드라마의 주 무대가 될 촬영지 선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시얀 백화점 전경’이라는 파일을 넘기며 민진서의 눈가는 점점 가늘어졌다.
‘하야스? 지난번에 한유한테 못된 짓했던 그 류뭐라는 인간하고 관련 있는 백화점이잖아?’
서한유와 시비가 붙었던 푸얼다이, 류젠린.
그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니 시얀 백화점의 이사, 류양의 막내아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시얀 백화점에 대한 생각이 좋을 리가 없었다.
“왜 그래?”
“아니에요. 그런데 이 두 곳 중 한 곳에서만 촬영하는 거죠?”
“그렇게 될 것 같아. 우린 둘 다 촬영을 하고 싶은데 두 백화점 사이가 정말 안 좋은가봐. 한 곳에서 촬영을 하면 다른 쪽과는 아예 관계를 끊어야 할 판이야.”
“위험하네요. 이런 관계는 좋지 않은데…”
장사수완이 좋은 중국인들에게는 흔치 않은 관계였다. 서로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니, 앙숙이 될 만도 했다.
‘마음 같아서야 바로 시얀에서 촬영하겠다고 하고 싶지만…’
류젠린이라는 작자가 서한유에게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시얀 백화점이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그러나 그녀역시 사회생활을 오래 한 몸,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먼저 회사하고 상의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지.”
“잠깐 팀장님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올게요.”
민진서는 사무실을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기준에게 조금 전 들었던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강기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우리가 대놓고 시얀 편을 들면 나중에 안 좋은 소문이 날 수도 있겠네. 시얀 백화점과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커넥션, 이런 식으로.”
시얀 백화점과 강윤은 이전에도 좋은 인연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지금이야 괜찮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하야스에서 촬영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건 그렇지? 이건 아무래도 사장님하고 이야기해보는 게 나을 것 같네.”
강기준의 말에 민진서는 바로 강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약간의 지지직대는 소리와 함께, 전화기에서 강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는 애정 넘치는 이야기가 가득할 전화타임이지만, 지금은 일 이야기를 할 때였다.
민진서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강윤은 생각에 잠겼는지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 말에 강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하게 답했다.
[바로 답을 주지 말고 시간을 끄는 게 어떨까.] “시간을요?”[응. 네 마음은 이미 결정됐잖아. 그치?] “…그렇죠? 그런데 다른 배우들 이야기도 들어볼 테고… 걱정되네요. 하야스는 진짜 싫은데…”
민진서가 걱정되는 듯, 한숨짓자 강윤은 차분히 답을 주었다.
[아마 너 외에 다른 사람에겐 물어보지 않았을 거야.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가장 인지도 있는 게 진서 너잖아. 그렇지?] [그렇긴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하야스가 왜 싫은지 명분을 만들어야 해. 하야스와 시얀, 두 촬영지를 비교해봤는데 시얀은 이게 있는데, 하야스는 이게 없었다. 반드시 촬영과 연관 지어서 말이야. 그러면 하야스도, 제작진도 아무 말하지 않을 거야.] “아아!! 거기에 하야스가서 갑질도 좀 해주면 되겠네요.”[가, 갑질?]
강윤이 당황했지만 민진서는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생님.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한유 일, 선생님은 화 안 나세요?”
[화나지. 그냥 있을 수 없지. 그래도…]
“선생님은 가만히 계셔도 되요. 이번에는 제게 맡기세요.”
민진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평소와는 다른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었다.
끝
ⓒ 이창연
<